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171
172화
평타.
보통 게임에서의 기본 공격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캐릭터이건 평타는 그리 강하지 않다.
좋은 스킬들에 붙어있는 데미지 계수 같은 게 없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아이템과 능력치 상승 옵션을 잔뜩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은, 평타는 스킬을 보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평타 한 방의 위력이 이렇게 셀 줄이야.’
레드 와이번 대장이 평타 한 방에 쓰러졌다.
언럭키가 레벨을 좀 높인 상태에서 도시에 들어왔다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유가 있다면 하나.
아이템의 성능이 심할 정도로 좋았고, 그게 직업 ‘신궁’과 잘 어우러졌다.
“어, 어떻게 이런….”
헬로임은 당황해서 할 말을 잊었다.
“저도 레드 와이번 대장은 한 방에 처리할 수 없는데….”
아니. 한 방은커녕 혼자서 잡는 것도 아슬아슬하다.
애초에 월드 사가는 솔플을 하라고 만들어놓지 않았다.
파티를 결성하고 다들 제 역할을 해야 무난하게 사냥할 수 있다.
궁수의 역할은 후방에서 안전하게 딜을 넣는 것이지 1대1로 몬스터와 싸우는 게 아니다.
탱커가 완벽하게 어그로를 끌어놓으면 끊이지 않고 지속딜을 넣는 것.
그게 궁수의 역할이다.
마법사는 쿨타임을 기다리다가 큰 거 한 방을 날리는 식이라 또 약간 다르다.
‘이게 스트리머 언럭키의 진짜 실력인가?’
그러나 언럭키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다.
압도적이었다.
궁수는 처음 한다더니, 설마 이런 식의 플레이를 보여 줄 줄이야.
‘이건…내가 아는 궁수가 아닌데….’
아까 자신이 했던 걱정은 괜한 것이었다.
언럭키 역시 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방에 잡을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게다가 웃긴 건, 아직까지 스킬 같은 건 하나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좀 더 해봐야 감이 잡힐 것 같은데.’
“일단 사냥터로 가서 몇 번 더 쏴 봐도 될까요?”
“아, 네. 그럼요.”
언럭키의 말에 헬로임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부터 진형이 바뀌었다.
하사 계급장을 단 언럭키가 가장 앞장서고, 소령 헬로임과 병사들이 뒤따르는 형태였다.
***
브라흐마스트라.
언럭키가 지금 들고 있는 이 활은 레벨 125가 넘어가는 이 시점까지 얻었던 것 중에 가장 좋은 물건이었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서, 공격력부터가 압도적이었다.
무기 공격력이 무려 200.
레벨 200때 착용하는 어지간한 레어~유니크급 아이템도 200을 넘기는 힘들다.
그걸 무려 레벨 125부터 적용받고 있는 것이다.
직업 ‘신궁’과 연계되면 공격력이 훨씬 더 증폭되고, 그 덕에 레도 와이번 대장을 평타 한 방에 처치할 수 있었다.
‘심지어 공격력은 기본값이고. 정말 중요한건 내장된 스킬이지.’
브라흐마스트라에는 내장 스킬이 무려 3개나 되었다.
그중 ‘유도샷’ 스킬을 사용해보았다.
-띠링!
[지금부터 유도샷이 사용됩니다.] [사격 거리에 비례해 소모되는 마나량이 증가합니다.]사냥터에 입성한 뒤, 언럭키는 화살을 시위에 걸어 쭉 당겼다.
기본 스킬로 주어진 ‘궁술 마스터리’ 덕에 자세는 올림픽 양궁 선수 뺨 칠 정도였다.
다만 헬로임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언럭키님. 아직 거리가 많이 남았는데 벌써 시위를 당기세요?”
그들은 열심히 걸어서 ‘레드 와이번의 서식지’에 도착했다.
다만 사냥터 초입부라서 몬스터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쏘면 닿는 거리긴 하지만 유효타를 맞추긴 힘들어보였다.
언럭키는 굳이 입을 열어 헬로임의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저 행동으로 보여 줄 뿐.
-핑!
화살을 쐈다.
명중률 보정이 들어가 있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긴 했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과장 좀 보태서 점으로 보일만큼 작은 놈을 과연 여기서 잡을 수 있을까?
