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18
219화
‘염화 오러와 극빙 오러. 이 둘을 함께 쓰는 효과가 내 생각보다 더 기대 이상인데?’
언럭키가 양 손에 쥔 장검을 바라봤다.
쌍수무기.
전에 아세린이 이런 식으로 검을 쓰는걸 봤다.
극단적으로 공격에 치중된 느낌이었지만, 훨씬 더 스타일리시하고 강했지.
좋은 검이 두 자루가 되었기에 한 번 따라해 봤다.
‘검왕’이라는 직업은 그 어떤 검술이건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괜히 레전더리 직업이 아니다.
쌍검은 처음이지만 예전부터 사용했던 것처럼 익숙했다.
-서거걱!
또다시 앞을 가로막는 석문을 가볍게 오러를 이용해 잘라냈다.
거의 동시에 벤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약간의 시간차가 있었다.
극빙 오러가 먼저 베고, 서리 낀 그 곳을 염화 오러가 베었다.
그렇게 하면 속성 보너스 판정이 나며 치명타 데미지가 한층 더 높아졌다.
“…….”
이단 심판관은 쪼개진 석벽을 툭툭 건드려보고는 놀랐다.
혹시 아까는 우연인가 싶었는데, 이 벽 역시 무척이나 단단했다.
-쾅!
철퇴로 있는 힘껏 내리쳐봤지만 역시나 석벽 조각은 멀쩡했다.
거의 흠집 하나 나지 않았던 것이다.
“뭐하나?”
“…그냥 한 번 해봤습니다.”
“괜히 쓸데없는 짓으로 힘 빼지 말고 추적에 집중해라.”
이단심판관은 울컥 하는 마음을 다스렸다.
리바 델 레이 교도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자신이 이런 처지에 처하다니!
그러나 언럭키의 쌍검을 본 순간 감정이 차갑게 식었다.
“알겠습니다.”
공손히 말한 이단심판관이 앞장섰다.
* * *
쾅!
저 멀리서 아스라이 들려오는 소음에 티물스 사제의 표정이 굳어졌다.
석벽이 부서졌음을 깨달은 것이다.
믿음의 성물을 가진 외부인이나 이단심판관이 찾아왔겠지.
짜증이 솟구쳤다.
“빌어먹을. 무슨 성물이 외부인이 만지는데 발동된단 말인가.”
외부인과 만나 믿음의 성물을 회수하라는 신탁을 받았을 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싶었다.
리바 델 레이의 주교인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평생 더 위로 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계획을 세웠다.
잡입해있던 ‘중립의 신’ 교단은 무엇을 하던 신경 쓰지 않는 곳.
여기서 힘을 길러 리바 델 레이의 뒤통수를 쳐, 아예 자신이 교주 자리까지 올라갈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교단에서 모두 높은 자리에 올라서야했고, 성물은 큰 도움이 될 터.
그런데 뭘 해보기도 전에 성물이 자신을 배신자로 간주했다.
‘이제 곧 이단심판관이 찾아올 텐데….’
만약을 대비해 도망칠 준비는 다 해놨지만, 그렇다면 자신은 시골에 은둔해 살아야 한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추격자들을 조심하느라 벌벌 떨어야겠지.
“으득.”
어금니를 한 번 꽉 깨문 티물스 사제가 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그는 커다란 공동에 있었는데, 하늘을 보며 소리쳤다.
“중립의 신이시여. 당신의 종을 보고 계십니까!”
대주교나 성자 정도 되는 게 아니라면 일반 사제로서는 신과 소통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일방적으로 믿음만 건넬 뿐이다.
그러나 지금 티물스 사제는 손에 ‘중립의 보옥’을 쥐고 있었다.
미리 훔쳐둔 교단의 성물이었다.
[보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야.]“아…!”
머릿속으로 음성이 들리자 티물스 사제는 환호했다.
비록 스파이로 시작한 사제 생활이었지만, 중립의 신의 교리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았다.
자신이 확신하는 길을 걷는 자에겐 중립의 신의 가호가 있다는 점.
설사 그게 다신을 숭배하거나 신을 배신하는 일이여도 본인의 믿음이 확고하면 중립이라고 판단하다.
“신이시여. 앞으로 전 리바 델 레이의 길을 포기하고 중립의 신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그러니 축복을 내려주십시오.”
