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61
262화
물음표가 연타된다.
던전에 입장 후 열고 들어간 커다란 문.
그 안에 있는 건 오직 공중에 둥실 떠 있던 이 책 한 권뿐이었다.
언럭키의 눈에는 여기서 오색찬란한 빛이 흘러나오는 게 보였지만, 시청자들도 눈치가 있다.
절대 이게 평범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어이가 없었다.
“어…음…. 여러분. 그렇게 저한테 뭐라고 하셔도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언럭키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의도했겠는가.
우연히…그러니까 운이 좋아서…
‘내가 운이 진짜 좋긴 좋네.’
이젠 본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운이 좋다!
거기에 쐐기를 박듯 후원금들이 연이어 터졌다.
[금성 님이 3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북극뱀 님이 444,444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우라이 님이 14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빙먹s 님이 9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
심지어 후원금 액수도 컸다.
유료 라이브 방송인데 추가로 저만큼의 후원이 들어오고 있다니.
한둘이 아닌 터라 무시할 수도 없었다.
“예. 이번에 얻는 아이템은 시원하게 공개 하겠습니다.”
어차피 굳이 숨길 생각도 없었다.
중요한 아이템들은 경쟁자들에게 감추기 위해서 숨겨야 한다지만, 이 지옥에 경쟁자가 어디 있겠나.
나중에는 또 그 때가서 좋은 아이템을 더 얻을 테니, 지금 숨기는 건 의미가 없었다.
‘어디. 나도 확인 좀 해보자.’
시청자들에게 공개하는 동시에 언럭키 본인도 아이템 확인에 들어갔다.
[스킬북 : 피의 각성]-스킬 등급 : 레전더리.
-스킬 효과 : 소환수를 전부 희생하여 ‘피의 각성’ 상태에 돌입한다. 각성 상태에서는 매 초 마나를 소모하며, 마나를 전부 소모하면 스킬은 취소된다.
-불사의 군주를 ‘블러드 엠페러’라고 불리게 만든 스킬이다. 피의 각성 상태에서는 블러드 엠페러의 특별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피의 창 : 피로 만들어진 창을 소환해 쏘아 보낸다. 창의 위력은 희생된 소환수의 숫자와 공격력에 비례해 강해진다.
-피 동화 : 몸을 핏물 상태로 만들어 물리 공격에 100% 면역, 마법 공격에 50% 방어 상태를 유지한다. 피 동화 상태에서는 마나 소모량이 10배 증가하며 10초의 유지시간이 끝나면 30분의 쿨타임이 존재한다.
-스킬 제한 : 네크로맨서 전용.
“와…. 뭐야 이건.”
언럭키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책 모양의 생김새에서부터 짐작은 갔는데, 역시 이건 스킬북이었다.
다만 이걸 단순한 스킬북이라고 얘기해도 괜찮나 싶다.
‘스킬 꾸러미? 스킬 모음집?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피의 각성 스킬.
이걸 사용하면 피 관련 여러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전대 불사의 군주가 블러드 엠페러라고 불렸던 원인이 이 스킬 덕분이었다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좋냐고 물어보면…
‘써보기 전까지는 모르겠는데?’
모르겠다.
그건 시청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소환수를 포기하는 대신 피 관련 스킬을 사용한다.
그에 비례해서 공격력이 강해진다고 하지만, 언럭키의 해골 군대는 이미 위력 면에서 증명이 됐다.
어지간한 적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처리할 수 있는데, 이게 정말 좋을까?
게다가 각성 상태에서는 매 초 마나가 소모된다고 한다.
그것도 유저에게 부담이 되는데,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
“일단 써보면 알겠죠. 한 번 봅시다.”
* * *
피의 각성 스킬북을 얻은 후, 다른 문을 통해 밖으로 나서자 그제야 몬스터를 만날 수 있었다.
넓은 복도에 있는 건 피로 만든 소환수, 혈골렘들이었다.
