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5
025화
[켈리그의 찢어진 장갑]-아이템 등급 : 유니크.
-아이템 설명 : 켈리그의 한이 서려 있는 물건이다. 적절한 사람에게 가져다주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아이템은 로 연계되는 아이템입니다.
유니크 퀘스트 아이템.
그걸 본 이후로 언럭키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졌다.
아예 잠깐 접속을 종료하기까지 했다.
그 후에 월벤을 확인했다.
하지만…
‘없어. 확실히 월벤을 아무리 뒤져봐도 이런 건 없어.’
‘유니크’라는 키워드와 ‘퀘스트’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니 수십만 개가 넘는 게시글이 나왔다.
허나 그 둘이 함께 있는 건 단 한 건도 없었다.
‘내가 처음 발견한 건가?’
월드 사가가 공개된 지 이제 1년 6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다.
10억 단위의 유저들이 플레이 중이지만 아직도 이 게임의 끝이 어디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아니. 끝이 뭔가. 중간은 왔는지도 의문이었다.
최상위권 유저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도시로 나아가고 있었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지역은 너무나 많았다.
각 도시의 귀족들, 그들을 다스리는 왕, 신을 모시는 사제와 성기사. 그 위에 존재하는 성자, 성녀, 교황 등.
방대한 컨텐츠가 잠들어 있었기에 사람들은 오히려 더욱 열광했다.
-아직 월드 사가의 10%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시작한다고 해도 절대 늦은 게 아니다!
-비록 지금은 후발주자이지만 나중에까지 그럴 리는 없다!
당장 언럭키만 보더라도 레전더리 직업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얻지 않았던가.
그것처럼 이 아이템 역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콘텐츠 수도 있었다.
‘이건 무조건 해야지.’
못 먹어도 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달려들 만한 가치가 있었다.
‘일단 도시로 돌아가야겠군.’
저 아이템이 가리키는 NPC가 누구인지 도시를 샅샅이 뒤져야겠다.
문득 언럭키의 시선이 대충 확인하고 넘겼던 메시지들로 향했다.
[업적 : 나 혼자 던전 공략!]-업적 등급 : 레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던전을 끝까지 공략했습니다.
-마력 능력치 + 5 증가.
혼자서 던전 전체를 공략했을 시에 얻는 업적.
그 효과는 간단했다.
마력 능력치가 5 상승했는데, 따지고 보면 레벨업 한 번을 한 것과 같은 효과였다.
‘운이 좋군.’
마력 능력치를 보고 언럭키가 든 생각이었다.
이 업적을 얻은 유저들은 은근히 있었기에 업적 효과도 월벤에 나와 있었다.
랜덤으로 특정 능력치 5 상승.
그게 ‘나 혼자 던전 공략!’ 의 업적 효과이다.
이때 부여되는 특정 능력치가 골 때리는데, 만약 마법사 직업군에게 ‘힘 + 5 상승’ 같은 옵션이 나왔으면 쓸모가 전혀 없어진다.
그렇기에 사람 약 올리는 업적이기도 했다.
물론 언럭키는 올마스터로서 언젠가 모든 직업을 다 다룰 것이기에 무슨 능력치가 오르던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다만 그럼에도 우선순위는 있었는데, 마력 능력치는 어느 직업이든 중요했기에 가장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운이 좋았다.
‘그리고 저 토템도 나쁘지 않고.’
언럭키의 시선이 그제서야 보스몹을 잡고 나온 레어 아이템.
‘머드칵 소환 토템’으로 향했다.
네크로맨서 직업만 쓸 수 있는 아이템이었기에 자신이 사용하지는 못하겠지만, 꽤나 쏠쏠한 값어치를 받고 팔 수 있을 것이다.
거래 가능 옵션이라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여러모로 쏠쏠한 던전 행이었다.
지금 레벨대에서는 조금 더 있을 만했기에, 퀘스트 NPC를 찾은 뒤에는 한 번 더 찾아올 만했다.
“이제 돌아가죠.”
“알겠습니다.”
언럭키와 컵라면이 던전을 뒤로하고 도시로 향했다.
***
도시 빌리프펜은 굉장히 넓다.
그럼에도 사냥터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유저 수가 너무 많아서 그런 거지, 도시만 놓고 보면 거대 도시이다.
‘여기를 수색해야 한다 이 말이지.’
압도적인 규모의 도시를 보며 언럭키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아는 지인도 없거니와, 그나마 가까운 건 컵라면인데 그에게조차 유니크 퀘스트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건 곤란했다.
