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59
260화
과거 블러드 엠페러의 영역은 폐허였다.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아 방치되고 버려진 지역.
다만 원형은 거의 잘 보존되어 있었다.
특이한 경우였다.
몰락한 군주의 영역은 약탈의 대상이 되지 이렇게 폐허가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라면 간단했는데…
-쉬이익! 쿵!
-쉬이익! 쿵!
“나왔군.”
벨키서스가 앞을 보며 말했다.
언럭키 역시 같은 방향을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엔 피로 만들어진 거대한 괴생명체가 서 있었다.
불투명한 핏빛으로 만들어진 근육질의 괴물.
“유적을 지키는 혈골렘. 과거 블러드 엠페러가 부리던 놈들이오.”
“저놈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물론. 직접 싸워본 적도 있소. 예전에 내가 쓰러트린 혈골렘만 해도 수백 마리는 족히 넘을 거요.”
벨키서스가 슬쩍 웃었다.
블러드 엠페러는 최하위 서열의 군주였다가 새롭게 능력을 가다듬고 다른 군주들과 싸우고 다녔다.
그 기세는 실로 대단해서 10위권의 군주들조차 패배했는데, 자신감에 찬 그는 바알에게 도전했다가 졌다.
당연히 바알의 오른팔인 벨키서스도 잘 알 수밖에 없었다.
“특징이 있다면 일단 단단하고 강하지. 게다가 피로 만들어진 골렘이라 물리 타격에 대한 방어력이 높소. 마법적인 공격이 효과를 줄 수 있을 법하오.”
“그렇군요.”
‘나와는 상성이 안 좋군.’
언럭키가 슬쩍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이 보유한 스켈레톤 중에는 마법사 직업군이 없다.
일반 해골들은 물리 데미지가 주력이고, 가장 최근에 얻은 데빌 키메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데스 나이트들은 오러를 쓸 수 있지만, 숫자는 고작 둘.
이럴 때면 새삼 이전 직업이 아쉽다.
검왕이었다면 오러 뽑고 달려들어 직접 썰어버릴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빨리 올마스터의 새로운 비기를 얻어야 하는데.’
이 넓은 땅덩이에서 올마스터의 비기를 어떻게 찾나 싶은 막막함이 든다.
그러다가도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어쨌거나 요즘엔 운이 따라주지 않던가.
행운의 무지개 능력도 있으니,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지금처럼 쉽게 들어가기 힘들 거요. 혈골렘들은 군주의 기세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
“바라는 바입니다.”
혈림에서 미친 듯이 싸웠던 게 고작 며칠 전이지만 벌써부터 그립다.
하루에 하나. 잘하면 두 개씩 레벨업을 하던 상황에서 아무것도 안 하니 좀이 쑤셨다.
벨키서스와 이야기를 하거나 시청자와 소통을 하다보니 시간은 잘 갔지만,
‘나도 슬슬 하이 랭커를 노려봐야 하는데.’
지금 언럭키의 레벨은 240이었다.
200레벨을 찍고 랭커가 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중반에 가까워졌다.
객관적으로 봐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랭커쯤 되면 다들 자본금도 풍부하고 실력도 뛰어나서 순위가 고착화되기 쉽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컨트롤 실력이나 뛰어난 아이템, 혹은 최초 발견 던전을 찾는 극소수의 랭커만이 실력을 뒤집고 앞서나간다.
‘그리고 나는 그 세 가지 경우를 모두 다 해 먹고 있지.’
그러니 유료 라이브 방송임에도 몇만 명이나 되는 시청자들이 꼬박꼬박 보고 있는 것 아닌가.
랭커 최강의 다크 호스.
조만간 하이 랭커 자리 하나를 위협할 자.
오히려 그걸 넘어서 탑 텐 안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유망주.
언럭키를 부르는 호칭은 많았지만 다들 그 앞길을 기대하는 건 똑같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이 랭커들 역시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으니까.’
그들은 제자리에서 대기하고 있는 업적 같은 게 아니다.
