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44
245화
일본에는 무한의 주머니를 가진 조력자가 주인공을 도와주는 만화가 있다.
단팥빵을 좋아하는 그놈은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절묘한 물건들을 꺼내줬지.
에오나루스를 보니 생김새는 전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누가 위대하신 드래곤을 미친 악룡이라고 불렀었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언럭키가 채팅창을 보며 말했다.
그 말이 맞았다.
언럭키가 에오나루스의 눈치를 살폈다.
에오나루스는 여전히 뭐 더 줄 만한 게 없나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고민하던 그가 말했다.
“음. 일단 네가 궁금한 건 나중에 물어보는 거로 하고, 데빌 키메라 먼저 얻어오는 게 어떠하냐. 다녀오는 동안 네게 어울릴만한 게 뭐가 있는지 좀 찾아보겠다. 내 둥지에 뭐가 있는지 나도 잘 모르는 것들이 많아서.”
“위대하신 에오나루스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언럭키가 넙죽 허리를 숙였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오체투지하듯 엎드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언럭키의 공손한 태도에 에오나루스는 흐뭇해했다.
“뭘. 용은 자신의 은혜를 허투루 갚지 않는 법이지. 다녀오라.”
“알겠습니다.”
* * *
[스킬북 : 키메라 사령술]-스킬 등급 : 유니크.
-스킬 효과 : 키메라를 언데드화 시켜 다룰 수 있게 된다.
“좋으신가 봐요?”
“그럼요.”
아세린이 스킬북을 꺼내서 쳐다보고 있는 언럭키를 보며 물었다.
“당연히 좋죠.”
언럭키는 뭘 그런 걸 묻냐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니크 스킬북.
사실 직전에 데빌 키메라를 잡고 떴던 방패도 유니크 등급이었다.
그때는 계륵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
‘내 직업에 딱 맞게 어울리는 스킬 찾는 게 어디 쉬운 줄 아나.’
네크로 엠페러를 위한 스킬들. 그것도 유니크나 레전더리 등급의 좋은 스킬들을 구하는 게 어디 쉽겠는가.
돈이 있어도 매물이 없어서 못 구한다.
널리고 널린 검사 직업군의 오러 스킬만 해도 그러할진데, 하물며 네크로맨서는 비주류 직업군.
그런 상황에서 지금 당장 전력으로 써먹을 만한 스킬을 구한 건 축복이었다.
‘심지어 스킬 등급에 비해 포텐셜은 굉장히 높을 거야.’
왜 이게 유니크 등급으로 책정되었는지는 짐작이 갔다.
당장 이 스킬을 익힌다고 해서 키메라를 소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키메라를 다룰 수 있는 ‘자격’이 생길 뿐이다.
당연히 전력으로 써먹을 수 있는 키메라는 직접 구해야 한다.
강력한 키메라를 구하는 게 어디 쉽겠는가.
‘그렇게 따지면 스킬 등급이 유니크라는 것도 오히려 너무 상향 책정된 걸 수도 있겠어.’
어쨌거나, 지금 언럭키에게는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위대하신 에오나루스님이 다 만들어줬으니, 떠먹기만 하면 되는 것!
‘올마스터의 비기는…지금 당장 라이브를 끌 수는 없으니 다녀와서 라이브 종료하고 물어보던가 해야겠군.’
다행히 에오나루스가 말해준 데빌 키메라의 위치는 그리 멀지 않았다.
후딱 다녀올 심산이었다.
에오나루스는 그때까지 이것저것 좀 더 찾아보겠다고 했다.
“미친 악룡이…저렇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는데…”
칼리스먼은 지금도 이해가 안 가는지 허탈해하며 말했다.
“아니면 역린을 꽂은 지금도 미쳐있는 게 아닐까? 미친놈이 한 번 더 미쳐서 제정신인 것처럼 보이는 거지. 그래. 그게 아니고서야 저렇게 다 퍼줄 리가 없는데…”
-쾅!
“크헉!?”
칼리스먼은 자신의 머리통을 내려친 벨라를 쳐다봤다.
전의 그 방패였는데, 정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아팠다.
벨라가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입.”
“왜, 왜…그건 던전에서 끝난 거 아니었나?”
“입!”
“…….”
칼리스먼은 입을 다물었다.
이해가 안 갔지만 다시 한번 방패를 들어 올리는 벨라의 모습에 바로 주둥이를 닫았다.
