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189
190화
긴장감이 흐른다.
풀풀 풍겨져 나오는 악한 기운은 절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네크로엠페러 시절에 어둠 속성을 깨우쳐 본 언럭키는 잘 알 수 있었다.
놈은 리바 델 레이에서 온 게 확실했다.
그쪽에서 자신을 콕 집어서 왔다.
이유가 뭘까?
‘더 이상 두고 보기 힘들만큼 빡친 건가?’
언럭키가 지금껏 방해한 리바 델 레이의 일들이 몇 개인가.
망가트린 분타만 2개 이상에, 얼마 전에는 지저에서 놈들의 성물까지 가져갔다.
그건 지금도 인벤토리에 안에서 잘 자고 있었다.
거기에 얼마 전에는 볼튼 전 중장을 처치하기도 했고.
‘뭐 때문에 꼬리가 밟혀 온 건지는 모르겠군.’
원인이 너무 다양했다.
언럭키의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스쳐지나갈 때였다.
“오랜만이군.”
“?”
“벌써 내 목소리를 잊어먹은 건가?”
상대가 로브의 모자를 뒤로 젖혔다.
드러난 얼굴에 언럭키는 살짝 놀랐다.
“에토?”
몬시뇰 에토.
천공의 탑 근처 분타를 맡고있던 분타주이자, 지금은 리바 델 레이 본부에 잠입해있는 자였다.
“그래. 나다.”
“…네가 어떻게 여기 있지?”
본부에 들어간 에토는 이런저런 제약에 걸렸다.
본부의 정보를 서면이든 뭐든 외부로 발설할 수 없는 금제, 허락을 받지 않는다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제한 등.
한 달에 한 번 연락을 함에도 많은 정보를 전해줄 수 없는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헌데 그런 그가 여기에 있다니.
“다 네 덕분이다.”
“나?”
“그래. 원래 여기서 분타를 건설해야 했을 볼튼 전 중장을 네가 처리해야 하지 않았나.”
에토가 피식 웃었다.
“그놈이 망하면서 본부에서 추가로 보낼 몬시뇰을 선발했다. 다행히 위쪽에서는 분타주 경험이 있던 나를 선택했지.”
“그럼 네가 새롭게 이어서 여기다가 리바 델 레이의 분타를 짓는 건가?”
“그렇지. 거기에 더불어 볼튼 전 중장을 처치한 너에 대한 암살 임무도 같이 받고 왔다.”
“…….”
언럭키와 에토가 동시에 피식 웃었다.
“그것 참 굉장한 임무들이군.”
“그렇지?”
에토는 이중첩자다.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린 리바 델 레이에 원한을 품고 본부로 들어간 것이다.
그런 그가 과연 멀쩡하게 그들이 내린 임무를 수행할까?
절대 그럴 리가 없다.
“그래도 겉으로는 뭔가 보여 줘야 되거든. 내가 널 기다리고 있었던 이유다. 혹시 날 좀 도와줄 수 있나?”
공중 요새는 외부에서 온 자는 누구든 이등병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름 잘나가던 언럭키도 그랬고 잠깐 왔었던 헤탄도 그랬었다.
에토는 그 점 때문에 부탁을 한 것이다.
중장급 되는 장성 정도 되어야 시도해볼만한 일을, 이등병부터 시작하면 언제 이루겠나.
간신히 얻어낸 본부의 신뢰를 잃을 게 분명했다.
“음…. 내가 별을 달았다고는 하지만 딱히 중앙 권력과는 잘 알지 못하는데.”
그의 빠른 진급은 정치질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말도 안되는 작전 성공률과 속도, 특임대라는 특수성에 있었다.
알고있는 장성이라고 해봐야 맥켈 대장 정도인데…
‘…맥켈 대장을 소개시켜주면 될 것 같기도 한데?’
차기 원수 소리를 듣고 있는 게 맥켈 대장이었다.
언럭키는 그런 그에게 엄청난 신뢰를 얻고 있었고.
“방법이 있을 것도 같군. 잠깐 기다려봐라.”
* * *
맥켈 대장은 언럭키의 추천을 두 팔 들어 환영했다.
-자네가 추천하는 자라고? 하핫. 그러면 얼마든지 환영이지. 바로 특임대로 데려오겠네. 계급도 내 권한이라면 하사부터 시작하게 할 수 있을게야.