매시간 경쟁하며
어떤 하이 랭커는 현실에서의 바이오리듬을 조절해주는 트레이너 팀을 고용하기도 했고, 또 누구는 가상 현실 특수팀을 고용해 앞으로 가야 할 도시나 지역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짜기도 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게 치열한 동네가 랭커 상위권이 있는 곳이다.
그래도 언럭키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라면 분명히!
“군주. 이제 준비되셨소?”
“저는 언제든지 준비됐습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언럭키의 주위에서 일어서는 해골 군대를 보며 벨키서스가 활짝 웃었다.
“아주 대단하군!”
* * *
혈골렘이 상성이 나쁘다고 하지만 마냥 못 잡을 놈들도 아니다.
놈들은 물리 내성이 있는 거지 면역이 아니었다.
해골들의 검과 화살도 박히긴 박히는 것이다.
데미지가 낮아진다고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해결 방법이 있다.
“쪼그라드는 근육, 체력 약화, 둔화, 부패의 저주, 침식의 저주, 맹독의 저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저주의 향연이 혈골렘을 덮쳤다.
놈은 녹슨 기계처럼 느려지고 약해졌다.
신체가 전반적으로 약화 되면서 물리 내성도 떨어졌고, 해골들의 칼이 더 잘 박히게 되었다.
-콱!
-콰직!
순식간에 해체된 놈은 경험치로 변해버렸다.
벨라의 탱킹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아세린은 오러를 쓸 수 있는 강자다.
물리 내성이건 뭐건 오러 앞에서는 체력이 무식하게 많지 않은 이상 무력하다.
-띠링!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오?’
경험치 칸 올라가는 걸 눈으로 본 언럭키가 살짝 놀랐다.
여기는 보너스 경험치도 없는데(그래도 기본적으로 증폭되는 경험치가 많긴 하다) 한 마리 잡았음에도 꽤 많은 경험치를 얻었던 것이다.
‘여기도 사냥터로서 훌륭하군.’
“경험치가 꽤 괜찮은가 봐요?”
아세린이 슬쩍 다가와서 물었다.
함께 파티를 맺고 다닌 지도 꽤 되었기에 이젠 대충 얼굴만 봐도 무슨 생각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볼 때, 지금 번뜩이는 언럭키의 눈빛은 범상치 않았다.
“예. 괜찮습니다.”
“아주?”
“아주 많이.”
“!”
그리고 대답을 들은 아세린과 어느새 옆에 다가온 벨라의 눈빛도 변했다.
그녀들 역시 어느새 언럭키에게 감화되어 반쯤 레벨업 바라는 머신이 되어갔다.
특히 벨라는 원래 대장장이라 사냥으로 경험치를 안 쌓아도 된다.
제작과 수리만으로 레벨을 올리는 게 보통인데, 언럭키와 함께하면서 말도 안 되는 레벨업에 중독되어버렸다.
“…저도…지금부터는 같이…할게요.”
“저 역시.”
그녀들이 나서겠다고 하자 언럭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요. 근데 몬스터가 좀 많았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던 순간이었다.
-쉬이익! 쿵!
-쉬이익! 쿵!
핏빛 안개를 뿌려대는 혈골렘들이 여기저기서 소환되더니 다가오기 시작했다.
“전대 불사의 군주는 아주 훌륭했나 보군요. 후인이 올까 봐 이런 선물들도 준비해주고.”
언럭키가 활짝 웃었다.
벨라와 아세린 역시 비슷한 미소가 입가에 걸려 있었다.
그런 세 사람을 보며 칼리스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신이 반쯤 나간 건가…. 상종하지 말아야겠어.’
세상에 침입자 격퇴용 혈골렘들이 몰려오는데 저렇게 좋다고 웃을 수가 있다니.
악마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 * *
한동안 언럭키 파티는 쉬지 않고 전투를 치렀다.
블러드 엠페러의 영역은 혈골렘들이 수두룩 빽빽했다.
다만 벨라가 앞에서 탱킹하고 쌍검에서 오러를 뽑아내는 아세린이 해골 군대를 받쳐주자, 혈골렘들이 우후죽순 무너졌다.
다만 아쉽게도 여기서 벨키서스의 능력은 통하지 않았다.
