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984
3부 1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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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국에서 2차 지원군이 도착한 건 갑술년 3월, 양력으로는 1694년 4월이었다. 6개월이나 지나서 후속하는 부대가 온 건 역시 겨울 북태평양을 건너오기 어려웠기 때문인 듯하다.
“귀중한 폐하의 군사를 풍랑 때문에 고기밥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허허.”
내 사저 ? 전에도 말했지만 성친왕부(王府)가 아니라 왕저(王邸)다 ? 정원에 차린 잔칫상 앞에 앉은 순변사 장희재가 껄껄거리며 크게 웃었다. 도해(渡海) 직후만 해도 몰골이 말이 아니었던 모양인데, 근 한 달을 쉬고 나니 말짱해졌다고 한다.
“소장이 비록 육군이라 이런 큰 바다를 건넌 경험은 없지만, 폐하를 위한 일인데 어설픈 파도 따위가 어찌 장애가 되겠습니까?”
“옳은 말이오, 장 부장. 자, 어서 한 잔 더 드시오. 남미주산 최고급 화주라오.”
장희재가 지휘하는 원군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을 때, 나는 막 찾아온 봄을 맞아서 동변 일대를 도는 중이었다. 네바다와 유타 지역 거의 모든 대규모 인디언 부족들을 찾아가 독한 평화의 담뱃대를 나눠 피우고 화약을 맺었다.
“약속하겠소. 우리는 곧 있을 조선과 아파치의 싸움에서 절대 아파치를 돕지 않을 것이며, 장차 조선에 계시는 바다 건너 큰아버지를 모시는 아들이 되겠소.”
물론 내가 건넨 말 한마디 때문에 이들이 우리 백성이 되기로 한 건 아니다. 파이우트족 부락 7개를 덮쳐 일거에 초토화해버린 민지상의 기병대를 뒤에 거느렸고, 말 등에다 잔뜩 싣고 간 선물이 함께 효과를 발휘한 결과다. 물론 말 그 자체도 선물이었다.
이렇게 선무작업을 펼치다가 잠시 태호성으로 귀환한 참인데 원군이 지선성에 도착했다는 파발이 왔다. 민지상이 건너왔을 때도 마중을 나갔는데, 장희재를 마중하러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지난번에는 유타에서 지선성까지 25일 걸렸다. 이번에는 미리 준비를 좀 해 놓은 덕분에 태호성에서 지선성까지 12일 만에 도착했다. 신시가지 남쪽 군영에서 장희재를 맞이하고, 공식 행사 외에 내가 사적으로 베푸는 잔치를 위해 민지상 때처럼 집으로 초청했다.
물론 장희재만 부른 건 아니다. 이종덕부터 시작하여 총관부 고관 여럿도 불렀다. 아파치 토벌전은 이들이 대주는 물자에 크게 의존해야 하느니만큼,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크게 한 상 잘 차려 먹일 필요가 있으니까 말이다.
“정말이지 귀공이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도착해서 실로 다행이오.”
“하늘이 돌보신 덕분이지요. 그래도 소장은 편하게 온 셈입니다. 먼저 도착한 민 정령은 기병이 많아서 더 애를 먹지 않았습니까.”
사람이야 선창에 어떻게 대충 구겨 넣어도 되지만, 말은 그게 안 된다. 기본적으로 말이 필요로 하는 공간이 사람보다 훨씬 넓다. 고로 수송선도 더 많이 필요하고 잘못하면 말이 도중에 폐사할 위험성도 있다. 그래서 말 수송은 언제나 부담이 크다.
이번에 장희재는 보병 1천 2백에 기병 6백, 포병 2백을 데리고 왔다. 민지상이 거느리고 왔던 병력은 보병과 기병이 거의 반반이었던 걸 생각하면, 확실히 기병이 많이 줄었다.
기병, 보병 내에서의 병종 구성은 민지상이 데려온 선발대와 비슷하다. 보병은 소총수 9백에 궁수 3백이 왔고, 기병은 골응군 5백 기에 왜인여진 1백 기가 건너왔다.
비호군은 이번에도 없었다. 선발대 도착 뒤에 혹시나 하고 조정에 비호군도 보내 달라고 장계를 올렸는데, 병력도 없고 설명도 없는 걸 보면 서한이 늦게 도착한 모양이다.
“삼군부에서 논하기를, 아파치와는 대군이 결진(結陣)하여 싸울 일이 없고, 황야에서 계속 보루를 쌓아 배후를 든든히 다지면서 진군하려면 보루에 주둔할 군사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 하여 보병을 넉넉히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감사한 일이오.”
