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45
246화
데빌 키메라는 한 때 군주 바알의 친위대였다.
군주의 친위대란 악마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악마만이 들어갈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리.
그러나 놈들에게는 명예는 없고 본능만 있었다.
천생 싸움꾼이지만 싸움밖에 못 하는 것이다.
제 주인인 군주가 있었을 때는 통제가 되었지만, 지금은 그 통제력이 상실되었다.
극소수의 데빌 키메라는 살아생전 군주가 남긴 명령이 있어 그걸 수행하며 지낸다.
나머지 대다수는 파괴 본능만 일삼다 다른 악마들에게 죽었다.
이곳에 있는 데빌 키메라는 그 극심한 혼란 속에서 살아남은 개체였다.
위기 감지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었는데, 그 능력이 지금도 발동되었다.
귀가 쫑긋 움직이더니 자세를 낮추고 전투 준비를 했다.
“크르릉….”
입가에서는 살기 섞인 초저음파가 섞여나왔다.
지옥의 악마라도 생명체라면 일시적으로 몸이 굳을 터.
-덜그럭 덜그럭
-피피핑!
그러나 적들은 생명체가 아니었다.
검은 뼈를 지닌 해골들이 땅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진군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날아온 화살들을 키메라가 양손을 마구 휘저어 박살 냈다.
“크허헝!”
어디 이딴 공격들로 감히!
칼과 방패를 든 해골 병사들이 다가오지만 키메라는 오히려 전의를 불태웠다.
저딴 뼛조각들 따위는 금세 박살내주마.
훌쩍 뛰어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때부터 폭풍처럼 움직였다.
호랑이 발바닥 사이로 20cm 삐죽 튀어나와 있는 발톱은 할퀼 때마다 해골들을 조각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뼈로 된 칼날은 묘기와 같은 움직임으로 피하고 반격했다.
포위당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갈려나가는 건 해골이었다.
-쩌엉!
그런 데빌 키메라의 공격이 처음으로 막힌 건 해골 기사를 앞에 마주 뒀을 때였다.
유령마를 타고 롱소드를 치켜든 해골 기사.
심지어 놈은 언럭키가 예전에 얻은 유니크 아이템들을 장비하고 있었다.
“크르릉!”
데빌 키메라가 가소롭다는 듯 놈을 쳐다봤다.
말을 타고 있음에도 둘의 눈높이는 비슷했다.
-쾅!
기습적으로 휘두른 발톱과 검이 부딪쳤다.
불똥이 튀고 본격적으로 둘의 전투가 시작됐다.
주변의 해골들이 지원해줌에도 해골 기사는 순식간에 밀렸다.
전투력의 차이가 컸던 것이다.
멀리서 차징해 오는 일격 정도만이 비슷할 수 있겠고, 나머지는 비교가 불가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해골 기사 두 기가 추가로 합세했다.
주변으로는 자욱한 독안개까지 깔리기 시작했다.
“크허허헝!”
데빌 키메라가 기합을 토하자 독안개가 흩어지고, 세 기의 해골 기사들을 오히려 요리조리 움직이며 몰아쳤다.
홀로 해골 군대에서 날뛰는 그 모습은 왜 놈이 친위대라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굉장하네요.”
언럭키가 멀찍이서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서는 숨길 수 없는 욕심이 흘러나왔다.
저런 놈을 군대에 편입시킨다면 전력 증가가 엄청나게 될 것이다.
레벨이 더 올라가면서 더욱 강력한 적을 맞이할 텐데, 그때 네크로맨서들은 선택해야 한다.
물량만 많아서는 강력한 몬스터들을 처치할 수 없다.
일정 수준 이상의 몬스터라면 그놈을 상대할 수 있는 소수 정예의 언데드를 키워야 한다.
해골 기사, 데스 나이트, 케로베로스 등.
데빌 키메라는 그 기준에 부합했다.
“크아아앙!”
데스나이트와 해골 케로베로스까지 등장해 참전하자 놈은 더 이상 아까처럼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없게 되었다.
두 자루의 오러가 메인으로 마크하고 그 옆에서 해골 기사가 보조하며, 수많은 해골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빈틈을 노렸다.
게다가 언럭키는 딱히 참전도 안 하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네크로맨서는 관전만 하는 게 아니고 피시술자를 괴롭히는 온갖 마법과 디버프를 사용한다.
실제로 언럭키는 수많은 종류의 디버프 스킬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나온 건 하나도 없었다.
“크허허헝!”
데빌 키메라가 피투성이로 변했다.