-퍼억!
걱정은 기우였다.
화살에 적중당한 레드 와이번 한 마리가 힘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약간의 경험치가 들어오는 것으로 적을 처치했음을 알았다.
“허….”
헬로임의 어처구니 없어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옆에 있던 유저들의 반응도 대부분 비슷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대충 감이 오는군.’
유도샷의 성능은 확실히 알겠다.
적당히 쏘면 화살이 살짝 휘어지며 적을 맞춘다.
일반 궁수 유저에겐 그리 좋을 것 없는 스킬이었다.
너무 멀리서 맞췄는지 마나 소모량이 꽤 되었다.
모든 능력치를 골고루 키운 언럭키조차도 꽤 놀랐을 정도니, 다른 유저가 이런 스킬을 쓰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 대신 활의 공격력이 엄청나서, 일단 맞추기만 하면 무조건 한 방이다.’
몬스터의 레벨대가 더 높아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그랬다.
슬쩍 웃은 언럭키가 다시금 활시위를 걸고 활을 당겼다.
-핑!
-핑!
-피잉!
계속해서 쏘아지는 화살들.
저 멀리 화살이 나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와이번들이 하나씩 추락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여유로워 보이는 언럭키를 보며 헬로임은 도저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
활을 쏘면서 사냥하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언럭키는 지금껏 올마스터라는 레전더리 직업 덕에 여러 직업들을 최고 수준으로 플레이했었다.
검왕, 사신, 성왕, 네크로 엠페러.
모두 다 저마다의 장점이 있는 정상급 직업들이었다.
언럭키는 그 직업들을 최대한 잘 살려 강력한 플레이를 해왔다.
다만 신궁은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방식이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싸우는 것도 아니고, 대량으로 언데드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그저 멀리서 활을 당겨 쏠 뿐.
근데 고작 그 동작만으로 아무런 위기도 없이 몬스터가 픽픽 죽어나갔다.
“궁수가 되게 재밌는 직업이었군요.”
“…….”
밝게 웃으며 말하는 언럭키를 보며 헬로임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예 뭐…재밌어 보이긴 하네요. 제가 아는 궁수랑은 조금 달라 보이지만요.”
저딴 식으로 사냥하는 궁수 유저는 없다.
시야에 살짝 보일 듯 말 듯하게 멀리 있는 몬스터를 가볍게 활만 한 번씩 당겨 처치하다니.
‘그게 가능했으면 진작에 랭킹 1위부터 100위까지 궁수가 먹었지.’
저건 궁수 유저의 이상편이다.
현실편은 굉장히 힘들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면 맞지 않는 화살.
운 좋게 맞춘다고 해도 열 받은 몬스터가 달려들면 앞에서 지켜줄 탱커가 있어야 했다.
탱커가 없다면? 그럼 죽는 거다.
마법사 같은 경우는 직업 등급이 높거나 스킬이 좋다면 강력한 마법으로 몬스터를 원 킬 내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궁수는 거의 평타 위주의 지속딜을 많이 넣기에 그런 게 힘들었다.
몬스터와 1대1 구도가 되는 순간 엄청나게 불리해 지는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굴러다니며 도망치다가 틈나면 활 쏘고 하는 게 보통 궁수들의 플레이인데…’
실력 있는 궁수는 얼마나 잘 피하며 그 사이사이에 공격을 잘 하느냐로 갈렸다.
무슨 혼자 다른 게임 하는것마냥 우아하게 활쏘기 하는 언럭키가 이상한 것이다.
“아, 그런데 너무 저만 잡았군요. 이런…죄송합니다.”
언럭키는 그제야 다른 유저들의 생각이 났는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헬로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차피 이 거리면 저희들은 공격도 못해요.”
여기서 가장 강한 그조차도 명중률은 50% 정도나 될까.
데미지 또한 절대 원킬 낼 수는 없어서 괜히 어그로만 끌릴 것이다.
물론 레드 와이번보다 레벨이 훨씬 높아서 놈이 날아오는 동안에 잡기야 잡겠다만, 굳이 그럴 필요 없었다.
