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63
264화
삽시간에 혈기사의 주변을 포위한 해골들의 두 눈두덩이에서 붉은 귀화가 피어올랐다.
블러드 엠페러의 힘을 쓰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지금 언럭키의 메인 능력은 네크로맨시다.
네크로 엠페러. 사령술을 다루는 황제.
그 직업 네임과 걸맞게, 언럭키의 해골 군대는 최정예였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벽화의 방을 가득 메워 포위한 해골들이 전진한다.
‘지형상 해골 케르베로스는 제대로 못 쓰겠군.’
이 곳이 넓긴 하지만 실내다.
해골 케르베로스 같은 거대한 놈을 자유롭게 써먹으려면 탁 트인 장소여야지, 이런 데서는 제약이 많다.
자칫 잘못하면 해골 군대의 행동만 방해할 수 있었다.
놈들은 뒤로 빠졌다.
그 대신 소형 소환수 중 최강의 개체들. 데스 나이트와 데빌 키메라가 나섰다.
오러를 쓰고 막강한 물리 능력을 지닌 개체들.
혈기사는 진짜 기사마냥 커다란 방패로 몸을 가리고 창을 겨눠 빈틈을 노렸다.
놈의 주위로 해골 병사와 궁수들이 포진해 계속해서 빈틈으로 공격을 날렸다.
-피피피핑!
화살들이 쉴 새 없이 쏘아지고 해골 병사들은 제 몸이 부서지든 말든 칼을 찔러 넣었다.
-티팅!
아쉽게도 혈기사는 풀 플레이트 메일을 두르고 있었기에 공격들이 통하지는 않았다.
어떤 구조인지는 몰라도 저 붉은색 갑옷은 일반 해골들의 공격은 아예 무시했다.
방어력이 어마무시하다는 뜻이다.
거기에 공격 역시 번개처럼 빠른데다 강했다.
-콰앙!
데스나이트 한 기의 상체가 절반 이상 사라졌다.
혈기사의 창에 꿰뚫렸기 때문이다.
데스나이트가 제대로 피하지 못할 정도였다.
뒤에서 언럭키가 급하게 데스 힐을 걸어주어 회복하니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이대로 역소환 될 뻔 했다.
그 후로도 혈기사는 계속해서 해골 군대를 몰아쳤다.
어지간한 공격은 몸으로 때우면서 위협적인 것만 방패로 막고 치명적인 일격을 날린다.
일기당천.
홀로 대군을 압도하는 실력을 뿜어냈다.
‘진짜 까다롭군.’
전투가 진행될수록 언럭키는 혈기사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레벨 차이가 많이 나는 보스몹이라고 하지만, 그 이상으로 혈기사는 강했다.
-쾅! 쾅!
무적 같은 기세를 보여주는 혈기사.
언럭키가 뒤에서 쉴 새 없이 저주를 날리고 해골들에게 버프를 뿌리고 회복시켜주어 버티고 있었던 거지, 아니었으면 금방 전멸했다.
마치 예전의 언럭키가 떠오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건 그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비슷하게 느꼈다.
성왕 언럭키.
시청자들은 혈기사의 모습에서 그 당시 언럭키를 떠올렸다.
막강한 방어력, 압도적인 공격력.
그를 토대로 어떤 적이 달려들던 정면에서 맞으면서 싸우는 괴물!
언럭키의 예전 영상들은 미튜브에 다시 보기로 올라와 있었기에, 새로 유입된 사람들이나 재탕하고 싶은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혈기사에게서 금방 성왕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 그랬었지.’
이론상 마나만 많다면 무적 같던 모습을 보여 주던 게 성왕 시절의 언럭키였다.
지금처럼 근접 전투 능력이 부족해서 구경만 해야 하는 때에는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검왕, 사신, 성왕.
이 세 직업들은 어쨌거나 직접 싸우면서 빈틈을 노리고 해법을 찾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역시 한시라도 빨리 비기를 얻어야 해.’
각각의 직업도 너무 좋긴 하지만, 직업을 바꿀 때마다 다른 직업들의 장점이 계속 아른거린다.
이 모든 힘을 다 합쳐 사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언럭키는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블러드 엠페러의 영역을 나가면 그 무엇보다 우선해서 비기를 찾기로.
* * *
-띠링!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업!] [레벨업!]“후우…힘들었다.”
언럭키가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나 집중했었는지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이다.
‘차라리 몸으로 때우는 게 더 낫겠군.’
뒤에서 계속 저주를 뿌리고 버프를 걸고 해골들의 자리 배치를 신경 쓰는 등.
직접 몸을 써서 싸우진 않았지만 뒤에서 전투 전체를 조율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뭐 하나 실수하면 혈기사가 날뛰기 때문에, 최대한 실수 없이 가야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네에….”
“…….”
아세린과 벨라는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땅에 널부러져 있었다.
두 사람 역시 고생 많이 했다.
벨라는 탱커로서 최대한 앞에서 버티려고 노력했으며 아세린도 몸을 아끼지 않고 딜을 우겨넣었다.
그 와중에도 죽을 뻔한 적이 여러 번이었다.
벨라와 혈기사는 레벨이 50 이상 차이 났을 정도라, 아무리 스펙이 뛰어나다고 해도 쉽게 버티는 게 힘들었다.
몇 번 얻어맞다보면 방어가 뚫리고 HP가 팍팍 깎이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언럭키가 본 것만 해도 최소 다섯 번 이상 그녀는 죽음의 위기를 맞았다.
‘베놈만 써먹을 수 있었어도 훨씬 쉽게 잡았을 텐데…’
혈기사는 생명체가 아니다보니 독도 통하지 않았다.
베놈의 독안개가 네크로맨서 군대의 강력한 축 중 하나인데, 그것도 막힌 것이다.
