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24
225화
비석은 그렇게 끝맺어져 있었다.
아까처럼 다음 관문의 시험이 무엇이지 알려주지는 않았다.
불친절하다고 생각하며 언럭키는 다시금 성큼 통로로 향했다.
‘첫 번째 관문이 빠른 속도를 이용한 회피 능력을 시험하는 곳이었지.’
그렇다면 두 번째로 나올 만한 시험 내용은 뭐가 있을까.
어차피 돌파할 자신은 있었기에 깊이 고민하지는 않았다.
“음.”
두 번째 통로에 있는 건 함정이 아니었다.
목각 인형 여러 개가 서 있었다.
특이하게 흰색의 목각인형이었는데, 각자 특정 부위마다 보라색으로 작은 원이 칠해져 있었다.
어느 놈은 정수리, 어느 놈은 미간, 어느 놈은 목 또는 심장…
‘알겠군. 저 부위를 공격해서 처치하라는 거야.’
살인 능력을 시험하는 곳이다.
언럭키는 곧장 찌르기를 날렸다.
목각 인형은 인형이라고는 생각도 안 될 만큼 빠른 반응 속도로 몸을 눕혀 피했다.
“!”
깜짝 놀란 언럭키의 검에서 오러가 솟구쳤다.
앞으로 뻗어나가던 오러는 허공에서 기역자로 꺾이더니 머리 쪽의 보라색 원을 꿰뚫었다.
-퍼걱!
목각 인형은 그 즉시 행동을 정지했다.
‘빠르다. 그것도 엄청.’
언럭키는 방심하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방금은 오러의 통제 능력을 이용해 간신히 맞춘 것일 뿐, 원래라면 피했을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검왕의 찌르기는 그냥 일반 검사의 찌르기로 생각하면 안 된다.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절대 피할 수 없다.
강력한 보스급 몬스터라면 모를까, 이런 목각인형이 회피할 만한 게 아닌 것이다.
‘다음 놈들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쉽지는 않겠군.’
목각 인형들이 여기를 보고 있었다.
한 번 더 찌르기를 날렸다.
역시나 휙 하고 몸을 접어 피한다. 이번에는 뒤이어 꺾여 날아간 오러까지 피했다.
그러면서 훌쩍 물러난 목각 인형.
놈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도록 주먹을 뻗었다.
권풍이 날아오고 언럭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피했다.
‘그냥 맞아주기만 하는 것도 아니군.’
먼저 공격하지는 않지만 반격은 한다.
어떻게 싸워야 할지 감이 왔다.
언럭키가 빙혈용검까지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두 검을 전방으로 마구 찌르기 시작했다.
-파바바밧!
속도와 검술이 결합되어 그리 넓지 않은 관문을 가득 매웠다.
점이 면이 되어 나아간다.
오러로 만들어진 벽이 된 것!
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마법을 써서 공간을 이동하는 게 아니라면 회피는 불가능했다.
결국 목각 인형들은 수백 개의 구멍이 나며 부서졌다.
그 구멍 중에는 보라색 목표점도 있었다.
부서진 목각 인형들을 한 번 보고는 언럭키가 관문을 걸어갔다.
저 뒤편에서 또 다른 목각 인형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언럭키는 다시금 오러를 피워 올려 놈들을 향해 마구 찔렀다.
* * *
목각 인형들을 전부 쓰러트리고 관문을 통과하니 이전과 같은 석실에 비석이 존재했다.
‘투척?’
읽고 있던 언럭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투척 능력은 쓰지도 않았는데?
‘음. 그런 거였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이런 능력을 시험할거니 해당 능력만 쓰라고 하던가.’
도전자를 고생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어쨌거나 뭐가 됐건 통과만 하면 그만.
언럭키는 다음 관문에 도전했다.
비석엔 마지막 관문이라고 써 있었다.
-파바바밧!
“!”
통로에 들어서고 얼마간 걷자 화살과 표창, 수리검 등으로 된 함정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그 궤도가 얼마나 촘촘한지 마치 장막이 되어 날아오는 것 같았다.
