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
002화
월드 사가(World Saga)는 벌써 출시한 지 1년 6개월이나 지난 게임이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처음부터 월드 사가가 이렇게 대박을 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출시 전부터 최초의 가상 현실 게임이라면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때렸었는데,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던 것이다.
-뭐? 가상 현실? 그냥 고글에 그래픽 띄워놓고 대충 가상 현실이라고 하는 거 아니야?
-가상 현실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아직 기술이 그만큼 발전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예언 하나 한다. 저 게임은 나오자마자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먹고 폭망한다.
가상 현실, 증강 현실, 메타버스 등의 단어는 대기업에서 자주 써먹곤 했다.
허나 진정으로 현실 같은 가상 세계를 만들어낸 곳은 없었다.
아직은 인류의 기술력이 거기까지 닿지 않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이거 캡슐값만 몇천만 원임ㅋㅋㅋㅋㅋ. 그리고 계정비도 월에 30씩 내야 한다는데?
-이거 개발사가 어디야. KP코퍼레이션? 완전 돈독이 올랐네. 절대 안 한다. 이딴 게임.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들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월드 사가가 출시된 후에 쏙 들어갔지.’
충격적이었다.
메타버스 같은 개념과는 완전히 달랐다.
-헐. 월드 사가 미쳤다.
-다들 이거 해보셈.
-적금 깨고 몇천 부어서 할만한 가치가 있다! 아니, 그 이상이다!
아무리 게임이 비싸더라도 이걸 해보는 이상한 취향의 사람들은 있었다.
그들의 후기가 올라왔다.
-진짜 말도 안 돼. 나는 갑자기 이세계로 납치된 줄 알았음.
-너무 믿기지가 않아서 로그인이랑 로그아웃 몇 번이나 반복했다.
-다른 말은 더 필요 없음. 무조건 그냥 해 봐!
당연히 처음부터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응. KP코퍼 바이럴~. 월드 사가 광고 안 믿어~.
-좀 참신하게 좀 광고 해봐라. 이렇게 바이럴 하다가 게임이 별로면 역으로 더 빨리 망하는 거 아냐?
-거기 마케팅 팀은 생각이란 게 없는 듯?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플레이하는 유저가 늘어났고, 상황은 달라졌다.
-이거 뭔데. 뭔데 뭔데 뭔데!!
-앞으로 내 인생의 전부를 월드 사가에 투자하겠다!
-나는 오늘 사직서 제출하고 왔다!
월드 사가를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
이런 말들이 퍼져나갔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진입장벽이 높긴 하지만, 월드 사가의 접속자 수는 매일같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그렇게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전 세계적으로 8억 명 이상이 플레이하는 초대박을 쳐버렸다.
심지어 그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
“로그인.”
캡슐에 누운 백현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홍채 정보를 인식하며 계정을 생성하는 과정이 나타났다.
몇 번이나 지루한 약관을 넘기며 개인정보 확인과 동의를 거친 후에, 캐릭터 생성 창이 등장했다.
[캐릭터의 외형을 선택해 주십시오.] [한 번 설정한 후에는 변경하실 수 없습니다.] [주의! 캐릭터를 삭제하고 재생성하실 경우에는 패널티 금액이 부여됩니다.]백현은 경고 메시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캐릭터 다시 만들 일 없다.”
캐릭터는 계정 당 하나밖에 만들지 못한다.
새로 생성하려면 기존의 것을 삭제하고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그때마다 추가금이 든다.
처음 만들 때만 무료이고 두 번째는 100만 원, 그다음에는 200만 원, 또 그다음에는 400만 원…
이런 식으로 두 배씩 늘어난다.
당연히 이미 빚더미에 올라서 있는 백현에게 그런 돈을 투자할 여유는 없었다.
그렇게 할 이유도 없었고.
캐릭터의 외형은 적당하게만 바꾸었다.
현실의 외모에서 머리카락에 변화를 주고 얼굴에 점을 찍는 등, 아주 약간만 바꿨다.
‘이 정도만 해도 알아볼 사람은 없겠지.’
생각보다 남의 얼굴을 알아보는 건 어렵다.
