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66
267화
‘어떻게든 지옥에 데려와야겠군.’
이한영은 지금의 자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설사 그가 올마스터의 비기를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던전을 찾는 탐색꾼이 파티에 한 명 있다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레벨대는 우리 파티에 비해 좀 부족하겠지만, 탐색꾼은 레벨이 다가 아니지.’
실제로 던전 재벌이라 불리는 코드맷 역시 레벨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은신과 탐색 능력으로 여러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던전을 발굴하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
‘문제는 어떻게 지옥으로 데려오느냐인데…’
지옥은 아무나 올 수 없다.
그러니까 자신이 지금 독식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어둠 속성이어야 하고 지옥의 입구를 알고 있어야 하며, 그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뱀파이어 무리를 뚫어야 했다.
속성 문제는 벨라와 아세린처럼 속성을 변화시켜주는 팔찌를 착용하면 된다.
거래가가 아주 비싸지만, 정신찬에게 요청하면 대여 정도는 해 줄 것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건, 지옥에 머무르려면 24K 골드바를 계속 바쳐야 하지.’
그것도 신과의 친분이 없다면 돈이 있어봤자 그런 축복을 받지도 못한다.
한마디로 선행 조건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내가 직접 데리러 가야겠어.’
“컵라면님. 혹시 저랑 같이 지옥에 가실래요?”
말하고 보니 멘트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백현은 긴장했다.
혹시 여기서 싫다고 하면 멱살 잡고 부탁이라도 해야 하나 싶은데…
“가, 같이요?”
“예 혹시 싫으시면…”
“싫다뇨! 너무 좋아요! 가겠습니다!!”
‘싫으시면 어떻게 해야 오겠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었군.’
이한영은 눈을 반짝이며 호응해주었다.
“아 그런데 지금 제가 움직이기가 조금 곤란한데…”
“뭐 따로 일정이 있으세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사실 던전에 갇혀있거든요. 지금.”
“……?”
이한영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새로 전직하고 능력을 써먹느라 여기저기 던전을 좀 찾아다녔는데, 제 능력보다 훨씬 어려운 곳이라서요. 들어왔다고 못 나가는 중입니다.”
“코드맷님과 같이 있는 거 아닌가요? 그분도 어렵대요?”
“지금은 헤어졌습니다.”
제자라고 했지만, 이한영이 코드맷과 함께한 시간은 열흘 남짓밖에 안 됐다.
월드 사가는 아무래도 직업과 스킬, 아이템이 우선되는 세계.
실제로 기술과 노하우 같은 건 며칠이면 충분히 배울 수 있었다.
코드맷은 명성 높은 던전 탐색꾼이었기에 또 다른 의뢰를 수행하러 떠났고, 그 후엔 이한영 혼자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예, 뭐. 제가 데리러 갈게요.”
백현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어차피 컵라면을 지옥으로 끌고 오려면 자신이 직접 파티를 맺은 상태여야 했다.
그래야 입구 쪽의 뱀파이어들과 싸우지 않을 수 있고, 신의 축복도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언럭키님….”
이한영은 감격에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어갈 뻔했다.
그가 얼마나 바쁜지는 가끔씩 라이브를 보는 자신이지만 충분히 잘 알았다.
그에게 시간은 금을 뛰어넘어,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가치이리라.
그런 귀중한 시간을 자신을 데리러 오는데 쓰겠다니.
‘역시…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과감하게 탐색꾼 계열로 직업을 바꾼 건 신의 한 수였다.
이렇게라도 언럭키님과 함께할 수 있다니.
백현 역시 그런 이한영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절대 도망 못…아니. 나중에 마음이 바뀌지 않도록 잘 감시해야겠군.’
한 번 지옥에 발을 들이면 절대 되돌아나갈 수 없으리라!
* * *
다음 날.
월드 사가에 접속한 언럭키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컵라면을 데리러 가기 위해서는 일단 블러드 엠페러 영역의 수색부터 마무리해야 한다.
“벨라님. 그쪽은 뭐 발견된 거 없죠?”
“…….”
“하, 하하. 없나 보네요. 고생하셨습니다. 푹 쉬고 계세요.”
째릿 하고 쳐다보는 벨라의 눈을 피해 언럭키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직도 어제 운동을 하드하게 시킨 게 한이 되었는지 내내 저 상태였다.
“벨라님이 저렇게 무서우신 분인 줄 처음 알았어요….”
아세린이 슬쩍 다가오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조용하던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섭다더니.
