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141
142화
천공의 탑 6층에서 나오는 악마는 ‘길로암’이라는 몬스터였다.
[악마 ‘길로암’]-레벨 : 110.
레벨 분포는 108에서 111 사이.
“캬앙! 컁!”
놈은 커다란 고양잇과 맹수를 닮았는데, 머리는 두 개의 뿔과 날카로운 이빨, 발톱을 지니고 있었다.
특징이라면 강력한 공격력이었다.
길로암은 5층까지의 악마들보다 훨씬 더 수준이 높았다.
거의 7층의 악마와 비슷할 정도의 공격력을 자랑했다.
당연히 유저 입장에서는 까다로웠다.
“크악! 미친. 나, 나 뒤로 빠진다!”
“야 잠깐만. 갑자기 빠지면 진형 빈다고.”
“안 돼. 한 두방만 더 맞으면 무조건 죽어!”
딜러급이 자칫 잘못해서 맞았다가는 그대로 후방으로 도망쳐야 할 만한 공격력.
게다가 탱커가 어그로 끌기도 쉽지 않았다.
길로암은 고양잇과 맹수를 닮은 생김새답게 속도가 빠르고 민첩했다.
보통 탱커들은 장비를 덕지덕지 착용해서 느리기에, 길로암을 놓치기 일쑤였다.
“아 미친놈아. 어그로 좀 잘 끌라고! 이러다 다 뒤진다니까?”
“그게 내 맘대로 안 되는걸 어떡해.”
그렇기에 6층은 유저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었다.
차라리 건너뛰고 7층으로 가는 게 더 낫다고 하는 유저도 많았다.
그러나 공격력이란 상대적인 법.
레벨 차이가 꽤 나는 보스 몬스터들의 공격도 몸으로 버티던 언럭키였다.
길로암의 공격?
‘이 정도면 하품 나오는 수준이지.’
-칵!
-카칵!
“캬릉…?”
자신들이 휘두른 발톱이 박히지 않자 길로암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피식 웃은 언럭키가 놈들의 머리 위로 망치를 휘둘렀다.
-쾅!
-쿠르르릉!
그 직후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벼락 다발.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역시 여기를 선택하길 잘했어.’
공격력이 강한 대신 길로암들은 체력과 방어력이 낮다.
아무리 우레 망치가 좋은 무기라고 하지만, 지금의 언럭키는 사제 계열인데다가 방어력에 치중되어 있었다.
일반몹을 원킬 내기는 약간 딜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나 길로암을 상대로는 그런 한계가 없었다.
스킬 ‘우레’만으로도 원킬이 가능해서, 사냥 속도가 대폭 증가했다.
‘증폭의 지렁이 효능도 벌써부터 체감되는군.’
심지어 ‘증폭의 지렁이’ 덕에 망치의 공격력과 스킬 ‘우레’의 능력이 더 좋아졌다.
그 덕에 길로암들은 언럭키가 지나갈 때마다 줄줄이 녹고 있었다.
“호야. 더 빨리 가자!”
“크허헝!”
커다란 호랑이로 변신한 호야를 탄 채 언럭키는 길로암들 사이를 마음껏 쏘다녔다.
길로암이 아무리 빨라봤자 호야보다는 느리다.
호야를 탄 채 양 손으로 망치를 쥐고 쉴 새 없이 휘둘렀다.
가까이 있는 놈들은 두개골을 직접 깨트리고, 멀리 있는 놈은 ‘우레’의 벼락으로 처치했다.
길로암들도 계속해서 반격을 시도했지만 언럭키는 피할 생각조차 안했다.
-카가강!
-캉!
시끄러운 쇳소리만 들릴 뿐, 그의 HP는 거의 닳지도 않았다.
“이게 공헌도 1만점짜리 갑옷인데 어딜 덤벼!”
오러를 죽죽 뽑아대던 보스몹 ‘에토’ 조차 질렸다는 표정을 짓게 만든게 이 갑옷이었다.
한낱 길로암 따위가 뚫을 수는 없는 법.
그렇게 신나게 사냥하던 도중, 분위기가 뭔가 요상하게 흘러갔다.
어느새 언럭키는 길로암들에게 포위된 것이다.
“캬아아….”
