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78
279화
월드 사가 본사에 가는 법.
감정이 북받쳐 올라 물어보긴 했는데, 그 후에야 박세훈의 표정이 보였다.
그는 황당한 듯한 얼굴이었다.
그제서야 백현은 제 실수를 알아챘다.
“이런. 제가 괜한 걸 물어봤네요.”
박세훈이 그걸 알고 있을 리가 있겠는가.
백현이 물어본 건 물리적으로 건물에 들어가거나 하는 게 아니고, 월드 사가 회사의 높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며 박세훈이 증권사에 다니던 시절에 진작 써먹지 않았을까?
‘그리고 최근 몇 년은 여기 계셨던 분이니 다른 특별한 방법을 알고 있을 리도 없고.’
널리 알려진 방법이 있었다면 월드 사가 본사가 베일에 싸여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있지.”
“네?”
“있다고. 월드 사가에 들어가는 법.”
그러나 박세훈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심지어 그냥 거기 직원 만나는 것도 아니고, 대표랑 주주들까지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뭐, 뭔데요?”
“간단해. 백현씨도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
박세훈이 히죽 웃어 보였다.
“월드 사가에서 하이 랭커가 될 것.”
“……?”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네?”
“예…조금요.”
게임 속 하이 랭커와 본사 대표를 만나는 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랭킹이 높으면 본사에서 초청이라도 해주나?
놀랍게도, 백현의 그 추측이 맞았다.
“1년에 한 번 월드 사가 본사에서 전세계 하이 랭커들을 전부 초청해. 랭커 딱 천 명. 그리고 본사 관계자들끼리 월드 사가 빌딩 최상층에서 하루 종일 파티를 즐긴다더군.”
“아….”
“그들만의 세계라는거지. 거기서 무슨 대화를 하는지, 또 뭐가 목적인지도 몰라. 파티 참석자는 비밀 유지 서약서를 작성하거든. 그래서 다들 파티에 갔다 온 후로 입 벙긋 안 하더라고.”
“파티….”
그런 게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게임 내의 정보는 매일 같이 업데이트하며 빠삭하게 머릿속에 집어넣는 그였지만, 그 외적으로는 그닥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우리같은 일반 사람 입장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보는 게 맞아. 하이 랭커가 어떻게 되겠어. 이제는 15억을 돌파한 유저 중에서 상위 천 명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후발주자들은 답이 없고 초창기에 시작했던 선발 주자들조차도 거대한 자본과 행운이 떡칠 되어야만 하이 랭커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백현씨라면 가능하잖아?”
“…그렇죠.”
헛된 자신감이 아니다.
백현의 레벨은 250이 넘어갔다.
어느덧 랭커 중에서는 중하위권이라고 불릴만한 성적.
처음 랭커가 된 후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순식간에 치고 올라갔다.
“듣자 하니 파티에는 월드 사가 대표도 온다더라. 조만간 인류 역사에 손꼽히는 부자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무슨 말 할지 궁금하긴 해.”
월드 사가는 비상장 기업이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초거대 기업이 비상장이라는 것도 놀라운데, 주식 대부분은 대표가 소유하고 있었다.
소수의 주식은 주주들과 핵심 연구진을 포함한 직원들이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월드 사가의 주식은 외부에서 살 수 없었다.
대표를 포함한 극소수의 주주만 억만장자 소리를 들을 뿐.
‘월드 사가 대표…. 그 사람을 만나면 성재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건가?’
대표씩이나 되는 사람이 성재를 직접적으로 알 리는 없겠지만, 그 밑에 부하 직원에게 물어봐 줄 수는 있겠지.
하이 랭커가 되어 직접 만나면 그런 부탁을 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이 랭커….’
백현은 한동안 그 단어를 곱씹었다.
* * *
며칠의 시간이 흘렀고 벨라는 다시 대검을 반납했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대검의 옵션 중 하나를 복사해냈다.
놀라운 성과였다.
최신 대장장이 설비가 가득한 지상의 공방도 아니고, 있는 건 모래벌판밖에 없는 지옥 한복판에서 레전더리 아이템 연구에 성공하다니.