그리 속도가 빠르진 않았다. 뒤돌아서 도망친다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정도.
그러나 언럭키의 시선은 오직 전방을 향해 고정되어있었다.
검을 뽑아들고는 아까처럼 오러로 된 장벽을 만들었다.
-티티티팅!
-채채챙!
두 장벽이 서로 맞부딪치며 작은 소음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승자는 언럭키였다.
오러를 유지하는 마나량보다 함정의 소모품이 더 빨리 떨어진 것이다.
큰 문제 없이 통로를 통과한 언럭키가 새로운 석실로 들어갔다.
마지막 관문답게 더 이상 다른 통로는 없었다.
‘보지 말아야겠군.’
도주 능력이라니.
그딴 건 해보지도 않았는데 뭐가 훌륭하단 말인가.
중요한 건 비석이 아니었다.
그 옆에 있는 커다란 보물 상자. 딱 봐도 안에 무언가 좋은 물건이 들어있게 생겼다.
언럭키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책 한 권이 보였다. 빨주노초파남보. 진한 무지갯빛이 터져 나오는 스킬북이었다.
“대박이구나!”
제대로 찾아왔다.
역시 보물 지도에서도 보였던 것처럼 레전더리 아이템이었다.
심지어 그냥 레전더리 아이템도 아니고, 언럭키조차 손에 꼽아볼 정도로 얻었던 극상품!
최상위권 레전더리 아이템이었다.
[스킬북 : 사신의 수확길]-스킬 등급 : 레전더리.
-스킬 효과 : 사신의 집행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 은신 중에 해당 스킬을 사용하면 그 어떤 결계, 마법진, 진법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계, 마법진, 진법의 위력과 비례해 스킬의 마나 소모량이 증가한다.
-스킬 제한 : 직업 ‘사신’ 전용, 레벨 200 이상 사용 가능.
“와…이건 진짜 사기 스킬인데?”
스킬 설명을 읽은 언럭키는 깜짝 놀랐다.
암살자의 은신 능력이 무섭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렇기에 방비를 철저히 하는데 그 종류 중 하나가 범위형 결계, 마법진, 진법이었다.
그런데 사신의 수확길 스킬 사용 중에는 그 모든 장판 영향력에서 벗어난다는 뜻 아닌가.
어딘가로 침입해서 암살하는 것에 최적화된 능력이었다.
사실상 마나만 관리하면 어디든 침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별로 안 불편했는데….’
느낀 건 딱히 없지만 동감했다.
이 스킬은 확실히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 * *
“자네. 설마 포기한 건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면? 리바 델 레이 놈들이 무섭나?”
“설마요.”
헤탄의 말에 언럭키가 코웃음을 쳤다.
항상 잡을 때마다 좋은 물건을 떨어트려 주는 그 놈들은, 이제 적이 아니라 보물 고블린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래. 그럴 리가 없겠지. 그러면 왜 놈들의 결계를 뚫을 방법을 찾는데 열중하지 않는 건가.”
도시로 돌아온 언럭키를 헤탄이 찾아왔다.
언럭키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헤탄과 함께 리바 델 레이 분타를 공격해보기로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악신 놈이 직접 찾아와서 가져가라는 보상도 있었겠다, 가긴 가야 하는데 올마스터의 비기에 사신의 보물 지도까지.
중요한 일이 겹쳐서 어쩔 수 없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바빴습니다.”
“역시 보상 때문인가.”
“예? 설마 그럴 리가요.”
언럭키가 고개를 저었지만 헤탄은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말은 그렇게 하겠지. 하지만 자네도 우리 의뢰를 수행하는 용병이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어. 보수가 마음에 들면 의뢰를 수행하기 싫을 수도 있지.”
“아, 아닙니다. 저희 인연이 얼마인데 제가 그깟 보수에 연연해 할리가 있습니까.”
언럭키가 당황해서 말했다.