“그리고 전 여기서 사냥으로 레벨업 못합니다. 언럭키님이 잘 해주시니 오히려 좋죠.”
그가 병사들을 데리고 여기 온 이유는 군공을 쌓기 위함이었다.
와이번의 공중 요새에서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단순 사냥뿐만 아니라, 군공을 경험치로 환산하는 방법도 있었다.
군공을 잘 쌓으면 도시로 가서 그걸 그대로 경험치로 치환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경험치 뿐만 아니라 아이템이나 스킬북으로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휘관급이 되면 밑의 병사들을 이끌고 군공만 잘 쌓는 게 훨씬 더 이득이었다.
“헬로임님이야 그렇다 치고, 그럼 다른 분들은….”
“저희도 괜찮습니다. 같은 부대로 들어가 있어서 군공도 같이 얻을 테니까요.”
병사 유저들 역시 괜찮아했다.
자신들이 낄 수준이 아니라는 걸 체감했다.
여기서 나서봐야 좋은 꼴은 못 보겠지.
“알겠습니다.”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지금부터는 제 방식대로 좀 해도 될까요? 한 마리씩 잡는 건 좀 감질나서요.”
적응도 했겠다, 좀 본격적으로 움직여보고 싶었다.
***
언럭키는 이 곳에 혼자서 온 게 아니었다.
-제가 총령 각하를 따라가지 않으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뀨르!
-충성을 다해 모실 테니 부디 쫓아만 가게 해주십시오.
-뀨르르!
이이손과 호야.
둘 역시 워프 게이트를 타고 쫓아온 것이다.
다만 언럭키와 함께 도시 내부로 들어가진 않았다.
이아손은 굳이 도시에 함께 올 필요도 없었고, 공중 요새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는 전부 와이번 계열이라 그는 이등병 계급을 받으면 더 올라가기도 어려웠을 거다.
그래서 도시 바깥에 대기하다가, 언럭키가 사냥을 위해 움직이자 그 때 따라붙었다.
멀찍이서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언럭키로부터 지시가 내려왔다.
-레드 와이번의 시선을 좀 끌어줬으면 좋겠군.
레드 와이번은 적이 보이면 죽어라 쫓아가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아손이 돌아다니며 조금만 어그로를 끌어도 여러 마리를 몰이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이후가 문제겠지만.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나 못 믿어? 네가 공격받기 전에 내가 다 해치울 거야.
-…아닙니다. 제가 총령 각하를 못 믿으면 누구를 믿겠습니까.
솔직히 걱정이 되었지만 언럭키를 믿고 움직였다.
그리고 지금.
“키에에엑!”
“캬아아악!”
머리 위에서 날뛰던 레드 와이번들이 픽픽 쓰러졌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먼 거리에서부터 날아온 화살이 머리나 심장에 꽂혔는데, 빗나가는 것도 없이 전부 치명타를 입히며 잡아낸 것이다.
수십 마리의 와이번 떼가 계속해서 날아오는 화살비에 순식간에 전멸했다.
“역시 총령 각하는 굉장하시군.”
“뀨르! 뀨르!”
“총령 각하가 아니라 네 주인이라는 거냐? 그래봤자 내게는 영원한 총령 각하이시다.”
이아손과 호야가 서로 가슴을 펴며 으스댔다.
호야의 임무도 있었다.
죽은 와이번 시체가 사라지며 드랍되는 골드와 잡템들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모았다.
나중에 이걸 갖다 주면 간식으로 바꿔 받을 수 있기에 놓치는 것 하나 없이 꼼꼼히 움직였다.
이아손도 그에 뒤쳐질 새라 더 열심히 몬스터들을 몰이해왔다.
“캬아아아!”
“키엑! 키엑!”
또 한 무더기의 레드 와이번들이 그를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걱정은 하나도 안 되었다.
‘또 총령 각하의 화살이 날아오겠지.’
그러나 와이번들의 거리가 가까워지는데도 화살은 날아오지 않았다.
“?”
뭔가 쎄한 기분이 들었다.
***
“아, 이런. 마나 다 떨어졌네.”
신나서 화살을 쏘던 언럭키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원거리에서 몬스터를 학살하는 재미에 푹 빠져 그만, 마나 관리에 실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