벨라가 직접적으로 뭐라고 하는 건 아니었지만, 항상 종이 인형 같던 그녀가 이러니 더욱 눈치가 보였다.
“아세린님이 너무하셨어요.”
“아니…저한테 그러시는 거예요?”
“사실이잖아요.”
“…그건 그렇죠.”
아세린도 인정했다.
언럭키는 옆에서 본인 운동에 충실했고, 벨라를 주로 괴롭(?)힌 건 아세린이었다.
그게 좀 더 그림이 잘 나오기도 했고.
한편, 혈기사를 처치한 후로 딱히 뭐가 나온 건 없었다.
혈골렘들이 여기저기 많아서 경험치는 꽤 얻었지만, 보물은 없었다.
“정말로 맨 처음 들어왔던 그 방이 정식 입구가 아니었던 모양이오.”
벨키서스가 말하자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블러드 엠페러의 유산을 얻은 건 좋은데, 온전한 힘이 아니라서 아쉽네요.”
피의 각성 스킬은 확실히 좋았지만, 마나 소모량이 너무 컸다.
가끔 써먹을 순 있어도 해골 군대를 포기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혹시 모르오. 블러드 엠페러의 영역은 넓으니 뭐가 또 숨겨져 있을 수도 있소.”
“흠. 칼리스먼. 뭐 또 아는 거 없나?”
언럭키가 칼리스먼을 쳐다봤다.
“모른다.”
당연히 칼리스먼은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여길 발견한 것도 우연과 행운이 겹친 덕이었지 않나.
“그렇군.”
언럭키 역시 별 기대 안 하고 물어봤던 것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제 내가 정식으로 네 군주가 되었는데 여전히 반말을 하는군.”
“…존댓말을 …할까요?”
칼리스먼이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물었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칼리스먼은 저대로 놔두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이제와서 존댓말을 받아봤자 별로 기분 좋지도 않고.
놈은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밖으로 나가죠.”
언럭키가 입구 쪽에 도착해 말했다.
이 던전은 얼추 뽕을 다 뽑았다.
지금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역시 컵라면님이 필요해.’
행운의 무지개 능력은 너무 제멋대로 발동하기에, 실력 있는 던전 탐색꾼이 있어야 했다.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컵라면이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아니 더 필요하게 느껴진달까.
‘한시라도 빨리 데려와야겠군.’
* * *
-블러드 엠페러의 영역은 우리가 계속 수색하겠소. 군주께서는 다녀오시오.
밖으로 나와 급한 일로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벨키서스는 자신이 진두지휘하겠다고 말했다.
대악마, 바알의 오른팔 출신 등.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함께 다니며 느낀 것만 보더라도 벨키서스는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아주 든든하단 말이지.’
전투가 벌어져도 벨라와 아세린, 칼리스먼까지 있으니 크게 곤란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 후, 언럭키는 맨 처음 왔던 곳으로 돌아왔다.
지옥의 포탈이 있는 곳.
포탈을 통과하니 뱀파이어들의 성소가 나왔다.
뱀파이어 백작 샬라스가 다스리는 땅.
“오오. 손님께서 다시 오셨군요!”
샬라스 백작은 다시 본 언럭키를 두 팔 벌려 환영해주었다.
[보스 몬스터 – 뱀파이어 백작 : 샬라스]-레벨 : 280
‘새삼 저런 괴물과 안 싸워서 다행이군.’
언럭키는 지저 도시의 뱀파이어들과 친분이 있었기에 이쪽에서도 환영을 받았다.
그때는 지금보다 레벨도 훨씬 낮았기에, 싸웠으면 무조건 졌으리라.
지금도 자신은 없었다.
샬라스 백작은 레벨만 놓고 보면 혈기사보다 낮지만, 수많은 뱀파이어들을 부하로 데리고 있었다.
단독으로 움직이던 혈기사에 비해 훨씬 까다로울 터.
게다가 뱀파이어는 물리 공격에 마법까지 다루는 하이브리드 몬스터라 유저들이 꺼리는 적이다.
“지옥에서의 볼일은 다 보신 겁니까?”
“아닙니다. 잠시 동료 한 명을 데려가려고 나왔습니다.”
“허어. 지옥에서 그리 오래 계신 것도 대단한데 추가로 동료를 데려오겠다니. 적성에 맞으신가 보군요.”
샬라스 백작은 감탄했다.
