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04
205화
[몬시뇰 : 어릿광대 크라운]-레벨 : 210.
크라운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정보를 보며 언럭키의 머릿속은 바쁘게 굴러갔다.
‘이놈의 월드 사가. 하여튼 간 방심할 수가 없어.’
크라운을 발견한 건 보스룸이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복도 한복판.
만약 행운의 무지개 능력이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 놓쳤겠지.
보스몹이 지능을 가진 채 상황판단을 하고 도망치는 일은 이미 겪어봤었다.
열이 확 받지만, 월드 사가가 그만큼 대단한 게임이니 별수 없겠지.
어쨌거나 붙잡긴 한 거니까.
문제는…
‘레벨이 210짜리 몬스터라니. 빡센데….’
현재 언럭키의 레벨은 182였다.
던전에 들어온 지 채 몇 시간도 안 되어서 2레벨이나 올렸다.
문제는 보스몹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일반몹이야 우월한 스펙으로 어떻게 커버 쳐본다 해도, 보스몹은 좀 껄끄럽다.
보스몹 솔로 레이드도 안 하는 판국에, 레벨 차이가 30가까이 나다니.
물론 뒤에는 아세린이 있긴 했지만…
‘그냥 놔줄 걸 그랬나.’
잠시 약한 생각이 들었지만 언럭키는 고개를 저어 털어냈다.
의뢰 성공 보수는 4천만 원이다.
보스몹도 못 잡고 무슨 의뢰 성공을 말하겠는가.
애초에 자신 있어서 혼자 들어온 건 스스로가 결정한 일.
책임을 져야한다.
크라운의 민무늬 가면 너머 긴장한 눈빛과 언럭키의 시선이 마주쳤다.
“선빵필승!”
언럭키가 벼락같이 움직였다.
백색의 성검 위로 정제된 불꽃처럼 염화 오러가 솟구쳤다.
길쭉한 오러가 그대로 크라운을 베고 지나갔다.
-촤악!
“크아아악!”
대각선으로 베어진 상처에서 불꽃이 피어오른다.
염화 오러의 특징 중 하나. 일정 확률로 화염 피해를 일으켰다.
털썩 무릎을 꿇은 크라운. 놈의 HP가 꽤 큼지막하게 닳았다.
“…어라?”
언럭키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왜 이렇게 약해?
* * *
“크아아아아악….”
‘젠장… 젠장할….’
크라운은 고통에 몸을 비틀면서도 낭패감을 잊지 못했다.
‘성기사가 아니었어?’
자신의 자폭병들이 너무 빠르게 사라지기에 교단의 강력한 성기사가 들어온 줄 알았다.
침입자의 숫자는 고작 둘.
둘이서 시시각각 변하는 지형 속에서 자폭병을 그렇게 처리하려면, 힐과 탱, 공격력까지 다 갖춘 성기사여야만 했다.
그런데 성기사가 아니라니…
‘그러면 안 도망쳤지!’
크라운은 준비된 공간에서 강한 스타일이다.
어릿광대라는 코드네임에 걸맞게, 자신의 서커스장에서 준비를 갖췄다면 무적에 달하는 위력을 보인다.
그러나 도망치던 와중이라 이 복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서커스용 무기도, 함정도, 폭발하는 몬스터도…
그나마 품에 무기로 쓰는 실이 있긴 했다.
“합!”
강철도 베는 실 수십 가닥이 쏘아진다.
언럭키의 눈이 번쩍이더니 그의 검이 사방을 점하고 쏘아졌다.
-파파파팟!
수십 가닥의 실을 하나하나 전부 맞춰 튕겨냈다.
오러가 넘실거리는 검이다.
아무리 실이 강하다고 해도 깨부술 수 있을 리가 없다.
-화륵!
그러다 일정 확률로 발동되는 불꽃이 실에 옮겨붙었다.
강력한 실이지만 불에는 약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대로 실이 타들어 가며 빈 공간이 생겼다.
언럭키는 빈틈이 보이자마자 그대로 움직였다.
검왕의 감각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간 다음, 크라운을 베었다.
-촤악!
“끄아아아악!”
제대로 들어간 치명타.
한 방에 너무 큰 데미지를 입은지라 혼란 상태에 빠지며 비틀거렸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본신의 힘을 반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정확히는 몰라도 대충 눈치챈 언럭키는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혹시나 놈이 언제 멀쩡해질까 싶어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빈틈을 향해 끊임없이 날아가는 일격.
붉은 오러가 사방을 빛내며 크라운을 조각냈다.
-푹!
최후의 일격으로 검이 심장에 박혔다.