그럼에도 그녀는 풀죽은 표정으로 말했다.
“시간이랑 시설이…너무…부족했어요….”
눈빛에는 한 것 억울한 감정이 깃들어있었다.
세 가지 옵션 중에 겨우 하나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언럭키나 다른 파티원들은 기적같은 일이라 생각했지만, 그녀 입장에서는 실패나 다름없었다.
“아니에요. 이걸로도 충분히 잘하셨어요.”
언럭키가 빙긋 웃었다.
사실 그도 엄청 기쁜 건 아니었다.
벨라가 복사해냈다는 옵션이 약간 계륵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본인보다 약한 적을 1% 확률로 처형한다.
‘하필이면 이게 뽑혔군.’
제파르의 칠흑 대검에 붙어 있는 옵션.
그리 끌리지는 않는다.
레벨 대비 오버 스펙인 언럭키는, 어지간해서는 본인보다 약한 적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아니, 애초에 레벨보다 높은 몬스터만 찾아다니는 요즘이다.
1%라는 낮은 수치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고.
‘뭐. 굳이 내가 안 써도 되긴 하지.’
벨라가 뽑아낸 옵션은 잘 추출해서 보관해놓았다.
나중에 원하는 아이템에 각인하면 된다.
자신에게는 별 필요 없지만 어지간한 유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옵션일 것이다.
본인보다 레벨이 한두 개 정도 낮다면 충분히 적정량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고, 1% 확률이라도 터지긴 터지니까 사냥 속도가 엄청 빨라지겠지.
“아. 그러고 보니 벨라님. 혹시 지금이 제가 성검을 쓸 방법은 없겠습니까?”
언럭키가 물었다.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지만 벨라가 너무 바빠 보여서 이제서야 꺼낸 얘기였다.
정의와 검의 신, 유스티아의 성검.
언럭키가 보유한 유일한 에픽 등급의 검이다.
당연히 공격력은 말할 것도 없고 내장되어있는 옵션이 다른 아이템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하지만 쓸 수 없으면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올마스터의 비전으로 네크로 엠페러, 검왕, 사신의 세 직업을 동시에 쓸 수 있게 되었다.
그게 문제였다.
검왕과 사신만 썼을 때는 별문제 없었는데, 어둠(暗) 속성인 네크로 엠페러가 끼어드니 성검을 쥘 수조차 없게 된 것이다.
에픽 등급 아이템이 인벤토리에서만 잠자고 있게 되다니!
“으음….”
벨라는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언럭키가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제발, 제발….’
그리고 벨라는 그 희망을 무참히 짓밟았다.
“안 돼요.”
“아…. 진짜요?”
“네.”
“어떻게 해도? 막 엄청 비싸고 희귀한 재료나 아이템을 추가한다거나 해서라도 쓸 수 있는 방법 없어요?”
최근 들어 들어오는 후원금의 액수를 생각해보면, 억 단위의 금액도 충분히 지출할 만하다.
그러나 벨라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알기로는…없어요. 에픽 등급의 성검이라 어지간한 재료는 추가 자체가…불가능해요.”
“…….”
레전더리 대장장이인 그녀가 이렇게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언럭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보물이 손안에 있는데 쓰질 못하다니!
물론 오러를 쓰면 지금 대충(?) 들고 다니는 유니크 검으로도 나쁘지 않은 위력을 뽑아냈지만, 어디 사람 욕심이 그렇게 멈춰지던가.
몰랐으면 모를까, 성검의 강력함은 충분히 겪어봤다.
성검을 못 쓰는 지금은 훨씬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중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 * *
언럭키 파티는 제파르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최대한 빨리 찾아오라고 했는데도 며칠의 시간을 소모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사냥도 거의 스킵한 채 속도를 높였다.
다행히 제파르의 영역은 그리 멀지 않았다.
가는 동안 언럭키는 제파르를 상대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얼추 정할 수 있었다.
‘그놈 덕분에 레라지에의 영토에서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던 건 맞아. 호의를 먼저 보였으니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함께할 수 있겠지.’
반대로 막무가내로 나올 수도 있었다.
