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58
259화
과연. 벨키서스의 말대로 안쪽에는 혈령초가 한가득 존재했다.
거의 60뿌리 가까이 되는 그것들을 벨라와 아세린과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띠링!
[혈령초를 복용하셨습니다.] [혈령초를…]…
나눴다고 해도 20개나 되는 스탯이 올랐다.
이전에 먹은 걸 포함하면 26개.
‘아쉽군. 한계치가 30개가 아니었다면 아예 한 달은 여기 눌러 붙어서 혈령초란 혈령초는 싹 쓸어모을 텐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혈령초를 먹다 보니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제 언럭키도 제 자신이 운이 없다는 기만 같은 건 잘 하지 않는다.
요즘엔 확실히 운이 좋은 편이었으니까!
“이것도 챙기시오.”
벨키서스가 다가와 혈령초를 건넸다.
[개량된 혈령초]-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복용 시 랜덤으로 능력치를 +1 상승시킨다.
-혈령초는 개인당 최대 30개까지만 복용 가능하다.
-개량되어 땅에서 뿌리 뽑힌 이후에도 시들지 않는다.
일반 혈령초와 효과는 같지만, 5분의 시간 제한이 있던 게 사라졌다.
당연히 먹을 생각은 없었다.
그 대신 조심스레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이건 팔면 꽤 비싸게 받겠어.’
이런 영약류 아이템은 없어서 못한다.
매물이 경매에 올라왔다 하면 돈 많은 부자들이 큼직큼직하게 입찰하는 게 기본이었다.
“좀 더 없습니까? 고작 세 뿌리뿐입니까?”
“아쉽지만 없소. 그것도 우연의 산물로 만든 것이고, 다시 재배할 자신은 없지.”
십 수년간 여기에 있으면서 딱 세 뿌리를 만든 게 전부였다.
언럭키는 아쉬움에 혀를 찼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군요. 뭐, 어쨌거나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저 역시.”
언럭키와 벨키서스가 훈훈하게 인사했다.
주종 관계를 맺었다지만 처음 본 사이였기에 서로 조심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때 칼리스먼이 툭 건드리며 물어왔다.
“궁금한 게 있다.”
“뭔데?”
“왜 저…분에게는 존댓말을 하고 나는 막 대하는가? 나도 같은 악마다. 지금껏 네게 많은 도움도 줬고.”
칼리스먼은 눈치가 보이는지 슬쩍 높임말을 썼다.
‘이런 태도만 봐도 모르는 게 이상한데.’
혈령초 수십 개를 주는 자와 이놈을 어떻게 같은 대우를 해주겠는가.
게다가 벨키서스는 별명부터 어마무시했다.
대악마, 바알의 오른팔 등.
위대한 용인 에오나루스와 동급으로 엮이던 존재였다고 하니 존중해주는 건 당연했다.
“벨라님?”
길게 이것들을 설명해봤자 납득하지 못할 것 같아 간단하게 벨라를 불렀다.
-쾅!
한 방에 제압당한 칼리스먼이 입을 다물었다.
* * *
벨키서스의 쓸모는 곧장 드러났다.
“지옥 오크들이 많이 있는 곳? 군주가 왜 그런 곳을 찾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아는 곳 몇 군데가 있소.”
이곳에서 오래 지내왔던 벨키서스였기에 지리를 잘 알고 있었다.
진작에 포기했던 효율적인 사냥 동선을 다시 짤 수 있게 되었다는 뜻!
‘반면에 저놈은….’
언럭키가 도움 안 된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찔끔한 칼리스먼이 항변했다.
“내, 내가 징수관으로서 지옥 여기저기를 많이 돌아다녔다고 해도 혈림은 모를 수밖에 없다!”
“누가 뭐랬나?”
“말로만 안 했지. 그렇게 쳐다보지 않았나!”
하여튼 눈치는 빨라가지고.
언럭키는 벨키서스의 조언을 토대로 잠시 멈췄던 사냥을 재개했다.
최초 발견 던전만큼은 아니지만 혈림 역시 50%의 보너스를 준다.
거기에 언럭키 개인이 가진 각종 경험치 보너스를 합하니, 몬스터 한 마리 잡을 때마다 경험치가 쭉쭉 오른다.