[결국 그리할 생각이구나. 재미없는 인간이로다.]중립의 신의 말에 티물스 사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중립의 신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많은 일을 하면서도 스스로 중립을 지키는 자를 사랑한다.
티물스 사제가 관심을 받은 건 두 신을 모시면서 교단을 뒤엎어버리겠다는 야망이 신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어버려서 더 이상 리바 델 레이에 적을 두기 힘드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앞으로 신의 관심도가 줄어들 터.
아니면 자신이 여러 분야에 재능이 있었으면 혹시 또 모른다.
요리를 잘 하면서 전투도 잘 하거나.
신성력이 훌륭하면서 암살도 재능이 있거나…
이런 식으로 여러 분야를 가면서 재능까지 출중하다면 신의 축복이 함께한다.
전설 속에는 무려 5개나 되는 직업의 길을 걷는 자도 있다고 하던데, 그 자는 중립의 신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미친놈은 옛날이야기 책에서나 존재하겠지.’
현실은 이야기와 다르다.
인간의 재능에는 한계가 있고 사람은 어느 하나나 두개에 집중해야했다.
“신이시여. 혹시 저를 쫓는 추적자들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불가하다. 다른 악신의 성물을 소지한 자는 내 눈으로도 관찰 할 수 없다.]“그런….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성물을 바치겠나이다. 축복을 내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티물스 사제는 자신의 성물을 공손히 들어올렸다.
성물을 바침으로써 일회용 축복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가능하다.]중립의 보옥이 그의 손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동시에 신의 힘이 깃드는 걸 느꼈다.
비록 일회성 힘이겠지만 전능한 힘이었다.
이거라면 쫓아온 이단심판관이나 그 빌어먹을 놈을 처치하고 도망칠 수 있겠지.
한 번만 추적을 뿌리친다면 잘 숨어 있다가 다시 중립의 신의 교단으로 복귀할 생각이다.
-타타탓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희끄무레한 그림자로 상대가 2명인 게 보였다.
‘그 놈과 이단심판관이 함께 움직였나? 특이하군.’
이단심판관은 보통 혼자서 다니니 아마 그럴 것이다.
티물스 사제가 손을 들어올렸다.
손끝에 빛이 모여들더니 그대로 쏘아졌다.
-지이잉!
강력한 빛줄기가 그대로 주변을 밝히더니 놈들에게 가서 닿았다.
앞서 오던 덩치 큰 이단심판관이 얻어맞고 뒤로 튕겨 나갔다.
* * *
“이런 제길. 괜찮나?”
언럭키가 벽 쪽에 달라붙어 몸을 숨기며 물었다.
거의 다 쫓아왔다는 이단심판과의 말에 언제든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설마 저 쪽에서 먼저 선공을 날릴 줄이야.
무슨 레이저포 같은 게 나와서 이단심판관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크윽…. 괘, 괜찮습니다.”
이단심판관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로브가 다 찢어진 틈새로 보이는 건 두터운 갑주였다.
방어력과 덩치값 덕에 큰 부상은 없어보였다.
“피해라!”
그때 언럭키가 잽싸게 뛰어 그를 밀어 넘어트렸다.
그 위로 또다시 쏘아진 레이저포가 스쳐 지나갔다.
이단심판관이 놀란 감정을 숨기지 못하며 말했다.
“가, 감사합니다.”
이 더럽게 강력한 강자에게 목숨을 구함 받다니.
생각지도 못한 은혜인지라 얼떨떨했다.
“이 정도야 뭐. 우리는 지금 동료 아닌가.”
‘앞에서 내 몸빵 해줘야지.’
방금 전 두 번의 공격을 보고 확신했다.
이건 혼자서 싸우기 굉장히 까다로운 스타일이다.
근점 검사인 언럭키는 일단 접근해야 하는데, 달려가다가 얻어맞기 딱 좋다.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테고. 연발로 몇 번이나 쏠지 모르지. 누군가 엄호해 주는 게 최선이야.’
궁수 계열이 함께 했었으면 딱인데, 탱커도 나쁘지는 않다.
“잘 들어라. 우리는 이대로 돌진해서 놈을 잡는다. 방금 전엔 기습적으로 얻어맞아서 튕겨 나간 것 같은데. 제대로 대비하면 버틸 만하겠나?”
“음. 철퇴로 완벽히 막는다면 몇 번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네 뒤를 따라가서 놈의 숨통을 끊겠다.”
이단심판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놓고 자신을 미끼로 삼겠다는 말이지만 별 불만은 없었다.