전투 함성도 아까와 달리 맥없이 비실거렸다.
중첩되는 독안개도 질량이 무거워졌는지 잘 흩어지지 않았다.
결국 중독되고 온갖 공격에 노출되던 놈은, 기회를 노려 도망쳤다.
팔 하나를 대가로 그 자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개조 강화된 각력으로 땅을 박차자 해골 군대를 벗어날 뻔했다.
-스아아아!
그때 머리 위에서 마법진이 생기지 않았다면 말이다.
징벌 포격.
언럭키의 완드에 내장된 그 스킬이 운석을 소환했다.
멀찍이서 전투의 양상을 지켜보던 언럭키는 누구보다 빠르게 데빌 키메라의 움직임에 반응했다.
빠르게 움직였다지만 멀리서 보면 한눈에 보인다.
놈이 움직일 곳에 먼저 선점해서 포격을 쏘아 보낸 것이다.
“크르르….”
놈이 하늘을 바라보며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콰아아앙!
운석이 데빌 키메라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놈이 쓰러졌다.
* * *
반파된 데빌 키메라는 더 이상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언럭키는 여유롭게 다가가서 에오나루스가 준 스킬을 사용했다.
-띠링!
[키메라 사령술을 사용합니다.] [주인 없는 ‘데빌 키메라’를 제압했습니다.] [복종 성공!] [’키메라 사령술(유니크)’이 ‘데빌 키메라 소환술(레전더리)’로 변경됩니다.]스킬이 바뀌었다.
유니크에서 레전더리로.
데빌 키메라의 위력을 생각한다면 적절한 변화였다.
[데빌 키메라 소환술]-스킬 등급 : 레전더리.
-스킬 효과 : 호랑이 타입으로 개종된 데빌 키메라를 소환한다. 데빌 키메라는 강력하지만 본능이 과도하게 발달되어있기에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지는 못한다.
스킬 설명에는 크게 특별한 게 없었지만 언럭키는 벌써부터 이놈을 써먹을 일이 기대가 되었다.
직접 붙어본바, 데빌 키메라는 사기적으로 강했다.
2.5m 크기로 그만한 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겠는가.
보스몹 한 마리를 그냥 다룬다고 보면 되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라이브 봐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다시 방송 켜도록 하겠습니다.”
데빌 키메라까지 확보한 다음, 언럭키는 방송을 종료했다.
그때 시청자는 3만 8천 명을 돌파하고 있었다.
거의 12시간 가까운 방송이었으며 1시간마다 강제 후원이 있는 방송이었는데, 끝날 때가 되니 오히려 사람 수가 더 늘어난 것이다.
지옥을 컨텐츠화 시키는 것은 대성공이었다.
“누적 후원액이 억 단위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정신찬이 곧장 찾아와 기쁜 얼굴로 말해주었다.
대룡 미디어 소속 스트리머가 잘되었으니 기쁜 것이 1차이고, 언럭키의 활약의 일부분은 빅드래곤 길드의 아세린이 한 것이니 2차로 기뻤던 것이다.
실제로 에오나루스게 역린은 꽂는 아세린의 모습은 이달의 슈퍼 플레이로 꼽혔다.
아름다운 그녀가 환상적인 움직임으로 용의 몸체를 타고 올라 마침내 역린을 꽂아 넣는 건 보는 사람들을 절로 환호하게 만들었다.
-아세린? 누구야? 랭커??
-아직 레벨이 낮아서 하위권 랭커인데 실력이 대단하네. 유망주인듯.
-빅드래곤 길드 소속이구나. 여기도 요즘 저력 있다고 하던데.
자연스럽게 빅드래곤 길드 홍보도 되니 정신찬 입장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정산은 미리 선정산 해드릴까요?”
“선정산이요? 그게 돼요?”
“원래는 안 되는데. 백현님은 해드려야지요.”
정신찬이 쿨하게 말했다.
그래서 그날 당일에 바로 1억이 넘는 금액이 백현의 통장으로 꽂혔다.
심지어 이건 지옥에서 머물기 위해 24K 골드바를 구매할 돈을 제외한 금액이었다.
처음엔 이 후원금으로 중립의 신의 가호를 유지하기만 해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 수준이 아니었다.
심지어 오늘은 라이브 첫날이었다.
“이제부터 성공 축하 파티할 건데 백현 님도 시간 되시죠? 저희 그룹 소유의 호텔 대관하려 합니다.”
“아….”
성공 축하 파티.
고민하던 백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한데 오늘은 안 될 것 같네요.”
