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55
256화
사냥은 시원시원한 맛으로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곳 혈림(血林)은 언럭키의 마음에 쏙 들었다.
“취이익! 적이 왔다!”
“또 싸울 시간이다! 너무 행복하다!!”
지옥 오크들이 각자 무기를 들고 뛰쳐나왔다.
언럭키도 거기에 화답해주었다.
“기쁘냐? 다행이다. 나도 기쁘거든.”
계속해서 달려와 주는 경험치 덩어리들.
징그러운 지옥 오크의 생김새가 이제는 이뻐 보일 지경이었다.
물론 그래도 손속에 자비는 없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해골 군대가 놈들을 순식간에 찢어 놓는다.
데스나이트와 데빌 키메라가 전방에서 돌진하는데, 그걸 막는 놈이 없었다.
전위가 그렇게 뚫리면 나머지도 무너지는 건 금방이었다.
-띠링!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
언럭키 파티는 한동안 제자리에서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처치했다.
꽤 오랫동안 달려오는 적들과 드잡이질하다 보니, 어느새 주위는 텅텅 비게 되었다.
-띠링!
[레벨업!]그 이후 발생한 레벨업은 세 사람이 동시에 겪었다.
“또 레벨업이에요. 또!”
아세린이 흥분한 목소리를 숨기지 못하며 말했다.
월드 사가를 플레이해온 역사에서, 지금처럼 빠른 레벨업은 겪어본 적이 없었다.
랭커 최하위권을 헤매던 그녀는 어느새 언럭키처럼 레벨 230대가 되었다.
이 정도면 이제 중하위권이라고 칭할 정도는 되었다.
“그 정도로 만족하셔서 되겠어요? 아직 한참 더 남았는데.”
언럭키가 해골들을 시켜 바닥에 드랍된 잡템을 주우며 말했다.
아무렇지 않은 그 모습은 자신감에 찬 태도보다 더 확신을 주었다.
“…언럭키님. 저 방금 새삼 반할 뻔했어요.”
아세린이 엄지를 치켜들자 언럭키가 어색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새삼?’
대답을 하고 보니 걸리는 말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얼굴 개연성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스쳐 지나간 채팅을 본 아세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녀 역시 지속적으로 언럭키의 채팅창을 보고 있었는데,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빨대 꽂는다니요! 전혀 틀린 말…까지는 아니긴 한데요.”
그녀도 양심이 있기에 인정했다.
정신찬이 많이 도와준 대가로 그녀가 언럭키의 파티원으로서 지옥에 올 자격을 얻은 건 맞다.
그러나 그녀 역시 최대한 일인분을 하려고 노력했다.
당장 얼마 전에는 에오나루스를 제정신 차리게 만들었지 않나.
“제 활약이 적긴 하지만 노력 많이 하고 있어요. 아시잖아요.”
“그리고 게임 속에서만 아는 사이 아닙니다. 우리 현실에서도 본 적 있어요. 나름 친해요. 같이 운동도 자주 가는걸요.”
아세린이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 채팅창을 더욱 불타게 만들었다.
지켜보고 있던 언럭키가 나섰다.
“헬스합니다. 제 사무실이랑 아세린님 길드 사무실이 같은 건물이라서 우연히 같이 운동만 하는 것뿐이에요. 그러니 괜한 오해 하지 마세요. 아세린님께 실례입니다.”
언럭키는 딱 잘라서 불타오르려던 화제를 끊어냈다.
게다가 말뿐이 아니었다.
선 넘는 채팅을 한 몇 명은 강제로 퇴장시키는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하니 언럭키와 아세린을 억지로 엮어보려는 분위기는 금방 사라졌다.
그 대신 운동 그 자체에는 초점이 계속 맞춰져 있었다.
언럭키 역시 이상하게 엮는 것에서 화제를 빨리 바꾸기 위해 그런 말들을 받아주었다.
“두 분도 커스터마이징 거의 안 하셨어요. 똑같아요.”
“아. 이왕 말 나온 거 아예 언제 한 번은 게임 방송이 아니고 소통 겸 운동 방송 같은 걸 해볼까요? 저랑 아세린님이 같이 헬스장 갈 때 방송 한 번 켤게요.”
언럭키가 아세린을 슬쩍 쳐다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 상관없어요.”
어차피 운동하는 거, 다양한 컨텐츠를 찍으면 좋다.
‘어차피 맨날 하는 운동인데, 이것도 영상으로 올려서 수익으로 만들면 좋겠지.’
몇 개월 동안 노력하면서, 이젠 꽤나 봐줄 만한 몸을 가지게 된 언럭키이다.
물론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최소한 창피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그러고 보면 내가 처음 캠으로 얼굴 공개했을 때, 후원금이 장난 아니었지.’
언럭키는 이해가 잘 안됐지만, 스트리머의 현실 생김새도 인기의 중요한 요소였다.
어쨌거나 타고난 얼굴인 만큼 최대한 활용해보자.
‘아세린님이나 벨라님도 아마 출현시키면 굉장히 인기 있을 거야.’
두 사람은 백현도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을 만큼 미녀였다.
머리색 빼고는 거의 비슷한 외모이지만, 게임 속에서 갑옷을 입고 있는 지금과는 느낌이 너무 다르다.
옷차림만으로도 분위기가 확 변하는 것이다.
