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19
220화
중립의 신은 언럭키를 보고 경악했다.
[올마스터. 올마스터가 내게 왔구나!]모든 길을 걷는 자.
심지어 그냥 걷는 것도 아니고, 모든 분야에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이기도 하다.
전설적인 업적을 보유한 영웅들의 힘을 계승한 시대의 패왕.
중립의 신은 그런 자를 사랑했다.
[아아. 진작 발견했어야 했는데. 악신의 성물 따위가 내 눈을 흐리게 하고 있었구나.]갑작스러운 외침에 언럭키는 검을 치켜든 채 경계했다.
‘뭐지? 주교의 함정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티물스 사제는 고통에 정신 못 차리고 바닥을 기고 있었다.
함정이라면 저 부상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당황했지만 언럭키는 묵묵히 자신의 할 일부터 했다.
검을 찔러 티물스 사제를 마무리 한 것이다.
신의 축복이 사라진 티물스 사제는 기력이 다 한 노인처럼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몇 차례 검격에 적중당하더니 그대로 축 늘어진 것이다.
-띠링!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업!]생각보다 김빠지게 잡았지만 그래도 보스몹이라고 경험치가 많았다.
[제압된 적부터 용서치 않겠다는 그 심정. 훌륭하구나.]또다시 울려 퍼진 목소리에 언럭키는 연신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누구십니까?”
[중립의 신이다. 그러니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단다.]언럭키는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막아야했다.
‘긴장을 어떻게 안 해.’
신이라면 등급 높은 사제나 교단의 성소 같은 곳에서만 소통이 되는 줄 알았는데, 곤란하다.
대화가 된다는 건 어쩌면 물리력도 행사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감히 자신의 사제를 죽였다면서 언럭키를 공격한다면, 문제가 심각할 터이다.
[하아. 너 같은 아이를 오랫동안 찾고 있었단다. 정말 반갑구나.]“……?”
그러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호감이었다.
‘…저 사제가 별로 마음에 안 드는 짓을 했나?’
그래서 사제를 처치한 자신을 좋아해주는 건가?
뭔진 모르겠지만 마냥 나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예. 저도 중립의 신님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얘기를 더 길게 하고 싶다만 시간이 없구나. 중립의 교단으로 찾아 오거라.]그 말을 끝으로 신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현신에는 시간제한이 있는데, 티물스 사제가 바쳤던 성물의 효과로 억지로 늘리고 있다가, 이제 끝이 난 것이다.
“크윽…. 머리가…. 전투는 끝난 겁니까?”
이단심판관이 얼얼한지 뒤통수를 붙잡고 다가왔다.
레이저포 한 방에 튕겨져 나갔다가 돌아온 그는 죽은 티물스 사제를 보고 경악했다.
‘그 강력한 티물스 사제를 혼자서 처치했단 말인가?’
이상한 힘을 보여주던 티물스 사제의 실력은 괴물 같았다.
막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철퇴로 한 번 부딪쳤을 때 느꼈다.
아. 이건 절대 못 막는다고.
그만큼 빛을 쏘아대는 공격은 위력적이었다.
그런데 잠깐 기절했다가 깨어나니 티물스 사제가 쓰러져있었다.
심지어 언럭키에겐 자그마한 생채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압도적으로 이겼다는 뜻이다.
“이제 뭘 해야 하지? 이 놈 데리고 나가면 되나?”
“제가 업겠습니다! 안내해드릴 테니 제 뒤만 따라오시면 됩니다!”
이단심판관이 후다닥 움직여 시체를 등에다 들쳐 메고는 앞서나갔다.
언럭키는 그런 놈의 등을 보고 주억거렸다.
‘빠릿빠릿해서 좋군.’
자신감 넘치던 모습과 다르게 한 방에 튕겨져 나갔을 때는 뒤통수를 때려주고 싶었건만.
저런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 * *
-띠링!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이단심판관이 죽은 티물스 사제를 데려가자 퀘스트 성공 메시지가 떴다.
‘과연 뭘 줄까?’
원래는 믿음의 성물을 주교에게 건네주기만 하면 되는 퀘스트였지만, 중간에 배교자 처치로 바뀌었다.
한 번 변했으니 보상도 더 좋아졌을 터.
-띠링!
[레벨업!]일단 레벨업 한 번.
이 정도는 예상했다.
