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25
226화
보스 몬스터가 눈앞에 있었다.
심지어 완벽한 무방비 상태로 쿨쿨 자고 있었다.
그걸 보고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유저가 어디 있을까.
그건 엄청난 유혹이었다. 언럭키는 유혹에 넘어갔다.
‘이런. 너무 충동적이었군.’
본능적으로 오러를 일으켜 보스몹을 찍어버린 후에야 그는 후회했다.
원래는 결계를 유지하는 결계석만 찾아 부술 생각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이 안에서 혼자 날뛸 수는 없는 법.
밖에서 호응해 줄 헤탄과 함께하려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다니.
계획과 많이 틀어졌다.
‘일이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지. 일단 보스 몬스터부터 잡고 봐야겠어.’
싸워서 여길 탈출하더라도 가장 위협적인 보스몹은 처리해놔야 한다.
그래야 추후의 일이 편해질 터.
“크훕….”
공격력 350의 에픽 아이템, 성검은 과연 강력했다.
심지어 ‘고대 전설의 이도류’ 스킬로 공격력이 10% 더 증가하지 않았나.
385. 거의 400에 가까운 수치였다.
그 정도면 레벨 220대의 보스몹 정도는 일반몹처럼 상대할만한 공격력이었다.
거기에 자고 있다가 기습을 받아 치명타까지 받았으니…
“쿨럭 쿨럭….”
입가에서 피를 토해내며 보스몹이 바둥거렸다.
과연 분타주라고 해야 할까. 놈은 기습적인 한 방을 먹었음에도 죽지 않았다.
그래서 언럭키는 더 열심히 추가타를 날렸다.
빙혈용검까지 꺼내 들어 완전히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검을 휘둘러댔다.
-서걱!
-푸화학!
“끄어억…. 왜, 왠 놈이….”
“죽어라.”
오러가 놈을 마구 헤집고 지나갔다.
녀석의 HP가 짧은 새에 50%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썩어도 준치라고 놈은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뒤로 피했다.
끝장을 보는데 실패한 언럭키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치, 침입자라니. 누, 누구 없나 밖에! 없냐고!”
비틀거리던 분타주 장타로는 덜덜 떨며 언럭키를 바라봤다.
겁먹은 얼굴이었다.
언럭키가 눈을 반짝였다.
‘자다가 갑자기 기습당해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하긴. 기습도 기습인데 눈 몇 번 감았다 뜨니 피가 절반 넘게 까였으니 멘탈이 나갈 만도 하다.
자신이 직접 싸울 생각도 안 하고 부하들을 찾는 걸 보니.
-스르륵.
언럭키가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사신의 은신 능력을 발동시킨 것이다.
주위가 어두웠고 상대는 이쪽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했기에 스킬이 성공했다.
눈앞에서 사라진 언럭키를 보며 장타로는 당황했다.
언럭키가 나타난 건 놈의 뒤편이었다.
긴장하는 놈의 등을 전력으로 찔렀다.
-푸확!
“끄윽….”
은신 후 일격은 암살자 클래스가 할 수 있는 일격필살의 기법이다.
비록 한 번 하고 나면 들켜서 다시 은신하는 게 어려웠지만, 성공했으니 상관없다.
쉴 새 없이 베이는 와중에 장타로의 눈빛에서 혼란이 서서히 사라졌다.
다만 너무 늦었다.
놈 역시 몇 번의 반격을 했지만 이미 HP가 너무 많이 줄어들었다.
결국 언럭키의 쌍검이 놈의 심장을 꿰뚫었다.
-띠링!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업!]밝은 빛이 그를 휘감고 지나갔다.
그리고 많은 관객들이 그를 바라봤다.
축하의 눈빛은 아니었다.
“음….”
언럭키가 어색한 표정으로 검을 내렸다.
보스몹은 마지막 반항을 하긴 했다. 놈이 살던 건물이 무너진 것이다.
어둠 속에서 큰 소음이 발생했으니 주변에 있던 다른 광신도들이 몰려오는건 당연한 일.
눈이 벌개진 광신도들이 주변을 둘러싼 채 언럭키를 노려보고 있었다.