특임대는 들어가는게 굉장히 까다롭다.
언럭키는 특임대 측에서 먼저 접촉해왔지만 그건 선행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심성은 어떤지, 전에 뭐 하던 자였는지, 죄가 있는지 등.
언럭키는 명예 수치를 잔뜩 올려놨기에 은은한 고귀함이 풍겨 나올 정도였고, 신탁까지 받았다.
그것들이 그의 신뢰성을 입증한 것이다.
특임대가 소수 정예로 운영되는 까닭은 이런 조건들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다.
에토는 언럭키 덕분에 그 과정을 전부 건너뛰었다.
언럭키의 추천인이라고 하니 맥켈 대장은 제대로 알아볼 필요도 없다며 바로 받아준 것이다.
“고맙다. 네 덕분에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었다.”
에토가 말했다.
그 역시 실력 하나는 어디 가서 꿀리지 않기에 빠른 진급은 자신 있었다.
중요한 건 군부의 신뢰를 얻어서 시작 부대를 정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이등병부터 하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시간 낭비를 많이 한다.
아주 기초적인 작전부터 나가면서 신뢰를 쌓고 점점 더 어려운 작전이 배당되는 식이었다.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불편한 과정을 건너 뛸 수 있게 되었다.
언럭키는 그 후부터 다시금 작전에 들어갔다.
장성이 되어서 맡는 작전은 확실히 어려웠다.
난이도가 달랐다.
그리고 그 말인 즉슨.
-띠링!
[레벨업!]잘만 한다면 엄청난 경험치를 뽑아먹는다는 뜻이었다.
도시의 서쪽. 와이번 유적지로 간 언럭키가 발견한 것은 꽤나 익숙한 놈들이었다.
“그어어어어-!”
[와이번 좀비]-레벨 : 145
살점이 녹아내려 군데군데 뼈가 보이는 와이번 좀비.
레벨대가 높기에 한 마리 한 마리 사냥할 때마다 경험치가 엄청나게 들어왔다.
심지어 이번에 얻은 ’도시의 장군’ 업적으로 5%의 경험치를 추가적으로 얻었다.
‘단순 유적지가 아니라 와이번 사체가 좀비화되어 튀어나오는 곳이었군.’
언럭키는 사냥과 동시에 유적지와 몬스터들을 꼼꼼하게 살폈다.
그가 받은 작전은 단순히 몬스터를 처치하는 게 아닌, 여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하는 것이었다.
‘전에 파견 나왔다던 특임대원은 좀비 와이번들한테 죽은 건가.’
그럴만했다.
튀어나오는 좀비 와이번들의 물량은 어마무시했다.
유적지는 지상과 지하를 번갈아 넘나들어야 하는 지형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쾅!
“그어어!”
지금도 벽면을 부수고 좀비 와이번 한 마리가 이빨을 들이밀었다.
언럭키는 뒤로 훌쩍 뛰어 한 바퀴 굴렀다.
그러는 와중에 활을 들어 시위에 화살을 걸고 조준까지 완벽히 끝내놓았다.
-피피피핑!
두개골과 몸을 기동하는 관절 부위들에 화살들이 때려 박혔다.
덜컥 하고 몸이 굳는다.
거의 비슷한 위치로 한 번 더 화살들이 쏟아지자 그대로 풀썩 무너지며 몸이 바스라졌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손쉽게 처치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여기는 성왕 시절이 훨씬 더 좋을만한 장소네.’
좁은 던전 같은 장소에서 힘을 발휘하는 건 탱커 계열이다.
심지어 성왕은 이런 좀비 계열 몬스터들에게 치명적인 신성력을 뿜는다.
신궁도 나쁘진 않지만,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피피핑!
언럭키가 또다시 앞으로 구르며 화살을 쐈다.
이번엔 천장을 부수며 등장한 좀비 와이번에게 화살 세례를 쏘아주었다.
어렵지 않게 처치했지만 덕분에 꼴이 말이 아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굴러다니느라 몸이 흙먼지로 뒤덮였다.
대충 툭툭 털어내고 언럭키는 앞으로 전진했다.
* * *
유적지에 와서 좀비 와이번을 봤을 때 솔직히 기대를 했다.
‘유적지 중심부에 뭔가 수작질이 있지 않았을까?’
볼튼 전 중장 사건만 봐도 그렇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는 법.
