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77
278화
제파르의 대검에 있는 특성은 3개다.
-마나 소모량을 3배 늘리는 대신 오러의 위력을 2배 증가시킨다.
-무기의 무게를 3배 늘리는 대신, 무기의 공격력을 1.3배 증가시킨다.
-본인보다 약한 적을 1% 확률로 처형한다.
이 중 하나만 벨라가 복사하는데 성공해도 대박이다.
그 후에 그녀가 만들 아이템에 집어넣는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
“근데 시간을 많이 드릴 수는 없어요. 빨리 안 찾아오면 쫓아온다고 했으니까.”
“며칠이면…돼요.”
그녀는 대검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
이미 머릿속에는 자기가 한 번도 다뤄보지 못한 방식의 제작물을 어떻게 연구할지에 대해서만 가득했다.
‘대화가 통하질 않겠네.’
그녀의 귀가 반쯤 막혔다는 걸 언럭키도 눈치챘다.
결국 그녀를 믿고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 * *
최근 들어 큰 후원이 몇 번 들어왔다.
건물주입니다와 던전 재벌.
원래도 자잘한 후원들은 많았지만, 이 두 큰 손이 경쟁이 붙어서 엄청난 금액을 마구 쐈던 것이다.
‘처음에 했던 고민들이 괜한 게 되었군.’
지옥에 발을 디딜 때만 해도 24k 골드바를 계속 신에게 바쳐야 하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 금액은 아무렇지 않게 낼 수 있을 만큼 통장에 돈이 쌓이고 있었다.
실시간 시청자 숫자는 7만 명을 돌파했고 그 중에게는 몇백쯤은 우습게 쏘는 큰 손들도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모으면 세훈씨도 꺼내줄 수 있겠어.’
백현은 옷을 차려입고 사무실을 나섰다.
일은 물론이고 숙식까지 여기서 해결했지만, 오늘은 외부로 나가야 했다.
‘여긴 올 때마다 기분이 참 더럽군.’
(주)머니앤캐시의 작업장.
겉으로 볼 때는 평범한 건물이지만, 백현의 눈에는 저 안에서 피어오르는 좌절과 절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실제로 무당 같은 사람을 데려오면 저 안에 원한이 가득 차 있다고 말할 것이다.
백현이나 이용승은 정말 운이 좋아서 탈출에 성공했지만, 어지간한 빚쟁이들은 평생 저 안에서 썩어가야 한다.
저 멀리 보이는 약간의 희망만 생각하면서 나머지 시간은 전부 월드 사가의 작업장에서 보내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이자 갚고 강제로 내야 하는 방세랑 식비까지 빼면, 사실 남는 것도 없다.
강제로 사람을 착취해서 돈을 쓸어모으는 곳.
겉으로 볼 때는 재밌는 광고도 많이 하는 머니앤캐시의 이면은 그런 모습이었다.
“너…왜 또 왔냐?”
백현이 건물 앞에 다가가자 망보고 있던 덩어리 한 명이 그를 알아봤다.
별로 좋은 감정이 담긴 말투는 아니었다.
백현은 덩어리들을 몇 번 참교육 시켜준 적도 있었기에, 친하다고 볼 수 없는 관계였다.
아니. 친하기는커녕 적대적이라고 봐야겠지.
‘그렇다고 내가 성 팀장이랑 친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
“성 팀장 보러왔는데?”
“팀장님이 네 친구냐?”
“헛소리하면서 시간 끌지 말고 비키기나 해. 네가 가로막아서 늦었다고 하면 성 팀장이 널 가만히 내버려 둘까?”
“…크윽.”
양팔에 문신 가득한 덩치 놈은 어울리지 않게 무서워하며 옆으로 비켰다.
“…근데 너 형님이랑 약속하고 온 거 맞냐?”
“뭐? 당연하지. 내가 여길 미쳤다고 약속도 없이 오겠나.”
“그래? 조금 전에 형님이 급하게 나가셨는데….”
“?”
백현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일단 들어갔다.
* * *
“오. 백현씨. 왔구만?”
“세훈씨.”
오랜만에 본 박세훈은 여전히 익살맞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잘 지내셨어요?”
“못 지냈지. 뭘 그런 당연한 걸 묻고 있어.”