‘게다가 도망 안 치고 오히려 얼굴 마주치면 죽자고 달려들어 주니 몰이사냥도 쉬워.’
군주의 단점을 완전히 커버할 수 있는 사냥터!
다만 살짝 아쉬운 점도 있었다.
“군주의 밑으로 들어가는 건 오랜만인데, 역시나 좋긴 하군. 몸이 회복되는 속도가 달라졌소.”
벨키서스가 제 몸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반면에 언럭키는 살짝 불편한 표정이었는데, 사냥 경험치의 일부분을 놈이 가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군주의 증표를 사용해서 권속을 받아들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이런 단점이 있었다.
‘약 1~2% 정도밖에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마냥 좋을 수는 없었다.
경험치를 혼자 다 독식해도 모자랄 판에, 빼앗아 가다니?
‘계약이고 뭐고 그냥 다 없던 일로 해버려?’
“군주여. 나도 돕겠소.”
“아닙니다. 아직 몸도 성치 않다는데 뒤에 계십시오.”
“허허. 이 늙은 눈에 습기가 차게 만드는군. 이런 걱정을 들은 게 얼마 만인지….”
벨키서스는 감격했다는 듯 언럭키를 쳐다봤다.
언럭키는 안 그래도 빼앗기는 경험치를 더 뺏기지 않겠다는 생각에서였지만…
“군주의 호의를 거절할 수는 없지. 그 대신 조금의 도움만 주겠소. 그 정도는 괜찮지 않소?”
“어떤 도움말입니까?”
“바로 이거요.”
-캬오오오!
“?”
벨키서스는 순식간에 키 3m의 늑대 인간으로 변하더니 포효했는데, 그 효과가 놀라웠다.
소리가 들린 지역의 오크들이 일제히 눈 풀리며 기절한 것이다.
-콰직!
-콰가각!
대화하는 와중에도 지옥 오크와 해골 군대는 싸우고 있었는데, 한쪽이 기절하니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다.
상대가 갑자기 기절하면 당황할 법도 하지만 해골 군대에게 그런 건 없었다.
기계적으로 빈틈을 향해 칼을 찌르고 물어 뜯는 게 해골 군대의 장점이었다.
어느새 다시 늙은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온 벨키서스가 웃어 보였다.
“어떻소? 좀 도움이 되셨나?”
“변신 능력을 지니고 계셨군요. 과연 대악마라고 불릴 정도의 능력이십니다!”
“군주께서는 얼굴에 금칠을 너무 해주시는군. 허허.”
금칠을 해줄 만하다.
포효 한 방으로 전투를 순식간에 끝내버렸는데 어떻게 안 그러겠는가.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었다.
“혹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직 몸 회복이 덜 되어서 시간이 조금 필요하지만, 얼마든지 도와드리겠소.”
“감사합니다!”
역시 칼리스먼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훌륭한 악마였다.
* * *
하루 동안의 사냥을 끝내고 언럭키는 혈림을 벗어났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한 달쯤 죽치고 있고 싶었지만, 그는 전대 불사의 군주의 영역으로 가는 길 아니었던가.
마냥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기에, 최적의 효율만 뽑아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그래도 성과는 정말 컸다.
벨키서스가 지옥 오크들을 기절시키는 포효를 쓴 순간부터 사냥 속도가 어마무시하게 빨라진 것이다.
아직 몸 회복이 덜 되어 쿨타임 10분 정도가 있었는데, 그 정도는 상관없었다.
자잘한 지옥 오크들은 그냥 싸워도 쉽게 이겼고, 혈령초를 지키는 최소 수십 마리의 무리에게만 포효를 사용했다.
‘그러니 사냥 속도가 대폭 빨라졌지.’
그가 가져가는 1~2%의 경험치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시청자들도 너무 사기적인 능력 아니냐고 어찌나 많이 얘기하던지.
아마 지난 하루 동안 채팅창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그거였을 것이다.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혈림을 벗어나는군.”
벨키서스는 속이 시원하다는 듯 뒤를 쳐다봤다.
십 수년간 좁은 숲에 갇혀 있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셨나 봅니다?”
“음. 그랬었소. 지금은 새 군주를 모시게 되어 자연 치유력이 많이 늘어났지만, 원래는 계속 악화되고 있었지.”
그가 머물던 숲에서 악기(惡氣)가 퍼져 있던 것도 일부러 퍼뜨린 거였다.
