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56
257화
복용하면 스탯을 상승시켜주는 효과를 지닌 소모품을 영약 아이템이라고 한다.
당연히 굉장히 보는 게 어렵고, 시장에서는 비싸게 거래된다.
스탯 5개만 올려도 레벨 하나 올린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나.
고레벨이 되면 레벨 하나 올리는데 한 달씩 걸리곤 하는데, 그들에게 영약 아이템의 가치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설마 혈림에서 혈령초가 나올 줄이야.
“여러분. 이거 보이십니까?”
언럭키가 카메라 앞에서 혈령초를 보여줬다.
그가 놀랐던 것처럼, 시청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경험치를 쓸어 담다 못해 영약 아이템까지 나왔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지옥의 우중충한 하늘마저 이뻐 보일 정도였다.
“여기는 그냥 사냥만 좀 하다가 벗어나려고 했는데, 안되겠군요.”
목표가 혈령초 수집으로 변했다.
한 명이 섭취할 수 있는 혈령초의 제한은 30개.
그 이상부터는 효과가 없다고 하니, 딱 90개만 얻어 보자.
‘벨라님이랑 아세린님까지 최대치로 먹고 벗어나면 되겠어.’
단조롭게 사냥할 필요도 없겠고, 재밌을 것 같다.
다만 발견 난이도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봐야 하는데…
‘부디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군.’
시청자 중 누군가가 물었다.
“못 파냐고요? 예. 유통기한이 있대요.”
채팅창을 본 언럭키가 대답했다.
-단, 땅에서 뿌리 뽑힌 순간 최대 5분을 넘지 못하고 시든다.
혈령초의 설명에 쓰여 있던 경고다.
“!!”
채팅을 본 언럭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해볼 만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걸 갖다 팔면…진짜 떼돈을 벌 텐데.’
지금도 실시간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혈령초 판매가 가능해지면 단위가 달라질 것이다.
이게 얼마나 구하기 쉬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자신밖에 못 구하는 물건 아닌가!
“일단…시험 한 번 해보겠습니다.”
언럭키가 인벤토리에 혈령초를 집어넣었다.
천천히 시간을 쟀다. 5분. 만약 5분이 지났는데도 시들지 않는다면 성공이다.
‘시들 것 같다면 잽싸게 먹어버려야지.’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눈을 부릅뜨고 인벤토리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5분이 흐르는 즉시 꽃잎이 축 처지기 시작했다.
혈령초의 새빨간 색도 바래고 있었기에 언럭키는 후다닥 입 속에 집어넣었다.
-띠링!
[혈령초를 복용하셨습니다.] [힘 스탯이 +1 상승합니다.]네크로 엠페러에게 힘 스탯은 별 쓸모없지만, 어차피 올마스터로서 언젠가 다른 직업도 할 예정이다.
어떤 스탯이 오르건 간에 좋았다.
다만 벨라나 아세린 같은 경우는 추후에 혈령초를 복용했을 때, 각자 직업에 맞는 스탯이 오르길 바래야 할 터.
“인벤토리에 넣어도 5분의 시간제한은 어쩔 수 없나 보네요.”
언럭키가 혀를 찼다.
‘이런 건 좀 허용 해주지.’
큰돈을 벌 기회가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속이 좀 쓰린 기분이었다.
“하아. 역시 전 운이…”
“…….”
언럭키는 그냥 입 다물고 있기로 정했다.
확실히 그가 봐도, 요즘엔 운이 좋은 편이었으니까!
* * *
혈령초는 지옥 오크들이 무리지어 있는 장소에서 발견되었다.
일단 단서는 그것 하나 뿐.
그렇기에 언럭키는 그 때부터 지옥 오크들을 찾아 돌아다녔다.
“저기. 저기 있어요!”
벨라가 소리쳤다.
그녀는 드물게 눈을 반짝이며 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세 번 째로 얻은 혈령초를 그녀에게 주었을 때 대장장이 전용 특수 스탯, ‘헤파이스토스의 축복’ 수치가 올라갔던 것이다.