이 드넓은 지옥에 몇 안 되는 군주 아니던가.
심지어 상위 서열의 군주인데다가, 제 실력이 자신 있는 자였다.
이쪽을 압박해올 수도 있었다.
‘그러면 뒤도 안 돌아보고 튀어야지.’
지옥에서 얻으려고 했던 올마스터의 비기는 성공적으로 얻었다.
목표를 달성했다는 뜻이다.
물론 지옥은 아주 훌륭한 사냥터고 그냥 가기엔 아쉽도록 많은 보물이 묻혀 있기도 하지만, 죽음의 위협까지 무릅쓸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살짝 긴장하며 언럭키는 제파르의 영토에 도달했다.
악마들이 그를 알아보고 거대한 성안으로 안내했다.
커다란 옥좌에는 제파르가 앉아있었다.
“왔군. 빨리 오라고 했는데 한참 걸려서 왔어.”
“에오나루스님이 날 수가 없어서요. 누가 엉덩이에 대검을 박아넣어가지고.”
“크하핫. 그 악룡이 쉬어야겠다더냐?”
제파르가 껄껄거리며 웃었다.
언럭키는 어깨를 으쓱였지만 거짓은 말하지 않았다.
실제로 에오나루스는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한동안 거동을 좀 자제해야 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린 건 날아올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벨라가 대검을 연구하느라였지만.
“그래. 어쨌거나 만나서 반갑다. 서열 16위의 군주, 제파르라고 한다.”
자기를 소개한 제파르는 여기저기 부상을 입은 채였다.
꽤 심각한 중상이었는지 붕대 사이로 핏물이 살짝 번져 나왔다.
여기도 포션이나 신관 비슷한 존재가 있을 것이다.
군주급이 부상을 입으면 온갖 좋은 포션과 실력 있는 신관을 쏟아부어서 고칠 텐데.
저런 붕대를 감아놓을 정도라면 정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뜻이리라.
언럭키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제파르가 제 붕대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아아. 레라지에 그놈이 화나면 그렇게 강할 줄 몰랐거든. 간신히 살아서 돌아왔어.”
“당당하게 싸움을 건 것 아니었습니까?”
“그랬지. 내가 이겨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아니더라고. 게다가 내 검을 그 마룡의 꽁무니에 박아넣었잖아. 애병이 없으니 안 그래도 힘든 상대라 도망치는 것도 쉽지 않더군.”
제파르는 ‘괜히 던졌어 그거’라며 껄껄 웃었다.
언럭키는 어이가 없었다.
‘뭔가 정교한 계산을 한 게 아니고 그냥 던진 거였어?’
중요한 전투 와중에 자신의 핵심 무기를 집어 던질 정도라니.
진짜 세상 막산다 싶었다.
‘저 정도면… 싸워 볼 만할 것 같은데?’
언럭키가 제파르를 위아래로 훑었다.
만전의 군주도 아니고 부상 입은 군주라.
비기까지 획득한 지금의 자신이라면 해볼만 하지 않을까?
게다가 놈의 무기도 이쪽에 있고…
“크흐흐. 한 판 해 보려고? 그것도 나쁘지 않지.”
언럭키의 눈빛을 본 제파르 역시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났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냥 쳐다본 겁니다.”
언럭키는 잽싸게 말을 바꿨다.
그는 여기 싸우러 온 게 아니다.
전투는 만약의 상황에 도주할 때나 써먹을 방법이었지, 일단 대화를 해 볼 생각이었다.
“지난번에 도와주신 건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레라지의 영역에서 후퇴할 수 있었지요.”
“고마워해야지. 내가 이런 꼴이 되면서까지 도와준 거니까.”
“예. 그래서 적절한 수준에서라면 보답을 할 생각도 있습니다.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보답이라야 하지만…”
“있지.”
제파르는 미리 생각해 둔 게 있었는지 즉답했다.
“원래는 내 위의 군주들을 처리하면서 서열을 높이려고 했는데,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더군. 널 보자마자 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뭡니까 그게?”
제파르가 히죽 웃으며 위를 가리켰다.
“지상 침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