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41
242화
“아. 이런. 넌 파티 상태가 아니구나.”
칼리스먼은 포로였지 파티가 아니다.
그렇기에 독안개의 영향에서 피할 수가 없었다.
“빠, 빨리 이것 좀…”
중독되어 헐떡거리는 칼리스먼.
“음. 근데 미안한데 해독제는 없는데.”
“뭐!?”
칼리스먼은 어이가 없었다.
“독을 다룬다는 놈이 해독제도 안 들고 다니다니. 그게 말이 되냔… 쿨럭 쿨럭.”
흥분하여 독 기운이 넘치는지 피 섞인 기침을 토해냈다.
언럭키로서도 억울했다.
‘아군은 파티 상태일 텐데 독에 걸릴 리가 없지.’
게다가 어지간하면 솔플로 다니는 언럭키이다.
이런 식으로 NPC 포로를 데리고 다니는 게 특별한 상황이니, 그에 따른 준비는 부족했다.
“그래도 조금은 버틸 만하겠네.”
언럭키는 놈을 가만히 쳐다봤다.
녀석의 머리 위로 HP가 줄어들고 있는 게 보였다.
징수관은 중간 보스격으로 치기 때문에 피통도 크고 독에 대한 저항까지 있었다.
한동안은 버틸 수 있어 보였다.
“그걸 왜 네가 판단…하냔 말이다.”
그러나 고통을 겪는 건 칼리스먼이였기에 열이 확 받았다.
이대로 벌떡 일어나서 한 대 후려치고 싶었다.
후환이 두렵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래도 좀 빨리 처리는 해야겠군.’
언럭키가 시선을 돌려 벨라가 있는 통로 안쪽을 바라봤다.
원래는 저렇게 막아두고 독안개로 손쉽게 처리하려고 했다.
“크아아아!”
안쪽에 있는 데빌 키메라는 이대로 있다가는 위험하다는 걸 알고 계속 반항했다.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러댄 것이다.
다만 벨라에게 향하는 공격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 몇 번 두들겨보더니 답이 없다는 걸 깨닫고 해골 케로베로스의 뼈를 때렸다.
-쾅! 쾅!
한 번 후려칠 때마다 금이 가고 부서진다.
해골 케로베로스는 덩치 크고 강력한 소환수였지만 벨라같은 탱킹력을 기대하는건 어려웠다.
“다크 힐. 다크 배리어.”
언럭키의 입술이 달싹였다.
벨라에게 강력한 방어력이 있다면 해골 케로베로스에게는 주인이 있었다.
놈의 뼈 위로 새카만 방어막이 덧씌워지고, 부서졌던 뼛조각이 복구된다.
“크륵!? 크아아아!”
힘겹게 부쉈던 뼈가 재생되자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놈은 더 열심히 공격했다.
-쾅! 쾅! 쾅!
지금도 계속해서 중독되고 있었다.
아무리 키메라의 육체가 강하다고 해도 이대로 가다가는 죽음이 확정적이다.
살길은 이것밖에 없었다.
‘저놈보다 칼리스먼이 먼저 죽겠네.’
서로 HP 줄어드는 속도를 비교해본 언럭키가 혀를 찼다.
그가 손을 까닥였다.
해골 케로베로스가 가득 메우고 있던 틈이 살짝 벌어졌다.
데빌 키메라가 반색하여 거기로 들어가려는 순간, 검은 오러가 먼저 뻗어져 나왔다.
-콰앙!
불타는 듯한 새카만 오러에 맞고 튕겨 나간 데빌 키메라.
그 너머서부터 오러를 일으킨 데스나이트와 해골 기사 세 기가 들어왔다.
좁은 공간이기에 대군을 밀어 넣어봤자 좋을 게 없었다.
총 네 구의 해골들이 각자 검을 치켜들었다.
“아우우우우우!!”
데빌 키메라가 허공을 향해 포효하더니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잔상이 남을 정도로 폭발적인 스피드.
순식간에 두개골을 부술 듯 달려들었다.
워낙 빨라서 해골 기사들은 반응이 약간 늦었는데, 데스 나이트가 그에 대응해 놈을 후려쳤다.
-콰직! 쾅!
데빌 키메라는 과연 한 때 군주의 친위대라 불릴 만했다.
강인한 육체에서 뻗어 나오는 힘과 스피드는 데스 나이트와 해골 기사를 압도했다.