특징적인 것 몇 가지만 달라지더라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곤 한다.
더 커스터마이징을 하기에는 귀찮았기에, 그 정도만 하고 넘어갔다.
[캐릭터 외형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캐릭터의 닉네임을 정해주십시오.]닉네임.
백현이 잠시 멈칫거렸다.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미리 생각해두지는 않았지만, 백현의 머리를 스치고 가는 게 있었다.
“언럭키.”
언럭키(Unlucky).
오랜 친구는 보증을 서줬다가 도망가고, 빚더미에 쌓이고, 집에서는 쫓겨나 감옥 같은 숙소에 갇히고…
최근 백현의 상태는 그냥 운이 없다 수준이 아니었다.
최악으로 운이 없다!
그렇기에 닉네임을 언럭키로 지었다.
자신을 가리키는 완벽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캐릭터 닉네임이 ‘언럭키’로 정해졌습니다.]월드 사가에서는 닉네임 뒤에 보이지 않는 고유 번호가 붙기 때문에, 설사 중복된 닉네임도 얼마든지 허용되었다.
[캐릭터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월드 사가(World Saga)에서 또 다른 인생을 살아보십시오.]‘그래. 광부 인생을 살아봐야지.’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올 때, 백현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자, 그는 어느 초원 위에 서 있었다.
얕은 풀이 깔린 광활한 대지.
뻥 뚫린 구름과 머리 위로 비추는 햇살.
피부를 스쳐 가는 바람에 백현. 아니, 언럭키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허어….”
외계인 행성을 식민지로 삼아 만들었니, 어쩌니 하더만.
직접 플레이해보니 알겠다.
“이게 진짜 가상 현실이라고?”
현실감이 말도 안 될 정도의 수준이었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지 알겠다.
이런 현실성이라면, 내부 컨텐츠가 똥망이라도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지.
-촤라라락!
그 순간, 언럭키의 눈앞에 커다란 카드들이 나타났다.
[직업 카드 뽑기가 시작됩니다.]월드 사가의 꽃.
직업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
세상에 무조건적인 찬양만 받는 건 없다.
팬이 있으면 안티도 있는 법.
월드 사가 역시 그러했다.
세계 최초의 가상 현실. 현실보다 더욱 현실 같은 게임.
엄청나게 방대한 컨텐츠, 200년은 앞선 오버 테크놀로지 등등.
온갖 찬사를 듣는 월드 사가였지만, 욕도 많이 먹었다.
그 대표적인 건 이 게임의 뽑기 시스템이었다.
-아오. 진짜 빌어먹을 똥망겜. 뽑기 또 망했다 ㅅㅂ.
-도대체 어떻게 된 게 제대로 된 직업 얻기가 이렇게 힘드냐?
-직업 얻는 게 순전히 운빨이라니. 그냥 개 쓰레기 게임임.
캐릭터를 생성한 유저들은 뽑기에 직면하게 된다.
통칭 직업 뽑기!
“흠. 이게 직업 뽑기구나.”
언럭키는 눈앞의 카드들을 바라봤다.
[직업 카드 뽑기가 시작됩니다.] [100장의 카드 중에서 한 장을 뽑아 주십시오.] [뽑기는 총 다섯 번 진행됩니다.]그의 눈앞에 카드들이 둥실 떠 있었다.
지금은 뒷면만 보이지만, 앞에는 여러 무기가 그려져 있었다.
검, 도끼, 창, 활, 지팡이, 단검 등.
유저는 그런 카드 중 하나 뽑게 된다.
그 후에는 또다시 100장의 카드가 나타나고, 다시 카드를 뽑는다.
그 과정을 총 다섯 번 반복한다.
그렇게 뽑은 5장의 카드 결과를 조합해 직업이 정해진다.
└오. 조합 좋네? 혹시 노멀임?
└ㄴㄴ. 검 카드 두 장이 레어로 떠서 ‘검투사(레어)’로 얻음.
└미친. 기만자…. 레어 직업이라니. 그 정도면 2티어 길드에 들어갈 수도 있겠네…ㄷㄷ.
각 카드에는 등급이 있었다.
검 카드가 나오더라도 노멀, 레어, 유니크, 레전더리.
