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64
265화
전날 밤.
“…….”
벨라, 김화영은 도통 잠이 들지 않아 침대에서 계속 뒤척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일 제 사무실 쪽으로 와주시겠어요? 헬스장도 여기 있거든요.
백현과 현실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기로 했다.
몇 년 동안 집에만 있던 그녀에게는 밖으로 나가는 게 큰 도전이다.
보통이라면 거절했겠지만 언럭키는 이제 그녀가 가족 이외에 가장 친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세린 역시 같이 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고.
그 둘과 같이 하는 컨텐츠라길래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는 그랬었다.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할까.’
점점 약해지는 마음과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결국 그녀는 잠에 들지 못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끼익
거실로 나가니 가족들은 늦은 시간에 같이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부모님 두 분 외에 의외로 오빠까지 같이 있었다.
월드 사가에서 길드를 운영하는 그는 최근에 엄청 바빠서 같은 집에 살면서도 얼굴 보기 힘들었는데, 여유가 생겼나보다.
“화영아? 잠이 안 와?”
그녀가 밖으로 나온걸 가장 먼저 눈치 챈 엄마가 물어왔다.
“…네.”
“왜? 뭐 걱정되는 거 있니?”
엄마라서 그런지 얼굴만 봐도 단박에 그녀의 심리 상태를 꿰뚫었다.
고민하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고민에 대해 말해 주었다.
파티원들과 현실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기로 했다는 것.
그게 내일인데 막상 집 밖을 나갈 생각을 하니 두렵다는 점 등.
“…….”
“…….”
가족들은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엄마는 양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가가 촉촉해지기까지 했다.
“화, 화영아….”
중요한건 딸이 나갈 ‘마음’ 을 먹었다는 점이었다.
최근에는 가족들을 상대로는 말도 잘 하고 호전되었는데,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갈 생각까지 하다니.
지난 몇 년 동안 그녀를 걱정스럽게 지켜봤던 가족의 입장에서는 정말 충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일이었다.
“화영아. 네가 그럴 정도로 그 사람들이 중요한가 보구나.”
“…네.”
아버지의 물음에 김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중한 인연의 끈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면 가야지. 그들이 네게 신뢰를 보내는 만큼 너 역시 신의를 지켜야하지 않겠니.”
“…맞아요.”
“나가는 게 두려울 수 있단다. 하지만 살다 보면 용기를 낼 때가 필요해. 아빠가 볼 때는 그게 지금 같은데?”
김화영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말로 다시 한 번 해주니 결심이 섰다.
“…다녀올게요.”
지금이야말로 용기를 낼 때였다.
* * *
백현과 이세린, 김화영은 방송 시작 한 시간 전에 모였다.
백현이 김화영을 보고 웃어보였다.
“어서 오세요. 오는 길 어렵지 않았어요?”
“…네. 오빠가 태워다 줘서요….”
그녀의 친오빠가 직접 데려다 줬기에 어려운건 없었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그녀의 심장은 연신 세차게 뛰었다.
두렵고 무서운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나올 만했다.
아니. 나오니 별거 없다고 느끼기까지 했다.
애초에 월드 사가에서는 뻔질나게 밖을 돌아다니지 않았던가.
그거에 비하면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차타고 여기까지 오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와….”
한편, 이세린은 김화영을 보고 입을 벌린 채 감탄하고 있었다.
“…백현씨. 백현씨 주변은 다들 왜이래요?”
이세린도 어디 가면 주목 꽤나 받는 외모였다.
그러나 김화영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당장 길을 걷다 보면 연예인 아니냐며 수많은 시선을 끌 만했다.
이 건물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타고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에도 상당히 많은 시선을 끌던 정도였다.
정작 김화영은 그런 시선들을 부담스럽게만 생각했지만.
“월드 사가의 미남 미녀가 현실에서까지 그대로인 경우는 없다고 해도 무방한데…
“그러는 세린 씨도 현실에서랑 외모가 같잖아요.”
“그건 제가 특이한 경우고요.”
“우리도 그렇다고 해두죠.”
백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일단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닙니다.”
방송까지 남은 건 1시간.
이세린도 동의했다.
“그렇네요.”
백현과 이세린의 시선이 동시에 화영에게 향했다.
빛이 반짝이는 외모였지만, 지금 그들의 눈을 붙잡는 건 옷이었다.
“화영 씨. 우리 오늘 헬스 방송하기로 했는데…알고 있었죠? 전에 혹시 깜빡하고 말씀을 안 드렸나?”
“알고…있어요.”
김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문제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녀의 복장은 가벼운 반팔에 청바지였다.
무난하지만, 헬스장에서 입을 만한 옷은 아니었다.
반팔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반바지는 준비해야지!
그녀는 따로 다른 짐을 가져오지도 않았기에, 갈아입을만한 것도 없어보였다.
“그렇게 운동해도 되긴 하지만, 헬스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에요.”
“맞습니다.”
이세린의 말에 백현 역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헬스는 그의 인생에서 이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저런 복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리고 저런 옷으로는 조회 수도 별로 안 나올 거고.’
최소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장면은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의 괴물이 된 백현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세린 씨.”
“예.”
“부탁드릴게요.”
“맡겨만 주세요. 저 사무실에 운동복 여러 벌 챙겨놓고 다니거든요. 대충 사이즈 맞을 거예요.”
백현과 이세린의 눈빛이 함께 불타올랐다.
그 사이에서 김화영이 불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 * *
그렇게 라이브가 시작되었다.