오히려 두 번이 아니라서 조금 아쉬움도 느껴졌다.
다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진짜는 신이 내리는 보상이니까.
‘검신만큼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 반만 해줘도 진짜….’
지금까지의 악연을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었다.
-띠링!
[퀘스트 보상이 지도에 표시됩니다.] [지도에 표시된 곳에서 보물을 가져가십시오.]“???”
미니맵에 압정 표시가 생기더니 거기에 보물 상자 그림이 생겼다.
“여기 가서 직접 보물을 가져가라고요?”
언럭키가 저도 모르게 하늘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동시에 표정 관리하려 애써야 했다.
그러나 기다려도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언럭키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런 쓰레기 같은 신을 봤나!’
보상을 바로 내려주는 것도 아니고, 직접 가져가라니.
저기가 어디인줄 알고 가란 말인가!
* * *
“왜 악신이 악신이라 불리는지 잘 알겠다. 지상에서 멸망시켜야 할 놈들이야.”
언럭키는 연신 투덜거렸다.
표시된 지역은 그리 멀지 않았다.
도시 바깥으로 가다보면 거대한 절벽들이 이어진 협곡이 있었는데, 그 곳 어딘가였다.
그래서 찾아가봤는데, 가는 와중에 불안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지형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쁜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협곡 사이에 리바 델 레이의 신도만 들어갈 수 있는 결계가 쳐져 있어,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리바 델 레이의 분타가 있다는 뜻이었다.
‘쓰레기 같은 악신 놈. 이거 사기 아냐?’
처음 신탁 퀘스트를 받았을 때 검신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
그 쪽도 힘들긴 했지만 결국 보상은 확실하지 않았나.
에픽 아이템으로 진화한 성검의 위력은 엄청났다.
‘내가 더러워서라도 보상 받아내고 만다.’
하는 김에 겸사겸사 리바 델 레이에 타격도 입혀버릴 것이다.
일단 도시로 복귀한 언럭키는 어떻게 하면 분타를 공략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자네. 이런 곳에서 또 보는구만. 잘 지냈나?”
그때 도시에 있던 그에게 헤탄이 빙긋 웃으며 다가왔다.
“아니, 헤탄님? 여기는 어쩐 일로…!?”
“임무 때문이지. 악신 놈들이 있는 곳을 추적하는 게 호르헤른 가문의 현 사명 아니겠나.”
호르헤른 가문은 리바 델 레이의 멸망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헤탄은 가문의 정보원 중 최고참이자 가장 실력 좋은 자로써, 온 도시를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자네에게 감사하고 있어. 우리의 첨병으로 자네가 서 준 덕에 수많은 작전을 성공했으니까. 자네 말고 다른 자들에게도 임무를 여러 번 맡겨봤는데 그만한 효율이 안 나오더군.”
“아닙니다. 감사는 제가 더 감사하죠. 호르헤른 가문과의 인연은 제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행운의 무지개 능력, 올마스터라는 직업.
그 두 개가 꽃 필 수 있었던 것은 호르헤른 가문이 계속해서 연계 퀘스트를 주었기 때문이다.
귀족 가문의 무한에 가까운 자금과 보상 덕에 이렇게 빨리 강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기대심을 갖고 물었다.
“그럼 헤탄님이 여기 오신 것도 놈들을 공격하기 위해서이군요?”
“그렇지. 이 곳 어딘가에 놈들의 분타가 있다더군. 거기를 공격할 생각이네.”
“혹시 제가 도와드려도 괜찮습니까?”
“자네 바쁘지 않나?”
“전혀요! 너무 한가해서 탈입니다.”
“그렇다면 부탁하지. 오히려 내가 먼저 하고 싶은 말이었네. 미안해서 못 했을 뿐.”
헤탄이 껄껄 웃음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퀘스트 : 리바 델 레이 주텐타 지역 분타 탐색.]-퀘스트 등급 : 유니크.
-퀘스트 설명 : 정보원 헤탄은 도시 주텐타 근처에 리바 델 레이의 분타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정확한 위치를 탐색해오자.
-퀘스트 보상 : 적정량의 경험치.
-퀘스트 성공 시, 연계 퀘스트 ‘리바 델 레이 주텐타 지역 분타 공격’ 수행 가능.
“예전의 자네가 그립군. 지금 검사 직업인 것 같은데 놈들의 분타는 꽁꽁 숨겨져 있어. 암살자 직종일 때의 자네가 더 큰 도움이 될 것인데…”
“괜찮습니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알고 있다니? 무엇을?”
