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149
150화
“타 죽는다고! 제기랄. 날 죽일 셈이야? 빨리 꺼!”
“어….”
언럭키는 당황했다.
딱히 뭐 공격도 한 게 없는데 저런 비명을 지르다니.
일단 적은 아니고 NPC 같아 보인다.
언럭키는 급하게 디바인 포스를 껐다.
“그 날개. 날개도 빨리 치워! 그것도 굉장히 신경 거슬리니까.”
“이것까지 없으면 아무것도 안보입니다.”
“이런 어둠도 못 꿰뚫어본다고? 시력이 어떻게 된 거야?”
남자는 투덜거리더니 초소 구석을 뒤져 오래된 횃불을 꺼냈다.
가볍게 중얼거리자 불이 붙었다.
“이제 됐지? 얼른 꺼.”
“마법사였나요?”
“아니. 이런 기본 마법쯤이야 모든 뱀파이어가 할 수 있는 거지.”
“!”
언럭키는 순간적으로 벨라와 짧게 시선을 교환했다.
그냥 피부가 창백한 남자인가보다 싶었는데 뱀파이어라니.
듣고 보니 확실히 말하는 도중에 언뜻 보이는 치아 사이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있었다.
‘이건…대박인데?’
자동으로 액션캠이 돌아가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손에 물리적인 카메라가 있었다면 놀라서 떨어트렸을 것이다.
뱀파이어.
서브 컬쳐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이종족이었지만 월드 사가에서는 아직까지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다.
언럭키가 알기로 뱀파이어 계열의 몬스터나 보스몹을 처치했다는 건 들어봤어도, 이성을 지닌 뱀파이어 NPC는 나타난 적 없었다.
즉, 첫 발견이라는 뜻!
“빨리 불 끄라니까!”
“아, 네. 알겠습니다.”
언럭키는 디바인 포스와 하이 홀리 오오라를 껐다.
횃불이 있긴 했지만 주변의 신성한 느낌이 사라져서 음산해졌다.
그러나 남자는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푸근한 표정을 지었다.
“후. 한결 낫군. 그나저나 넌 뭐냐. 왜 이렇게 악취가 나는 거야?”
“어…글쎄요. 제 몸에선 별 냄새가 안 나는 것 같은데.”
언럭키가 혹시 몰라 벨라를 쳐다봤다.
그녀 역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 냄새가 안 맡아진다고? 제기랄. 너희들 코는 썩은 모양이군.”
남자는 툴툴거리더니 언럭키를 쳐다봤다.
“그나저나 여기서 다른 놈을 볼 줄은 몰랐는데. 이런 외곽부까지는 웬일이야?”
“음. 일단 말씀을 좀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저희는 인간입니다.”
“인…간?”
뱀파이어는 흠칫거리더니 언럭키와 벨라를 자세히 쳐다봤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서 호들갑을 떨었다.
“오 이럴 수가. 정말이군. 뭉툭한 송곳니, 밋밋한 피부…문헌에서 봤던 지상의 인간이랑 똑같잖아?”
“지하에는 인간이 없나보네요?”
“그렇지. 여기에 이성이 있는 종족은 뱀파이어뿐이라고. 우선 만나서 반갑군. 악취 나는 청년. 나는 벡스라고 한다네.”
“언럭키라고 합니다.”
“그게 이름인가? 참 웃긴 이름이군.”
뱀파이어 벡스는 꽤나 유쾌했다.
인간을 처음 본다면서 딱히 적대하지도 않았다.
뭐 자꾸 냄새가 난다고 뭐라 하기는 했지만…
“크흠. 그 쪽 아리따운 레이디는…부디 피 한 번만 빨게 해주시겠소?”
“…….”
“워워. 그냥 농담이었네. 거 참.”
벡스가 어색하게 웃었다.
* * *
벡스를 만나고 서로 소개를 한 다음, 언럭키는 이번 퀘스트가 꽤 쉬워지겠다 생각했다.
적대감도 없고 성격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이대로 지저 도시에 데려다달라고 하면 흔쾌히 그래주지 않을까?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우리 도시? 미안하지만 그건 좀 곤란해.”
“예? 왜요?”
“굉장히 폐쇄적이거든. 타 종족은 아예 안받아줘. 이성이 있는 타종족을 본 적도 없고.”
“어….”
이건 굉장히 곤란한데?
헤탄의 퀘스트를 완료하려면 일단 지저 도시에 출입을 해야 한다.
거기 가서 리바 델 레이가 왜 천공의 탑을 노렸을 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게 이번 퀘스트의 목표였다.
지저 도시 출입부터 막힌다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럼 뭐 다른 방법 없습니까? 저희는 꼭 지저 도시로 가고 싶어서요.”
“하핫. 우리 도시가 아름답긴 하지. 어디서 그런걸 듣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오고 싶어 하는 걸 보니 내가 다 기분이 좋군.”
벡스는 도시에 자부심이 있었는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 그러면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네.”
“뭡니까?”
“도시에 출입할 정도의 공헌도를 쌓는 거지.”
