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194
195화
두히칸.
지저세계 페블보 족의 영웅이자, 처음에는 적으로 만났지만 그 후에는 동료가 되어 꽤 오래 함께했던 녀석이다.
‘이건…다행이라고 봐야하나.’
아무리 언럭키라고 해도 11단계에서는 약간 긴장했다.
보스몹과 1대1로 붙는 건 부담이 될 만 했다.
특히나 지금은 아이템도 노멀 검이고 스킬도 크게 특별한 게 없었으니.
연기를 뚫고 등장한 두히칸을 보며 언럭키는 검을 들어올렸다.
한때 같이 다녔기에 놈의 전투 스타일은 잘 알고 있었다.
‘단단한 방어력. 무식하게 맞으면서 싸우는 타입이지. 지금 내게는 굉장히 짜증나는 스타일이야.’
성왕이나 네크로 엠페러 시절이었다면 맞불을 놓았겠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
요리조리 피하면서 싸워야 한다.
언럭키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어떻게 해야 전투를 수월하게 끌고갈 수 있을까.
한편, 당황한건 두히칸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너무나 놀라 아예 엉덩방아까지 찧었다.
‘저, 저 괴물놈이 왜 여기 있는 거냐?’
지저 세계는 언럭키가 도와준 덕에 뱀파이어들이 평정했다.
두히칸은 언럭키와 함께하며 그 공을 인정받았다.
뱀파이어족과 페블보족은 동맹을 맺었고, 두히칸은 귀족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종족을 보전하고 더 나아가게 한 진정한 영웅!
심지어 자신을 괴롭히는 언럭키도 떠났기에 두히칸은 정말 살만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신의 신탁이 머릿속에 울렸다.
부르는 곳에 가서 도전자를 상대하는 것.
강자와 싸우는 걸 좋아하는 두히칸이기에 두말 할 것 없이 승낙했다.
신이 그 대가로 보상을 약속하기도 했고.
“나, 난 돌아가겠다. 저 놈이 왜 여기 있는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다!”
두히칸이 하늘을 보며 말했다.
그러나 묵묵부답.
새하얀 신전의 천장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런 두히칸의 상태에 시청자들도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다 누군가 알아챘다.
지저 세계의 영상들도 거의 대부분 편집되어 업로드 되었기에, 영상을 다 본 사람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저벅.
언럭키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검을 치켜든 채였다.
서서히 다가가 압박한 다음, 놈의 반응을 보고 대응할 생각이었다.
“항복! 항복한다!”
“……?”
“나 괴롭히지 마라!”
두히칸이 양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뭐?’
언럭키가 당황하던 그때, 메시지가 나타났다.
[보스 몬스터를 오직 눈빛만으로 제압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완벽한 전투였습니다.] [검신의 전당 11단계를 완벽한 성적으로 통과하셨습니다.]-띠링!
[레벨업!]“…….”
언럭키도 당황하고 시청자도 당황했다.
오직 두히칸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니…11단계가 원래 이런 식으로 클리어되기도 해요?”
이번에야말로 고생하는 언럭키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시청자들은 허탈해했다.
‘뭐가 됐든 나한테는 좋긴 한데….’
언럭키가 위를 쳐다봤다.
허공중에 떠 있는 메시지.
[11단계의 보상이 주어집니다.]11단계부터는 일반 유저들은 클리어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10단계까지 반복해서 깨다가 레벨 180을 찍고 전당을 벗어나는 게 보통이다.
반대로, 그 어려운 11단계를 클리어하면 보상이 주어진다.
언럭키의 눈앞에 커다란 검은색 상자 여러 개가 나타났다.
총 10개.
[이 중 하나의 보상이 주어집니다.]이 상자 중 하나가 주어진다.
쉽게 말해, 랜덤 보상이다.
‘흐흐흐.’
언럭키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애써야했다.
랜덤 보상?
말이 랜덤 보상이지 그에게는 이만한 보상이 없었다.
‘나한테는 확정 레전더리 보상이라고 해야 하는데.’
그의 눈에는 보였다.