-골렘 형태의 놈에겐 내 피어가 먹히지 않소. 미안하오.
-괜찮습니다.
벨키서스는 부상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몸을 움직이는 전투는 꺼려했다.
피어 정도야 자연 회복력을 방해하지 않지만, 그 이상 가면 아무래도 몸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두두두두!
저 멀리서 혈골렘들이 달려온다.
영토의 침입자를 제거하겠단 의지가 반영되었는지, 그 숫자가 무려 50마리도 넘었다.
“혹시 독을 써도 괜찮겠습니까?”
“독?”
“예.”
언럭키가 베놈을 꺼내 들며 물었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벨키서스가 대답했다.
“군주 뜻대로 해보시오. 어느 정도의 독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독 내성도 있으니.”
악마는 같은 파티로 묶이지 않기에 독 안개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벨키서스는 내 휘하로 들어온 악마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
-푸슈슈슈
소환한 베놈 5기에서부터 독 안개가 뿜어져 나온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독 안개에 가장 먼저 닿은 건 칼리스먼이였다.
“끄으으윽…왜, 왜…내게는 안 물어보는 것이냐…쿨럭 쿨럭.”
“아, 미안. 워낙 조용해서 순간적으로 까먹었다.”
언럭키가 바닥에 엎어진 칼리스먼을 보고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급박한 전투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순간적으로 놈을 잊어버렸다.
어쩔 수 없는 게, 칼리스먼은 꽤 오래 입 다물고 있었다.
이 지역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도움 되는 조언은 벨키서스가 다 해주니 얘기할 게 없는 것이다.
“그래도 전에 보니 죽지는 않더만. 조금만 참아봐.”
“끄으으윽….”
녀석은 이제 대답도 못 하고 고통만 참고 있었다.
반면에 벨키서스는 평온해 보였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소. 이 정도 독은 내 내성을 뚫지 못하오. 그리고 내가 군주의 휘하 악마이다 보니 원한다면 독의 영향을 아예 안 받는 것도 가능하군.”
벨키서스는 해보니 알겠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대악마 현자님 이라고 불리실 만합니다.”
언럭키는 쓰러진 칼리스먼과 그가 참 비교된다고 느꼈다.
* * *
전투 외적으로 쉬는 시간에는 벨키서스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와 대화하는 시간은 즐거웠다.
아는 것도 많았고 지옥에 대한 지식도 풍부했다.
특히 재밌는 점은, 어디로 가면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는 등의 비사를 많이 알았다.
“렐데른 약초를 아시오?”
“처음 듣습니다.”
“혈령초보다 효과가 3배는 더 뛰어나다는 물건이오. 우리 악마들에게 혈령초는 영양제 정도의 효과이지만 렐데른 약초는 능력 증가 효과를 보이는 물건이라 귀하지만, 내가 자생하는 곳 몇 곳을 알고 있소. 나중에 한 번 가보시오.”
“감사합니다!”
아무렇게나 툭툭 던지는 말들도 주옥같았다.
영상으로 녹화되고 있는 게 다행이다.
나중에 복습하면서 정리해놔야지.
그러다가 라이브를 끈 시간에는 개인적인 것도 물어봤다.
“혹시 올마스터란 존재를 아십니까?”
“올마스터?”
벨키서스의 외알 안경 너머의 눈빛이 흥미로 반짝였다.
“들어본 적 있지. 온갖 능력을 동시에 다루는 절대 강자 아니오. 한때 바알님도 그 힘에 흥미를 느끼신 적이 있었소.”
“절대 강자는 아니지만 제가 그 올마스터입니다.”
“호오. 그 투쟁심은 직업에서 나오는 것이셨던가?”
“음. 그거랑은 조금 다릅니다만…뭐 비슷하죠. 어쨌거나 그러면 혹시 올마스터의 비기에 대해서도 들어보신 게 있으신가요?”
“비기…비기라….”
한동안 고심하던 벨키서스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군주 중 누군가가 한 때 올마스터의 비기를 손에 넣은 적 있다는 소문이 돌았었는데.”
“!!? 정말입니까?”
언럭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