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Inquisitor RAW novel - Chapter (130)
레벨업 이단심판관-130화(130/227)
130화 지하 세계 (4)
“슬슬 시간이 됐는데…….”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던 에일이 시간을 슬쩍 확인했다.
머리 위로는 그가 처음 엘트리스로 들어왔던 커다란 통로가 천장에 뻥 뚫려 있었고, 지상을 잇는 입구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네…….’
에일이 간만에 취하는 한가로운 휴식 속에서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가 퀘스트를 통해 이곳 엘트리스에 진입한 지 어느덧 많은 시간이 흘렀다.
마을이나 던전 몇 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워낙에 넓은 ‘지역’이었으니 그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에일은 모두를 광신도… 아니, 루의 신도로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뛰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엘트리스의 오염된 땅들을 대부분 정화해 내는 데 성공했다.
오염원들이 사라지고 대지는 차차 원래의 상태를 되찾아갔다.
그리고 그 결과.
‘성과가 상당했지.’
에일은 상태창을 슬쩍 확인해 보았다.
어느새 그의 레벨은 131에 달해 있었다.
사령석 파편을 사용해 온 지역의 오염을 정화하는 동안 그에 대해 막대한 퀘스트의 보상을 받은 덕분이었다.
정화 작업을 끝마칠 때마다 대량의 경험치와 보상을 얻을 수 있었고, 지하 도시들의 퀘스트를 독식한 에일은 자연히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그건 그동안 얻은 스킬들 또한 마찬가지.
보상으로 고급 스킬북들을 원활히 수급할 수 있었던 덕에 에일이 얻을 수 있던 다섯 개의 스킬 목록은 눈부시게 화려했다.
그중 먼저 세 개의 패시브 스킬.
[기민한 발놀림(영웅)] [비정한 추적자(영웅)] [철벽(유일)]영웅급 스킬인 ‘기민한 발놀림’은 플레이어의 전체적인 속도를 증가시켜 주는 패시브였다.
영웅 등급이 붙은 만큼 큰 향상 효과를 지닌 데다가, 검술 숙련처럼 항시 적용되는 기본 패시브인 만큼 당연히 놓치지 않고 습득했다.
그리고 그에 이은 ‘비정한 추적자’ 스킬은 적에게 접근 시 이동 속도 보너스를 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얼핏 보기엔 앞선 스킬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 많은 차이점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기민한 몸놀림처럼 전체적인 ‘움직임’을 빠르게 해 주는 것이 아닌, 단순 ‘이동속도’만을 증가시켜 준다는 것.
많은 유저들이 이 두 효과의 차이를 착각해 낭패를 보곤 했다.
심지어 비정한 추적자 스킬엔 전제 조건까지 달려 있었다.
적에게 접근 중인 상황이 아닐 경우, 패시브의 효과가 발동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일이 이 스킬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역할이 다를 뿐이니까.’
좁은 효과와 조건이 붙어 있는 대신, 비교도 안 될 만큼 훨씬 큰 상승폭을 가진다는 것.
즉, 특수한 상황에 더욱 특화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만약 같은 수치만큼을 상승시켜 줬다면, 이 스킬이 영웅 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 스킬을 처음 얻은 뒤 전투에 들어갔을 때 어지간한 돌진기보다 낫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항시 적용되는 패시브인 덕에 쿨타임도 없는 데다가, 기민한 발놀림의 효과와 겹쳐져 더욱 큰 체감이 되었다.
‘아무래도 가장 큰 건 이 스킬이지만…….’
에일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철벽’이라는 명칭의 스킬, 무려 물리 저항 효과를 지닌 유일급 패시브 스킬이었다.
물리 데미지를 상대로 일정 퍼센트 저항이 생겨, 피해를 경감시켜 주고 맷집을 늘려 주는 강력한 효과.
이전에 상대했던 도적단의 가하르처럼 보스 몬스터들이 물리 저항 특성을 가지면 난이도가 까다로워지기로 유명했는데, 에일이 그걸 얻은 것이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보스 몬스터가 가지는 것에 비해선 수치가 덜하긴 했지만, 방어력과는 별개로 계산되는 수치이기에 물리 저항 효과가 생겨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액티브 쪽도 화려하긴 마찬가지였다.
유일 등급과 영웅 등급 스킬을 각각 하나씩 획득했고, 모두 이전의 스킬들과 겹치지 않으며 뛰어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유일 등급 스킬만 다섯……. 이 정도만 해도 어지간한 준랭커급 이상이야. 이번 퀘스트만 마무리 지으면 스킬북을 더 받을 테니, 당분간 스킬북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수준이고. 다만 문제는 다음 목표인데…….’
지금 엘트리스 지역 내의 오염 구역은 단 한 곳밖에 남지 않았다.
동시에 그곳은 에일의 마지막 표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구역들과 다르게, 에일의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깰 수 없던 곳이라는 것이다.
130레벨대의 던전, 사룡의 무덤.
견적이라도 잡아 보기 위해 한번 시도해 봤지만, 오히려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겼다.
난이도가 높은 던전임은 둘째치더라도, 기본적으로 다수의 파티로 공략하는 걸 기준으로 만들어져 에일의 입장에서는 너무 버거웠다.
심지어 주변이 오염된 형태로 보아, 정화시킬 수 있는 핵 부근이 던전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사실상 던전 전체를 클리어하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솔로 플레이어라고 한들, 싱글 게임이 아닌 이상 이런 경우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동료들이었다.
