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51
252화
던전 안에서 언럭키의 해골 군대 전력은 급감했다.
식탐에 미친 트롤 레그녹스에게 대다수가 당했기 때문이다.
주인의 의지로 역소환된게 아니라면 소환수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지나야 다시 부를 수 있다.
소환수를 주력으로 삼는 네크로맨서에게, 소환수가 없는 건 팥 없는 단팥빵 아닌가.
적절한 힘을 갖춘 네크로맨서 본인은 최고의 서포터였다.
원래라면 해골들을 서포트 해줘야 하지만 그게 안 되니 언럭키는 파티원들을 뒷받침했다.
“체력 약화, 쪼그라드는 근육, 둔화.”
공통 스킬들을 쉴 새 없이 뿌리고.
“부패의 저주, 침식의 저주, 맹독의 저주.”
아이템 내장된 저주 스킬들을 깔아 식신들을 약화시켰다.
그것만으로도 언럭키는 전장을 지배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소환 가능한 소수의 해골들은 몸빵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아세린이 위기에 처할 때, 벨라의 탱킹력이 부족해질 때 기꺼이 몸을 던졌다.
-콰직!
어차피 몸 위로 언럭키가 걸어준 ‘다크 배리어’가 있었고, 부서지더라도 ‘다크 힐’로 계속 회복이 가능했다.
한창 전투 중에 아세린이 어이가 없어서 소리쳤다.
“언럭키님은 마나가 무한이라도 되세요?”
쉴 새 없이 스킬을 뿌려대는 언럭키의 모습은, 어떻게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였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언럭키가 어깨를 으쓱였다.
직업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기에 초창기부터 마나 스탯에 집중한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한은 아니다.
지금 이럴 수 있는 건 역설적으로 소환수가 적기 때문이었다.
소환수가 적으니 마나가 남아돌고, 자연스레 쓸 수 있는 스킬들만 계속 쓰는 것이다.
‘이거 어쩌면 새로운 전략을 세울 수도 있겠는데.’
네크로 엠페러 직업을 선택하면서 일반 마법사의 길은 포기했지만, 문득 그 가능성의 편린을 본 것 같았다.
정예 소환수만 적게 소환하고, 남는 마나로 네크로 엠페러가 쓸 수 있는 강력한 공격 마법을 뿌려대는 전략.
‘…진짜 할 만 하겠는데?’
즉석에서 생각해 낸 것 치고는 나쁘지 않아보였다.
“그어어어어어!!”
다만 앞에서 식신들이 난리치고 있기에 언럭키는 그 생각을 머릿속 한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지금은 전투에 집중할 때였다.
언럭키의 활약이 크다지만 벨라와 아세린 역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철벽같은 탱커 벨라와 거의 모든 딜을 담당하고 있는 아세린.
-띠링!
[레벨업!]한 무리의 식신들을 처리하자 언럭키의 몸에서 또다시 빛이 번쩍였다.
“레벨업 속도 진짜 빠르시네요.”
아세린이 혀를 내둘렀다.
언럭키가 파티의 리더인지라 그의 레벨이 가장 높았음에도 레벨업 속도마저 그가 가장 빨랐다.
원인은 다양했다.
신에게 24K 골드바를 꾸준히 바치는 대가로 경험치 보너스를 얻기도 했고, 네크로 엠페러의 기본 직업 버프로 경험치 보너스도 존재했다.
게다가 예전에 신궁 시절에 투스타를 달면서 얻은 업적에서 나오는 경험치 보너스도 있었다.
이런 추가 경험치들이 야금야금 쌓이다보니, 언럭키의 레벨업 속도는 다른 파티원들을 훌쩍 뛰어넘게 된 것이다.
“글쎄요. 운이 좋았네요.”
다만 이걸 하나하나 설명할 수는 없었기에 언럭키는 대충 퉁 치고 넘어갔다.
“이걸 그냥 운이 좋다는 걸로 설명이 되는 건가…?”
아세린의 중얼거리는 소리는 채팅창에서 격한 동의를 이끌어냈다.