아무리 어둠 속성에 신의 축복까지 받았다고 해도 지옥은 워낙 척박한 곳이다.
수많은 몬스터가 쉴 새 없이 달려드는 그곳은 말 그대로 지옥이라는 표현이 잘 들어맞았다.
그런 곳을 좋다고 계속 머무르다니…
‘형님은 취향이 이상한 자를 친우로 두고 계시는군.’
자신의 형인 샬도 후작의 취향은 동생으로서도 이해하기 참 힘들었다.
“백작님. 혹시 제 동료가 온다면 인증키를 하나 더 받을 수 있겠습니까?”
인증키가 없다면 지옥으로 갈 수 없다.
이곳은 뱀파이어들의 성지이면서 지옥의 입구를 관리하는 장소.
샬라스 백작은 인증키 여러 개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어렵지 않은 일이군요.”
허나 살라스 백작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쉽게 허락해주시는군요? 전에 들었을 땐 인증키가 굉장히 소중해 보였었는데.”
“소중하긴 합니다. 다만 최근엔 지옥의 분위기가 안 좋아서 인증키를 가진 뱀파이어들도 알아서 저에게 반납하는 추세거든요.”
“분위기가 안 좋아요?”
“예.”
샬라스 백작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지옥으로 향하는 포탈을 쳐다봤다.
“심각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미친 악룡이 제정신을 차렸다는 소문도 돌고, 식탐 트롤이 왜인지는 몰라도 눈이 돌아가서 여기저기 다니며 날뛰고…심지어 새로운 군주가 탄생했다는 소문까지 있더군요. 물론, 이건 헛소문이겠지만요.”
“…그, 그렇군요.”
“하여간 손님께서도 지옥을 다닐 때는 항상 조심하십시오. 원래도 위험하지만, 지금은 더더욱 위험합니다.”
“어…음…알겠습니다.”
사실 그것들 전부 다 저와 연관 있어요라고 말할 뻔하다가 언럭키는 그냥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 * *
샬라스 백작과 헤어진 뒤.
언럭키는 가까운 도시로 가서 워프 게이트를 타고 컵라면이 있는 던전 근처의 도시로 이동했다.
도시 에르네드.
‘여길 다시 올 줄 몰랐는데, 예전과 똑같군.’
에르네드는 한때 리바 델 레이의 주교가 영주 자리까지 차지하고 있던 도시였다.
그 당시 이중 첩자 역할을 맡고 있던 몬시뇰 에토의 부탁으로 주교를 함께 처리했었다.
그래야만 에토가 교단에서 좀 더 높은 자리로 올라설 수 있었고, 언럭키 역시 당시 영주를 처리하며 꽤 좋은 것들을 많이 얻었다.
지금 잘 쓰고 있는 데스 나이트나 해골 케르베로스들도 다 그때 얻은 것 아닌가.
‘그래도 조심해서 지나가야겠군.’
언럭키가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 당시 영주를 죽이고 도망쳤으니, 후대의 영주가 현상금 비슷한 걸 걸어놨을 것이다.
괜히 잘못 걸렸다간 도시의 기사와 병사들에게 둘러싸일 수도 있을 터.
언럭키는 도시의 대로를 이용해 성문 쪽으로 향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으로.
사람이 바글거리는 대로에 있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영주님 납시오!
그때 도시의 병사들이 크게 외치며 사람들을 통제했다.
기사들이 호위하는 커다란 마차가 지나간다.
‘이크. 눈 마주치지 않게 조심해야지.’
언럭키는 잽싸게 눈을 깔며 옆으로 피했다.
조심스럽게 영주 행렬이 지나가는 걸 기다리는데…
“거기 잠깐!”
“!?”
갑자기 행렬이 멈추더니 영주의 마차가 열리고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목소리가 이쪽으로 들리는 것 같았다.
주목받아서 좋을 게 없기에 언럭키는 사람들 틈으로 파고들려고 했다.
“잠깐 기다리라니까?”
예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확실하다. 자신을 지목하는 것이다.
‘제길. 눈썰미 한번 좋군.’
가볍게 한숨을 쉰 언럭키가 여길 어떻게 빠져나갈지 고민했다.
일단 소환수를 최대한 불러내서 길을 뚫고 성문까지 달리자.
데스 나이트가 길을 뚫으면 기사들에게도 쉽사리 막히지는 않으리라.
그런 생각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영주의 얼굴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에토!???”
“오랜만이군.”
거기 있는 건 화려한 의복을 입은 에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