박세훈이 괜히 우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한숨을 쉬었다.
“왜요? 성 팀장이 괴롭혀요?”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야. 요즘엔 성 팀장도 내가 곧 나갈 사람이란걸 알아서 별로 안 건들 거든. 사실 그게 아니라도 걘 원래 나 잘 못 건드렸어.”
“그럼 왜…?”
“맛있는 거 먹고 싶어! 치킨! 피자!”
“…….”
백현은 잠시 할 말을 잃었지만 박세훈은 진지했다.
그가 여기 잡혀 온 지 벌써 몇 년이 흘렀다.
백현이나 이용승보다도 훨씬 긴 시간을 여기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음식은 사료에 가까운, 맛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들만 먹었다.
“월드 사가에서 뭐라도 드실 거 아니에요.”
“그거랑 그거랑 어떻게 같아.”
“같죠.”
월드 사가가 괜히 칭송받으며 세계를 장악한 게 아니다.
거기서는 현실처럼 음식을 먹으면 맛도 거의 흡사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지간한 미식가들도
“거긴 맥도날드가 없잖아! KFC도!”
“뭐…그건 그렇긴 한데….”
판타지 배경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런 현대의 프렌차이즈 음식을 쉽게 보긴 어려웠다.
여러 식당 프렌차이즈들이 지금도 월드 사가로 진출하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식당 장사를 하는 NPC들이 비슷한 음식을 팔긴 했지만 아무래도 현대의 그 맛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있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콜라는 아예 제대로 된 제조도 못 하고 있었다.
“백현씨는 나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겠지? 그치??”
“음….”
백현은 최근 자신의 식단을 떠올렸다.
“닭가슴살, 샐러드, 고구마, 브로콜리…뭐 이런 것들만 먹었네요.”
“……?”
“요즘 운동에 전념하고 있어서요.”
“아니…그건 알지만…그럼 치킨 같은 패스트푸드는 하나도 안 먹은 거야?”
“네.”
“…….”
백현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박세훈은 경악했다.
‘이, 이용승이랑 같이 다니더니 사람이 망가졌어!’
처음엔 월드 사가를 하기 위해 체력 관리를 하던 사람이, 이제는 몸 만드는데 누구보다 진심이 됐다.
하긴.
박세훈도 시간 될 때마다 백현의 라이브와 다시 보기를 꼬박꼬박 챙겨봤다.
현실의 헬스장 편도 봤는데, 그때 드러나던 백현의 몸을 보고 얼마나 깜짝 놀랐던가.
운동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굉장한 근육질이었다.
빠른 시간에 그런 몸을 완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에휴…됐다…내가 누구한테 뭘 말하겠냐.”
“하하. 나중에 세훈씨까지 나오면 우리 셋이서 파티 한 번 해요. 그땐 진짜 식단 없이 제대로 먹는 걸로.”
백현이 웃으면서 말하자 박세훈은 그를 빤히 쳐다봤다.
‘진짜…난놈이군.’
진짜 자기를 꺼내줄 생각을 하고, 생각만 하는 걸 넘어서 확신까지 하고 있었다.
실제로 요즘 하는 걸 보면 자신이 나가는 건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 같다.
최근 라이브만 봐도 그가 얼마나 많은 후원금을 받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아니. 어쩌면 그게 오늘일 수도 있으려나.’
박세훈이 살짝 희망찬 눈빛을 지어 보였다.
그걸 알아챈 백현이 쓴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오늘은 아니에요.”
“그래. 괜찮아. 난 언제든 상관없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니까 막말로 1년 넘게 걸려도 좋다.”
“그렇게는 절대 안 걸리고요. 최대 6개월 안에 끝내야죠.”
“이야…진짜 우리 사장님. 처음에 봤을 때랑 비교하면 많이 변했네.”
박세훈이 대견하다는 듯 백현의 양 어깨를 잡았다.
“처음엔 친구 보증 잘못 서줬다가 끌려오기나 하는 바보였는데 말이야.”
“그건 좀….”
“푸흐흐. 사실이잖아. 아 친구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성 팀장 그놈 백현씨 친구 찾으러 갔어.”
“…그래요?”
“원래 둘이 오늘 약속되어있었지? 그 녀석이 원래 한 번 잡힌 약속 파투 내거나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지금 없잖아.”