어차피 처음에 내가 신청한 2천 명 이상은 덤으로 온 셈이니까, 추가로 오는 병력은 전부 후방에 박아도 괜찮다. 아파치가 게릴라전으로 우리 보급선을 건드릴 위험을 생각하면 후방 경계를 다질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물자 호송은 미주 속오군이, 보루 수비는 본국 보병들이 맡아주면 아귀가 잘 맞을 거요. 순변사가 거느리고 온 군사들과 여기 미주 군사들이 잘 협력할 수 있기를 바라겠소.”
장군 품계에서 부장은 종2품이다. 직책으로서의 품계만 따지면 동변관리사인 나하고 급이 같은 셈이다. 물론 나는 무품 친왕이니까 그쪽으로 가면 비교가 안 되지만.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내게 장희재를 지휘할 권한은 없었다. 장희재는 지휘권을 상징하는 상방보검을 가지고 있었고, 나와 ‘협력’하여 아파치를 토벌하라는 칙서를 받아 온 상태였다.
나한테도 미주에서 ‘제공하는’ 속오군을 지휘해도 좋다는 칙서가 하나 오긴 했다. 그동안 종친들이 군사나 정치와 관련해서 어떤 지위를 누렸는지 생각하면 사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특혜다.
“소관은 미주 사정에 어둡습니다. 본국과 북도만 오가며 군력을 쌓은지라 이곳 사정을 잘 모르니, 부디 전하께서 길을 틔워 주시기를 빌겠습니다.”
“물론이오. 도움을 받아 싸워야 할 처지인데, 어찌 할 수 있는 일을 망설이겠소.”
장희재가 원군을 거느리고 미주에 온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 관해서 입수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모아봤다. 민지상이나 성시균처럼 본국에서 온 이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정호찬에게 조보를 뒤져 기사를 모으게 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장희재는 확실히 실력 있는 무관이었다. 강무관 졸업 성적도 동기생 중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우수했고, 이미 말했듯 실적도 충분했다. 지도력이 있어서 군사들도 잘 이끌었다. 다만 순조로운 출세에는 명문 무가인 외가 덕을 좀 보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
뜻밖이지만, 예왕과의 인연도 별로 없었다. 누이인 장옥정 ? 올해 겨우 18세란다! 지금 장희재가 42세니 동생이 아니라 딸뻘이다. 실제 역사에서는 나이가 그거보다 한참 더 많지 않았던가? – 이 예왕의 첩이 된 지 겨우 2년밖에 되지 않았다. 친해질 여유가 없었다.
또한, 누이가 예왕의 첩이 되었을 때 장희재는 이미 부장이었고, ‘매제’의 덕으로 근무가 편한 본국으로 들어오지도 못했다. 영락주, 요동주 ? 지금의 요동주에는 옛 요서 땅도 일부 포함된다 – , 속말주 등으로 다니며 요직을 맡기는 했으나 계속 변방을 맴돌았다.
만약 예왕이 장옥정을 통해서 장희재를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고, 장희재를 매개로 삼아 군부에 자기 세력을 부식하고자 했다면 마땅히 장희재를 경관(京官)으로 불러들여 활동하게 했어야만 한다. 그래야 유사시에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북방군은 끌어들여 봐야 정변에 도움이 안 되지. 병력이 도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결판이 나고 말 테니까. 그런데도 장 부장을 어떻게든 불러올리지 않았다는 건….’
‘예왕께서는 장옥정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 나이 많은 오라비에게는 별 관심이 없으시다는 뜻일 수 있겠지요. 순변사를 극히 위험한 존재로 볼 필요는 없겠사옵니다.’
‘우리 서형(庶兄)께서는 참으로 로망틱하신 분이로군. 정치적 이득을 따지지도 않고 그저 여인의 매력에 넋이 나가 첩을 들이시다니.’
비꼬듯이 말하긴 했지만, 나도 의외로 정말 놀랐다. 여색에 초연한 군자 행세를 하느라고 30이 되도록 첩 하나 들이지 않던 예왕이, 정말 그녀 자신의 매력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별 도움이 될 것 없는 중인 집안 딸을 첩으로 들이다니 말이다.
‘차라리 명문가의 서녀를 첩으로 들이는 편이 예왕 전하께는 도움이 될 것인데 말입니다.’
이형준이 지적했듯이, 아무리 부자라 해도 중인인 역관 집안 딸을 첩으로 들여서 예왕이 정치적으로 도움을 받을 일은 없다. 물론 딱히 마이너스가 될 건 없겠지만, 유리할 게 없는 선택을 한 걸 보면 정말 인간적인 모습을 본 것 같아 감탄스럽기는 하다.