“분타의 위치요. 이미 확인까지 다 하고 왔습니다.”
“…진심인가?”
헤탄은 언럭키가 허언을 하지 않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 되물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예. 저도 호르헤른님의 의뢰는 없었지만 놈들에 대한 원한이 있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혼자서 조사를 진행했었습니다.”
“이럴 수가! 자네가 신의 있는 청년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명예롭다는 귀족들도 자네만큼은 아닐 걸세. 내 자네의 공을 반드시 호르헤른님께 전해주겠네!”
호르헤른은 한참을 더 언럭키를 칭찬했다.
-띠링!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레벨업!] [연계 퀘스트가 진행됩니다.]“자. 위치를 알았으면 이제 놈들을 어떻게 공격해야할지 고민해보세.”
“알겠습니다!”
* * *
헤탄의 퀘스트까지 받았으니 분타를 무조건 공격해야 할 이유가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분타를 둘러싸고 있는 결계가 문제였다.
-헤탄님도 결계를 부수는 건 불가능합니까?
-어렵네. 그건 반쯤 신의 권능이 섞인 거라서. 오러를 쓰는 기사들이 여럿 있다면 모를까.
-저도 이제 오러는 쓸 수 있습니다.
-혼자서 부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릴 텐데? 그리고 자네 혼자서 하는걸 놈들이 가만히 둘 것 같나? 분명 포위해서 공격할거야. 버틸 수 있겠나?
-그건…무리군요.
언럭키는 깔끔하게 인정했다.
괜히 나대다가 죽는다면 에픽템을 떨굴지도 모른다.
어떻게 얻은 아이템인데 이걸 잃어버린다?
멘탈에 엄청난 타격이 갈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은 공략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면서 언럭키는 중립의 신의 신전으로 향했다.
‘찾아오라고 했지. 가면 뭐라도 줄거야.’
어쩌면 분타의 결계를 뚫을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
악신에게 뒤통수 한 방 맞아서 신에 대한 믿음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믿고 출발했다.
그렇게 신전으로 가자 새하얀 빛이 언럭키를 감쌌다.
돌아다니던 사제들이 그걸 보고 경악하더니 무릎을 꿇었다.
“신께서 현신하셨다.”
“모두 기도 드리라-!”
“……?”
언럭키가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설마 오자마자 이런 이벤트로 환영을 해줄 줄이야.
좋기보다는 창피함이 컸다.
사제들이 무릎 꿇고 여기만 쳐다보고 있기에 도망치듯 움직여 빈 기도실에 들어갔다.
“중립의 신이십니까?”
[그러하다. 사랑하는 아이야.]신의 음성이 들려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보다 훨씬 더 친근감이 느껴졌다.
[늦었구나. 바로 오리라 생각했는데.]“예.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럴 수 있지. 모든 길을 걷는 아이야. 신의 부름에도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점. 아주 좋단다.]“……?”
이건 칭찬일까 아니면 돌려 까는 걸까?
살짝 헷갈렸지만 언럭키는 신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중립의 신이시여. 혹시 저를 부르신 이유에 대해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네가 가는 길에 도움을 좀 주고 싶구나.]“그러시군요.”
그러나 언럭키는 별로 혹하지 않았다.
당장 바로 직전에 악신에게 제대로 뒤통수 맞지 않았던가.
신의 보상이라고 해서 무작정 좋은게 아니다.
어떤 보상을 어떻게 줄지에 대해 확실히 따져봐야 한다.
“혹시 중립의 신께서 주신다는 보상이 시련을 내린다거나, 아니면 결계로 막혀있는 어느 지역에 직접 찾아가 보물을 가져오라거나 하는 건가요?”
[그럴 리가 있겠나? 그런 건 악신이나 할 법한 짓이지.]역시 악신은 쓰레기가 맞았다.
고민하던 언럭키가 조심스럽게 유스티아의 성검을 뽑아들었다.
“그러면 혹시 도움으로 이런 물건도 받을 수 있겠습니까?”
현재까지 그가 알기로, 대중에 알려진 유일한 에픽 등급의 아이템.
오직 신의 축복으로만 만들어진 물건이었기에 이걸 줄 수 있는지 물었다.
[가능하다]“!”
중립의 신은 위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