“침입자다! 놈이 분타주님을 해쳤다!”
“신의 이름으로 복수를!”
“복수를!!”
각자 무기를 꺼내 드는 광신도들.
언럭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물론 항상 계획대로만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변주가 훨씬 더 많았다.
쌍검을 뽑아 든 언럭키가 오러를 뽑아 든 채 놈들을 향해 먼저 달려들었다.
* * *
“헤탄님. 신호는 아직입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게.”
헤탄과 호르헤른 가문의 병력들은 리바 델 레이 분타의 결계 근처에 숨어 있었다.
이곳에서 대기하다가 언럭키가 결계를 해제하는 즉시 돌입해 같이 싸우기로 했다.
그러나 약속했던 시간은 이미 지났다.
결계는 여전했다.
헤탄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초조했다.
‘무슨 문제가 발생했나? 아니면 단순히 결계석을 찾는데 오래 걸려서 늦어지는 건가?’
적들의 대결계는 내부의 시야와 소리를 완전히 차단한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적인 협곡의 지형처럼 보이는 환영만 존재했다.
헤탄이 할 일은 그저 언럭키를 믿고 묵묵히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으음…. 이거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사급 둘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시간이 이렇게 지체되니 위기감이 든 것이다.
“자네들. 언럭키 공을 믿지 못한다는건가?”
“그건 아닙니다. 그분이 호르헤른 가문을 위해 하신 일만 들어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죠. 하지만 지금은…”
호르헤른 가문의 임무를 수십 번이나 성공적으로 완수했던 언럭키였다.
그 무력과 판단력, 실행력 등은 이미 가문 기사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영원히 성공만 할 수는 없는 노릇.
특히나 이런 위험한 임무에서는 언제 실패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가 따로 할 수 있는 것도 없지 않나.”
헤탄의 말에 기사들은 반박하지 못했다.
겨우 기사급 둘로는 힘으로 결계를 부수는 것도 못한다.
괜히 소란만 일으켜 적들의 공격이나 받겠지.
시간이 점점 흘렀다.
그럴수록 헤탄과 그 휘하 병력들은 초조해졌다.
이제 기사들만이 아니고 병사들까지 불안한 감정이 옮았다.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하지만 이미 들어간 언럭키를 두고 자기들끼리 후퇴하는 것도 문제였다.
헤탄이 고민하고 있던 때였다.
“헤탄님! 결계가 사라집니다!”
“!! 모두 무기 들어!”
앞을 단단히 막고 있던 결계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결계석을 찾아서 부수긴 했나 보군.’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었다.
시간이 이렇게 지체된 건 무언가 이상했다.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겠어.’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헤탄이 기사들과 함께 움직였다.
결계가 사라지며 내부 풍경이 드러났다.
그리고…
“……?”
“어…?”
사람들이 단체로 흠칫 놀랐다.
여기저기 쓰러져있는 리바 델 레이의 광신도들.
그 한복판에는 언럭키가 오연한 자세로 그들을 내려다보며 서있었다.
바닥은 거인이 할퀴고 지나간 것 마냥 갈려 있었고 땅거죽은 뒤짚어 엎어졌다.
병사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이걸…저 사람 혼자서 한 건가?’
얼핏 봐도 적은 숫자가 아니었는데 저들을 모두 쓰러트렸단 말인가?
심지어 약간 지쳐 보이긴 했지만 언럭키는 대체적으로 멀쩡했다.
“헤탄님.”
“자, 자네…괜찮나?”
“예, 뭐. 일단은요.”
언럭키가 다가오자 헤탄이 당황해서 물었다.
그가 예상했던 상황과 전혀 달랐다.
잘하면 적들에게 안 들키고 결계를 해제해 미친 듯이 싸우거나, 최악의 경우엔 언럭키가 위기에 몰렸을 경우도 생각했다.
하지만 정반대로 그가 적들을 전부 쓰러트렸을 줄은 몰랐다.
“혼자서 전멸시키다니…”
“전멸은 아닙니다. 안쪽에 아직 많은 숫자가 남아 있습니다.”
