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38
239화
지옥에서 손꼽히게 강하던 군주 바알.
너무 강하기에 다른 군주들의 합공에 몰락했지만, 그 전쟁의 여파로 메마른 평원은 황폐해지고 저주에 휩싸였다.
“그러니까. 이 메마른 평원이 원래 바알의 영역이었는데 지금은 죽고 없다 이거지? 그놈이 살아있을 때 숨겨둔 보물이 있는 비밀 던전의 위치를 네가 알고 있다는 거고.”
“그렇다.”
칼리스먼의 설명을 한참 듣던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안내해봐.”
언럭키 일행과 칼리스먼은 황폐한 땅을 걸어가고 있었다.
칼리스먼을 사로잡았을 때, 놈이 갑자기 바알의 던전을 안다고 말했다.
그게 뭔가 싶어 움직이면서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 덕에 지옥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현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한편, 칼리스먼은 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이런 젠장. 바알의 던전에 대해서는 안 알려줘도 됐을 것 같은데.’
저놈은 반쯤 미치광이가 분명했다.
지옥에는 강력한 힘을 얻은 대신 머리 어딘가가 고장 난 존재들이 많았다.
칼리스먼은 언럭키 역시 그런 부류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부류!
그도 그럴 게, 어느 미치광이가 갑자기 허공을 향해 인사하게 시키고 고맙다고 말하게 시킨단 말인가.
그래서 놈의 데스나이트가 움직이자 지레 겁먹고 자신이 품고 있던 가장 큰 비밀을 말해버렸다.
“그런데 던전을 알고 있으면 네가 가도 되는 거잖아. 왜 안 가고 내버려 뒀어?”
“가봤다. 다만… 나는 초입 부분에서 간신히 목숨만 살아서 도망쳤다. 그만큼 어려운 던전이었다.”
“오.”
언럭키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어려운 던전이라니.
월드 사가의 공식이 있지 않은가.
어렵고 난이도 높은 던전=보상이 좋다!
심지어 던전 네임도 바알의 비밀 던전이라고 하니 심상치 않았다.
‘좋아. 이참에 지옥의 던전은 어떤지 한 번 봐야지.’
원래부터도 지옥에서 던전은 무조건 찾아 들어갈 생각이 있었다.
직업 특성과 지역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상승이 있긴 했지만, 던전 최초 발견 보상은 그와는 급이 다르다.
특히 지옥은 그 어떤 유저도 온 적 없는 곳.
발견하는 족족 모든 던전에서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웃음이 안 나오고 배기겠는가.
다만 칼리스먼은 그와 조금 더 거리를 벌렸다.
‘어려운 던전이라고 말하니까 더 좋아한다. 내가 지옥에서 본 가장 미친놈이 확신하다!’
자고로 미친놈과는 상종하면 안 된다.
가까이 오면 병이 옮을지도 모른다.
* * *
“그런데 너 진짜 마석 가지고 있는 거 없어?”
“없다.”
“하나도?”
“…그렇다.”
“징수관이라며. 무슨 징수관이 그래.”
언럭키는 의심의 눈초리로 칼리스먼을 쳐다봤다.
“솔직히 말해 봐. 몰래 숨겨둔 거 있지?”
놈을 사로잡았을 때 몸수색 같은 걸 했다.
무기와 약간의 소모품을 제외하면 가지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에다가 숨겨놨을 수도 있잖아. 아니면 배 속에 넣어둔 거 아냐? 가르면 나오나?”
“그,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언럭키가 진짜 배를 가를듯 다가오자 칼리스먼이 기겁해서 물러났다.
물론 채 한 발짝도 가지 못하고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해골들에게 붙들렸다.
“징수한 마석은 전부 군주님께 바치고 왔다. 애초에 내가 여기 온 건 그렇게 바치고도 할당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마석이 남아있을 리 없잖은가!”
“그렇군.”
“하아….”
여기저기서 겨눠지는 칼과 화살에 한숨을 쉰 칼리스먼이 물었다.
“넌 도대체 어느 군주의 징수관인 거지? 너처럼 과격한…”
“뭐?”
“…과격하다는 건 칭찬이다. 패기 있다는 뜻이니. 어쨌거나 너 같은 징수관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는데.”
지옥은 힘을 숭상하는 곳이기에 강력한 악마는 소문이 퍼지기 마련이다.