애초에 이게 아니면 별 방법이 없어보였다.
“배교도놈이 이런 힘을 숨기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글쎄. 아마 본인의 힘은 아닐 거다. 그랬으면 처음부터 도망치지 않고 싸웠겠지.”
버프나 축복 같은걸 받고 강해졌다고 보는 게 더 옳았다.
‘그런 건 보통 시간제한이 있지만…시간을 끌었다가는 이 쪽도 불리하니. 차라리 속전속결로 해야겠어.’
이단심판관이 다시 머리를 내밀었다가 레이저포가 날아오자 급하게 뺐다.
-콰앙!
“지금!”
동시에 둘이 숨어있던 벽에서 뛰쳐나갔다.
이단심판관이 먼저 철퇴를 들고 달렸다.
저 멀리 티물스 사제가 보였는데, 놈은 오만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이 쪽을 가리켰다.
“쥐새끼처럼 계속 숨어있을 줄 알았는데 밖으로 나오다니. 멍청함이 목숨을 앗아가겠구나.”
-지이잉!
레이저포가 날아오자 이단심판관이 철퇴를 휘둘렀다.
-콰앙!
“커헉!”
철퇴째로 놈은 저 멀리 튕겨나갔다.
언럭키가 인상을 썼다.
‘저 도움 안 되는 자식!’
버틸 수 있다며 자신 있게 말할 때는 언제고 한 방에 날아간단 말인가.
하지만 불평할 시간은 없었다.
티물스 사제는 이제 손바닥을 들어 이 쪽을 겨냥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거리는 꽤 남은 상황. 쿨타임도 없는지 백색의 빛이 모여 쏘아진다.
언럭키가 눈을 부릅떴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 주변의 공간이 똑똑히 인지되었다.
그 상황에서 백색의 빛은 홀로 엄청난 속도로 질주했다.
언럭키의 양 손이 허리춤에 달려있는 쌍검을 뽑았다.
붉고 푸른 오러가 맺힌다.
‘기회는 한 번 뿐. 정확히 타격해야 한다.’
손은 빛보다 느렸지만, 대신에 거리가 있었다.
빛이 다가왔을 때, 극빙 오러를 먼저 휘둘렀고 거의 동시에 염화 오러를 휘둘렀다.
-쩌어엉!
냉기와 화염의 오러가 시너지 효과를 터뜨리며 더 강력한 데미지를 뽐냈다.
레이저포는 오러 연격과 부딪쳐 서로 소멸했다.
“아니…!?”
신기에 가까운 그 검술에 티물스 사제는 경악했다.
언럭키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더 빨리 거리를 좁혔다.
-지이잉!
당황한 티물스 사제가 뻗은 손에 다시금 빛이 모였다.
‘이런 제길. 저건 도대체 몇 번이나 더 쏠 수 있는 거야? 쿨타임도 없나?’
전투에 집중하느라 연신 냉혹한 표정의 언럭키였지만 속으로는 계속 욕하고 있었다.
거리가 애매하게 길었다.
자신의 공격은 안 닿고, 레이저포를 막기는 너무 짧다.
그렇다고 검신의 분노 같은 스킬을 쓰자니, 이제 범위는 되지만 스킬이 발동되기도 전에 먼저 공격받을 것이다.
짧은 시간 무수히 고민하던 언럭키가 인벤토리에서 믿음의 성물을 꺼내, 티물스 사제의 발치로 집어던졌다.
“네가 찾던 것이다!”
여전히 거울에는 티물사 사제의 얼굴과 설명이 붉게 나오고 있었는데, 그는 성물이 자신에게 왔다는 것에 본능적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배신할 생각이긴 했지만 오랫동안 몸담은 주교. 성물이 앞에 있는데 당연히 정신이 거기로 팔릴 수밖에 없었다.
그 짧은 틈에 언럭키는 한 걸음 더 움직였다.
이제 칼끝이 닿을 거리가 되었다.
언럭키가 오러로 휘감긴 검을 휘둘렀다.
그제서야 눈치 챈 티물스 사제도 부랴부랴 빛을 만들어냈다.
[아니!? 모든 길을 걷는 자였나!!?]그때 중립의 신의 외침이 공동을 쩌렁쩌렁 울렸다.
동시에 티물스 사제의 손에서 피어오르던 빛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
무방비가 된 티물스 사제의 몸통을 두 개의 오러가 베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