오러에 적중당해도 상처만 조금 나고 말았는데, 고통을 못 느끼는지 맞으면서 공격했다.
그나마 데스나이트가 오러를 사용해서 버틸 만했던 거지 아니었으면 해골 군대 전부를 투입했어야 했다.
“과연. 네 말이 맞네. 확실히 군주의 친위대는 다르긴 달라. 강하군.”
“지…금…그딴 말이 나오나…쿨럭.”
칼리스먼이 힘겹게 눈을 돌려 황당한 얼굴로 언럭키를 바라봤다.
누구는 중독되어 죽을 것 같은데 편하게 감상 따위나 하고 있다니.
“보아하니 너보다 저놈이 먼저 죽을 것 같다. 그때 되면 독안개 꺼줄 테니 조금만 더 참아라.”
“…….”
언럭키는 확신했다.
프로로서 월드 사가를 하려면 많은 재능이 필요하지만, 후천적인 노력도 중요했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딜을 계산하고 적의 체력과 방어력을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은 꾸준히 연습해 길러야 된다.
언럭키 역시 그랬는데, 보아하니 아슬아슬하게 칼리스먼보다 데빌 키메라가 먼저 쓰러질 것 같았다.
“확신한가?”
“95% 확실하다.”
“…그럼 나머지 5%는?”
“네가 먼저 죽을 수도 있겠지.”
“…….”
이런 미친!?
칼리스먼은 이번에야말로 욕설이 튀어나올 뻔했다.
누구는 목숨이 걸려있는데 저딴 식으로 쉽게 얘기하다니.
그러나 목숨줄을 쥐고 있는 게 언럭키이다보니 눈으로 욕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제발 빨리 이겨다오. 이 빌어먹을 해골들아.’
칼리스먼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데스나이트와 해골 기사들을 응원했다.
다만 응원이 무색하게 승기는 데빌 키메라에게 넘어왔다.
애초에 언럭키의 해골 군대 전부가 달려들어야 이길만한 놈이었다.
아무리 데스나이트가 강하다고 해도 고작 넷이서 붙을 상대가 아니다.
“크아아아아아!!”
해골들을 뿌리친 놈이 다시금 통로 쪽으로 달려들었다.
어느덧 내부엔 독안개가 가득했다.
-쾅! 쾅! 쾅!
미친 듯한 발악이 이어졌다.
계속해서 발톱을 휘둘렀는데, 벨라가 철벽처럼 그 앞을 막아섰다.
언럭키 역시 해골 케로베로스는 계속 배리어 걸고 회복시켜주며 지켰다.
한참을 더 반항하던 놈은 결국 힘이 다 빠졌는지 풀썩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그걸로 끝이었다.
언럭키의 몸에서 밝은 빛이 번쩍이고 지나갔다.
-띠링!
[레벨업!] [레벨업!]무려 두 번이나.
‘별로 힘들이지 않고 한 번에 레벨업 두 번이라. 그렇지. 이게 최초 발견 던전이지.’
게다가 데빌 키메라가 죽은 자리에서 푸른색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언가 괜찮은 아이템이 떴다는 뜻.
그걸 확인해보려 언럭키가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빠, 빨리 꺼! 빨리!”
“아. 맞다.”
칼리스먼이 힘든 기색으로 말을 내뱉었다.
잠깐 까먹었던 언럭키가 독안개 사용을 중지하려…다가 잠시 멈칫거렸다.
‘저놈. 툭 치면 죽겠는데?’
독안개를 몇 분만 더 유지해도 죽을 것 같은데.
그냥 실수인 척 잡아버려? 이놈도 잡으면 레벨업 하나는 할 것 같은데…
“지, 지금 뭐 하는 거냐! 빨리 끄라고!”
“아 그래그래. 보채지 마라.”
그러나 칼리스먼은 던전 속 몬스터가 아니기에 잡아봤자 경험치 보너스를 못 받는다.
쩝 하고 입맛을 다신 언럭키가 독안개를 해제했다.
그제서야 살았다는 듯 칼리스먼이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후우. 너…”
“고맙다는 인사라면 됐다.”
“인사는 무슨! 너 방금 나 살려줄지 말지 고민했지?”
“…그럴 리가.”
언럭키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 * *
[바알 친위대의 황금 방패]-아이템 등급 : 유니크.
-아이템 효과 : 방어력 + 220 상승.
-’황금의 성역’ 스킬 사용 가능.