홀로 천 명을 베어버린 검귀, 미친 악룡, 식탐으로 산 하나를 먹어버린 트롤…
‘정신 나간 괴물 네크로맨서. 이런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언럭키가 말했다.
“그럴 만하지. 난 인간이다.”
“인간? …설마!?”
“그래. 지상에서 왔다.”
“!!”
지상에 살고 있는 인간에 대해서는 지옥의 주민이라면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을 타락시키거나 계약해서 힘을 얻어 강해지는 건 꽤 흔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칼리스먼도 소문은 많이 들어봤다.
‘도대체 어떤 군주와 계약한 거지?’
어느 군주가 저런 심성을 지닌 자에게 힘을 줬단 말인가?
아무리 계약이라고 해도 지옥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었다.
칼리스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례가 안된다며 네가 계약한 군주가 누군지 들을 수 있겠나?”
“계약? 그런거 안했는데?”
“!”
‘인간은 무서운 존재였군.’
칼리스먼은 결심했다. 앞으로 지상의 인간을 만나게 되면 상종도 하지 말고 피하자고.
그렇게 지옥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으로 대화를 하다보니 목적했던 곳에 도착했다.
“여기다.”
오래전에 생명체가 다 떠난 폐허.
무언가 건물이 있었던 듯한 흔적만 존재하는 곳이었다.
“뭐 별거 없어 보이는데?”
“얼핏 보기엔 그렇겠지.”
군주 바알이 죽고 다른 군주들은 그의 영역을 샅샅이 수색했다.
그토록 강력한 군주였다 보니 전리품도 잔뜩 있을 것 아닌가.
실제로 많은 물건이 털려 여러 군주의 손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몇몇 바알의 유명한 보물로 알려진 것들은 끝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그것들이 어딘가 비밀 던전에 잠자고 있을 거라 추측했지만 결국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게 서서히 기억 속에서 잊혔는데, 칼리스먼은 그런 토굴 중 하나를 우연찮게 발견한 것이다.
“여기 보면…”
그가 낫을 꺼냈다.
그러자 해골들이 곧장 반응해 놈에게 칼을 가까이 댔다.
특히 데스나이트는 검은 오러를 활활 피워내기까지 했다.
“…이것 좀 치워주겠나?”
“뭘 하려는 거지?”
“낫 손잡이 끝에 블루 고블린의 피가 있다.”
낫 손잡이 끝 쪽에 뚜껑이 있었는데, 그걸 빼니 푸른 피가 뚝뚝 떨어졌다.
-쿠르르릉!
바닥에 떨어진 피가 스며들더니 폐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지가 피어오르며 구조물들이 착착 정리되었고, 바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드러난 것이다.
“여기가 바알의 비밀 던전이다.”
“넌 이런 곳을 어떻게 알아낸거지?”
뿌듯한 표정의 칼리스먼에게 물었다.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조건이 이렇게 까다로우면 미리 알고 있는 게 아닌 이상 던전을 찾기란 굉장히 힘들 텐데….
“아아. 그때 당시 마석 할당량을 못 채운 블루 고블린 몇 놈을 처형시켰거든. 낫에 그놈들의 피가 묻은 채로 움직이다가 여기서 좀 쉬었었는데 우연찮게 피가 떨어져서 입구를 발견했다.”
“…….”
뿌듯한 표정으로 말하는 칼리스먼을 보며 언럭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들어가기나 하자.”
지하로 가는 계단에 한 걸음 다가가니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바알의 비밀 던전을 발견하셨습니다.] [최초로 발견한 던전입니다.] [48시간 동안 던전 내에서의 경험치 획득량과 골드 획득량이 +150% 상승합니다.]언럭키가 히죽 웃고는 채팅창을 보며 말했다.
“하하. 힘들게 지옥까지 온 보람이 있군요. 안 그렇습니까? 이번엔 확실히 운이 좀 좋았다고 해야겠네요.”
장난치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뒤로한 채, 언럭키가 던전으로 입장했다.
* * *
“여기서부터 해골 기사는 이 놈 감시하는데 쓰겠습니다.”
던전에 들어와서 언럭키가 말했다.
아세린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괜찮을까요?”
지옥에서 함께해본 바, 그녀는 언럭키의 해골 기사들이 얼마나 강한지 제대로 느꼈다.
고작 세 기밖에 안되지만, 소수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전투에서 기사단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유령마를 타고 다니며 전방이나 후방, 또는 측면을 돌파하면 그 즉시 몬스터 무리가 와해된다.