“크륵! 크륵”
놈들의 눈동자는 마치 비웃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길로암들은 언럭키를 미친 듯이 몰아쳤다.
정확히는, 그가 타고 있는 호야를 향해서였다.
딱히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지 않은 호야이다.
원래는 길로암보다 더 빠른 스피드로 피하거나 자리를 벗어나는 식의 전략을 취했는데, 지금은 포위된 상황이라 그게 여의치 않았다.
게다가 자살 특공대 형식의 공격도 벌어졌다.
죽더라도 몸뚱이로 들이받아 대니, 언럭키는 결국 호야의 등 뒤에서 튕겨나갔다.
바닥에 착지한 언럭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와 똑똑하네.”
이러니까 유저들이 6층을 기피하지.
이런 식의 전략 전술까지 사용할 수 있는 악마라면 어지간히 강력한 파티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론, 그래봐야 나한테는 안 되겠지만.’
언럭키는 가볍게 바닥을 찼다.
-탕!
“긴급탈출.”
그 즉시 신발에서 빛이 나더니 언럭키의 모습이 사라졌다.
“컁?”
공격해오던 길로암들은 갑작스레 사라진 목표에 당황했다.
희생을 통해 완벽하게 포위했는데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어허. 어딜 보시나.”
“!”
뒤편에서 언럭키의 목소리가 들리자 길로암들이 단체로 고개가 꺾일 듯 뒤를 쳐다봤다.
거기에는 언럭키가 활짝 웃은 채 망치를 휘두르고 있었다.
-쾅!
-쿠르르릉!
완벽한 포위망이라는 뜻은 거길 벗어나면 엄청나게 허술해진다는 의미이다.
한정된 숫자가 좁은 곳으로 집중되었으니 말이다.
몰려있는 길로암들을 향해 벼락줄기가 휩쓸고 지나갔다.
광역 공격의 장점은 저렇게 뭉쳐있는 놈들을 편하게 잡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결국 몇몇 길로암들이 살기 위해 도망쳤다.
“어딜!”
그때 언럭키가 다시금 땅을 크게 찍었다.
신발에서 빛이 나더니 그의 신형이 주르륵 미끄러졌다.
슬리퍼리(Slippery).
대도의 장화에 붙어있는 또 다른 스킬로, 바닥의 마찰 계수를 0으로 만들어 스케이트를 타듯 움직일 수 있는 스킬이다.
바닥을 박찬 그 속도 그대로 미끄러지기에 그는 길로암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따라잡았다.
-쾅!
-쾅!
미끄러지면서 망치를 휘둘러대니 길로암들이 픽픽 쓰러졌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딜과 탱. 둘 다 되는 지금 현 시점에서 언럭키에게 부족한건 속도였다.
“흐흐. 이거 재밌네 진짜.”
그런데 대도의 장화로 그 한계를 완벽하게 깨부쉈다.
“호야. 가자. 오늘 여기 있는 이 놈들 싹 다 조져버리자.”
“크헝!”
다시금 내려온 호야의 등을 타고 언럭키가 질주했다.
* * *
추기경이 언럭키에 준 유예 시간은 삼일이었다.
마법진을 없애는데 드는 품도 있고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그보다 더 늦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삼일 안에 연계 퀘스트 수행 가능 레벨인 105를 찍어야했다.
-띠링!
[레벨업!]몸에서 환한 빛이 한 번 터지고 지나가자 언럭키는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후…힘들었다….”
지난 삼일.
월드 사가에 접속해 있는 시간 동안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냥만 반복했다.
처음에는 분명 재밌었지만 몇십 시간을 똑같은 일만 반복한다는 게 은근히 사람 피 말리는 일이다.
게다가 시간제한까지 있기에 강제로 타임어택을 한 셈이니까.
고민도 많이 했다.
길로암보다 더 경험치를 많이 주는 고층으로 올라갈까?
지금 스펙이라면 9층이나 10층의 몬스터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럭키는 애써 그런 유혹들을 뿌리쳤다.
고층으로 올라가면 확실히 몬스터들이 주는 경험치는 많겠지.
그러나 빠른 사냥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길로암 정도는 충분히 원킬이 가능하지만 위에 층 놈들은 몇 번을 때려야 할 테고, 자연히 사냥 시간이 훨씬 늘어날 터.
그건 오히려 빠른 레벨업에 손해였다.