-지옥의 명장이 만들어낸 방패이다. 튼튼한 내구성과 화려한 생김새는 방패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의 시선도 끌 만하다.
-황금의 성역 : 일시적으로 방패의 방어력을 + 20% 상승시킨다. 해당 스킬은 하루에 한 번 사용 가능하다.
-아이템 착용 제한 : 레벨 : 240.
데빌 키메라가 죽고 드랍한 것은 유니크 등급의 방패였다.
놈을 잡은 자리에서 푸른빛이 떴을 때부터 등급은 짐작했다.
시청자들은 대부분 득템을 축하하거나 시샘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언럭키는 동조할 수 없었다.
‘완전 계륵이네.’
네크로 엠페러인 그가 지금 방패를 어디다가 써먹겠는가.
벨라도 지금 쓰는 방패가 훨씬 더 좋다.
팔아서 돈으로 바꿔 먹는 방법밖에 없는데, 유니크 등급의 장비는 획득 때부터 자동 귀속된다.
이걸 해지하려면 거래의 물약을 발라야 하는데, 그 값이 워낙 비싸서 본전도 못 찾을 때도 많았다.
심지어 물약의 값은 아이템 착용 제한 레벨이 비례해 비싸진다.
‘크게 남는 것도 없겠군.’
혀를 한 번 찬 언럭키가 방패를 인벤토리에 잘 집어넣었다.
그 후에도 구석구석 던전을 돌아다녔는데, 딱히 성과는 없었다.
땅의 마녀 몇 마리가 더 튀어나왔지만, 경험치에 크게 도움이 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아는 던전 몇 개 더 없나?”
“없다.”
“거짓말하지 마. 군주들 몰래 숨겨둔 거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봐줄게.”
언럭키가 칼리스먼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진짜 없다. 애초에 이런 비밀 던전을 발견하는게 쉬운 일인 줄 아나? 나도 정말 우연찮게 발견한 거다.”
맞는 말이었다.
쉬웠다면 이미 다른 군주들에 의해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탈탈 털렸겠지.
언럭키도 동의했기에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여전히 고민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 던전 하나 더 얻을 방법 없나?’
던전 탐험을 다 끝내고 밖으로 되돌아 나가는 길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쉴 새 없이 고심했다.
지금도 계속 찍히고 있는 라이브를 보기 위해 3만 명 가까이 되는 시청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재미가 없어지는 순간, 시청자들은 귀신같이 이탈할 것이다.
계속해서 지옥이라는 장소를 탐험하며 컨텐츠를 주고 재미를 제공해야 한다.
그게 라이브 스트리머의 의무였다.
그러면서 캐릭터의 성장까지 도모하기 위해서는 던전만 한 게 없었는데….
‘또 어디서 새로운 던전을 구하냐는 말이지.’
던전 재벌 코드맷같은 능력자가 옆에 있다면 모를까.
언럭키의 행운의 무지개는 항시 발동되는 게 아니었기에 비공개 던전을 찾는 데는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일단 여기저기 좀 돌아다녀 봐야겠군.’
그러다가 새로운 지옥만의 지형을 발견하면 소개해도 될 테고.
다만 미친 악룡을 찾아가는 건 좀 미뤄두기로 했다.
지옥에서도 손꼽히게 강한 녀석이라고 하니 만약 싸우게 된다면 지금의 전력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다.
나중에. 조금 더 레벨을 올리고 강해진 다음에 찾아가는 게 옳았다.
굳이 지금 찾아갈 이유가 없기도 하고.
그렇게 언럭키 일행은 던전 밖으로 나왔다.
“이제 다시 가보겠습니다. 이번에는 메마른 평원 밖으로 나가, 다른 군주의 영역으로 들어가 볼까 합니다.”
언럭키가 가상 카메라 쪽을 보며 말했다.
“??”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고개를 갸웃거린 언럭키가 뒤를 돌아봤다.
그 타이밍에 맞춰 머리 위로 새카만 그림자가 드리웠다.
“크르르르….”
햇빛을 반사하는, 마치 보석같은 검은빛 비늘을 가진 거대한 드래곤이 눈앞에 있었다.
눈빛에서부터 알 수 있었는데, 드래곤은 적의를 줄기줄기 내뿜으며 언럭키를 내려다봤다.
“미… 미친 악룡? 이놈이 왜 여기에…?”
칼리스먼이 중얼거렸지만, 언럭키는 굳이 그 정체를 듣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