지옥 오크들이 덤벼들면 안 그래도 나빠지던 몸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기에
“전대 불사의 군주. 블러드 엠페러의 영역 쪽으로 간다고 하셨나?”
“그렇습니다.”
“그의 유산을 찾는 모양이군. 하긴. 후대에 군주의 이름을 계승한 자들은 보통 그렇게 많이 하는 편이요.”
벨키서스는 아는 게 정말 많았다.
“블러드 엠페러의 유산 몇 개라면 나도 아는 게 있소. 군주께 도움될만한 것들을 같이 찾아주겠소.”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가 전에 모시던 바알께서 숨겨놓은 던전도 몇 군데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다른 군주들에게 털리지 않고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거기도 한 번씩 돌아보는 게 어떻소?”
“…너무 좋지요!”
언럭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했다.
전에 칼리스먼이 알려줬던 던전에서 악룡의 역린을 발견하지 않았던가.
바알의 다른 던전들이 있다면 거기에는 또 어떤 보물들이 잠자고 있을지 절로 기대되었다.
“잠깐만. 위치가 어디…입니까?”
그때 칼리스먼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놈은 언럭키가 너무 벨키서스만 차별 대우하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서쪽의 그랑산 근처인데. 그건 왜 묻지?”
“하. 거긴 푸르카스의 영역과 맞닿은 곳 아닙니까. 바알과 싸웠던 군주인데, 당신이 근처에 갔다가 마주치게 되면 절대 놓치려 하지 않을 겁니다.”
놈은 어떠냐는 듯 언럭키를 쳐다봤다.
그러나 벨키서스는 훗 하고 웃어 보였다.
“난 또 뭐라고. 애송이 악마야. 그랑산은 푸르카스의 영역 근처이지만 아미의 영역과도 맞닿은 부분이지. 그 둘은 견원지간이라서 절대 그랑산에 접근하지 않는다. 애초에 바알님이 그곳에 비밀 던전을 만든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
칼리스먼이 침묵했다. 얼굴이 붉게 물들었지만 차마 무슨 말을 더 못했다.
언럭키가 벨키서스를 바라봤다.
“아는 게 정말 많으시군요?”
“허허. 부끄럽지만 한때는 지옥의 현자라고 말해주는 악마들도 있었소.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시오.”
이런 동료. 아주 좋다.
그렇게 언럭키는 지옥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며 블러드 엠페러의 영역으로 나아갔다.
지옥 군주들의 관계나 힘, 상성 같은 것들에 대해 주로 물었는데, 벨키서스는 막힘이 없었다.
“여기서 가까운 군주라면 하겐티가 있는데, 아직까지 칩거 중이지. 예전에 블러드 엠페러에게 당한 상처가 낫지 않았다고 추측하고 있소. 만약 다른 군주를 노릴 생각이라면 하겐티가 좋을 거요.”
칼리스먼이 징수관이라지만 그래봤자 일반 악마다.
군주들 사이의 알력관계나 능력 같은 건 소문으로 들은 것 말고는 잘 몰랐다.
에오나루스도 군주는 아니었던지라 이런 자세한 정보까지는 몰랐는데, 그래서 벨키서스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한참 얘기를 나누다 보니 블러드 엠페러의 영역에는 금방 도달했다.
‘시간이 아깝지가 않군.’
절로 흘러나오는 군주의 기세 덕분에 혈림을 벗어난 후로는 몬스터를 못 만났다.
경험치를 쌓지 못한 거지만, 벨키서스에게 여러 얘기를 듣다 보니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참. 군주의 기세를 흘리는 게 싫다고 하셨소?”
“예.”
“전투를 참 좋아하시는군. 다른 군주들은 귀찮은 게 싫어서라도 기세를 흘리고 다니는데…”
희한하다는 듯 쳐다보던 벨키서스가 말을 이었다.
“그것도 조절할 방법이 있소.”
“그렇습니까?”
“당장은 힘들지. 본인의 영토를 갖고 군주의 능력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가능할 거요.”
그러면서 성큼 앞으로 나섰다.
“일단 전대 불사의 군주의 유산부터 챙겨보시오. 심장이 제일 좋을 건데 그게 여기 남아있으려나 모르겠지만…”
그러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는 벨키서스의 등은 정말 듬직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