대장장이를 비롯한 생산직 계열은 직업을 얻을 때 관련된 특수 스탯이 생성된다.
손재주, 장인 정신 같은 것들인데, 벨라는 레전더리 대장장이답게 전용 특수 스탯도 얻었다.
문제는 헤파이스토스의 축복 스탯이 평범하게는 올릴 수 없다는 점이다.
아주 어려운 퀘스트나 제작에 성공했을 때만 극소수의 확률로 얻는다.
그렇게 얻은 스탯이 높을수록, 제작물에 특별한 능력을 더해줄 수 있었다.
때로는 그녀의 수준보다 더 높은 작품이 탄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일반 영약으로도 올릴 수 없는 능력치였는데, 혈령초로는 올랐다.
다른 데에 별 관심이 없는 만큼 대장장이 일이 진심이 그녀였기에, 눈이 뒤집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시청자들조차 놀랄 정도로 벨라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지옥 오크 무리를 먼저 발견한걸 넘어서, 아예 먼저 돌진까지 한 것이다.
“같이 가요 벨라님!”
아세린도 쌍검을 뽑아들고는 그 뒤를 쫓았다.
그녀 역시 혈령초를 한 번 복용하고 힘 스탯이 늘어났기에 열의가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취이이익! 투쟁하라!”
“살점을 뜯어먹어!!”
지옥 오크들은 갑작스러운 침입자를 보며 흉성을 터트렸다.
기습을 당해도 절대 물러나지 않는 게 혈림의 몬스터 특성이다.
그러니 지옥 군주의 기세를 뿜어내는 언럭키를 보고도 도망치지 않지.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벨라와 아세린이 어그로를 끌어준 덕에 해골 군대는 편하게 놈들에게 접근했다.
-콰앙!
하늘에서 징벌 포격이 떨어지는걸 시작으로, 학살이 시작되었다.
데스나이트와 데빌 키메라를 필두로, 해골들이 순식간에 놈들을 전멸시켰다.
* * *
“이번엔 제가 먹겠습니다.”
네 번째 혈령초는 언럭키가 복용했다.
-띠링!
[혈령초를 복용하셨습니다.] [마력 스탯이 +1 상승합니다.]이번에는 마력 스탯이 올랐다.
‘나이스!’
어느 직업을 하던 가장 쓸모 있는 스탯이 마력이다.
특히 올마스터인 언럭키에게는 더더욱 마력이 중요했다.
검사 직업군을 하다가 네크로 엠페러 같은걸 하면 필연적으로 마력 부족을 느끼기 마련.
그러나 이렇게 편안하게 사냥할 수 있는 게, 항상 마력 수치를 챙겨왔던 덕분이었다.
다만 혈령초의 획득은 쉽지 않았다.
지옥 오크들이 무리 지어서 지키고 있는 곳에만 혈령초가 자라났는데, 그런 곳이 생각보다 적었던 것이다.
열심히 돌아다니면 발견할 만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쉬운 것도 아니었다.
‘이 속도로는 꽤 오랫동안 여기에서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원래는 혼자 30개 먼저 다 먹어버리고 벨라와 아세린을 그 후에 나눠주려고 했지만, 차마 양심에 찔려 그러지는 못했다.
같은 파티원으로서 고생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겠는가.
심지어 두 사람은 아이템이나 골드 같은 것도 전혀 배분받지 않았다.
함께 지옥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는데, 혈령초까지 언럭키 혼자 독식하는 건 도저히 못 하겠다.
‘성 팀장이었으면 그딴거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자기 혼자 다 처먹었을 텐데. 나도 그런 점을 본받아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던 언럭키는 화들짝 놀라 제 뺨을 쳤다.
닮을 사람이 따로 있지 누구를 생각한단 말인가!
“혈령초 많이 피는 곳 같은 거 아는 거 없나?”
언럭키가 칼리스먼을 툭툭 치며 물었다.