칼날에 꿰뚫린 채 크라운이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내, 내가…이딴 곳에서 내가….”
-띠링!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눈앞에 뜨는 메시지를 보며 언럭키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절로 미소가 감돌았다.
* * *
“대표님. 언럭키님이 잘할 수 있을까요?”
이혜미의 물음에 정신찬은 어깨를 으쓱였다.
“쉽지는 않겠죠.”
빅드래곤 길드는 이제 2티어로 분류되고 있다.
대룡 그룹에서 열심히 밀어주고 있고 길드장인 정신찬의 수완이 좋기에 앞으로의 성장세는 더 기대되었다.
당연히 인재도 많았고, 어릿광대의 놀이터는 그런 인재들도 모두 실패한 곳이다.
아무리 언럭키가 요즘 대단하다고 해도, 쉬울 리가 없었다.
“아세린 님한테 들어보니 레벨 180인데 그냥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아….”
어릿광대의 던전 입장 레벨은 180~210사이.
그렇지만 거의 대부분 레벨 200은 넘겨서 들어간다.
애초에 안에 등장하는 몬스터나 난이도를 따지면, 그 레벨이 되도 부족하다.
아세린 역시 200 초반대의 레벨임에도 몇 번이나 죽어 레벨 하락을 겪었지 않나.
“이건 언럭키님이 약간 자만하신 것 같은데….”
“역시 실패하겠죠?”
“글쎄. 반반 확률 정도 될 것 같군요.”
“그렇게나 높게 보세요?”
이혜미가 놀라서 반응하자 정신찬이 피식 웃었다.
“당연하죠.”
레벨의 부족함 정도는 우월한 스펙으로 메꿀 수 있다.
그런 판단이 있기에 빚까지 얘기하며 공략 부탁을 한 것 아니겠는가.
“안 그래도 함께 들어간 아세린 님께 주기적으로 상황 브리핑을 하라고 했어요. 곧 첫 보고가 올 시간이네요.”
정신찬이 시계를 보며 그렇게 말했을 때 딩동 하며 스마트폰 알림이 왔다.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아세린 님이에요?”
“네.”
“오. 뭐라고 하시나요?”
“잠깐만요.”
정신찬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음…?”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세린 : 어릿광대의 놀이터 공략 완료했습니다.]“왜 그러세요?”
“…아뇨.”
정신찬이 스마트폰을 끄며 말했다.
“아세린 님이 그럴 분이 아닌데, 오타가 있어서요.”
그녀답지 않게 공략 실패했다고 해야 할 걸 완료했다가 잘못 쓴 모양이다.
* * *
세 번의 레벨업.
겨우 보스몹 한 마리 잡았다고 세 번씩이나 레벨업을 했다.
별로 어렵지도 않았다.
종합적으로, 던전에 들어온 지 채 몇 시간도 안 되서 도합 5번의 레벨업을 했다.
‘레벨 185. 검신의 전당을 한창 깰 때도 이만한 효율은 아니었는데.’
심지어 이 던전은 돈도 준다.
착수금 2천만 원, 성공금 4천만 원.
도합 6천만 원이다.
보스몹까지 처리했다고 공략 성공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일단 잡긴 잡았다.
몇 번 더 도전해보면서 남들도 잡을 수 있게 공략법을 연구해본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리라.
원래 한 번이 어렵지, 일단 깨고 나면 쉽게 느껴지는 게 던전이니까.
“보스몹을… 혼자서 잡다니….”
뒤에서 경악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그제야 언럭키는 아세린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멍청한 표정임에도 여전히 예쁜 얼굴이 유지되는 게 신기하다.
아세린은 본인의 얼굴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자신은 계속해서 실패하고 좌절했던 던전을 손쉽게 돌파하는 것도 모자라, 보스몹까지 뚝딱 잡아버리다니.
언럭키의 능력은 라이브 방송에서 봐서 알고 있었다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름 실력 있다는 소리를 듣던 아세린이 감히 눈도 못 마주칠 정도였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던전이 변화합니다.] [일회성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셨습니다.] [더이상 어릿광대 크라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던전의 형태가 변합니다.]-쿠르르릉!
미로처럼 이리저리 꼬여있던 벽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흙먼지가 피어나고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 새롭게 바뀐 던전의 형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과 달리 뻥 뚫린 원형의 공간이 되었다.
언럭키가 땀을 삐질 흘렸다.
“…이거 던전 공략 성공한 걸로 쳐 주시는 거죠?”
보스몹도 사라지고 던전의 형태도 완전히 달라졌는데.