언럭키는 벨라가 왜 저러는지 이해가 됐다.
“어딜 감히 위대하신 에오나루스님을 욕해.”
언럭키가 중얼거렸다.
그도 그렇지만, 벨라 역시 에오나루스에 대해 존경심을 품게 되었다.
그녀가 받은 용의 비늘을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지금도 손이 너무 근질근질거렸다.
함께하는 파티원이 언럭키가 아니었다면, 당장 도시로 돌아가 자신의 공방으로 가고 싶을 정도로.
그런 상황에서 칼리스먼이 에오나루스의 욕을 하는데 좋게 들리겠는가.
‘이따가 다시 만나면 아세린님에게 줄 보상도 뭐 없나 같이 물어봐야겠군.’
아세린은 아쉽게도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얼핏 보면 괜찮아 보이지만 아마 서운하리라.
그녀 역시 파티의 일원이고, 라이브의 성공을 도와주는 큰 요소였다.
나중에 따로 무언가 챙겨줘야겠다.
그런 언럭키의 생각과는 반대로, 아세린은 본인의 현 상태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그녀는 애초에 재벌이 운영하는 빅드래곤 소속 랭커였다.
어지간한 아이템은 길드장에게 요청하면 구해다 줬다.
아이템 욕심이 크지 않았지만, 그 대신 명예욕과 자기 발전 욕심 등이 있었다.
언럭키를 따라 지옥에 온 뒤로 거의 구경만 해서 우울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활약한 것 같아 너무나 기뻤다.
‘앞으로도 이런 일 많았으면 좋겠다.’
언럭키만큼 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그 파티원으로서 버스 탄다는 소리만 안 들으면 좋겠다.
1인분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터.
그리고 그 1인분을 이번에 제대로 해냈기에, 아세린이 연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 * *
데빌 키메라에게 향하는 길에서 새로운 몬스터를 만나게 되었다.
“지옥 코뿔소다. 개체마다 뿔에서 특별한 속성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조심해라.”
칼리스먼이 벨라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행히 몬스터 도감으로서의 역할은 막지 않았다.
처음 만난 지옥 코뿔소는 뿔에서 새하얀 냉기를 뿜어대고 있는 놈이었다.
“쿠어어어!”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은지 놈은 언럭키 일행을 보며 적의를 불태웠다.
그 붉은 눈동자는 조금 전까지 봤던 에오나루스의 미쳐있던 시절의 그 눈과도 비슷했다.
물론 약간 비슷할 뿐, 위압감 면에서는 비교도 안 됐지만.
-덜그럭 덜그럭
전진하는 해골 군대 사이로 데스나이트 한 기가 걸어갔다.
2m가 넘는 롱소드를 쥐고, 아주 얇은 갑옷만 걸친 데스나이트였다.
데스나이트 – 상급 기사 제임스.
이번에 에오나루스가 준 마석으로 완벽하게 불러낸 놈이다.
그전에 소환했던 미쉘과는 생김새가 달랐다.
미쉘은 기사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제임스는 약간 달랐다.
기사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고…무사라고 해야 할지.
‘데스나이트 개체마다 무장과 능력이 다 다른 모양이군.’
어쨌거나 능력은 있었다.
한걸음에 보법을 펼쳐 앞으로 나가더니 새카만 오러를 줄줄 뿜어내며 코뿔소의 뿔을 베어낸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코뿔소의 공격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뒤이어 이어진 해골 군대의 지원 사격으로 놈은 순식간에 한 줌의 경험치로 변해 사라졌다.
칼리스먼이 질린 기색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데스나이트를 한 기 더 부리다니….’
안 그래도 무지막지하게 강하던 미치광이 네크로맨서다.
놈이 자신의 선배(미쉘)를 데스나이트로 만들어 부리는 것도 부담이었는데, 이젠 거기서 전력이 늘어났다.
사실 칼리스먼은 언럭키가 기어코 에오나루스의 정신을 되찾아줬을 때 기겁할 만큼 놀랐다.
미친 악룡은 지옥의 군주들마저 피할 정도로 괴물 같은 놈이다.
그런 놈과 맞서 역린을 제 위치에 꽂아 넣은걸 보면, 지옥에서도 수준급의 강자라는 소리였다.
그 때부터 칼리스먼은 탈출을 포기했다.
놈이 제발 자신의 목숨을 살려주길 바랄 뿐.
“구어어어!”
