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try changing the genre RAW novel - Chapter 141
장르를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 141화
“…….”
루카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나는 물끄러미 뤼디거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지금, 자살하려고 했다 그 말입니까…….
와, 머리가 다 띵하네.
우리 사이를 자조적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하긴 했지만, 정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엔딩을 바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어휴, 말이 씨가 된다더니.’
나는 어질한 머리를 짚은 채 혀를 찼다. 순간 심장이 철렁였다. 그래도 별일 없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못한 뤼디거를 달랬다.
“일단……. 뤼디거 씨는 그만 좀 울고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뤼디거가 크게 훌쩍이며 눈가를 훔쳤다. 하지만 별로 소용은 없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이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물을 글썽였기 때문이다.
‘덩치 산만 한 남자가 엉엉 울고 있으니, 묘한 가학심이 든단 말이지.’
나는 혀를 찼다.
남자가 우는 게 별로 취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본판이 잘생긴 남자면 또 마음이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남자가 나 때문에 울고 있다니.
가슴 한 구석이 알 수 없는 두근거림으로 시끄럽게 뛰었다.
하지만 계속 우는 걸 보니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울고 있었던 거야?
뤼디거에게 물을까 했지만 정확한 답을 듣기 어려워 보였다. 나는 대신 루카에게 물었다.
“그래서……. 네 삼촌 언제부터 이렇게 울고 있던 거니?”
“이모가 기절하는 그 순간부터.”
그래……. 왠지 그럴 것 같았다.
하지만 루카의 답은 내가 원하는 답에서 조금 멀었다. 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다.
“내가 기절한 지 얼마나 지났는데?”
“3일 꽉 채웠지.”
뭐?
나는 경악해서 뤼디거를 바라보았다. 3일 동안 자지도 않고 울기만 했단 말이야?
탈수로 쓰러지지 않은 게 용할 정도였다.
뤼디거의 눈 밑이 벌겋게 일어나 있었다. 긴 속눈썹 아래 그렁그렁 맺힌 눈물은 유난히도 시선을 잡아끌었다.
‘잘생긴 남자는 우는 것도 예쁘네.’
나도 모르게 뤼디거의 눈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내 손은 허공만을 할퀴었다. 뤼디거가 몸을 움츠리며 내 손을 피했기 때문이다.
딱히 그의 눈가를 매만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괜히 피하니 오기가 치밀었다. 나는 뤼디거를 재촉했다.
“왜요. 이리 좀 와봐요.”
“너무 울어서 못생겨졌습니다. 유디트 씨는 잘생긴 모습을 좋아하니 제 못난 모습을 보면 정 떨어질 겁니다. 보여드리기 싫습니다.”
참나. 어이가 없어서.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우는 것도 잘생긴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어떻게 들어도 유세 같단 말이지…….’
뤼디거는 제 얼굴 잘난 걸 무척 잘 알고 있다 싶다가도, 가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토마스를 질투했던 것도 그렇고 말이야.’
하지만 뤼디거는 고집스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왕 고집 부릴 거면 눈물이나 닦든가 말이야.
냉큼 이리 오라고 윽박지를까 하다가 나는 노선을 바꿨다.
“아야야야. 팔을 너무 들고 있으니 팔이 아프네. 아야야야.”
이렇게 엄살을 부리면 뤼디거가 바로 고집을 꺾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딱 맞아 떨어졌다.
“많이 아프십니까? 어디가 아프십니까. 제가 주물러 드릴까요?”
내가 엄살을 피우기가 무섭게, 뤼디거는 저 멀찍이 떨어져 있던 것이 거짓말처럼 화들짝 놀라 다가왔다.
“이리 와보기나 해요.”
호들갑을 떠는 뤼디거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까까지 튕기던 것이 거짓말처럼 뤼디거는 나에게 고스란히 뺨을 내어주었다.
나는 어딘지 모르게 해쓱해진 뤼디거의 뺨을 안타까이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보는 따가운 시선이 있었으니…….
“잘들 논다, 정말. 아주 한 쌍의 바퀴벌레야.”
루카는 혀를 차며 우리를 향해 눈을 흘겼다.
흥. 애인하고 연애하는 게 어때서!
안 그래도 루카의 방해 때문에 한창 팍팍했던 사이가 아니던가.
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뤼디거를 다독였다. 뤼디거 또한 별반 개의치 않는 듯, 얌전히 눈썹을 내리깔고 내 손길에 얼굴을 기댔다.
“하여튼……. 왜 그렇게 울었어요? 보아하니 큰 상처도 아니었던 듯한데.”
“큰 상처가 아니라니요!”
뤼디거가 펄쩍 뛰었다.
“총을 맞은 건 큰일입니다!”
그게 큰일이라는 자각은 있구나. 최근 들어 뤼디거의 상식 수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던지라 새삼스레 놀라웠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뤼디거는 홀로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자상에 이어 총상이라니……. 이런 일 없도록 제가 책임지겠다고도 했는데…….”
“책임지면 되죠.”
“그렇게 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심드렁한 내 대꾸에 뤼디거는 파르르 떨었다.
“도저히 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게 제가 프란츠를 놓쳤기 때문 아닙니까. 애초에 제가 프란츠를 제대로 죽였더라면…….”