그러면 종족이 뭐건 상관없이 도시에 들어올 수 있었다.
“마침 내가 곤란한 일이 있었는데, 그걸 좀 도와줄 수 있나? 그러면 내가 가지고 있는 여분의 출입증을 주겠네.”
“얼마든지요.”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이자 벡스는 초소의 담벼락을 탁탁 쳤다.
“사실 이 초소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히사렛 때문일세. 들어봤나?”
“처음 듣습니다만.”
“어둠 속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는 몬스터일세. 자유자재로 은신하며 선공을 날리는 까다로운 놈들이지. 나와 같은 외곽 초소 경계병들은 히사렛들이 영역을 넓히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네. 자네가 히사렛들을 좀 처치해주게. 그 공로면 충분히 도시에 들어올 수 있을 거야.”
-띠링!
[사이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사이드 퀘스트 : 히사렛 퇴치.]-퀘스트 등급 : X.
-퀘스트 설명 : 뱀파이어 벡스는 히사렛들의 영역이 커지지 않도록 놈들의 숫자를 줄이길 원한다. 100마리의 히사렛을 처치하면 공로가 인정되어 도시로 출입이 가능해질 것이다.
-퀘스트 보상 : 적정량의 경험치. 지저 도시로의 출입 권한.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금방 해결해오겠습니다.”
“글쎄. 그리 쉽지는 않을 걸세. 히사렛은 그리 만만하지 않거든.”
* * *
벡스는 히사렛이 그리 만만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했지만 언럭키의 생각은 달랐다.
‘어둠 속에서 공격한다고 했지. 은신이 주력인 놈들.’
그런 계열의 몬스터라면 자신과 상성이 좋은 편이다.
“벨라님. 카메라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히사렛들이 등장한다는 구역으로 가서, 벨라에겐 임시로 영상 촬영을 부탁했다.
크게 어려운건 아니었다.
가상의 카메라를 켜고 그저 언럭키를 찍기만 하면 되니까.
우선 전투는 언럭키 혼자서 해보고,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그 때 합류하기로 했다.
“자 그럼….”
-카앙!
“!?”
그 순간 갑옷에서 불똥이 튀며 HP가 소폭 줄어들었다.
어느새 앞에 사람 키만 한 쥐 한 마리가 날카로운 발톱을 들이민 채 서있었다.
[히사렛]-레벨 : 110.
히사렛의 갑작스러운 기습이었다.
먼저 한 방을 먹었지만 언럭키는 본능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지금껏 겪어왔던 전투들은 생각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먼저 몸부터 반응하게 만들었다.
-퍼억!
우레 망치가 머리를 후려치자 히사렛은 그대로 쓰러졌다.
“어…우연찮게 한 마리를 벌써 잡아버렸네요.”
언럭키가 어깨를 으쓱였다.
“일단 계속 가보죠.”
두 사람은 히사렛들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히사렛은 커다란 쥐를 닮은 몬스터로써, 은신해 있다가 기습해 적을 죽인다.
무조건 선공을 양보할 수밖에 없어서 이런 은신 계열의 몬스터는 까다로운 편이었다.
상대하려면 과거 언럭키의 직업이었던 ‘사신’처럼 역으로 먼저 암습하던가, 아니면 지금처럼 탱커여서 맞으면서 싸우는 게 좋다.
-카칵!
-카카캉!
언럭키의 갑옷에서 불꽃이 튀었다.
어느새 또 나타난 히사렛 두 마리가 공격한 것이다.
-부웅!
반격하기 위해 우레망치를 휘둘렀지만 놈들은 뒤로 훌쩍 물러나며 피했다.
암살자라면 암살에 실패했을 때 다시 재정비를 하고 찾아와야 한다.
지능이 낮은 몬스터이지만 히사렛들도 그걸 알았다.
놈들이 어둠 속으로 다시금 사라졌다.
그러나 그걸 두고 볼 언럭키가 아니었다.
“슬리퍼리.”
언럭키가 짧게 중얼거리며 땅을 박차자 대도의 장화가 땅바닥을 미끄러지듯 내달렸다.
히사렛들은 깜짝 놀랐지만 이미 순간 속도에서 뒤쳐졌다.
언럭키의 망치가 휘둘러졌다.
놈들은 유연하게 몸을 틀어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려했다.
그러나 그것마저 통하지 않았다. 망치에서 벼락이 뿜어진 것이다.
-쿠르르릉!
“캬아악!”
“키엑!”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리는 놈들은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었다.
일단 다리가 묶였다면 그 다음부터는 언럭키의 밥이다.
사이좋게 머리통을 망치로 한 방씩 후려쳐주니 쓰러져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지금까지 처치한 히사렛 숫자 : 3/100]짧은 순간에 세마리나 되는 히사렛들을 잡았다.
언럭키는 대충 감을 잡았다.
‘수십 마리가 떼로 몰려와도 잡을만하겠는데.’
그렇게 되면 오히려 좁은 지형의 이점을 살려 더 좋을 수도 있다.