이렇게 4종류로 나오는 것이다.
물론 노멀보다 상위 등급을 얻을 확률은 굉장히 낮았다.
└ㅋㅋㅋㅋㅋㅋ. 그 정도면 걍 잡캐인데? 직업 뭐로 나옴?
└그냥 전사요….
└ㅋㅋㅋㅋㅋㅋㅋ. 쓰레기네.
└그 정도면 그냥 100만 원 투자해서 캐릭터 다시 만드는 걸 추천합니다.
└ㅠㅠㅠㅠㅠㅠ.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올라왔다.
자기 직업이 어떤지 상담하거나, 새로 캐릭터를 만드는 게 좋을지 물어보는 질문 글들.
그만큼 다섯 개의 카드 조합과 그로 인해 나오는 직업은 중요했다.
월드 사가에서는 직업이 좋은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을 먹고 들어갔으니 말이다.
-‘피바라기 광전사’ 네리즈. 1티어 길드들에서 러브콜 쇄도!
-‘하늘 궁수’ 미호. 길드에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
좋은 직업을 가진 것만으로도 월드 사가에서는 엄청나게 대우를 받는다.
물론 실력도 받쳐줘야겠지만, 안 좋은 직업으로는 실력을 뽐내는 것 자체가 거의 무리였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이 이 직업 뽑기에 목숨을 걸었다.
돈 많은 자는 몇 번이고 캐릭터를 삭제했다가 재생성했다.
두 번째 만드는 캐릭터는 100만 원, 세 번째 만드는 캐릭터는 200만 원…
이런 식으로 금액이 불어나다 보니, 열 번만 다시 만들어도 10억이라는 돈이 들어갔다.
허나 세상에 부자가 얼마나 많던가.
돈이 썩어 나는 갑부들은 이 현실감 넘치는 가상현실에 흥미를 느꼈다.
누구보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당연히 몇십억의 돈은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다.
열 번 넘게 캐릭터를 생성하면서 뽑기를 반복.
기어코 좋은 직업을 획득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럴 필요 없지만.’
-저희가 운영하는 작업장은 레벨 10이 되어야 올 수 있습니다. 일주일의 시간을 드릴 테니 그때까지 레벨을 올려서 오십시오.
성강호 팀장은 그렇게 말한 뒤, 늦으면 재미없을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기에 언럭키는 편하게 뽑기에 임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10레벨부터는 광부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남들처럼 캐릭터를 다시 만들고 뭐하고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카드를 선택해 주십시오.]언럭키가 가만히 있자 다시 한번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제서야 상념을 끝내고 현 상황에 집중했다.
뒷모습만 보이는 카드 중 하나를 뽑아야 한다.
그는 아무거나 대충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응?’
그 순간, 카드의 뒷면이 흐릿하게 빛났다.
‘붉은색?’
뽑지 말라는 듯한 붉은빛!
그 순간이었다.
시선을 옆으로 돌려봤다.
그 외에도 많은 카드가 붉은색 빛을 뿜고 있었다.
몇 개는 노랑색. 또 몇 개는 초록색이었다.
그는 이게 뭔지 잘 알고 있었다.
현실에서도 자주 보이는, 그만의 오늘의 운세 능력이 아니던가.
‘근데 여기서도 이런 게 보여?’
그런 생각을 한 순간이었다.
[유저 ‘언럭키’가 알 수 없는 능력을 사용했습니다.] [등록되지 않은 스킬입니다.] [로딩중…] [스킬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언럭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새로운 스킬?’
곧이어 그의 시야 옆에 새로운 스킬에 대한 설명이 나타났다.
[행운의 무지개]-스킬 등급 : ?
-스킬 효과 : 무지개의 색으로 운을 점쳐보세요. 운이 나쁠수록 붉은색에 가깝고, 운이 좋을수록 보라색에 가깝습니다.
스킬 설명을 읽어보며 이게 뭔가 싶은 것도 잠시.
우연히 카드를 바라본 언럭키가 눈을 크게 떴다.
조금 전에는 현실 자신의 능력처럼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으로만 빛나던 카드들.
-파아아앗!
“!”
그게 지금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으로 다양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