시커멓게 칠해진 상자들 안에 뭐가 있는지, 빨주노초파남보의 알록달록한 색으로 번쩍였다.
주황색 3개, 초록색 하나, 파란색 하나, 보라색이…2개.
‘보라색이 2개나 돼? 확률 장난 아니네.’
살짝 놀란 언럭키였다.
10개 중에 하나가 주어지는데, 그 중 레전더리가 2개에 확정 유니크가 하나라니.
엄청난 확률이었다.
‘이러면 저 두 개 중에서도 뭘 골라야할지 고민이 되는데….’
언럭키가 턱을 쓰다듬기 시작할 때였다.
갑자기 상자 하나가 앞으로 쑥 튀어나왔다.
그의 눈에는 초록색으로 빛나는 상자였다.
“?”
뭔가 싶어서 쳐다보는데, 그 외의 상자들이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크게 떴는데, 그때 아까 봤던 메시지가 다시 보였다.
[이 중 하나의 보상이 주어집니다.]하나가 주어진다.
그 어디에도 직접 선택하라는 말은 없었다.
썩어 들어가는 언럭키의 표정과 관계없이, 하나 남아있던 상자가 오픈되더니 그 안에서 화려하게 장식된 검이 나타났다.
[전쟁 영웅의 글라디우스]-아이템 등급 : 유니크.
-아이템 효과 : 공격력 +146 상승.
-자동 내구도 회복.
-경량화 내장.
-어둠(暗) 속성 계열의 적들에게 피해 + 8% 증가.
-어둠(暗) 이외의 속성 계열의 적들에게 피해 + 2% 증가.
-고대 국가의 전쟁 영웅이 주변국들을 복종시킬 때 사용했던 칼이다. 위대한 의지가 담겨있어 적들을 굴복시킨다.
나타난 것은 유니크 검이었다.
초록색 빛에서는 레어나 유니크 중에 하나가 나타나기에, 따지고 보면 운이 좋은 편이긴 했으나…
‘운이 좋긴 개뿔. 이런 개쓰레기 망겜을 봤나.’
선택이 아니라 그냥 주어지는 거라니.
그럼 왜 처음에 10개나 보여주고 사람을 희망차게 만들어?
남들에게는 그저 쓸데없는 과정이었겠으나 언럭키에게는 달랐다.
배가 아파서 죽을 것 같다!
채팅창에는 또 언럭키가 럭키했다며 부글거리고 있었지만, 오직 언럭키만은 좋아할 수 없었다.
‘내…내 레전더리들이….’
사라진 보라색 빛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 * *
[검신의 전당 12단계에 도전합니다.] [12단계 : 레이드의 단계] [근접 검사는 전투의 달인입니다. 사악한 리치가 소환하는 스켈레톤들을 뚫고 적을 처치하십시오. 스켈레톤들에 묶여 있다가는 절대 통과하지 못할 것입니다.]12단계.
사악한 리치가 소환하는 해골들을 부수고 놈을 없애야 하는 곳이었다.
초반부에 있던 사냥의 단계와 비슷한 컨셉.
다른 특징이 있다면 보스몹처럼 보이는 리치가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다만 쫄따구들과 함께해서 그런지 11단계에서 랜덤 소환되는 보스몹보다는 확연히 약하다.
“저 놈이 우리가 처치해야 할 녀석인가.”
이번에 언럭키는 혼자 있지 않았다.
두히칸과 함께였다.
11단계에서 소환되자마자 항복했던 두히칸은 역소환되지 않았다.
추가 보상이라며 앞으로 함께 할 수 있게 동료로 편입된 것이다.
‘이런 놈 말고 그냥 처음 보상이나 내가 선택할 수 있게 해주지.’
아직도 뽑지 못한 레전더리들이 눈에서 아른거린다.
과연 그것들은 무슨 효과였을까….
“해골…내가 다 부숴버리겠다!”
해골들을 보며 두히칸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살의를 불태우는데, 언럭키는 이상하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네크로 엠페러 시절의 해골들이 떠오른 것이다.
“너 혹시 나한테 뭐 맺힌 거 있는 거 아니지? 혹시 저 해골들을 내 소환수라고 생각하면서 싸울 생각이라던가….”