멀쩡한 유적에 좀비 와이번이 탄생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언럭키는 기대를 했다.
이번에도 도시를 향한 음모가 발생한 거고 그걸 해결한다면, 장성이 되자마자 또 큰 공적을 세우는 것이었다.
“흠….”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을 벗어났다.
유적지 중앙에 존재하는 건 많은 숫자의 좀비 와이번들이었다.
보스몹도 없었고 누군가 특별히 손 본 것도 없어보였다.
‘자연 발생한 던전 같은 건가.’
그렇다면 아쉽게 되었다.
이 상태로 오래 놔두었다면 정말로 던전이 탄생했을 테고, 그 뒤에 입장했다면 최초 입장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언럭키는 내부의 모든 몬스터를 사냥하고 다시 도시로 복귀했다.
맥켈 대장은 언럭키의 결과물을 보며 흡족해했다.
“내가 부하들에게 바라는 게 딱 자네처럼만 해주는 걸세. 정찰, 상황 파악, 해결까지. 아주 완벽해.”
박수를 치며 극찬했다.
하나를 시키면 최소 둘, 셋을 해오는 부하 직원이라니.
누구나 다 비슷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퀘스트 보상으로 얻은 경험치와 업적도 나쁘지 않았다.
아쉽게도 레벨업은 못했지만, 이번에 좀비 와이번들을 잡으며 무려 레벨을 2개나 올리고 왔다.
“이제 좀 쉴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원한다면 휴가를…”
“괜찮습니다. 바로 다음 작전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네.”
맥켈 대장은 잠깐 웃더니 책상 위에 여러 서류들을 내려놓았다.
“장성급만이 할 수 있는 난이도 높은 작전들이지. 사실 해야 할 일은 많고 자네만한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야. 자네가 열심히 일해 준다면 내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워. 뭘 맡아서 하겠나?”
언럭키의 대답은 간단했다.
“전부 다 하겠습니다.”
어차피 하나씩 깨 나갈 거, 그냥 한 번에 다 받아서 동선 꼬이지 않게 맞춰가면서 해야겠다.
* * *
언럭키가 이 도시 ’공중 요새’에 들어왔을 때의 레벨은 125 정도였다.
지저 세계에서 생각보다 많은 레벨을 올렸기에 보통 도시 입장 레벨인 120보다 더
그때로부터 약 40일이 지났다.
원스타를 달성하는데 4주쯤 걸렸고, 그로부터 2주 조금 안 되는 시간이 또 흐른 것이다.
언럭키의 레벨은 도시의 한계치인 150에 거의 근접했다.
다른 사람들이 들었다면 놀라서 기절할만한 속도였다.
레벨 150.
레벨 200이 넘어가면 랭커 소리를 듣는 만큼, 레벨 150 부터는 확실히 준랭커 취급을 받았다.
물론 그 50의 벽이 크긴 하지만, 레벨 120~150 사이의 구간을 한 달 조금 더 되는 시간동안 돌파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백현은 그리 크게 놀라지 않았다.
“말이 안 되는 일은 내 레벨이 아니고 통장이지.”
최종적으로 이번 달 정산이 완료되었다.
라이브 후원금, 새롭게 갱신된 광고 계약, 미튜브 조회 수 수익, 아이템 판매 대금과 골드 환전 대금 등.
여러 가지 것들을 전부 종합해 통장 하나에 몰아넣었다.
백현은 물론이고 이용승과, 큰돈을 많이 만져봤던 박세훈 역시 기겁할만한 금액이 모인 것이다.
그렇기에 백현은 먼저 움직였다.
방문을 열고 복도를 성큼성큼 걸었다.
항상 가던 공용 주방 쪽이 아니다.
그 반대편.
어둠에 잠긴 복도를 지나, 쳐다보는 것도 싫었던 방 앞에 도착했다.
원래는 이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속이 불편하고 메스꺼웠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쾅!
성 팀장의 집무실이 부서질 듯 세차게 열렸다.
그 안쪽에 살짝 피로감에 젖어있는 성 팀장이 있었다.
“…뭡니까?”
그는 살짝 어이없다는 듯 백현을 바라봤다.
“정산일은 내일 아닌가요?”
“맞는데, 그냥 하루 먼저 왔습니다.”
백현이 히죽 웃었다.
“도저히 내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