“전투 준비!”
그러나 또다시 나타난 식신 무리들 때문에 더 이상 질문은 못했다.
언럭키 일행이 계속해서 던전을 나아갔다.
* * *
언럭키는 처음 레그녹스를 봤을 때, 놈의 입 안에서 뿜어져 나오던 백색의 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지금껏 언럭키도 딱 두 번밖에 보지 못한 빛.
그걸 따라서 놈의 입 속으로 들어왔고 던전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빛이 한 번 더 발생했다.
-파앗!
저 멀리 던전 속 어둠 어딘가, 새하얀 빛이 넘실거리며 새어나오는 게 보였다.
일반적인 광원의 불빛과는 조금 다른 생김새라 절대 착각할 리가 없었다.
“저기 뭐 보이세요?”
“또 몬스터인가요?”
“아뇨. 잘못 봤나 보네요. 계속 가죠.”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만 그건 언럭키에게만 보이는 빛이 맞았다.
언럭키의 걸음이 조금 더 빨라졌다.
‘올마스터의 비기. 올마스터의 비기. 올마스터의 비기…!’
저걸 찾으러 지옥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나.
사냥 속도도 좀 더 높였다.
레그녹스에게 대부분의 소환수가 죽었지만, 베놈은 살려서 역소환 시켰다.
“베놈 소환.”
이런 좁은 곳에서 독안개를 뿌려대는 베놈의 능력은 탁월하다.
독안개는 무조건 어그로를 베놈에게 집중시키긴 하지만, 벨라가 철벽처럼 막고 있기에 부서질 염려도 없었다.
“그어어어어!”
“구아아아아!”
식신들이 이전과는 또 다른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꿈틀꿈틀 기어왔다.
독안개에 노출되며 온통 시선이 베놈에게 집중된다.
그 덕에 오히려 아세린이 딜을 넣기는 쉬워졌다.
사냥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다.
“끄어어어억.”
그리고 칼리스먼 역시 식신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놈이 바닥에 무릎 꿇고 양 손을 짚었다.
“쿨럭 쿨럭…너, 너 이게 뭐 하는….”
베놈의 독안개는 다 좋은데 파티원이 아니면 피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안 쓰고 있던 거였다.
“참아. 안 죽어.”
칼리스먼은 힘들어 보이는 모습으로 기침을 했지만 언럭키는 단호했다.
그래도 징수관이라고 HP가 꽤 높았던 칼리스먼이다.
독안개에만 노출된 것으로는 쉽게 죽지 않는다.
힘들어 보이긴 하지만…
‘그건 참을 만하겠지.’
그렇게 좀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갈수록 식신의 숫자는 많아졌고 방금 전에 레벨업을 했음에도 경험치 쌓이는 속도가 말도 안 되었다.
아세린은 물론이고 벨라마저 사냥의 재미를 붙일 정도.
그러나 정신이 팔린 언럭키는 경험치에도 신경을 못 썼다.
그렇게, 빛이 흘러나오는 근원지에 도착을 했다.
거긴 레그녹스가 먹어치운 온갖 쓰레기들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장소였다.
보기만 해도 지저분해서 차마 발 디디기도 싫은 곳.
“윽…여긴 패스하고 다른 곳으로 가실래요? 몬스터는 없어 보이는데.”
아세린이 코를 막으며 말했다.
악취가 머리를 띵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언럭키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갈 수는 없죠. 혹시 뭐가 있을지 모르잖아요.”
아세린은 그런 언럭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맞아…프로라면 저래야지.’
더럽고 들어가기 싫다고 뭐가 있을지도 모를 던전의 한 구역을 넘어가려 하다니.
최근에 하는 일이 너무 잘 되고 복에 겨워, 하마터면 기본을 잊을 뻔 했다.
스스로를 자책한 아세린은 손수 쓰레기 더미를 파고들어 뒤집기 시작했다.
“이 쪽은 제가 찾아볼게요.”
“어, 아니….”
언럭키는 당황했다.
그의 눈에는 백색 빛이 나오는 곳이 보였다.
