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186
187화
한창 잠자리 와이번을 사냥하던 도중 언럭키는 살짝 당황했다.
‘왜 저기서 빛이 나?’
몬스터라고는 전혀 없는 곳에서 행운의 무지개 능력이 발동되고 있었던 것이다.
위험해보이는 붉은빛이었다.
‘고장인가?’
처음엔 능력이 오발동 된 건 아닌가 싶었다.
너무 뜬금 없는 곳에서 붉은 빛이 터져나왔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능력 덕에 먹고 산다고 과언이 아니었기에, 혹시나 싶어 이아손을 보내봤다.
언럭키 밑에서야 이리저리 치이지, 다른 도시에서는 어쌔신 로드 취급을 받는게 이아손이다.
은신한 채 이동한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엄폐한 채 기다리고 있는 의문의 암살자 두 명이었다.
‘누가 날 노리고 보낸 건가?’
자신을 노린 암살자라는 소식에도 언럭키는 담담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했다.
특임대의 작전으로 고위직을 암살한 순간부터, 그를 노리는 제3의 인물이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굳이 사로잡아서 어디서 온 놈들이냐고 묻기보단 그냥 깔끔하게 처리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이아손이 알려준 방향으로 그대로 화살을 발사했다.
놈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죽었다.
-파앗!
“?”
그 직후에 일어난 일에는 언럭키도 꽤나 당황스러웠다.
‘아니…?’
죽은 암살자들이 있던 자리에서 파란색 빛이 치솟아 오른 것이다.
‘날 노린 어쌔신이 NPC가 아니라 유저였어?’
죽고 나서 들고 있는 아이템을 드랍하는 건 PK 당했을 때의 경우였다.
몬스터도 아니고 NPC를 죽여서 아이템을 드랍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결정적으로, 미세하지만 카르마 수치가 약간 올랐다.
놈들이 유저라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파란색 빛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똑같이 생긴 단검 두 자루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맹독의 이빨]-아이템 등급 : 유니크.
-아이템 효과 : 공격력 + 110 상승.
-500종의 독사들의 독을 한데모아 만들어낸 단검이다. 스치기만 해도 중독 증세를 일으킨다.
-피격 시 90%의 확률로 ’중독’을 일으킨다.
-중독은 5회까지 중첩되며 추가 피해를 입힌다.
-아이템 착용 제한 : 레벨 130 이상, 어쌔신 계열 직업.
독사의 이빨을 형상화한 단검 계열의 아이템 두 자루였다.
카메라에 그 장면이 비치자 시청자들도 이게 무슨 일인지 사태를 파악했다.
시청자들은 의외로 그러려니 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이다.
남이 잘나가는걸 보기 싫어하는 사람은 많고, 그들이 돈까지 많을 경우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현실도 아니고 가상현실 게임에서야 PK 암살 같은 건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이것도 일종의 컨텐츠였다.
여기서 자신이 보일 반응은 분노나 원망 같은 게 아니다.
그런 진지한 모습은 되레 재미없게 비춰진다.
그 반대로 행동해야했다.
언럭키가 아이템들 집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이건…착하게 산 저에게 누군가가 기부하는 물건인가 보군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보태겠습니다.”
가볍게 손을 모아 묵념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그래서 이걸?님이 3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웃긴드립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ksdhogi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연 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
이어지는 후원 세례에 언럭키가 눈을 반짝였다.
‘오늘도 한 번쯤 올 것 같은데.’
이런 분위기가 되면 최근에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큰 손이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빠밤!
[건물주입니다님이 2,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커다란 팡파르 소리와 함께 200만원의 후원이 찾아왔다.
언럭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감사합니다 후원해주신 여러분 모두들. 그리고 건물주입니다님. 200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사실 이런 어쌔신들의 저격은 언럭키에게 상당히 위험하다.
라이브 도중에 당해서 죽기라도 하면 잘나가던 언럭키의 이미지에 흠집이 생긴다.
그의 미튜브 컨셉은 쉽게 쉽게 플레이하는 절대자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인 법.
‘저격 한 번에 얻은 게 얼마야.’
유니크 아이템 두 개에 상당한 금액에 후원금까지.
언럭키가 살짝 입맛을 다셨다.
혹시 한 번 더 안 와주나?
좀 더 두둑하게 챙겨서 와주면 기분 좋을 것 같은데.
* * *
레지스탕스 길드의 부길드장 갈로하론은 업무시간인데도 처리할 문제들을 뒤로한 채 미튜브를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언럭키의 라이브 방송이었다.
잠자리 와이번들을 처치하는 놈의 초반 모습을 보며 그는 활짝 웃었다.
“흐흐. 역시 활 성능이 미쳤군. 저 활이 곧 있으면 내게 온다 이거지.”
브라흐마스트라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보면 볼수록 더 체감이 됐다.
하루라도 빨리 저걸 얻어서 써보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의 표정은 굳어졌다.
“아, 아니…!?”
언럭키가 갑자기 이상한 곳으로 활을 쏜다 싶더니, 자신이 보낸 암살자들이 죽어버린 것이다.
심지어 기껏 들려서 보냈던 유니크 단검 두 자루는 드랍까지 하고서!
“저게 얼마짜린데 이 쓰레기 같은 놈들이!”
갈로하론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상했던 자존심이 더 상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인터폰을 들었다.
“비서실! 당장 들어와!”
잔뜩 고조된 그의 목소리에 비서실 직원들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왜, 왜 그러시는지요 부길드장님?”
“왜 그러시냐고? 지금 그걸 몰라서 물어?”
쾅!
갈로하론이 책상을 거세게 내리쳤다.
일렬로 주르륵 서있던 비서실 직원들이 움찔거렸다.
그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그들에게 집어 던졌다.