블러드 엠페러의 영역에 들어온 후에 몇 번이고 봤기에 익숙했다.
놈들의 패턴, 어떻게 싸워야 하고 처리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등.
그렇기에 이전과 비교하기 쉬울 것 같다.
-띠링!
[피의 각성 상태에 빠집니다.] [소환수의 소환이 제한되는 대신 그에 비례해 능력이 증폭됩니다.] [매 초 마나가 소모됩니다.]스아아아!
언럭키의 주변으로 붉은 안개가 치솟았다.
동시에 눈동자가 붉게 물들며 사악한 분위기가 주변으로 물씬 풍겨났다.
원래도 잘생겼던 언럭키의 얼굴이었는데, 거기에 약간 퇴폐미까지 더해진 것이다.
누가 봐도 여성 시청자들로 추측되는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몇몇 시청자들이 채팅을 치긴 했지만 아무런 호응도 얻지 못하고 순식간에 묻혔다.
“피의 각성 상태…. 안에서 얻은 책이 블러드 엠페러의 기술이었소?”
벨키서스가 놀라하며 물었다.
언럭키는 책을 본인이 챙기면서 그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애초에 챙기고 나서 문을 열자마자 지금 상황이었던 것이라, 시간이 없었다.
시청자들과 소통하면서 그대로 익히 버렸으니.
천천히 설명해주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예. 그래서 말인데 지금은 저 혼자 이 힘을 시험해보고 싶습니다.”
“혼자서? 위험하지 않겠소?”
“그땐 동료들이 도와주겠죠.”
벨라와 아세린을 쳐다보니 그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해지면 언제든지 끼어들겠다는 표정이었다.
-쉬이익!
-쿵! 쿵!
수증기 뿜는 소리를 내며 혈골렘이 이 쪽으로 걸어온다.
워낙 덩치가 커다래서 걷기만 해도 큰 소리가 난다.
잠시 놈을 쳐다보던 언럭키가 팔을 들어올렸다.
공중에 피의 창이 생성되더니 혈골렘 한 마리에게 틀어박혔다.
-콰직!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적정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그걸로 끝이었다.
혈골렘이 무너지며 경험치가 들어왔다.
‘한 방?’
언럭키의 눈빛이 당혹으로 흔들렸다.
당연히 어느 정도 위력이 있을 거라 생각은 했는데, 설마 한 방에 잡을 줄이야.
또다시 아까처럼 채팅창에 물음표 갈고리들이 마구 올라온다.
동료들도 같이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무슨 스킬이길래…이렇게 강해요?”
아세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언럭키는 네크로맨서 전용 스킬인데 소환수 대신 피의 힘을 쓰는 스킬이라고 말해주었다.
설명을 다 들은 아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럭키님 원래 소환수들이 엄청 셌잖아요. 특별하기도 하고. 그런 놈들을 소환 못하는 대신에 엄청 강해진것 아닐까요?”
“일리 있습니다.”
데스나이트, 데빌 키메라, 해골 케로베로스.
거기에 해골 기사나 베놈, 일반 병사와 궁수까지.
언럭키의 해골 군대는 정예들의 수준도 높고 병력의 숫자도 많았다.
대중에 공개되어 있는 네크로맨서 직업군 중에서 이렇게까지 강한 자는 거의 드물었다.
그런 소환수들을 제한시켜 만들어낸 피의 각성 상태였으니, 그만한 위력이 있을 법도 했다.
“한 마리 가지고는 안되겠군요. 조금 더 시험해봐야겠어요.”
언럭키가 성큼 걸어가며 말했다.
묘하게 빠른 발걸음을 보며 벨라가 갸웃거렸다.
“저기…혹시 경험치 혼자 드시고 싶으신…건가요?”
“!!!?? 무슨 그런 말씀을!!”
언럭키가 깜짝 놀라서 반문했다.