“순변사에게 하나 묻고 싶은 일이 있소.”
“하교하시옵소서, 전하.”
술이 몇 순배 오가고 나자 자제심이 약해졌다. 궁금하던 것이 입 밖으로 나왔다.
“사사로이 보면, 그대와 나는 사돈이라 할 수 있지 않소?”
“그…렇기는 하옵니다.”
첩이라고 해도 형수는 형수니까, 장옥정의 오빠인 장희재는 내게 사돈 격이 된다.
“그대가 보기에도 그대 동생의 미색이 그토록 뛰어나오? 예왕께서 그리 반하실 만큼?”
장희재도 정말 조각 같은 미남이다. 나이가 있다 보니 눈부신 미청년은 아니지만, 원숙한 멋이 나는 중후한 미중년이었다. 과연 장희빈 오빠로구나 싶어 처음 마주쳤을 때 일순간 내 입이 굳었을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술김에 확 내뱉긴 했다만, 내 질문 이거 완전 꼰대 질문이네. 옛날 군대에서 고참들이 했다던 ‘너 여동생 있냐? 있어? 그럼 걔 예쁘냐?’하고 던지는 질문 그대로잖아. 이 자리에 상희도, 올렝카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내 질문을 받은 장희재는 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 아이는…저희 부모님이 워낙 금실이 좋으셔서 늘그막에 보신 늦둥이입니다. 소관과는 띠가 두 번이나 지날 만큼 나이 차이가 나는 데다, 제 아이와 같이 제 처의 젖을 먹고 자란 터라 그저 딸처럼 보이니 전하께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한가, 알겠다.”
사적인 친분을 다지기 위한 화기애애한 술자리는 술이 몇 순배 더 돌고 나서 만족스럽게 끝났다. 이제 술이 깬 뒤에 진짜 중요한 이야기들을 나눠야겠다.
– 17 –
“아파치들이 사는 곳은 동부사막 저편, 길도 모르고 그 풍토도 모르는 곳이오. 그 형상을 그린 지도도 없어서 지도를 만들며 진격해야 하오.”
토벌대가 움직일 진격로는 크게 세 갈래로 잡았다. 하나는 대염호(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에서 남쪽으로 가는 길, 하나는 태호성에서 동남쪽으로 가는 길, 마지막은 샌디에이고에서 동쪽으로 가서 콜로라도강을 따라 움직이는 길이다.
이 세 번째 경로는 불가피하게 스페인령 누에바 에스파냐를 일부 통과하게 된다. 그래서 이 점에 관해서는 내 이름으로 사절을 보내 누에바 에스파냐 당국에 양해를 구했고, 아파치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건 우리와 마찬가지던 스페인인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승인해주었다.
“순변사는 이쪽 길로 가는 편이 좋을 듯하오. 배에 올라서 해안을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항구가 있을 것이고, 거기 상륙하고서부터는 서반아 부왕(副王)이 붙여 준 안내인을 따라 움직이면 되오.”
우리한테는 그쪽 땅 지도고 뭐고 없으니 백 년 이상 전부터 그 지역을 드나들며 원주민과 싸웠던 스페인인들에게 안내를 받는 편이 낫다. 본래 목적인 아파치 토벌이 아니라 스페인 통치에 반란을 일으킨 푸에블로족 같은 다른 부족을 공격하는 데 끌려 들어가지만 않으면.
“염려 놓으시옵소서. 모친의 가계 덕분으로 서반아어는 딱히 뒤떨어지지 않으니, 저들에게 말로 속아 넘어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장조 시기 후반기부터 네덜란드식 훈련법이 크게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조선군 내에서는 여전히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이들이 많다. 그전에 훈련도감에 있던 스페인인 교관들의 영향 때문에, 네덜란드에서 온 교관들조차도 스페인어로 장졸들을 교육했던 시절의 유산이다.
장희재는 본가가 역관 가문이기도 했지만, 외가가 명문 무가인 스페인계다 보니 스페인어 구사 능력이 무척 뛰어났다. 로드리고와 더불어서 내게 정말 든든한 기둥이었던 세바스티안 데 라 로카가 장희재의 외고조부였다.
“전하께서는 태호성을 출발하는 가운데 길로 움직이실 예정이시옵니까?”
“그렇소. 그쪽이라면 부정확하긴 하나 미주 총관부 관아에서 제작한 지도도 있고, 안내를 맡을 토인들도 구해 놓았소. 민 정령이 이끄는 군사와 함께 이동하겠소.”