“그, 그럴 리가 있겠나!”
“…….”
언럭키가 빤히 쳐다보자 두히칸은 슬쩍 눈을 피했다.
굳이 더 추궁하지 않은 채 언럭키도 검을 뽑아들었다.
어쨌거나 동료가 생겼으니 꽤 수월하게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는 일반 해골들을 담당해. 리치는 내가 잡는다.”
“바라마지않던 일이다!”
두히칸이 가슴을 쾅쾅 두드리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해골들이 놈을 마주한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페블보족은 단단한 바위 같은 외피를 지녔다.
종족의 영웅인 두히칸은 그 중 가장 단단했다.
단단한 몸뚱이는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이다.
스켈레톤 같은 숫자만 많은 놈들에게는 상성이었다.
-쾅!
-퍼퍼퍽!
무식하게 달려가며 주먹만 휘두르는데 해골들이 바스라졌다.
“그래! 이랬어야 했다!”
두히칸이 포효했다.
감정 없는 스켈레톤마저 움찔할 정도로 한 맺힌 포효였다.
‘저 자식. 나한테 뒤끝 있었네.’
아무리 생각해도 스켈레톤에게 자신이 부리던 해골을 투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쨌거나 이건 나중에 따지고.
언럭키는 훌쩍 뛰어 리치를 향해 달려갔다.
스켈레톤들의 어그로 대부분은 두히칸이 끌어주고 있었다.
몇 마리는 그나마 언럭키를 막으려고 움직였다.
-서걱!
절삭음과 함께 가로막는 소수의 스켈레톤들이 나뒹굴었다.
고작 그 정도로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두히칸이 워낙 잘 해준 덕에 별 문제없이 리치의 앞에 도달했다.
커다란 키의 해골. 로브를 뒤집어쓴 놈은 지팡이를 든 채 언럭키를 바라봤다.
-우웅!
리치의 앞에 배리어가 생성되었다.
마법사는 검사와 근접해서 싸울 경우 이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나 네크로맨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네크로 엠페러 시절에는 오히려 강력한 힘으로 다가온 적들의 뚝배기를 후려쳤지만, 그건 보통의 네크로맨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게 눈물 젖은 유니크 검이다 이 자식아.”
언럭키가 화려하게 생긴 검을 치켜들었다.
억울해 죽을 것 같지만, 어쨌거나 이것도 유니크 등급의 명품이다.
전쟁 영웅의 글라디우스.
거기에 검왕으로서의 특성까지 섞이자, 리치의 배리어가 종잇장처럼 갈라졌다.
-푹! 푹! 푹!
검을 한 번 찔러 넣을 때마다 리치의 HP가 큼직큼직하게 줄어든다.
텅 빈 눈두덩이에서 피어나는 빛이 당황하듯 흔들렸다.
놈은 열심히 물러나려고 했다.
뒤로 몸을 뺐지만, 놓칠 언럭키가 아니었다.
걸어서 도망치는 마법사를 놓친다면 전사 자격은 포기해야 한다.
매섭게 따라붙어 검을 휘둘렀다.
슬쩍 슬쩍 날리는 검격이 하나같이 치명적인 부위에만 꽂혔다.
-도…돌아오라!
리치가 애타는 목소리로 소환수들을 불렀다.
그러나 스켈레톤들은 덜그럭 거리는 소리만 낼 뿐, 몸을 뺄 수 없었다.
“어딜 가느냐! 너희는 내가 싹 다 가루로 만들겠다!”
두히칸이 원한을 풀겠다는 듯 한 마리도 놓치지 않은 것이다.
미친 듯이 움직여 박살내는데, 전생의 원수에게도 이렇게까지는 못할 것이다.
자신을 보호해야할 해골들은 두히칸에게 묶여 있었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
리치는 이름값조차 못하고 언럭키에게 계속 공격받다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두히칸이 그 장면을 보며 몸을 가볍게 부르르 떨었다.
‘…괴물 같은 놈. 항복하길 잘했군.’
왜 네크로 엠페러가 아니라 검을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무서울 정도로 강한 건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