에일은 주저 없이 파티원들을 불러모았고,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이들이 흔쾌히 엘트리스로 달려왔다.
타악!
“에일 님!”
통로에서 내려선 리아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이전에 만났었던 알리사와 로덴이 뒤이어 도착했다.
“오셨군요.”
“정말 오랜만이에요.”
한자리에 모인 네 명의 유저는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에일이 인맥을 끌어다 불러모은 만큼,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 서로가 초면인 사이도 있었다.
하지만 엘트리스에서 기다리고 있던 에일을 제외하면, 그들은 지하로 통하는 입구 앞에서 미리 모여 함께 이곳까지 내려왔다.
깊은 통로를 거쳐 오는 동안 적잖은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서먹서먹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곧 높다란 절벽의 아래로 시선이 돌아가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건……?”
“허, 설마 이 아래에 이런 곳이 있었을 줄이야.”
절벽 아래로 보이는 드넓은 풍경.
이 아래에 무언가가 있다고 이야기야 먼저 들었지만, 커다란 던전 정도가 있을 거라 예상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도시들이 늘어서 있는 거대한 지역이라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거… 에일 님이 최초로 발견하신 거죠?”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다들 당분간은 이곳에 대해서 비밀로 해 주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야 물론입니다.”
그의 말에 로덴과 알리사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에일도 앞선 두 명이야 딱히 걱정되지 않았다.
다만 지금 걱정되는 쪽은 멍하니 경치를 구경하고 있는 리아였다.
“리아 님, 누가 알려 달라 해도 절대 알려 주시면 안 됩니다?”
“네? 아, 넵! 명심할게요.”
정신을 차린 리아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로덴이나 알리사에 비하면 한참이나 게임 이해도가 부족한 그녀였다.
악의가 없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실수를 저지를지도 몰랐고, 에일은 여러 차례 단단히 당부를 해 뒀다.
물론 그녀가 미숙할 뿐이지 바보인 건 아니었으니, 이만큼 당부를 해 두면 괜찮을 것이다.
그들은 우선 구석에 나 있는 조그만 비탈길을 내려가며 파티를 맺었다.
아직 갈 길이 머니 나머지 이야기는 걸으며 해도 충분했다.
“아니, 에일 님! 레벨이 엄청나신데요……?”
갑자기 뒤따라오던 로덴이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파티창에 떠올라 있는 레벨을 본 것이다.
그곳에 적혀 있는 그의 레벨은 무려 131이었고, 지난번의 레벨에 비해 엄청난 성장을 거둔 것이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파티창을 확인한 다른 이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와, 정말이네요? 저희 중에서 가장 높아요.”
“솔직히 지금쯤이면 따라잡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지다니… 생각도 못했습니다.”
로덴이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현재 120에 달하는 로덴의 레벨 또한 굉장히 빠르게 오른 편이었다.
아르메니아에서도 한참을 늦게 시작하고도 다른 랭커들을 따라잡은 로덴이었으니, 빠른 게 당연했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에일과의 격차가 오히려 더 벌어졌을 정도라는 것.
멋쩍어진 에일은 화제를 바꿨다.
“리아 님도 못 본 새에 굉장히 높아지셨는데요?”
“그게… 알리사 님 덕이죠.”
리아가 멋쩍게 웃으며 알리사를 바라봤다.
‘역시 같이 다닌 덕인가.’
에일은 성역의 정화를 끝내고 함께 파티를 수행했던 리아와 헤어진 뒤, 그녀를 알리사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만약 리아가 또 혼자 다닌다면 여기저기서 또 호구를 뜯기기 일쑤였을 테고, 세상 물정을 좀 깨우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에일 자신은 월드 퀘스트의 진행으로 너무 바빴었고, 그녀에게 이것저것 알려 줄 시간도 없었다.
그랬기에 했던 선택.
알리사라면 사기를 칠 걱정도 없고, 리아가 가진 재능의 진가에 대해서도 모를 리가 없었으니 그녀를 소개시켜 준 것이다.
다행히 알리사는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었고, 둘은 함께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초짜인 리아도 알리사를 따라다니며 벌써 98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제 덕이라니요. 오히려 제가 리아 님 덕에 금세 레벨을 올릴 수 있었는데요.”
알리사가 빙긋 웃어 보였다.
‘잠깐, 127……?’
그녀의 레벨을 확인한 에일이 깜짝 놀랐다.
자신과 고작 4레벨 차이였다.
그동안 월드 퀘스트와 엮이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자신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로덴보다도 더 빠른 성장 속도였다.
처음에 만났을 때 그녀가 에일보다 레벨이 2정도 높은 편이기야 했지만, 힐러가 대체 무슨 수로 저렇게 빨리 레벨을 올린 것인지 의문이었다.
“어, 저긴가요?”
그때 로덴이 앞쪽을 가리켰다.
눈앞에 엘트리스의 첫 번째 도시가 나타났다.
“저희 도시부터 들르기로 했었죠?”
“네, 들어가죠.”
본격적인 던전 공략에 돌입하기 전,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도시에 한번 들러야 했다.
그들의 앞에 펼쳐진 거대한 노움들의 도시.
지상과는 다른 새로운 종족과 색다른 풍경 앞에 감탄했지만, 그들의 감탄은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
도시 내부에 가득한 신도들의 물결.
온 사방이 교단의 상징으로 가득했고, 신전을 비롯한 건축물들이 늘어져 있었다.
그들은 광기에 휩싸여 루를 찬양하고 있는 노움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세,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