“억울합니다! 절대 지금 잡은 몹의 경험치가 저한테 다 들어와서 혼자 나서겠다고 한 게 아닙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까지 합쳐 예상보다 많은 경험치가 들어와서도 아니고요!”
“…….”
“…….”
* * *
‘벨라님.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 심리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시네.’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에 언럭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완벽한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모면했다.
채팅창에서는 지금도 웃고 있긴 하지만 장난치는 것뿐이다.
혈골렘 한 마리를 처치한 뒤 언럭키는 계속 전진했다.
꽤 넓은 공동이 나왔다.
무언가를 뜻하는 그림이 벽과 천장에 가득 새겨져 있는 장소였다.
“전대 불사의 군주의 업적들이로군.”
벨키서스가 그림들을 보며 말했다.
“서열 72위 최약체 군주에서 10위권으로 들어온 것에 대한 기록이오. 어지간히 자랑스러웠나 보군. 그걸 이런 벽화로 남겨두기까지 할 줄이야.”
해골을 다루던 군주가 블러드 엠페러로 바뀌어 군주들을 이기고 다니는 일대기.
벽화의 마지막엔 최고의 군주 바알을 향해 도전할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도 있었다.
거대한 악을 향해 달려드는 핏빛 군주의 모습.
그 끝 벽화는 비어있었다.
블러드 엠페러가 바알에게 패배해 죽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딜까요? 이런 벽화까지 있을 정도면 중요한 장소일 텐데. 아무것도 없고…”
정작 중요해 보이는 스킬북은 던전 진입 처음부터 얻어버렸다.
뭔가 조금 이상했다.
-스으으으!
-쿵! 쿵!
그때,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공동 바닥에서 혈골렘들이 솟구쳤다.
수십 마리도 넘는 숫자였다.
“말 하자마자 나왔네요. 저 놈들은 일단 저 혼자 상대해보겠습니다.”
“조심하세요. 언제든지 도와드릴 준비 하고 있을게요.”
“알겠습니다.”
언럭키가 움직였다.
다시 스킬을 시험해 볼 때였다.
피의 각성에 포함된 스킬은 총 두 개.
하나는 ‘피의 창’ 이었고 또 하나는 ‘피 동화’였다.
피의 창이 공격 스킬이라면 피 동화는 방어나 유틸 계열로 분류할 수 있었다.
스킬을 사용하자 언럭키의 몸에서 혈골렘들처럼 핏빛 수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거기에 피로 된 인간처럼 모습까지 변해버렸다.
-띠링!
[피 동화 스킬이 시전됩니다.] [동화 중에는 물리 공격에 100% 면역, 마법 공격에 50% 방어 상태를 유지합니다.]마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피의 각성 상태에서는 매 초 마나가 계속 소모되는데, 그건 언럭키의 방대한 마나량으로 버틸 만했다.
‘근데 이건 무리군. 어차피 유지 시간이 10초밖에 안되지만, 더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해도 내가 못했을 거야.’
피 동화 상태에서는 마나 소모량이 10배로 늘어나는데, 부담이 확 된다.
그 상태로 언럭키가 땅을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액체 상태로 변한 몸이기에 바닥에 달라붙어 스치듯 혈골렘들 사이로 파고들어간다.
-쾅!
-콰앙!
놈들이 주먹을 내리치지만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물리 면역 100%의 힘은 이런 무식한 골렘 계열 몬스터에게는 무적이었다.
그 상태로 언럭키가 피의 창을 시전했다.
아까처럼 한 발이 아닌, 수십 발을 동시에 만들어냈다.
마나통이 텅 비면서 생겨난 피의 창들이 혈골렘들을 꿰뚫었다.
-푸푸푸푸푸푹!
-퍼버버벅!
피의 창에 마구 헤집어진 혈골렘들이 우후죽순 무너지며, 피 동화를 취소한 언럭키가 그 가운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띠링!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적정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적정량의 경험치를…]…
[레벨업!]언럭키의 몸에서 하얀 빛이 번쩍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