여기 있는 사람들끼리의 파티도 나쁘지 않지만, 끼지 못하는 자도 있지 않은가.
“가볼 곳이 있어서요.”
* * *
“이야. 이게 누구야. 랭커 언럭키님! 연예인님이 오셨네!”
박세훈은 언제나 그렇듯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백현을 맞아주었다.
(주)머니앤캐시의 작업장.
그 안에 있는 채무자들은 감옥, 혹은 노예 소굴이라고 부르는 곳.
백현은 라이브가 끝나고 곧장 이곳으로 왔다.
“확실히 밖이 좋은가보다. 백현 씨도 그렇고 용승이도 그렇고. 둘 다 얼굴이 폈어.”
“세훈씨. 안에서 식사는 잘하고 계시는 거예요? 못 본 지 얼마나 됐다고 너무 수척해지셨어요.”
“크크큭. 백현씨도 여기 밥 알잖아. 쓰레기 같은 거. 빈말로라도 잘 먹고 있다고 못 하겠어.”
박세훈이 인상을 찡그렸다.
원래도 마른 편이었던 그는 전보다 더 핼쑥해졌다.
아직은 괜찮지만 여기서 좀 더 마르면 영양이 걱정될 정도였다.
함께 온 이용승도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제가 닭가슴살이라도 좀 챙겨드릴까요?”
“아니. 넌 무슨 이런데 오는데도 닭가슴살을 들고 다녀?”
이용승이 가방에서 진공 포장된 닭가슴살을 꺼내주려 하자 박세훈은 질색했다.
“집어 넣…아니다. 몇 개 줘봐. 확실히 여기서 밥에 김치만 먹으니까 몸이 못 버티는 것 같아.”
사양하려던 박세훈은 마음을 돌려 받아냈다.
이용승이 함께 있을 때는 그가 성 팀장에게 닭가슴살을 지원받고, 그걸 아침 시간에 백현과 박세훈에게 자주 나눠줬었다.
이런 곳에서 영양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그 정도였는데, 하도 권하니 박세훈도 싫어도 먹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용승이 없어지니 박세훈의 영양은 급속도로 안 좋아졌다.
닭가슴살을 뜯어 정말 맛없다는 표정으로 우걱우걱 씹던 박세훈이 말했다.
“그런데 면회가…푸핫, 면회라고 하니까 웃기네. 여기가 진짜 감옥도 아닌데 말이야. 하여튼 간에, 면회가 되네? 성 팀장 그놈이 허락해줬어?”
“없던데요? 똘마니가 있긴 했는데 몇 마디 해주니까 문 열어주더라고요.”
백현도 처음에 여기 왔을 때 걱정이 많았다.
이번 지옥 라이브를 하기 전에, 박세훈 역시 통화로 상담도 많이 해주고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
티저 광고 영상 제작에 실제로 그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후원금을 더 받을지, 광고 같은 건 어떻게 할지 등.
정신찬도 들으면서 감탄한 의견들이 여럿 있었다.
그런 그를 두고 자기들끼리만 기뻐하기 싫어서, 백현과 이용승은 라이브가 끝나자마자 찾아온 것이다.
문제는 들어올 때였는데…
-어? 너…얼마 전에 여기서 나간 놈 아니었냐? 이름이 백현이었나?
-예. 박세훈씨 면회 좀 하러 왔는데요?
-면회? 하 참 나. 여기가 뭔 놀이터도 아니고…꺼져.
-성 팀장이 허가해준 일입니다. 일단 얘기라도 전해주세요.
허가 따윈 해준 적 없었는데, 백현은 일단 지르고 봤다.
워낙 자신감에 찬 모습이라 성 팀장의 부하 덩치는 깜빡 속아 넘어갔다.
-지금 형님 없는데….
-그럼 전화라도 해봐요.
-중요한 업무 중이라서 전화도 안 되는데… 진짜 허락해주셨어?
-예.
-아이 씨. 그럼 들어가. 소란 피우지 말고.
그렇게 백현과 이용승은 무사히 안으로 들어왔다.
걱정했던 성 팀장과의 대면도 없이 말이다.
“아아. 대충 짐작가는 게 있네.”
박세훈이 다시금 인상 찡그린 채 닭가슴살을 씹어먹으며 말했다.
“그놈 요즘 바뻐.”
“그래요?”
“백현 씨 당신, 여기 친구 때문에 왔다고 했지?”
“예.”
“그놈을 거의 찾은 것 같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그래서 얼굴 보기도 힘들더라.”
“!!?”
백현이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