녀석은 지금까지 무언가 막혔거나 궁금증이 생겼을 때 좋은 해법을 줬었다.
살려서 데리고 다닌 값어치를 충분히 잘 하고 있었다.
그러나 녀석은 이번엔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다.
“내가 무슨 만능 지식인인줄 아나?”
“그건 아니지만 징수관이라며. 지옥 여기저기 많이 다녔으니까 좀 알 것 아냐.”
“모른다. 애초에 혈림은 지옥에서도 정신이 이상해진 녀석들이나 들어오는 곳이다. 평범한 악마들은 무조건 피해가는 장소란 말이다. 알려지지 않은 게 당연하지.”
“흠….”
기대하던 대답이 안 나오자 언럭키가 짜게 식은 눈으로 놈을 쳐다봤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언럭키와 생각이 비슷했다.
‘슬슬 성격들이 나빠지고 있군. 나라도 제정신 차려야지.’
자극적인 걸 쫓는 시청자들 답다.
언럭키는 한 번의 실수로 죽일 만큼 정 없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도움 될 만한 걸 말해봐. 하나도 없을 정도로 네가 쓸모없진 않겠지?”
“…….”
언럭키의 말에 담긴 위협을 느꼈는지 칼리스먼은 긴장했다.
“으음…그게….”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댔다.
그러다보니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러고 보니…바알이 죽고 그 친위대 중 일부가 혈림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어봤다.”
“바알의 친위대?”
언럭키의 시선이 흘끗 데빌 키메라에게 향했다.
저 놈 역시 한 때 바알의 친위대 소속 아니었던가.
“키메라는 아니다. 일반 악마였지.”
“흥미로운 이야기기는 한데, 내가 물은 건 혈령초에 대한 거다.”
“어쩌면 놈이 알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지옥은 강자존의 법칙이 지배한다.
혈림은 특히나 그랬는데, 한 때 바알의 친위대급 강자였다면 혈림에서도 최상위 포식자일 터.
당연히 혈림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그 놈을 찾아가라는 거군.”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즉시 언럭키는 출발했다.
혈림은 넓은 지역에 걸쳐져 있었는데, 가장 많은 개체수는 지옥 오크들이었다.
지상의 오크보다 투쟁심이 넘치고, 싸움에 미친놈들.
그런 놈들도 어지간해서는 발을 들이지 않는 장소가 있었다.
혈령초를 찾겠답시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언럭키였기에, 지옥 오크들 밀집도가 묘하게 적은 장소가 있다는 걸 눈치 챘었다.
지금 거기에 발을 들였다.
우거진 숲 속에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었다.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느껴지는 악기(惡氣)에 피부가 따끔거릴 지경이었다.
“이건….”
칼리스먼이 침음성을 냈다.
언럭키가 그를 쳐다봤다.
“짐작가는 게 있나?”
“오랜만이지만 잊을 수 없지…. 대악마 벨키서스다.”
칼리스먼의 말이 끝나자마자 숲 속을 진동시키는 목소리가 퍼졌다.
-레라지에의 징수관이 왔는가.
-애송이 악마가 용감하게 발을 디뎠구나.
“…….”
모욕적인 말에도 칼리스먼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악마 벨키서스에 비하면 본인은 애송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했으니 말이다.
칼리스먼이 슬쩍 옆을 봤는데, 언럭키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 자도 대악마의 명성 앞에서는 떨리나보군.’
미친듯이 강하긴 했지만, 이게 당연한 거다.
그 와중에 언럭키의 시선은 한 곳으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칼리스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쳐다보는 거지?’
그 시선을 따라가 보니 좀 더 숲속의 심층부, 나무 밑에 핀 혈령초 군락지가 보였다.
‘……?’
최소한 수십 뿌리 이상의 혈령초가 존재하고 있었다.
칼리스먼은 그제야 다시 언럭키의 눈동자를 쳐다봤다.
분명 떨리고 있었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은 두려움이나 긴장감이 아니었다.
환희, 기쁨, 탄식…온갖 긍정적인 감정들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