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65
266화
오랜만에 컵라면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나니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컵라면. 현실의 본명 이한영은 월드 사가 초창기부터 함께했었던 사람이었다.
그에게서 월드 사가의 기본과 미튜브에 대한걸 많이 배우고, 영상 촬영과 편집, 기획 같은 것들을 많이 도와주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함께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처음엔 분명 배울 게 많았지만, 백현은 금세 그의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성장해버린 것이다.
‘카메라맨으로 따라다녀 줄 땐 좋았지만, 그것도 레벨 차이가 나서 오래 못했지.’
월드 사가의 특성상 레벨 20~30단위마다 도시를 옮겨 다녀야 하는데, 언럭키의 어마무시한 레벨업 속도를 컵라면이 따라오지 못했다.
결국 그와는 영원히 헤어지게 되었다.
그 후에 이용승을 도와 편집 작업을 함께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용승씨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 도움이 필요 없어졌다고 들었고.’
컵라면은 원래 종합 게임미튜버 출신이다.
여러 게임 방송을 하면서 직접 자신의 영상을 편집해 올리기도 했다.
당연히 편집도 꽤 할 줄 알지만,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이용승과 비교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서서히 멀어질 수밖에 없었달까.
‘뭔가 미안하네.’
그런 그가 꾸준히 자신의 라이브 방송을 봐주었고, 방송을 도와주러 온다는 게 고마울 뿐이다.
“예. 오셔서 도와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백현이 채팅창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금방 채팅이 달렸다.
-컵라면 : 넵. 금방 갈게요!
* * *
“와…몸이 엄청 좋으시네요.”
컵라면. 이한영은 꽤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의 남자였다.
그는 백현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했다.
“진짜로 금방 오셨네요?”
“저 이 근처 살거든요.”
이한영은 오겠다고 말한 뒤 채 15분도 걸리지 않아서 도착했다.
정말로 가까운데 산다는 뜻.
‘이 근처면… 집이 잘 사나보네.’
이 빌딩은 대룡 미디어가 들어와 있을 정도로, 서울 한복판에 있는 곳이었다.
당연히 주변 집값이 만만치 않은데.
조금 더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현이 조금 더 반가워 보이는 듯한 미소를 띠었다.
“어쨌거나 컵라면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아니지. 저희 현실에서 보는 건 처음이죠?”
“하하. 네. 방송에도 느꼈지만 언럭키님은 현실에서도 진짜 어마무시하게 잘생기셨네요.”
“오시자마자 사람 부끄럽게 하시는군요. 어쨌거나 카메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다짜고짜 이런 부탁부터 드리는 것도 좀 미안하긴 한데…”
이한영이 양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오고 싶다고 먼저 제안한 건데요. 오히려 설레기까지 합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촬영용 카메라를 집어 들며 감회에 잠겼다.
한때는 언럭키의 뒤를 계속 따라다녔었는데…
‘그때는 정말 재밌었지.’
최초 발견 던전도 그렇고 언럭키의 성장을 보는 거나 미튜브에서 화제가 되는 것 등등.
매일 매일 기대감에 잠에서 깨던 나날들이었다.
잠시 상념에 잠겼던 그를 백현이 불렀다.
“그럼 일단 방송부터 계속하고 이따가 나머지 못한 얘기 나눌까요?”
“아, 넵!”
대화하는 시간 때문에 휴식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그 후로 백현은 다시 이세린, 김화영과 운동을 이어 나갔다.
이한영은 집중해서 그것들을 담기 시작했다.
실력 있는 카메라맨은 단순히 멀리서 찍어만 주는 게 아니다.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지 간격 조절이 예술이었다.
그리고 이한영은 이런 분야에 있어서 아주 훌륭했다.
괜히 백현이 레벨이 비슷하던 시절에 이한영에게만 카메라맨을 맡겼던 게 아니다.
언제 한 번은 필요해서 알바를 썼을 때, 이한영보다 많이 부족해서 불만 있던 적도 있지 않던가.
‘좋군.’