이거 성공 보수 받은 게 아니고, 오히려 손해배상 청구하는 거 아니야…?
* * *
다행히 그럴 일은 없었다.
아세린은 언럭키를 안심시켜주었다.
-보스몹이 없어진 건 오히려 좋은 일인 것 같은데요?
확인해보니 등장하는 몬스터는 바뀌지 않았다.
조종받는 강화 고블린, 조종받는 강화 오크.
똑같은 놈들이 등장했다.
쉴 새 없이 자폭하는 것도 마찬가지였지만, 지형이 넓어지고 함정도 없어졌다.
일반 유저 입장에서는 공간을 넓게 쓰며 싸울 수 있게 되어, 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당장 아세린만 해도 빠른 스피드를 살려 자폭 공격에 전혀 당하지 않게 되었다.
-보스몹 잡아서 경험치 얻을 수 없게된 게 아쉽긴 하지만…던전이 우리가 쉽게 공략할 수 있게 바뀌었으니 오히려 이게 낫죠. 공략은 성공했다고 길드장 님께 연락 해 놓겠습니다.
그때만큼은 아세린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 후 다음날.
“후우. 오늘도 상쾌하게 하루 시작해야지.”
가볍게 세안을 한 그가 닭장같은 고시원 방을 나섰다.
매일 아침 6시는 백현, 박세훈, 이용승의 회의 시간이다.
“어어. 백현 씨. 잘 잤어?”
“예. 세훈 씨랑 용승 씨도 잘 주무셨어요?”
“우리야 뭐. 머리 대면 기절하는 사람들이지.”
박세훈이 낄낄거리며 아침 인사를 했다.
백현이 빚을 다 갚기도 했고, 앞으로 여길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후부터 회의의 분위기는 항상 밝았다.
박세훈과 이용승은 매일매일 힘든 일정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표정에서는 빛이 났다.
이용승이 닭가슴살을 씹어대며 말했다.
“백현 씨. 이번 영상 편집, 잘 됐어요.”
“벌써 다 됐어요? 그거 어젯밤에 드린 건데요?”
백현이 놀라서 반문했다.
빅드래곤 길드로부터 이번 어릿광대의 놀이터 던전의 영상을 업로드 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다.
그 후에 곧장 원본 영상을 보냈고.
다만 편집본을 받는 건 최소한 며칠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컵라면 님이 도와주셨거든요. 그 분 편집 실력이 몰라보게 좋아졌어요.”
“아….”
컵라면.
최근엔 못 만난 지 좀 되었다.
한 때는 언럭키의 영상 촬영 전반을 맡아서 해줬지만, 아무래도 레벨 차이가 계속 벌어지며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그분만 한 사람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라이브 위주로 진행하긴 했지만, 그럴 때도 영상을 찍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훨씬 더 맛깔난다.
언제 한 번은 알바를 구해 영상을 찍어봤지만, 컵라면에게 맡기는 거에 비해 구도나 판단력 모든 면에서 부족했었다.
‘이것도 언제 한 번 좋은 방법을 고민해보긴 해봐야겠어.’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부터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으며, 실력도 좋은 사람이다.
레벨업에 도움을 줘서 같이 다니던가 하면 자신의 입장에서도 좋겠지.
그렇게 그날 아침 회의를 이어갔다.
“의뢰 성공금 4천만 원 바로 입금됐다고?”
“예.”
“이야. 확실히 대룡 그룹이 크긴 크네. 하긴. 걔네들한테 그 돈이면 편의점 껌값이겠다.”
박세훈이 감탄했다.
“그럼 이번 의뢰로 총 6천 들어온 거네?”
“그렇죠.”
몇 시간도 안 되어서 해결한 것 치고는 굉장한 돈이었다.
“흐흐. 사장님. 저희 빚 잘 부탁드립니다.”
박세훈이 장난치듯 웃으며 말했다.
처음엔 잔뜩 미안해하더니 이젠 이런 농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백현이 피식 웃었다.
“알면 잘하세요.”
“어이쿠. 제가 우리 사장님 받들어 모셔야죠. 항상 마음속 싶은 곳에서부터 존경하고 있습니다. 아시죠?”
“글쎄요.”
“제가 확실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과장되게 안마라도 해줄 것처럼 움직이는 박세훈.
그때였다.
-띠리링!
백현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전화였다.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침에 전화 올 사람이 없는데?’
슬프지만 친구라고 할 사람도 거의 없는 그였다.
새로 개통한 번호라 광고 전화도 올 리가 없는데…
그런 생각으로 확인했는데, 굉장히 의외의 인물이었다.
[벨라-김화영]벨라에게서 전화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