뤼디거는 제 탓이라며 자책했다.
그리고 그런 뤼디거를 보는 루카의 낯이 미묘했다. 뤼디거가 저러는 것에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뭐……. 그렇게 치면 제가 뤼디거 씨를 믿지 못하고 제가 꾸미고 있는 일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지 못한 탓도 있는 걸요. 자, 자. 뤼디거 씨는 그런 절 원망하지 않을 거죠?”
“당연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예요. 그러니 그만 우세요.”
뤼디거는 상황을 가볍게 넘기는 내 태도를 납득하지 못한 듯 보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뤼디거의 눈물이 멈췄다. 그제야 한시름 놓은 나는 뒤늦게 상황을 물었다.
“일단…… 사람 부르기 전에 어떻게 된 건가 말이나 좀 해봐요. 프란츠는 완전히 해결된 건가요?”
프란츠가 쓰러지는 모습을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만약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런 나를 다독이듯, 뤼디거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완벽하게 확인 사살까지 끝냈습니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환호라도 내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드디어……. 드디어 자유다.
나는 그토록 바꾸고 싶었던 복수극의 굴레를 완벽하게 벗어던졌다는 감회를 잠깐 만끽했다.
프란츠의 죽음을 확실히 했으니, 이제는 뒤처리만 남았다. 나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물었다.
“버켄레이스 가에 연락은 했나요?”
“안 그래도 그에 관해 이야기가 진행 중입니다. 때마침 아버님도 블루옌에 와 계시고 말입니다.”
“공작님이……. 아아, 그러네요. 수도에 도착하셨을 때가 되었네요.”
이 주 전쯤 해서 빈터발트를 출발했다 했으니 슬슬 도착할 때가 되긴 했다.
수도에 오자마자 내가 납치당한 소식을 듣게 된 것은 유감이지만.
“뤼디거 씨는 어떻게 근위병들을 이끌고 오신 거예요? 선왕 전하께서 뤼디거 씨에게 내려진 근신을 풀어주신 거예요?”
“선왕 전하께서는 유디트 씨가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혼절하셨죠. 덕분에 방해꾼이 없어서 일 처리가 빨랐습니다.”
“…….”
노쇠한 노인이 기절했다는데 일말의 걱정도 없는 서늘한 태도를 보니, 내 앞에 있는 이가 뤼디거가 맞긴 맞구나 싶었다.
‘너무 울어서 잠깐 헷갈렸는데 말이야.’
내가 그리 생각하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뤼디거는 태연스레 말을 이었다.
“이사벨라라고 했던가요. 유디트 씨가 거두어들인.”
“네. 맞다, 이사벨라는 지금 괜찮아요?”
“생명에 지장은 없습니다만, 휴식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다행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사벨라가 어떻게 되었을지 계속해서 마음속에 가시처럼 걸리적거렸는데, 이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 이사벨라라는 하녀가 간신히 정신을 붙들고 유디트 씨가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알린 덕에 바로 비상사태가 선포되었습니다. 그 덕에 빈터발트에 걸린 출입 금지령도 한시적으로 취소되었고 말입니다. 그 덕에 제가 유디트 씨의 납치 소식을 듣게 된 것이죠.”
“제가 납치된 걸 알아도 바로 찾아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예. 빈민굴은 저라 해도 쉽지 않은 곳이니까요. 루카가 없었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하기도 싫군요.”
뤼디거의 얼굴이 침중하게 가라앉았다.
이미 끝난 일인데도 최악을 짐작하며 질끈 감긴 청회색 눈동자는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루카가 빈민굴에 대해 아무리 잘 안다고 해도 선뜻 루카를 앞세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아무리 루카가 똑똑하더라도 남들 보기엔 열 살 어린애였다.
게다가 수도에 상경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아이가 블루옌의 빈민굴에 대해 빠삭하다는 건 쉬이 믿기 힘든 일이었다.
“루카는 유디트 씨와 관련된 일에 관해서는 헛된 말을 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 항상 진심이었죠.”
“삼촌은 그냥 지푸라기라도 붙들어보자는 심정이었을 뿐이잖아.”
듣고 있던 루카가 투덜거렸다.
그러고 보니 내가 납치당한 사이 루카가 뤼디거를 삼촌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납치되었을 때는 상황이 상황이라 미처 묻지 못했지만, 지금은 괜찮겠지 싶었던 나는 넌지시 물었다.
“그러고 보니 루카, 어쩌다가 뤼디거 씨를 삼촌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거야?”
“…….”
루카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납치당한 골방에서 물었을 때와 똑같은,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저도 그게 궁금했습니다. 루카는 항상 절 못마땅해했고……. 이번 일로 루카에게 점수가 깎여도 단단히 깎였다고 생각했습니다만…….”
프란츠를 놓친 것이 그리도 마음에 걸렸는지, 뤼디거는 계속해서 자책 어린 혼잣말을 이었다.
그런 뤼디거를 바라보던 루카의 시선이 잠시 바닥을 향했다.
말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한참 끝에서야 생각이 정리된 듯, 루카가 조용히 읊조렸다.
“내가 지금껏 삼촌이라고 부르지 않았던 건 삼촌이 못마땅해서만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