언럭키는 놈들을 좀 자극시켜보자고 생각했다.
암살자 계열의 몬스터가 싫어할만한 것.
“디바인 포스.”
-파아앗!
등 뒤로 빛의 날개가 펼쳐지며 망치에서 신성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두컴컴하던 지저에 환한 빛이 뿜어진다.
더 이상 어둠은 그들을 가리지 못했다.
이것보다 히사렛의 어그로를 끄는 방법은 없을 터.
실제로 저 멀리서 괴로운 듯한 신음과 함께 붉은 눈동자들 여러 쌍이 이쪽을 노려보는 게 보였다.
히죽 웃은 언럭키가 손을 까딱였다.
“그래. 참지 말고 어서 들어오라고.”
* * *
[지금까지 처치한 히사렛 숫자 : 100/100]언럭키가 히사렛들을 다 처치하고 돌아온 건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벡스는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돌아온 언럭키를 보며 놀랐다.
“자네 참 실력이 좋군. 원래 인간들은 그런 건가?”
“제가 유난히 좀 좋은 편입니다.”
언럭키가 담담하게 말했다.
앞으로 지저 도시에서 활동하려면 적당히 자기 PR은 해둬야겠지.
-띠링!
[사이드 퀘스트에 성공하셨습니다.] [적정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이제부터 지저 도시에 출입하실 수 있으십니다.]아쉽게도 레벨업은 없었다.
이제는 요구되는 경험치도 많이 높아져서 쉽지 않은 느낌이다.
“받게.”
벡스는 얇은 동패 하나를 건넸다.
양면에는 고풍스러운 저택이 음각되어 있었다.
“이게 있으면 우리 도시에 들어올 수 있을 거야.”
“근데 왜 출입증이 하나입니까?”
“응?”
“벨라님 것까지 두 개가 필요합니다만.”
“히사렛을 처치하면 출입증을 준다고 했지. 그게 두 개라는 말은 안했는데?”
“…….”
언럭키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들으니 맞는 말이긴 했는데, 그렇다고 벨라 빼고 자신만 갈 수는 없지 않은가.
“혹시 여분의 출입증이 더 있으십니까?”
“있긴 하지.”
“그러면 제가 추가로 히사렛 100마리를 더 처치해오겠습니다. 어떤가요?”
“아니.”
그러나 벡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히사렛들의 영역은 이 정도로 줄여놓으면 됐어. 더 줄였다가는 오히려 놈들이 어떻게 발악해올지 모르니 딱 괜찮아.”
“…저희에겐 출입증 한 개가 꼭 필요합니다. 혹시 다른 필요한 거라도 없으십니까?”
언럭키가 부탁하자 벡스는 고민했다.
“크흐흠. 뭐…정말로 출입증이 갖고 싶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지.”
“뭡니까 그게?”
벡스는 은근한 눈빛으로 벨라를 쳐다봤다.
“그 쪽 인간한테 정말 좋은 냄새가 풍기거든. 딱 10초만 피를 빨게 해주면 출입증을 주겠네.”
“미쳤습니까? 절대 안 됩니다.”
언럭키가 정색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뱀파이어한테 흡혈을 맡기겠는가.
벡스가 손을 내저었다.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는데 고작 10초의 흡혈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빈혈도 안온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
그 때 벨라가 불쑥 팔을 내밀었다.
“저는 괜찮…아요.”
“벨라님?”
“필요한 일이잖아요.”
언럭키가 뭐라 더 말하려고 했지만 벨라는 고개를 저었다.
벡스는 살짝 눈치를 보다가 송곳니를 드러냈다.
“크흐흐. 그럼 잘 먹겠네.”
그리고는 새하얀 팔뚝에 푹 박아 넣더니 대략 10초간 피를 빨아댔다.
잠시 후, 입을 뗀 그는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아아…. 이런 천상의 피 맛이 존재할 줄이야….”
언럭키가 걱정스런 얼굴로 벨라에게 물었다.
“벨라님. 괜찮으세요? 뭐 저주에 걸렸다거나 아니면 몸이 안 좋다거나 그런 거 없으세요?”
“HP만 조금…줄었어요. 나머지는…멀쩡해요.”
벨라는 고개를 저었다.
흡혈의 시간이 잠깐이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소량의 HP만 줄었을 뿐 아무 문제는 없었다.
한참을 더 감격해하던 벡스는 출입증을 벨라에게 건넸다.
“정말 고마워. 살아있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상품의 피 맛이었어.”
가만히 보다보니 언럭키는 살짝 억울한 기분을 느꼈다.
“그럼 저도 굳이 히사렛 처치할 것 없이 피만 한 번 빨게 해드리면 됐던 겁니까?”
벨라는 너무 멀쩡해보였고, 출입증을 받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초뿐이었다.
히사렛 사냥보다는 이게 훨씬 더 가성비 있는 것 아닌가.
그 말에 벡스는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자네처럼 악취 나는 피를 누가 먹나? 황금을 준다고 해도 거부감이 드는군. 우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