헤탄이 저렇게 말하니 지금까지 쌓아놓은 호감도가 떨어질 것 같은 위기감이 든 것이다.
이대로 헤탄이 ‘이제 우리의 인연은 끝일세. 잘 먹고 잘 살게나.’ 라고 말하고 떠나간다면 큰 손해인 것이다.
언럭키는 어떻게든 타당한 이유를 알려주어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써야했다.
“헤탄님. 제 말을 좀….”
“그래서 자네가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호르헤른님께 내가 부탁을 드려봤네. 보수를 두 배로 높여주시겠다더군. 우리 의뢰를 우선해서 처리해줄 수 있나?”
“…충성을 다 바치겠습니다.”
분명 호르헤른 가문은 무지갯빛이 나는 가문일 것이다.
언럭키는 그렇게 확신했다.
* * *
보수 두 배.
정확히 무슨 보수를 줄 지에 대해서는 입에 담지 않았지만, 뭐가 됐든 절대 적지는 않을 것이다.
애초에 리바 델 레이 분타를 가려는 이유는 악신이 퀘스트 보상을 직접 가져가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해서였다.
헤탄의 보수는 덤인 셈.
어두컴컴한 밤, 언럭키는 리바 델 레이 분타로 떠났다.
어둠 속성이 아니라면 아무도 침입할 수 없는 대결계가 막고 있었지만, 은신 후 사신의 수확길을 발동한 언럭키를 막을 수는 없었다.
‘마나 소모량이 엄청나군.’
사신의 수확길은 결계의 수준과 비례해 마나 소모량이 증가한다.
언럭키의 마나량은 결코 적지 않은데도 소모 속도가 말이 안됐다.
금방 통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 몇 분만 있었다면 마나가 바닥났을 터.
잠입은 성공적이었다.
‘결계석은 어디쯤 있으려나….’
-정말로 결계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있다는 건가?
-예.
-허어. 자네가 허언을 할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좋네. 자네가 먼저 들어가 결계석을 부숴주게. 그 즉시 바깥에서 지원가겠네.
헤탄에게는 기사가 포함되어있는 병력이 있었다.
언제든지 리바 델 레이 측과 전투를 벌일 준비가 되어있던 것이다.
기사는 두 명 뿐이라서 결계를 오러로 부수는 건 어려웠지만, 언럭키가 결계만 해체해주면 얘기는 달라졌다.
함께하면 분타 하나쯤 처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터!
그렇기에 언럭키는 결계석을 찾아 돌아다녔다.
전에 어느 분타에서 결계석을 부순 적이 있었다.
경계 병력이 삼엄한 곳에 있었으니, 이번에도 비슷할 터.
이들의 가장 소중한 보물 중 하나일 테니, 그런 곳만 찾아다니면 된다.
‘저기 뭐가 있나보군.’
그때 경계가 삼엄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단층짜리 큰 건물이었는데, 구조를 보니 대충 짐작이 갔다.
이건 보물창고일거라고!
슬쩍 웃은 언럭키가 안으로 잠입했다.
직업 두 개를 동시에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은신이 자유롭게 되었다.
엄청난 강점이다.
거기에 만약을 대비해 사신의 수확길 스킬까지 발동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물리적인 함정만 조심한다면 걸릴 것은 아무것도 없을 터.
‘?’
그러나 안에 들어간 언럭키는 흠칫했다.
있으라는 보물이나 결계석 대신에, 웬 거한이 코골면서 자고 있던 것이다.
[보스 몬스터 – 리바 델 레이 분타주 : 장타로]-레벨 : 226.
‘분타주?’
갑자기 보스 몬스터를 만나 당황한 것도 잠깐.
잠시 생각하던 언럭키는 조심스럽게 놈에게 다가갔다.
바로 앞에 섰는데도 녀석은 여전히 쿨쿨 잘 자고 있었다.
그대로 쌍검을 뽑아 든 다음, 내리찍었다.
-푹!
“흡!?”
보스몬스터가 경악한 채 눈을 부릅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