여러모로 상성상 나쁜 적이었다.
그 대신 경험치라도 많이 얻었으니 다행이지만…
‘레벨업 두 번 하고 한 번 더 하기 직전이군.’
고생의 대가로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만 했다.
“두 분은 쉬고 계세요. 무슨 템 드랍됐는지는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언럭키가 여전히 땅에 누워 숨만 쉬는 그녀들 대신 혈기사가 쓰러진 자리로 갔다.
던전 최초 발견 보너스가 진행 중이었기에 꽤 많은 골드가 떨어졌다.
‘짭짤하군.’
나쁘지 않은 수확이기에 잘 넣어두고, 메인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닥에 있는 건 아쉽게도 착용하는 장비 아이템은 아니었다.
크게 덩어리져 있는 붉은색 금속성의 물체였다.
다만 신기한 게 있다면…
‘저런 아이템에서도 무지갯빛 나올 수가 있었군.’
얼핏 보기엔 그냥 재료 아이템 같아 보이는데, 레전더리 최상급이라니.
[헬라듐]-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지옥에서 가장 가볍고 단단한 금속이다. 뛰어난 대장장이에 의해 가공된다면 역사에 남을 역작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수준 높은 대장장이는 재료의 등급을 뛰어넘는 물건을 만들기도 한다.
레어급 재료로 유니크 템을. 유니크 재료로 레전더리 템을 만드는 식이다.
물론 재료가 희귀하고 다루기 어려울수록 실패 확률도 높아지기에, 대다수의 대장장이는 좋은 재료를 얻고도 날려 먹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언럭키는 별 걱정이 없었다.
그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가 바로 옆에 있지 않은가!
“벨라님. 잠시 와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
언럭키가 여전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벨라를 불렀다.
벨라는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왔는데(남들이 보면 무표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언럭키는 이제 구별할 수 있었다) 오자마자 얼굴이 확 달라졌다.
눈이 땡그래지고 입을 쩍 벌린 것이다.
“이, 이, 이게…뭔…!?”
언럭키는 그녀가 이런 다채로운 얼굴이 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혈기사가 드랍한겁니다. 벨라님에게 필요할 것 같네요.”
“!?!?!!”
그녀가 은인을 보는 듯한 얼굴로 언럭키를 바라봤다.
* * *
-프로로 활동하면서 롱런하려면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력 분배와 휴식도 중요합니다.
정신찬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어느 분야에서나 해당되는 말이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굴린다고 계속해서 굴러대면 언젠간 고장이 날 뿐.
그리고 기계와 달리 한 번 고장나면 고치는 게 정말 쉽지 않다.
머니앤캐시의 작업장에 갇혀 있을 때는 휴식의 선택권이 없었다.
강제로 매일 월드 사가에 접속해야 했고 운이 좋아 성공했지만, 지금도 계속 그 루틴을 그대로 가져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양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언럭키 파티는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을 갖기로 했다.
정신을 환기하고 신경계에 휴식을 부여하는 날.
-그러면 같이 운동이라도 가실래요?
쉬는 날을 갖기로 했을 때 아세린이 제안한 말이었다.
원래도 시간 맞을 땐 같이 운동하던 사이였기에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던 언럭키이지만, 문득 전에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
-벨라님도 같이 가시겠어요?
-…저요?
-네. 아예 저희 방송 키고 운동 한 번 하죠.
어차피 해야 하는 운동, 그걸로 수익 창출이 되면 더 좋지 않겠는가.
언럭키가 생각했을 때, 이건 무조건 잘될 만한 컨텐츠였다.
솔직히 자신의 외모가 괜찮다는 건 알고 있었고, 함께하는 둘 역시 엄청나지 않던가.
‘아세린님과 둘이서 해도 되지만…같은 파티원인데 함께 해야지.’
혹시 벨라가 따돌림 당한다고 느끼면 곤란하다.
-…….
벨라는 꽤 오랫동안 고민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그녀에게 야외에서 찍는 방송이라니.
심지어 더 큰 문제도 있었다.
-전…헬스 해본 적이…없어요….
방구석에만 있었던 그녀가 무슨 운동을 했었겠는가.
-오히려 잘됐군요.
언럭키는 반대로 반가워했다.
-저랑 아세린님은 그래도 완전 초보는 벗어났거든요. 그러니 저희가 벨라님을 알려드리면서 같이 운동하는 컨텐츠로 하면 훨씬 재밌을 것 같아요.
언제나 뉴비를 가르치는 컨텐츠는 재미있지 않겠는가.
아세린 역시 옆에서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차마 그 눈빛들을 보고 거절할 수 없었던지라, 오래 심사숙고하던 벨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할게요.
* * *
가상 현실이 캡슐 안에 누워만 있는 거라고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운동은 필요하다.
요즘은 캡슐 기술도 많이 진화해서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의 몸을 주기적으로 마사지 해주는 기능이나 반수면 지원 기능도 있긴 하지만, 맨날 게임만 하면 당연히 신체는 약해질 수밖에.
‘랭커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체력이라는 말도 있지.’
루틴을 공개한 몇몇 하이 랭커들은 아예 무슨 전문 선수처럼 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신체 단련은 중요했다.
“그래서, 오늘은 운동 방송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와아~. 짝짝짝!”
백현이 인트로를 열고 옆에서 이세린이 입으로 박수소리까지 내주며 호응해주었다.
벨라, 김화영은 살짝 민망해하며 한 걸음 뒤에 있었다.
세 사람이 방송하는 곳은 대룡 미디어 건물의 지하 헬스장.
미리 대관 해놓았기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다만, 그렇게 활기차게 시작한 방송과 달리, 채팅창의 반응은 싸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