언럭키가 헤탄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조금 전의 전투는 굉장히 격렬했다.
‘광신도라서 다행이었지.’
자기들의 분타주가 죽은 걸 깨달은 그들은 미친 듯이 덤벼들었다.
눈이 뒤집혀서 핏빛으로 붉어진 채 덤벼들었는데, 그때는 언럭키도 막막했다.
그는 혼자고 손은 두 개였다
사방에서 달려들면 아무리 강해도 싹 다 쓸어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전투가 벌어지니 생각보다 할만 했다.
광신도들은 원한을 품고 무작정 돌진했는데, 좁은 지형에 몰려 있다 보니 스킬을 쓰기 편했던 것이다.
‘검신의 분노’ 스킬 한 방을 날리니 대부분 쓸어버렸고, 나머지는 어찌어찌 직접 마무리했다.
그 와중에 외곽부까지 왔는데 결계석이 결계 근처에 있었기에 그것마저 부숴 결계를 해제했다.
‘여러모로 운이 좋았어.’
결계석을 따로 심처에 보관하는 게 아니고 결계 근처에 놔두었을 줄이야.
만약 자신이 원래 계획대로 성공적으로 잠입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결계석을 찾았다간 실패했을 것이다.
결계석 주위에는 딱히 경계가 삼엄하지도 않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으니까 말이다.
“음. 어쨌거나 고생했네.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저 많은 광신도들과 싸운 걸 보면 쉽지 않은 잠입이었던 모양이야.”
“예. 제가 초래한 결과이긴 한데, 그렇긴 합니다.”
“좋아. 남은 이야기는 어서 움직이면서 하세.”
헤탄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이만한 소란이 벌어지고 결계까지 해지되었으니 분타주가 가만 있지 않을 거야. 지금쯤 습격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겠지. 그러니까 어서 가서 놈을…”
“아 분타주는 이미 제가 처치했습니다.”
“???”
헤탄은 다리가 꼬여 넘어질 뻔 했다.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귀가 이상해졌나?
“이미…처치했다고?”
“예. 우연히 들어간 곳에 분타주가 자고 있더군요. 그래서 끝장냈습니다.”
“…….”
“…….”
헤탄은 물론이고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기사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분타주가 하급 병사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처치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마도 언럭키는 잠입 중에 분타주의 위치를 알게 되고 암살을 시도해 성공한 것이리라.
다만 처음에 서로 간에 계획할 때 그냥 결계만 열기로 약속했기에 저런 식으로 변명을 하는 거겠지.
너무 자신이 혼자서 다 해버린 듯한 인상을 주면 자신들이 허탈할테니 말이다.
‘사람이 겸손하군.’
‘어쨌건 결과가 좋으니 자랑하듯 얘기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어쩌면 우리가 하는 것 없이 민망할까 봐 저렇게 말해준 걸 수도 있겠어.’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훌륭하다.
헤탄 역시 그런 마음씨를 눈치채고 빙긋 웃었다.
“그래도 아직 내부에 적들은 많겠지?”
“그럴 겁니다. 뒤쪽에서 나오던 지원군이 제가 결계석을 부수는 걸 보고 다시 되돌아갔으니까요. 안쪽에서 농성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놈들은 부디 우리에게 맡겨주게. 자네에게 전부 신세질 수는 없어.”
헤탄의 말을 기사들이 받았다.
“맞습니다 경. 부디 저희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경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다는 오명을 얻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글이글 불타는 기사들의 눈.
굳이 자신의 허락이 왜 필요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간절히 부탁하니 언럭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언럭키의 말에 병력들이 용기백배하여 달려갔다.
“사악한 사교도들을 처리하라!”
“악신의 주구를 한 놈도 남겨놓지 마라!”
헤탄측과 리바 델 레이 측이 사활을 건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뒤에서 잠시 지켜보던 언럭키는 스르륵 은신해서 몸을 숨기고, 전투의 현장을 살짝 벗어나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보물창고가 어디 있으려나….’
치고받고 싸우는 틈에 일단 보물창고부터 확보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