운동 복장으로 갈아입은 세 사람이 카메라 앞에 섰다.
몇 달 동안 빡세게 운동을 해서 백현은 이제 꽤나 탄탄한 몸을 갖게 되었다.
살짝 핏 감이 있는 반팔을 입었는데 근육의 결이 보였다.
그 위에 조각 같은 얼굴이 있으니 광채가 나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세린 역시 가벼운 탑에 레깅스를 입은 패션으로, 평소에 관리하던 몸매를 자신 있게 뽐내고 있었다.
부끄러운지 김화영은 가운데에서 쭈뼛거리고 있었지만, 그녀 역시 반팔에 레깅스 차림이 굉장히 잘 어울렸다.
세 사람이 비춰지는 모습은 그림이 따로 없었다.
“하하. 안녕하세요 시청자님들. 오늘은 저희 셋이서 같이 운동하는 방송입니다.”
백현이 카메라 앞에서 웃으며 인사했다.
이세린도 옆에서 호응해주었고 김화영은 고개만 꾸벅 숙였다.
[판초수달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치나노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호륵 호륵 님이 3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거실화냐?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고작 인사 한 걸로 후원금이 쏟아져 들어온다.
남자들은 이세린과 김화영을 보고 있을 테고 여자들은 백현을 보고 있을 터.
‘흐흐. 이게 바로 남녀노소 모두 만족시키는 방송이지.’
백현이 속으로 활짝 웃었다.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다잡으려고 애써야했다.
후원금이 쏟아져 들어오니 도저히 진정이 안 된다.
심지어 액수가 어마어마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허리 숙여 인사한 백현이 본격적으로 운동에 들어갔다.
방송 컨셉은 진작에 나왔다.
“오늘은 저랑 아세린님이 벨라님한테 운동을 알려주는 느낌으로 가겠습니다.”
보는 사람이 가장 재미있을만한 운동이 무엇일까?
의견이 갈리겠지만 백현은 확신했다.
‘하체지.’
허벅지가 불타는 느낌을 받는걸 보면 지켜보는 사람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으로 하체 운동에 들어갔다.
“자. 다리를 여기 걸고 발목을 당긴 다음에 위로 쭉 차올리는 거예요.”
레그 익스텐션 기구 앞에서 세린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방긋 웃는 그녀의 모습은 참 친절해보였다.
김화영도 조금 풀어진 마음으로 따라서 시작했다.
그리고 곧.
“모, 못하겠…”
“약한 척 금지~. 딱 다섯 개만 더 할게요. 자 하나!”
“으윽…”
“잘 하시네! 둘!”
“…….”
이세린은 어떻게 하면 탈탈 털어버릴 수 있는지 잘 아는 것 같았다.
김화영이 완전히 힘이 빠졌는지 아니면 힘든 척 하는 건지를 귀신같이 눈치챘다.
“다, 다리가 타는 것 같아요.”
“네네. 사람 다리는 운동한다고 타지 않아요~”
예쁜 그녀의 얼굴이 김화영에게는 악마로 보여지는 순간이었다.
처음 이 곳에 오기 전에 떨려하던 그녀의 모습은 이제 없었다.
평소의 그 무표정한 것도 없었고 오히려 살짝 분노가 보이는 것 같았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재밌어했다.
놀라운 건 온 힘을 쥐어짜 운동하는 이 순간에도 김화영의 미모는 시들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의 운동이라 몸이 생기를 받는지 훨씬 더 생동감 있게 피어났다.
“다…했어…요….”
“고생했어요. 그럼 이제 제 차례네요.”
김화영이 끝나면 차례로 이세린과 백현이 이어서 같은 운동을 했다.
그녀보다 훨씬 더 무게를 높여서 본격적으로 운동하는 그 모습은 전문가적인 느낌까지 있었다.
“후욱. 후욱.”
“하아.”
최소한 그들이 운동에 얼마나 진심인지가 카메라 너머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언럭키를 시샘하는 자들도 많긴 했지만…
“아 좋다. 너무 좋네요!”
운동하면서 체력도 기르고 돈도 벌고 있다는 이 상황이 백현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헬스라는 게 외로울 때도 있는데, 함께 하니 효율도 좋고 훨씬 재밌었던 것이다.
“이제 다음 운동으로 넘어갈까요?”
백현이 조금 먼 쪽에 둔 카메라를 다시 들며 말했다.
오늘 라이브에서 다 좋은데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바로 이 카메라 세팅이었다.
매번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녀야 하는데, 초점도 흔들리고 화면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도 번거로웠다.
‘이거 본다고 자꾸 흐름도 끊기고 말이야.’
채팅창도 봐야했기에 운동하는 도중에도 집중력이 분산됐다.
운동 할 때는 빡! 하고 한 번에 하는걸 좋아하는데, 이게 좀 불만이었다.
누군가 카메라를 들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 생각을 못했다.
‘이용승님은 지금 자고 있을 거고….’
아까 보니 그는 오늘도 편집하느라 밤새고 자고 있었기에 부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가 하는 수밖에.’
다음 운동인 햄스트링을 자극하는 머신으로 이동하면서 옆에다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내려놨다.
“잠시만요 여러분. 구도가 어디가 괜찮은지 확인 좀 하겠습니다.”
가장 잘 나오는 구도를 잡으며 이리저리 만졌다.
그때 굉장히 익숙한 닉네임이 후원금을 보내왔다.
[컵라면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제가 가서 도와드려도 될까요 언럭키님?
‘컵라면님?’
오랜만의 연락에 백현이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