백현이 속으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계속 돌아다니면서 카메라 만질 걱정 안 하고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되다니.
게다가 앵글이 좋아지면서 시청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김화영, 그 모습이 정말 즐겁다는 듯 웃으며 운동을 알려주는 이세린, 옆에서 같이 하는 백현까지.
‘구도가 미쳤네.’
이한영이 감탄했다.
백현, 이세린, 김화영. 이 세 사람의 조합은 사기에 가까웠다.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후원금이 펑펑 쏟아지지 않을까?
실제로 운동만 하고 별 멘트 안 하는 지금도 후원금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눈호강중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최애는벨라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게나라냐 님이 444,444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
오히려 게임을 할 때보다 후원금이 더 잘 들어오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후원해준 닉네임들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백현이 눈을 빛냈다.
‘물론 매일 이렇진 않겠지만, 가끔씩 이런 식으로 현실 방송도 섞어주면 아주 좋겠군.’
채널의 컨텐츠를 다양화하고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아주 좋은 방법 같다.
* * *
방송이 성황리에 끝난 뒤.
-…당분간 저 찾지 마세요.
김화영은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힘겹게 움직여 떠나갔다.
가기 전에 원망스럽다는 듯 울먹거리며 백현과 이세린을 쳐다봤는데, 두 사람은 미안해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다.
-후, 후원금 정산 잘해드릴게요.
-와, 와아. 우리 돈 많이 벌었다…. 미안해요 벨라님. 의외로 잘 따라오셔서 너무 무리해서 시켰더니…그래도 건강해지니까 좋을 거예요.
-…….
김화영은 그게 변명이라고 한 거냐며 쳐다봤고, 이세린은 결국 다른 곳을 쳐다보며 딴청을 피웠다.
-저, 저도 이만 가볼게요 호호. 일해야 일.
-오늘 일요일인데요?
-아…. 일이 아니고 약속이요. 제가 무지 바쁜 사람이라 약속이 있어서요! 그럼 다음에 봬요!
이세린도 후다닥 도망쳤고 백현과 이한영 둘만 남게 되었다.
“컵라면님.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요. 오랜만에 카메라도 잡아보고, 너무 재밌었어요.”
“오늘치 수당은 제대로 입금해드릴게요.”
“아이고. 괜찮습니다. 수당 받자고 한 거 아니에요.”
이한영이 손사래를 쳤다.
“정말로 백현님 보러 온 겁니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다시 주셔서 제가 돈을 내고 싶은 심정이에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알겠습니다.”
백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제서야 근황을 물었다.
“요새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저는 뭐 매일 월드 사가 하고 있어서 근황이라고 할만한 게 없네요.”
“하하. 알고 있습니다. 영상 꼬박꼬박 챙겨서 보고 있거든요. 최근에는 바빠서 많이 못 봤지만…”
이한영이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이번에 스승님이 한 분 생겼습니다.”
“스승님이요?”
“예. 코드멧님이라고 아세요? 던전 재벌이라고 불리시는 분인데.”
“그럼요. 당연히 알죠!”
알다뿐인가, 그와 만나서 던전을 팔아본 적도 있지 않던가.
우연히 한발 앞서 발견한 던전임에도 선 발견을 존중해 주겠다며 억 단위의 돈을 지불했었다.
그 덕에 빚을 갚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가.
‘이 시대의 참된 인성을 가지신 분이었지.’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선인!
그런 자가 스승이라니.
그때 백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코드멧님이 스승이라고요? 그분은…”
“비전투 직종이시죠.”
이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럭키와 함께 다닐 때만 하더라도 그의 직업은 ‘달빛 암살자’라는 어쌔신 계열의 레어 직군이었다.
‘그냥 코드멧님이랑 파티 짜서 다닌다는 뜻인가?’
허나 물어보니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제자가 되었습니다. 아주 우연히 발견한 던전에서 직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었거든요.”
‘예전에 내가 신한테 제안받았었던 것과 비슷한 모양이군.’
검과 정의의 신 유스티아는 언럭키에게 올마스터가 아니라 오직 검왕으로만 활동하라고 전직을 권한 적 있었다.