그 차징만으로 전투가 너무 편리해진다.
아세린을 비롯한 해골 군대는 들어가서 마무리만 하면 되는거니까.
“어쩔 수 없죠. 이 놈이 허튼짓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려면 최소한 해골 기사는 있어야 하니까요.”
언럭키가 어깨를 으쓱였다.
칼리스먼은 쉽게 제압되긴 했지만 징수관이다.
언럭키에 비해 약한거지, 그 무력은 결코 무시할게 못된다.
그래도 대체 수단이 있어서 다행이다.
‘여기가 넓어서 다행이야. 아니었으면 데스나이트를 남겨놨어야 할 뻔 했는데.’
던전은 지하임에도 굉장히 높고 넓었다.
천장이 거의 10m는 되기에 해골 케로베로스를 탄 데스나이트를 운영할 수가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든 몇 방은 맞아줘도 멀쩡한 덩치가 앞으로 나아가니 굉장히 든든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뒤에서 따라오던 칼리스먼이 기분나쁜 웃음을 흘렸다.
“후후. 네게도 쉽지는 않을거다. 애초에 내가 왜 여길 내버려뒀겠는가. 초반부에서 죽을 뻔 하고 간신히 살아나온게 내가 한 전부다.”
스산한 경고였다.
벨라가 슬쩍 다가오더니 방패로 녀석의 머리를 쾅 내리 찍었다.
“컥….”
“조용히. 부탁.”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말하니 묘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칼리스먼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벨라가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
카메라에 벨라의 모습이 비치자 찬양일색이었다.
언럭키는 어이가 없었다.
‘두들겨 패도 좋다고 하겠구만.’
그래도 덕분에 시청자 숫자가 유지되는 면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계속 나아가다보니 칼리스먼의 경고가 현실로 다가왔다.
-철컥
맨 앞에 있던 해골 케로베로스가 밟은 땅이 움푹 들어갔다.
동시에 드높은 천장에서 가시로 된 강철 더미가 떨어지고, 사방 벽에서 화살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하하하하! 드디어 시작됐구나!”
칼리스먼이 껄껄 웃었다.
이 바알의 비밀 던전이 위험한건 몬스터 때문이 아니다.
칼리스먼도 약하지는 않다. 설사 그 시절 바알의 친위대가 오더라도 도망칠 자신은 있었다.
그럼에도 여기서는 살아나온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는데, 그 이유는 던전 초입부에 있던 함정 때문이었다.
천장, 벽, 바닥, 벽화, 돌조각…
보이는 온갖 것들이 다 함정으로 변해서 쏘아졌다.
심지어 위력도 어마무시해서 몇 번 당하지도 않았는데 목숨이 경각에 달했다.
‘해골 군대의 숫자가 많다고? 무슨 상관이야. 여기 있는 함정들이 제대로 발동된다면 해골 군대가 지금보다 100배 많아도 모조리 몰살이다.’
칼리스먼이 히죽 웃었다.
그때가 되면 기회를 봐 탈출할 것이다.
운이 좋다면 감히 자신을 사로잡은 저 네크로맨서 놈의 목을 취할 수도 있겠지.
그때를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어…?”
칼리스먼이 눈을 끔뻑였다.
이상했다. 함정이 연쇄적으로 발동되어야 하는데 조용했던 것이다.
-핑! 핑! 핑! 핑!
그 대신 24기의 해골 궁수들이 이상한 곳으로 계속 화살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
저게 뭐 하는 것인가 싶었던 칼리스만은 곧 눈치챘다.
화살로 함정의 작동 스위치들을 전부 부수고 있었던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함정이 있는 걸 어떻게 알고…!?”
경악해 소리치는 칼리스먼을 보고 언럭키는 살짝 안도했다.
‘함정 깔린 던전이라니. 다행히 쉽겠네.’
그의 눈에는 함정의 불길함이 뿜어내는 붉은빛이 보였다.
숫자가 조금 많긴 하지만, 차근차근 없애며 전진하면 될 듯.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거냐!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놈이…”
그때 벨라가 흘끗 쳐다보더니 칼리스만에게로 걸어갔다.
-쾅!
“크헉….”
“조용히. 더 이상 부탁. 안 해.”
“…….”
칼리스먼은 슬슬 벨라의 눈치를 보더니 숨소리조차 조심스럽게 내기 시작했다.
방패가 워낙 성능이 좋다 보니, 몇 대만 더 맞으면 진짜로 위험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