“그렇죠.”
성 팀장은 꼼꼼함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백현은 그리 오래 안 건 아니지만, 아침이든 새벽이든 간에 성 팀장이 풀어져 있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항상 올백으로 정리한 머리와 정장 차림.
그렇게 철저하기에 더 무서운 사내였다.
“내가 저번부터 이상한 촉이 있어서 성 팀장 그 녀석이 백현씨 친구를 왜 자꾸 찾아다니나 좀 조사를 했어. 쉽지는 않았는데, 이 녀석이 어디에 정신이 팔린 건지 빈틈을 좀 자주 보이더라고.”
박세훈은 곧 나갈 사람이다.
군대로 치면 말년 병장이라는 뜻.
게다가 원래부터 성 팀장과 친분도 있었고, 성 팀장의 투자 일을 대행해주고 있기에 밑에 부하 놈들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성 팀장까지 외부 일로 정신이 없다 보니 이런저런 기회가 많이 생겼다.
“백현씨 친구. 이름이 김성재 맞아?”
“맞아요. 성재.”
“그 친구 지금 월드 사가 본사에 있는 것 같아.”
“예?”
뜬금없는 소리에 백현은 깜짝 놀랐다.
어디 해외로 도주했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월드 사가라니?
“팩트인지는 나도 모르겠고, 머니앤캐시에서는 그렇게 확신하나 봐. 그래서 성 팀장이 그 친구 만나러 가겠다고 월드 사가 본사로 간 거야. 얼마나 급했으면 있던 약속도 깨고 그냥 갔겠어.”
그러면서 박세훈은 히죽히죽 웃었다.
“근데 쉽지는 않을거다.”
“왜요?”
“내가 증권사에 있을 때 월드 사가 본사랑 미팅 한 번 잡아보려고 했거든? 거기 회사 주식이 얼마나 탐 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아니, 다이아를 낳는 거위라고 해도 되지. 근데 불가능하더라. 관계자가 아니면 아예 본사 건물 자체가 출입 금지야.”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더라. 미친 듯이 폐쇄적이야 그 자식들. 거의 자기들 마음대로더라고.”
요즘 세상에 그렇게 꼭꼭 숨기기만 하는 기업은 없다.
월드-프렌들리. 세상과 소통하고 친하게 지내는 기업이 잘 되는 세상이다.
월드 사가는 정반대로 하고 있었다.
웃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독보적인 1등 기업이라는 것이지만.
“아마 성 팀장은 네 친구 소식은커녕 거기 1층 안내 데스크에서 바로 쫓겨날걸? 큭큭큭. 그 녀석 당황할 표정 상상되네.”
생각만 해도 재밌다는 듯 성 팀장이 낄낄 웃었다.
다만 백현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성재가 거기 있다고? 왜…?’
이제는 잊고 살려고 했다.
5억 먹고 튀었으면 잘 살기나 해라.
그걸로 보육원에서의 인연은 끝이다.
그리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월드 사가 본사에 있다니.
문득 과거에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현아. 내가 진짜 이 돈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거든. 지금 내가 개발 중인 걸 대기업에서 사준대! 너도 알 거야. 무려 가상현실 월드 사가를 서비스하는…
-아 됐어. 내가 그쪽 분야에 대해 뭐 아냐? 그래서. 뭐가 필요한 건데?
-대출을 받을 건데 보증을 서줄 수 있을까? 은행권 대출은 이미 다 해서 제2 금융 이상으로 넘어가야 하거든.
-보증? 그런 건 부모님도 해주는 거 아니라던데?
-야.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내가 설마 네 뒤통수를 치겠냐? 이 기술 파는 지분에 네 몫도 단단히 챙겨줄게!
-됐어 임마.
-야. 이거만 성공하면 진짜 우리도 인생 피는 거라니까?
성재가 뛰어난 개발자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여러 대기업에서 스카우트해가려고 난리였으니까.
성재가 코딩에 대해 지 혼자만 아는 얘기를 떠드는 건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웠었다.
그래서 대충 넘겼었는데…
잠시간 고민하던 백현이 박세훈을 쳐다봤다.
“…세훈씨.”
“왜?”
“월드 사가 본사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무래도 만나서 물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