그녀들과 현실에서까지 방송을 같이 하면 후원금 꽤나 들어올 것이다.
‘일단 이건 나중에 더 고민하고…’
언럭키가 여전히 타오르는 채팅창을 진정시켰다.
“자. 자. 이제 딴소리는 여기까지만 하고 다시 움직여보겠습니다. 시간이 금이에요. 금.”
사냥터 최초 발견 보너스는 24시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은 뽕을 다 뽑아야 한다.
근처에 있는 몬스터들은 몰살시킨 건지 더 이상 다가오는 적들이 없었다.
이렇게 낭비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기에 언럭키는 파티원들을 데리고 움직였다.
혈림에 있는 몬스터 종은 다양했는데, 그중 무리를 이루고 있는 건 지옥 오크들뿐이었다.
나머지는 1~3마리 단위의 소수였다.
그 말이 무슨 뜻이냐.
“나와라 지옥 오크야. 한 번에 빵빵 좀 터트려보자.”
그놈들을 잡으면 몰이사냥을 하는 것만 같은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니 지옥 오크들이 잔뜩 모여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하나 둘 셋…무려 23마리네요.”
멀찍이서 숫자를 세던 언럭키가 활짝 웃었다.
입으로 말하는 건 그게 끝이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해골 군대가 돌진하기 시작한다.
“취이익! 적이다!”
“싸움이다! 축제다!!”
오크들 역시 접근을 눈치채고 무기를 치켜들었다.
보통 적습이 있다면 아무리 몬스터라도 긴장하고 대응하는데, 이놈들은 달랐다.
흉성을 뿜어내면서 기쁘다는 듯 활짝 웃은 것이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섬뜩한 모습이다.
그러나 언럭키는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 역시 활짝 웃고 있었다.
‘흐흐흐. 저게 다 경험치로 환산하면 얼마야.’
“방금 채팅친 분들. 블랙리스트 올라가고 싶지 않다면 사과하세요.”
누구를 오크 따위에 비교하는가!
그렇게 말하며 언럭키도 움직였다.
이번에는 적들의 숫자가 많다 보니 언럭키 역시 지켜보기만 하지 않았다.
완드를 치켜들자 지옥 오크들의 머리 위로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불타는 운석이 떨어졌다.
-콰아아앙!
징벌 포격으로 선제 타격을 가하고, 우왕좌왕하는 놈들에게 해골들이 들이닥쳤다.
“크허헝!”
데빌 키메라는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호랑이 발바닥에서 나오는 파괴력으로 한 번 후려칠 때마다 오크들을 픽픽 쓰러트렸다.
데스나이트들도 새카만 오러를 줄줄 뿌려대며 적들을 마구 베었다.
언럭키의 든든한 마나통이 뒷받침해 주고 있다 보니 해골들은 사냥이 아니라 학살을 하는 것 같았다.
-띠링!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띠링!
….
조금 전에 레벨업을 했음에도 경험치 칸이 눈에 보일 만큼 차오른다.
언럭키가 그걸 카메라에 보여주며 말했다.
“보이십니까 여러분? 경험치 칸의 노란색 바가 벌써 이만큼이나 찼습니다. 진짜 사냥할 맛 나네요.”
언럭키는 피식 웃으며 시청자들을 놀리던 걸 멈췄다.
처음 공격할 때만 몇 번 도와주니 금세 적들이 전멸했다.
“템 수거하고 바로 다른 곳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언럭키가 해골들을 부리며 말했다.
해골들이 잡템을 수거해오면 다시 다른 적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지형은 조금 아쉽군.’
주변을 살펴보던 그가 입맛을 다셨다.
여기가 넓은 사냥터이다 보니 던전 때와 달리 효율적인 동선 같은 걸 짤 수가 없다.
무작정 몬스터가 있을 만한 곳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면서 많은 적을 만나려면 자신의 운을 믿어야 한다.
이제 언럭키도 제 운이 나쁘지 않다는 건 안다.
‘묘하게 운이 안 좋을 때도 많긴 하지만…’
행운의 무지개 능력은 이곳 주변을 전부 다 푸른색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어딜 가던 좋을 거라는 뜻이다.
다만 가장 시간 낭비가 적고 효율적인 루트는 어느 쪽일까?
그건 행운의 무지개 능력으로도 알 수 없었다.
-덜그럭 덜그럭
그때 해골 한 기가 다가왔다.
“뭐야?”
잡템 수거가 끝난 줄 알고 놈을 쳐다본 언럭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골 병사가 잠시 와보라는 듯 옷을 잡아당긴 것이다.
놈을 따라서 움직였다.
해골 군대는 23마리의 지옥 오크들을 몰살시켰는데, 그 가운데에는 뜻밖의 아이템이 있었다.
마치 오크들이 지키고 있던 것 같은 위치의 물건.
그건 바닥에 피어있는 붉은 꽃이었다.
마치 주변의 피를 흡수한 듯 새빨간 꽃잎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혈령초]-아이템 등급 : 유니크.
-아이템 효과 : 복용 시 랜덤으로 능력치를 +1 상승시킨다.
-혈령초는 개인당 최대 30개까지만 복용할 수 있다.
-단, 땅에서 뿌리 뽑힌 순간 최대 5분을 넘지 못하고 시든다.
언럭키의 눈동자가 활짝 커졌다.
‘영약 아이템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