대염호 루트는 움직여야 하는 거리도 멀고 길도 잘 모른다. 그러니까 그쪽에는 속오군과 토인 보조부대만 2천 명쯤 배치해서 성채를 건설하고 주변 지역의 치안을 확보하며 거점을 구축하게 하겠다.
“본국에서 아직 건너오지 않은 병력이 1천 명이라고 하지 않았소? 그 군사들은 지선성에 도착한 뒤에 상황을 보아 움직이게 하고 우리는 먼저 나가도록 합시다. 전군이 모두 모여서 적을 쳐야 할 필요가 없는데, 몇 달이나 더 기다릴 필요는 없을 듯하오.”
죽치고 기다리고 있다간 군량만 까먹게 된다. 덤으로 김이 샌 군사들은 사기가 떨어진다. 배 타고 오느라 쌓인 피로만 회복됐다면, 곧바로 전선으로 끌고 나가 호쾌한 승리를 안기는 편이 훨씬 효과가 좋다.
“그리고 시간을 더 끌다 보면 저들이 대책을 강구할 수도 있을 것 같소. 여봐라, 그 조가 놈을 끌고 오너라.”
내가 공격을 서두르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게 이놈이다. 유타에 갔을 때 동쪽에서 왔다면서 자수한, ‘탈주한 죄인’이었다.
“네놈의 이름과 출신부터 여기 있는 이들에게 상세히 밝혀라.”
보리스가 끌고 온 죄인은 잡힐 때 입고 있던 인디언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확실하게 인상을 주기 위해 갈아입히지 않았다.
“소인은 조성칠이라 하옵고, 본국에서 북미주로 이주하였다가 사람을 죽이는 바람에 죄를 피하여 동쪽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리고 20여 년 동안을 이 부족, 저 부족을 오가며 토인들 틈에서 살다가, 이번에 크게 전쟁이 벌어질 것이 두려워 도로 도망쳐 왔습니다.”
“돌아오면 예전에 지은 죄에다 벌을 피해 도망친 죄까지 값을 치러야 할 텐데도 돌아왔다 그 말인가?”
성시균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조성칠은 두 팔이 뒤로 꽁꽁 묶인 채로, 마치 자비를 호소하듯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된다 해도 돌아올 수밖에 없었사옵니다. 절대 대한의 백성들에게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소인이 그토록 말했는데도 그 무도한 아파치 토인들이 감히 상감의 백성과 군사를 해하였으니, 남은 것은 불바다뿐이지 않겠습니까?”
조성칠은 일부러 조선과 거리가 먼 유타 쪽으로 도망쳤다고 했다. 들키지 않도록 말이다.
“지금 아파치 각 부족은 조선군이 자기들을 찾아 황야 한복판으로 쳐들어오리라고 생각도 안 하고 있습니다. 도리어 우리를 비웃고 있지요. 하지만 시간을 끌다 보면 이쪽의 의도를 알고 병사를 모아서 역공할지도 모릅니다. 소인을 믿고서 길 안내를 맡겨 주신다면, 저들이 움직이는 경로를 손바닥 보듯이 알려드려 모조리 조기에 토벌하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러니 옛날에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면해 달라는 거냐? 헌데 네놈이 지금 우리를 속이려 하는 게 아니라는 보증은 어디에 있느냐? 아파치들이 약탈할 때 움직이는 길을 알고 있다는 건, 네놈도 거기 한몫했다는 증거이렷다.”
성시균은 절대 허술하지 않았다. 조성칠은 땅바닥에 이마를 처박으며 호소했다.
“옛날에 저지른 죄는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적을 치는 일에 보탬이 되고자 귀환하였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만약 소인이 폐하의 군사들을 함정에 빠트린다면, 그 자리에서 당장 목을 베시옵소서!”
“첩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결연하게 목숨을 버릴 수도 있사옵니다. 아파치 부락에 저자의 토인 처자가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저자가 우리 군사들을 함정에 빠트리는 대신 처자를 평생 돌봐주겠다거나 하는 약속을 했을지도 모르지요.”
정호찬도 딱히 조성칠을 신뢰하지는 않았다. 공은 이제 내게 넘어왔다.
“저 조가 놈은 서장관이 계속 감시하도록 하게. 그리고 순변사께서는 지금 우리가 수립한 계획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괜찮아 보입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고맙소. 그럼 회의를 계속합시다.”
원정군에 대한 보급 지원이나 보조전력인 속오군과 5부족 번병 전력의 분배 등, 논의할 문제는 아직도 많다. 겨우내 민지상과 함께 대략적인 틀을 짜두긴 했지만, 사령관인 장희재 역시 그 세부에 관해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확인하고 약간 조정만 하면 되는 이상 크게 늦어질 필요는 없다. 이제 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