당연히 거절했지만, 이한영 역시 비슷한 기회를 얻은 모양이었다.
“행운이 많이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이한영이 활짝 웃었다.
그는 오랫동안 아쉬워했었다.
자신이 누구보다 먼저 ‘언럭키’의 팬이 되었지만 함께하지 못하게 되다니.
그게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의 실력 때문인지라, 자책하는 순간까지 있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만난 코드멧과 던전 발굴을 함께 다녔고, 정말 우연히 직업을 바꿀 기회를 얻었다.
이한영은 그리 오래되지 않아 결정을 내렸다.
‘직업을 바꾼다!’
똑같이 사냥하고 레벨업 해서는 절대 따라갈 수 없었다.
도전 정신이 필요했다.
“바뀐 직업의 이름이 뭔가요?”
“고대 유적 탐색꾼(Ancient Luins Finder) 입니다. 무려 레전더리 직업이에요.”
“와! 잘됐군요!”
비전투 계열이긴 하지만 무려 레전더리 직업이다.
기존 레어 직업이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을 것이다.
“코드멧님처럼 던전과 사냥터, 혹은 보물이 묻혀 있는 유적지를 찾는 탐색꾼 계열의 직업입니다. 제약이 붙어있긴 하지만, 운때가 맞을 땐 정말 좋은 던전도 발견할 수 있거든요. 다음에 언럭키님도 만나 뵙게 되면 던전 하나 찾아드릴게요.”
“빈말로라도 고맙네요.”
“빈말 아닙니다. 당연히 드려야죠.”
오히려 그렇게라도 해서 같이 다닐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이한영의 생각이었다.
한동안 훈훈한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던 도중, 백현의 머릿속에 문득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잠깐만. 던전을 찾는 능력…?’
“…컵라면님. 혹시 특별한 컨셉의 던전이나 사냥터, 혹은 유적지를 찾을 수도 있나요?”
“특별한 컨셉이요? 예, 뭐. 가능은 하죠. 어떤 걸 원하세요? 동물형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 아니면 인간 형태나 언데드가 아닌 곳?”
유저마다 선호하는 몬스터 타입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영 싸우기 찝찝하다며 인간 형태의 몬스터들은 피하곤 했다.
마찬가지로 언데드나 곤충 형태의 몬스터는 징그럽다며 기피되었다.
경험치와 밀집도가 비슷하다면 좀 더 귀여운 동물 몬스터들이 나오는 곳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언럭키님도 그런 건가?’
언데드 군단을 다루고 있으니 언데드가 싫진 않을 테고, 벌레가 나오는 타입을 꺼리실 수도 있겠다.
게임답게 시체는 가루로 변한다지만 사냥 도중에는 초록색 체액도 튀곤 하니까 말이다.
“아뇨. 그런 컨셉은 아니고요. 제 직업과 연관된 좀 특별한 아이템이 나오는 장소를 찾고 있거든요.”
올마스터의 비기.
무엇보다 최우선해서 찾아야 할 물건이다.
대악마 벨키서스는 올마스터의 비기를 소지했을 거라고 소문이 돌았던, 혹은 추측되는 군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마냥 그것만 믿고 있을 수는 없지.’
그것도 확실한 정보가 아니다.
다짜고짜 싸우러 갔다가, 나중에 가서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니었다면 곤란하다.
괜히 다른 군주들과 싸우고 관계만 틀어질 경우, 지옥 생활이 꼬일 터.
뜬금없이 올마스터의 비기가 지옥 어디 구석에서 누구의 손길도 타지 않고 잠자고 있을지 모르는 것 아닌가.
“직업 연관…. 해보지 않았지만 아마 될걸요? 오히려 특정 컨셉 던전을 찾는 것보다 더 잘될 것 같은데요? 제 직업이 그런 쪽 특화라서요.”
“!!”
자신이 있게 고개를 끄덕인 이한영을 보며 백현은 결심했다.
‘어떻게든 지옥에 데려와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