“구오오오!”
그때 지옥 코뿔소들 여럿이 등장했다.
칼리스먼은 열심히 머리를 굴려 자신의 지식을 꺼냈다.
“지옥 코뿔소는 뭉쳐서 다닐 때가 많다. 조심해라. 놈들의 일렬 돌진은 군주의 친위대조차 피하고 볼 때가 많으니까!”
마법적 능력을 가진 코뿔과 거대한 덩치에서 나오는 육중한 파괴력.
그 둘이 합쳐진 지옥 코뿔소들은 전차처럼 달려왔다.
-두두두두두!
고작 다섯 마리일 뿐인데도 지면이 흔들린다.
해골 군대가 숫자는 훨씬 많았지만, 저기에 부딪힌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예로부터 보병은 기병들의 먹잇감이었다.
“조언을 해 주자면, 뿔뿔이 흩어져서 유격대처럼 운영하는 게 좋을 거다. 정면으로 저놈들의 돌진을 받아들이는 건 자살 행위야.”
칼리스먼이 진지하게 말했다.
물론 벨라의 탱킹력이라면 막을 수도 있겠지만, 지옥 코뿔소는 다섯 마리나 되지 않나.
하나라도 놓치면 피해가 생길 것이다.
“고맙지만 그리 도움 되지 않는 조언이군.”
“뭐?”
언럭키가 명령을 내렸다.
데스 나이트 두 기가 훌쩍 뛰어, 해골 케로베로스들의 머리 위에 안착했다.
해골 케로베로스는 원래 한 기만 소환할 수 있다.
하지만 레전더리 등급 이하의 언데드 하나를 추가로 소환할 수 있는 ‘아포피스의 축복’을 사용했다.
강력한 기사는 탈 것 위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해골 케로베로스 두 기가 달리고 그 위에서 데스나이트들이 새카만 오러를 피워올렸다.
마침내 충돌했을 때.
-콰아앙!
두 전차의 부딪침에서 밀린 건 지옥 코뿔소들이었다.
뿔이 베어지고 몸통 여기저기가 오러에 찢겼다.
거기에 물리력으로도 해골 케로베로스들에게 밀려, 완벽하게 박살 났다.
‘하. 진짜 괴물이네.’
칼리스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바알의 비밀 던전에서 데빌 키메라를 만났을 때, 언럭키는 괜히 독안개를 써서 놈을 잡은 게 아니었다.
쉬웠으면 그냥 정면으로 붙었지.
그게 훨씬 빠르고 간단하지 않나.
그러나 해골 군대를 냅다 때려 박으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어, 그런 꼼수를 사용한 것이었다.
‘그런 놈이 내 휘하에 들어오면, 군대의 전력이 훨씬 더 올라가겠지.’
못 데려온다면 모를까.
가능성이 생긴 지금, 언럭키의 눈에는 욕심이 가득했다.
-터벅. 터벅.
데빌 키메라가 메마른 평원을 걷고 있다.
겉의 생김새는 얼핏 보면 늑대인간을 닮았다.
2.5m 정도의 키에 근육질 몸, 그 위를 덮은 회색 털.
그러나 키메라인걸 알 수 있게 네 발바닥이 호랑이의 그것이었다.
늑대보다 훨씬 두껍고 강력한 발이었다.
거기에 숨 쉴 때마다 입가에서 불길이 조그맣게 뿜어져 나왔다.
“겉에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키메라답게 숨겨진 능력이 더 있을지도 몰라. 바알의 던전에서 봤던 놈과는 다를 거다.”
칼리스먼이 자그맣게 속삭였다.
그들은 지금 멀찍이서 데빌 키메라를 관찰하고 있었다.
함부로 공격하기보다는 좀 살펴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에 봤던 놈과 비슷해 보이는데, 바알에게 구속되지 않은 놈이라고?”
“악룡이 그랬으니 맞겠지.”
바알은 죽었지만 키메라들은 여전히 종속되어 있었다.
때문에 키메라 사령술을 먼저 얻었어도 던전의 키메라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키메라가 종속되어 있는지 아닌지 구별하는 건 어렵지만, 고도의 마법을 간파할 수 있는 에오나루스가 한 얘기이니 믿어볼 만했다.
“좋아. 그럼 바로 처리한다.”
언럭키가 손을 까딱였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해골 군대가 몸을 일으키더니, 귀화를 풍겨대며 돌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