‘역시 내 선택이 맞았어.’
결과적으로, 언럭키는 삼일 만에 105레벨을 찍었다.
주변은 텅 비어있었다.
언럭키가 공격을 멈추자 이때다 싶은 길로암들이 도망친 것이다.
언럭키는 여유롭게 사냥터를 빠져나갔다.
“와…. 이제서야 사냥 끝났나보다.”
“지독하다 지독해. 저러니까 미튜버로 성공할 수 있는 건가?”
몇몇 유저들이 언럭키를 쳐다보며 혀를 내둘렀다.
6층이 까다롭긴 하지만 원킬컷이 낮다는 장점 때문에 체류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당연히 그들에게 있어서 지난 며칠간 최고의 화제는 언럭키였다.
뜬금없이 등장해서 파티도 아니고 솔플을 하는데 몬스터를 학살한다.
심지어 그게 한두 시간도 아니고 수십 시간 반복된다.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최소한의 순간만 빼면 언럭키는 계속해서 사냥터에 있었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니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집중하면서 말이다.
같은 유저로서 저게 얼마나 힘든지 알았기에 그들은 존경스런 눈빛으로 언럭키를 바라봤다.
“솔직히 방송 보면 좋은 거란 좋은 거는 혼자서 다 발견하면서 꿀빠는 줄 알았는데. 마냥 그런 건 아니었나봐.”
“뒤에선 이렇게 노력하니까 레벨업이 그렇게 빨랐던 거네. 너도 봤지? 지난 삼일 간 레벨업 두 번이나 한 거.”
“봤지. 경험치를 아주 쓸어 모으더라. 지독하다. 지독해.”
“하여간 나중에 이거 영상으로 나오면 재밌긴 하겠다.”
언럭키의 시원시원한 사냥은 지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사람들이 게임 방송을 보는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우리도 빨리 사냥이나 하자.”
“언럭키 발끝이라도 따라가면 열심히 해야지.”
* * *
다시 1층으로 내려온 언럭키는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헤탄을 찾아갔다.
“헤탄님. 저 왔습니다!”
“오. 자네 왔나?”
“예.”
그는 턱을 살짝 치켜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제 헤탄님이 말씀하신 자격을 다 갖췄습니다.”
“으음. 그런 것 같군.”
헤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원하게 말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부탁하겠네. 여기 지하 깊은 곳에 있을 지저 도시의 존재를 확인해주고, 어째서 리바 델 레이가 그곳을 노렸던 건지 알아봐 주게.”
-띠링!
[연계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퀘스트 : 지저 도시 탐사.]-퀘스트 등급 : 레전더리.
-퀘스트 설명 : 리바 델 레이는 어째서 악마 소환 마법진을 천공의 탑 주변에 설치했을까. 정보원 헤탄은 그 이유를 지저 도시에 있다고 판단했다. 지저 도시를 찾고, 어째서 리바 델 레이가 그 곳을 노리는지 알아보자.
-퀘스트 보상 : 적정량의 경험치, 헤탄의 보답.
-퀘스트 성공 시, 연계 퀘스트 수행 가능.
“일단 지저 도시의 입구를 따로 찾아야 하는데…그건 나중에 알게 되면 내가 자네를 다시 호출하겠네.”
언럭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 *
퀘스트도 받았겠다.
이제는 지저 도시로 출발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언럭키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재료 아이템.
-고위 악마를 죽였을 때 아주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는 정수이다. 뛰어난 대장장이가 가공한다면 강력한 아이템으로 재탄생 할 수 있다.
악의 정수.
악마를 소환하는 마법진에서 나타난 보스몹을 잡고 얻은 레전더리 급의 재료.
헤탄은 이걸 다룰만한 대장장이는 찾기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 했지만, 언럭키는 가까운 사람 중에 아는 자가 있었다.
지저 도시로 가게 되면 한동안 천공의 탑에 못 돌아올지도 모르니, 연락을 해봐야겠다.
그렇기에 그날 밤.
“후우.”
12시가 넘어 씻고 잘 준비를 마친 백현이 스마트폰을 들었다.
전에 벨라와 헤어질 때 번호를 교환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 연락을 해볼 생각이었다.
-뚜르르르.
한동안 통화음이 이어지다가.
-달칵.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저…벨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