‘이런 건 보안이 생명이니까. 최대한 아는 사람을 적게 만들어야지.’
컵라면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
그가 술 마시다가 실수로 발설이라도 하게 되면 곤란해지는 건 언럭키였다.
때문에 일단 혼자서 묻어가기로 결정했다.
수색은 가장 NPC들이 많은 광장 구역부터 시작했다.
길을 돌아다니는 NPC들을 붙잡고 퀘스트 아이템 ‘켈리그의 찢어진 장갑’을 들이밀었다.
“저 혹시 이게 뭔지 아십니까?”
“음. 낡고 찢어진 장갑이로군요. 혹시 저보고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건가요?”
“…….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그래도 명예를 모르는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다행입니다.”
NPC들은 바쁜 사람을 붙잡고 쓰레기를 보여준다며 불쾌해 했다.
그나마 시작의 도시에서 얻은 명예 수치 덕에 면전에서 무시당하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다.
물론 이것도 신분이 조금 높은 NPC를 만나니 얄짤 없었지만.
“지금 바쁜 사람 붙잡고 그딴 걸 들이미는 겁니까? 비키세요!”
“아니….”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
부유한 상인 NPC 정도만 되어도 언럭키의 명예는 통하지 않았다.
그나마 저렇게 말이라도 해줘서 다행이지.
명예 수치를 올리지 않은 유저였다면 NPC가 몽둥이를 휘둘러왔을지도 몰랐다.
그 후로도 언럭키는 몇 시간 동안 도시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녔다.
1분 1초가 금인 상황에서 하루를 통으로 쓴 것이다.
그러나 하루 종일 그렇게 보내도 도시의 채 10%도 확인하지 못했다.
결국 그 날은 그렇게 끝이 났다.
***
푸쉭-
미세한 연기와 함께 캡슐이 열렸다.
백현이 찌뿌둥한 어깨를 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상이 찡그려져 있었는데 단순히 몸이 굳어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제기랄.”
결국 오늘 하루는 허탕 쳤다.
던전에서 혼자 보스몹까지 잡아내며 레벨업을 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굉장한 손해였다.
그리고 문제는, 이걸 한동안 더 반복해야 할 것 같다는 점이었다.
‘도시를 나 혼자 다 돌아보는 데 얼마나 걸릴까? 1주일? 한 달?’
심지어 NPC 숫자는 세는 게 불가능할 정도이다.
돌아다니다가 발견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 만약 놓치기라도 하면?
혹은 언럭키의 명예 수치로는 들어갈 수 없는 장소. 귀족들의 저택이 있는 거리나 대부호들의 거주지에 있다면 또 어쩌란 말인가.
‘내가 너무 바보였군.’
유니크 퀘스트라는 단어에 눈이 멀어 너무 근시안적으로 접근했다.
좀 더 쓸 만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백현이 침대에 누워 상념에 빠져있던 순간이었다.
-쾅쾅!
거세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표정에는 약간의 당황함이 깃들었다.
‘뭐지? 성 팀장인가?’
불안하다. 혹시 뭐 트집이라도 잡으러 온 건가?
슬쩍 시간을 보니 현재 시간은 밤 11시 20분이다.
계약대로라면 12시까지 일하는 게 맞다만, 이건 이제 봐주는 게 아니었나?
아니면 고분고분하게 만들기 위한 위협?
설마 나 밭에 묻히는 건가?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일단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백현은 벽이 하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벽이 아니고 사람이었다.
“…용승 씨?”
좁은 고시원 통로를 가득 채우고 있는, 보디빌더라고 해도 믿을 만한 거구의 사내.
이용승이 서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충혈되어 번들거렸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백현의 말에 이용승은 대답 대신 손을 뻗었다.
콱 하고 어깨가 잡혔는데 완력이 어마무시했다.
“이게 무슨…!”
“완성했습니다.”
“예?”
“1차 편집본. 완성했다고요.”
“…….”
이용승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했지만서도 굉장한 결과물이 나왔어요. 분명 마음에 드실 거예요.”
백현이 우선 먼저 봐달라고 보냈던 자신의 영상들.
“저희는 아직 서로 계약하겠다고 사인도 하지 않았는데요?”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꼭 제가 만져보고 싶어서 먼저 건드렸습니다.”
“어…음….”
아직 계약서에 사인도 하지 않았건만, 이용승은 그걸로 작업물을 만들어왔다.
혹시나 백현이 자신과의 계약을 거절할까 봐 먼저 선수 친 것이기도 했다.