“이거 봐. 너희들이 보낸 유저 사냥꾼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돈은 돈대로 들고 저 새끼 좋은 일만 다 시켰잖아! 회사 돈이라고 막 쓰는 거야? 무슨 저딴 놈들한테 의뢰를 맡겨!”
“…….”
성질내는 갈로하론을 바라보는 비서실 직원들은 어이가 없었다.
회사 자금을 사적 복수를 하는데 쓴 건 갈로하론이다.
비서실 직원은 성격 나쁜 그가 시키는 일을 한 죄밖에 없다.
게다가 유저 사냥꾼에게 의뢰를 맡기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다.
언럭키가 지금 있는 도시는 거의 원거리 계열 유저들만 가는 곳이라 거기 갈 암살자 유저를 찾기도 어려웠다.
간신히 괜찮은 놈들을 찾아서 웃돈을 주고 아이템까지 쥐여서 보내줬건만.
실패한 건 안타깝긴 한데 그걸 비서실에 책임을 묻는 게 얼마나 이상한가.
“이딴 놈들을 비서실이라고 데리고 있으니…어휴. 내가 속이 터져서 진짜. 싹 다 꺼져 그냥.”
갈로하론은 한참 씩씩거리다가 손을 휘저었다.
비서실 직원들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밖으로 나왔다.
“…….”
“…….”
나간 그들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잠시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총대 메고 할까요?”
“같이 해요. 그게 더 나을 테니까요.”
* * *
비서실 직원들이 나간 후에도 갈로하론은 분을 참지 못했다.
“길드장한테 얘기해서 싹 갈아 치우던가 해야지. 하여튼 간에 제대로 일처리를 하는 놈들이 없어. 저런 녀석들을 어떻게 믿고 레지스탕스 길드의 랭커들이 성장을 하라는 건지….”
계속해서 궁시렁 거리다 보니 생각은 어느덧 다시 언럭키에게로 향했다.
한 번 실패했지만 브라흐마스트라에 대한 욕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갖지 못했기에 더 갖고 싶었다.
‘이번에는 더 뛰어난 사냥꾼에게 의뢰를 맡겨봐야겠어. 하필 그 놈이 공중 요새에 있어서 구하기가 어렵겠지만….’
게다가 아이템도 유니크가 아니라 레전더리 급으로 맞춰준다면 암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금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길드는 1티어로 유명한 레지스탕스.
오가는 금액만 해도 천문학적이다.
그런 곳의 부길드장이었다. 공금을 약간 굴리는 것만으로도 사냥꾼 고용 비용 정도는 충당할 수 있으리라.
“이번에는 비서실 놈들에게 맡겨 놓는 게 아니고 내가 직접 해야겠어.”
귀찮지만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에잉. 저렇게 능력이 없어서야.
그렇게 구체적인 계획을 자세히 짜고 있던 때였다.
쾅 소리와 함께 거칠게 문이 열렸다.
갈로하론이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내 집무실을 이렇게 함부로…!?”
그러다 표정이 변해 벌떡 일어났다.
“기, 길드장님?”
“부길드장. 바쁜가?”
레지스탕스 길드장이 직접 방문한 것이다.
“아, 아닙니다. 길드장님이 어쩐 일로 여기까지….”
하이 랭커 중에서도 상위권인 그는 이 시간이라면 한창 월드 사가에서 바쁘게 레이드를 뛰고 있어야 한다.
“잠시 레이드 일정을 미루고 왔다. 급하게 처리해야할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까?”
“그래. 짐작이 가나?”
“…….”
빤히 쳐다보는 길드장의 모습에 갈로하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그 뒤쪽 바깥에서 여기를 조심스럽게 쳐다보는 비서실 직원들이 보였다.
‘!? 설마…?’
짐작은 사실이 됐다.
“부길드장. 선은 적당히 넘었어야지. 길드 공금을 한두 번도 아니고 그렇게 계속해서 마음대로 갖다 쓰면 되는가?”
“기…길드장님….”
“게다가 이번에 한 게 준랭커 유저에게 암살 의뢰를 넣은 거라며? 요즘 1티어 길드들 사이에서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한데 자네 미쳤나? 소문이라도 잘못 났다가 유저들이 완전히 등 돌리면. 길드 망하게 하고 싶어?”
“…….”
덤덤하게 말했지만 저 모습이 극도로 화난 거라는 걸 갈로하론은 알고 있었다.
“짐 싸서 나가게. 우리 길드에 더 이상 자네 같은 부길드장은 필요 없어.”
“길드장님!”
“횡령으로 고소까지 당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조용히 물러나는 게 좋을 거야. 비서실 직원들이 일을 잘해서 지금까지 있었던 자료들을 잘 모아놨더군.”
“…….”
갈로하론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고개를 푹 숙였다.
* * *
아침 6시. 매일 있는 회의 시간.
하지만 오늘은 백현과 박세훈, 이용승 세 사람의 눈이 조금 더 초롱초롱했다.
잠에서 막 깨서 피곤할 만도 하지만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은 것이다.
“확인합니다?”
“아 제발. 뜸 그만 들이고 빨리 해줘.”
백현이 스마트폰을 들고 까딱이자 박세훈이 안달 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용승도 비슷한 기색이었다.
공중 요새에 들어와서 라이브를 한 지도 열흘이 넘었다.
오늘은 그 열흘간 후원금이 총 얼마나 들어왔는지, 결산을 하는 날이었다.
“어휴. 알겠습니다. 저도 궁금하네요. 분명 많긴 할 건데, 다 더하면 얼마나 될지….”
백현이 미튜브 마이페이지에 들어가 후원금 정산 항목을 눌렀다.
그리고 세 사람은 스마트폰에 뜬 숫자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
“!!”
짐작했던 것보다 더 큰 액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