저기 근처만 대충 찾는 척 하다가 발견하려고 했는데…
말리기도 전에 아세린은 한 쪽 쓰레기 더미로 아예 몸까지 집어넣어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저도…”
벨라 역시 반대쪽을 찾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언럭키 역시 대충 할 수는 없었다.
‘으….’
쓰레기 더미에 손을 넣는 촉감은 절대 좋지 않았다.
심지어 이건 놈이 씹어 삼킨 찌꺼기였기에,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 사이의 어딘가라고 볼만한 것들이었다.
촉감도 안 좋고 냄새는 더 안 좋고…
그걸 뒤적거리고 있으니 언럭키는 작업장을 탈출한 이후로 오랜만에 현타를 느끼고 있었다.
“어? 이거 유니크 아이템인데요?”
“저도…하나 찾았어요.”
놀랍게도 아세린과 벨라는 각각 유니크와 레어 아이템을 찾아냈다.
각각 단검과 건틀렛이었는데, 위장 속 물건이라 내구도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큰 문제는 아니었다.
벨라가 슬쩍 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치는데 25분 걸리겠네요.”
레전더리 등급 대장장이 앞에서 이 정도 손상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같이 뒤적거리던 언럭키는 찾은게 없었다.
‘젠장.’
괜한 기대감에 언럭키 역시 꾀부리지 않고 팔 전체를 쓰레기 안에 밀어 넣으며 열심히 찾았는데, 별 성과는 없었다.
몸이 오물에 뒤덮였다는 결과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요즘은 운이 좀 좋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럴 때 보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헛고생을 했단 생각도 잠시, 언럭키는 메인 디쉬를 향해 움직였다.
아무것도 못 찾아도 상관없다.
오직 이것만 있으면 된다.
“여기도 뭐 하나 있습니다.”
언럭키는 그렇게 말하면서,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홀로 빛나는 ‘그 물건’을 집어 들었다.
그건 조그마한 금속 쪼가리였다.
얼핏 보면 이게 아이템이라고 인식도 못하고 갖다 버릴 정도의 물건.
그러나 언럭키는 거기서 흘러나오는 빛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드디어…!’
그걸 집어 들고 곧장 정보를 열었다.
[군주의 증표]-아이템 등급 : 에픽.
-아이템 효과 : 공격력 + 300, 마력 +300 상승.
-증표 소유자에게 지옥의 ‘군주’ 자격 부여.
-군주는 악마들을 수하로 받아들일 수 있고, 영토를 얻어 지배할 수 있다.
-’군주의 기세’ 스킬 사용 가능.
-’군주의 권능’ 스킬 사용 가능.
-군주의 기세 : 지옥의 군주는 존재만으로도 악마들을 압도하는 기세를 뿜어낸다. 수준 이하의 악마는 감히 그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버거워 할 것이다.
-군주의 권능 : 군주는 자신의 밑으로 들어온 휘하 수하들의 능력을 강화시켜준다. 군주가 보유한 영역의 넓이와 수하의 숫자, 본인의 힘에 비례해 강화되는 폭은 커진다.
-아이템 착용 제한 : 레벨 200 이상, 어둠(暗) 속성 보유자.
“어…?”
언럭키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군주의 증표? 이게 왜…”
…여기서 나와?
내가 찾던 건 올마스터의 비기인데?
전혀 예상도 못하던 물건이 튀어나왔다.
그때 칼리스먼의 비명이 벼락처럼 뿜어져 나왔다.
“구, 구, 구…군주의 증표!!!??”
놈은 입을 쩍 벌린 채 이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게 어떻게…아니, 왜 이딴 곳에…?”
그때 언럭키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군주의 증표 소유자의 능력을 확인 중…] [확인 완료.] [증표 소유자를 ‘불사의 군주’로 임명합니다.] [지옥을 다스리는 군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이게 뭔지 설명 좀 해줄래?”
언럭키가 칼리스먼에게 묻고자 쳐다봤다.
“…….”
그러나 칼리스먼은 다리를 벌벌 떨면서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