“…그럼 이 시간에 찾아오신 게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입니까?”
“네.”
“제가 월드 사가에 접속해 있었으면 어쩌려고요.”
“어제 야식 먹을 때도 그렇고, 백현 씨가 이 시간쯤에 나올 거라고 짐작해서 찾아왔죠.”
백현이 이마를 짚었다.
이 사람. 무대포다.
여기가 그냥 평범한 곳도 아니고, CCTV로 24시간 감시당하는 빚쟁이들의 소굴이다.
이용승이 함부로 다른 방에 간 걸 알아채면 성 팀장 휘하의 덩치들이 찾아와 보복을 할 것…
‘아니. 그냥 찾아와서 보복했다간 용승 씨가 이길 것 같네.’
저 덩치를 보면 왜 여기서 갇혀 사는지 모르겠다.
역으로 함께 일하자며 스카웃 제의도 오는 거 아닌가?
그럴 만한 덩치였다.
“한 번 꼭 봐보세요. 수정이 필요하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고요.”
“…용승 씨 혹시 잠은 주무셨나요?”
“아뇨. 이제 자려고요.”
이용승의 눈이 충혈된 건 밤새 영상 편집하고 작업장에 가서 일하느라였다.
그가 자신의 영상을 얼마나 열정 있게 대한 건지, 그 마음이 전해져 왔다.
“고생하셨습니다. 이건 바로 확인해볼게요.”
“예.”
그 대답에 이용승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뿌듯한 표정이었다.
그가 돌아간 뒤, 백현이 컴퓨터를 켜서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리고 곧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이게…제대로 된 편집자의 능력인가?’
포트폴리오를 봤을 때도 느꼈지만, 그게 자신의 영상에 적용되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영상 속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었다.
결국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백현은 몇 번이고 영상을 돌려보느라 새벽 늦게까지 잠에 들지 못했다.
***
백현과 이용승이 만나기 몇 시간 전.
“하아….”
컵라면은 한숨을 쉬며 도시 빌리프펜 내부를 정처 없이 걸어 다녔다.
그의 표정에는 고뇌가 가득했다.
이유는 언럭키 때문이었는데, 그가 보스몹을 잡고 레어급 아이템을 얻었는데도 별로 기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긴. 그렇겠지. 그런 사람에게 어디 레어 아이템이 눈에 차기는 할까?”
언럭키는 머신건 머드 칵을 잡고 나온 토템도 대신 팔아달라며 자신에게 주었다.
어차피 영상 수익도 입금해줘야 하니 함께 처리를 부탁한 것이다.
믿고 맡기는 모습에 고맙기도 했지만, 괜스레 미안했다.
이런 잡일 말고, 컵라면은 그에게 제대로 된 도움이 되고 싶었다.
보스몹을 잡았는데도 실망했던 그 표정을 떠올려보면 어지간한 아이템은 선물해봤자 기별도 안 가겠지.
최소 유니크 아이템 정도는 되어야 좋아할 만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컵라면의 재력으로는 그런 아이템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답은 퀘스트다.”
명예 수치를 올려주거나 능력치를 올려주거나 혹은 좋은 아이템을 주는.
그런 보상 좋은 퀘스트를 구해다 주면 그 역시 좋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컵라면은 언럭키와 헤어진 뒤에 도시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발품을 팔며 퀘스트 하나만 제발 걸려라 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어떤 NPC가 말을 걸어왔다.
“이보게.”
“네?”
“그 토템. 혹시 머드칵의 소굴에서 얻어온 것인가?”
인벤토리에 보관해 놓아도 몇몇 특수한 NPC들은 그걸 인식할 수 있다.
허연 수염을 기른 늙수그레한 NPC는 컵라면의 품속에 있는 토템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 이거요? 맞습니다.”
“그렇군. 내가 모시는 켈리그 도련님이라는 분이 계시네. 그분이 얼마 전 지저분한 머드칵들을 잡겠다고 사라지셨는데, 혹시 아는 게 있나?”
켈리그?
처음 듣는 이름이다.
애초에 지하 수로 던전에서 몬스터를 제외한 NPC를 보지를 못 했다.
컵라면이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네요.”
“그렇군. 알려주어 고맙네. 실례했군.”
노인 NPC는 휘적휘적 다시 떠나갔다.
컵라면이 그를 보며 갸우뚱거렸다.
“뭐야 AI 오류인가?”
말 몇 마디 걸더니 휙 하고 떠나다니.
무슨 저딴 NPC가 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