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84
285화
언럭키가 인간의 편에 설지 악마의 편에 설지 고민하던 때.
어지간한 길드와 유저들은 앞으로의 계획을 바쁘게 논의했다.
그들은 굳이 어느 편에 설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어느 도시를 공격할지는 많이 고민해야 했다.
공성전을 한 번 벌이려면 그냥 하는 게 아니다.
장비, 각종 물자, 전투에 참여하는 자들 임금…
현실의 전쟁처럼 돈을 물 쓰듯 써야 한다.
그런 전쟁에서 만약 패배하면?
길드 자체가 파산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다들 승리를 할 수 있는 도시이면서, 괜찮게 뽕 뽑을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머리 굴리기 바빴다.
그러한 회의가 벌어지는 길드 중에는 빅드래곤 길드도 있었다.
“다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동그란 원형 테이블에 길드 간부들을 앉혀놓은 채 정신찬이 인사했다.
그들은 진지함을 더하기 위해 일부러 현실에서 만났다.
대룡 그룹 본사의 회의실을 통째로 임대해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저희 길드 전략 연구소에서 작성한 계획부터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의견 있는 간부 분들은 아무 때고 손 들고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어느덧 1티어 길드로 성장한 빅드래곤 길드.
이런 수준의 대형 길드쯤 되면 더 이상 일개 길드라고 하기 어렵다.
월드 사가의 온갖 이권에 관여할 수 있고 홍보 한 번만 해도 효과가 엄청나다.
그렇기에 후원도 많이 붙으며, 길드도 좀 더 기업처럼 운영된다.
전략 연구소라는 것도 그렇게 생겨난 부서였다.
“예. 우선 저희는 이번 악마 침공 이벤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전후 사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기 계신 아세린님께서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덕분인데요. 귀중한 정보를 전해주신 점에 대해 감사 인사 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쪽에 앉아있던 이세린에게 쏠렸다.
차가운 표정으로 앉아있던 그녀는 사람들에게 고개만 까딱 숙여 보였다.
“뭘요. 언럭키님이 허락하신 일인걸요. 감사 인사는 그분께 해야죠.”
악마 침공은 언럭키가 제파르의 군대를 지상에 소환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같은 파티원이었던 아세린은 제파르의 힘이나 성격, 세력의 수준을 얼추 알 수 있었다.
그걸 언럭키의 허락을 맡고 원래 소속인 빅드래곤 길드에 전해준 것이다.
“언럭키님께는 제가 따로 나중에 선물과 함께 감사 인사를 드릴 생각입니다.”
“언럭키님이 좋아하시겠네요.”
정신찬의 말에 이세린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언럭키와 꽤 오래 함께하다보니 그의 성격을 대충 파악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 질 좋은 아이템과 스킬이었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건 금화였고.
티 안 내려고 하는 것 같던데, 이세린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나쁜 성향은 아니다.
애초에 랭커쯤 되면 누구나 다 눈에 불을 켜고 좋은 아이템을 바라니까 말이다.
‘우리 길드장님이 절대 째째한 사람이 아니니까. 언럭키님이 엄청 좋아하시겠네.’
원래는 빅드래곤 길드 소속이지만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언럭키의 파티원으로서의 모습이 좀 더 마음에 들었다.
컵라면이 괜히 오랜 시간 언럭키의 파티원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게 아니다.
그의 모험에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마력이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잘생기기까지 했고.
사실, 그녀는 처음에 이 정보를 빅드래곤 길드에 주는 걸 반대했다.
-어쨌거나 언럭키님은 지금 제파르와 한 편인데, 이런 귀중한 정보를 줘도 괜찮을까요? 이러다가 빅드래곤 길드가 아예 제파르를 잡으러 오면 어떡하시게요?
-안 그럴 겁니다.
-어떻게 확신하세요?
-로버트 길드장은 똑똑한 사람이니까요.
정신찬은 괜히 재벌 3세로 불리는 사람이 아니다.
타고난 리더의 자질과 후천적으로 학습된 지식이 굉장했다.
그러면서 로버트라는 그의 캐릭터도 랭커로 만들어놓기까지.
그런 그가 제파르에 대해 알았다고 해도 놈을 잡으러 올까?
-오히려 저를 통해서 제파르를 지원하려고 할걸요? 이벤트가 빨리 끝나면 1티어 길드들에게는 안 좋습니다. 악마들이 더 많은 도시를 점령해야, 길드들이 재점령할 수가 있으니까요.
-아…!
이세린은 전에 언럭키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리고, 실제로 회의가 그렇게 진행되었다.
“악마들의 군세가 조금 더 활성화되어서 대륙 중앙까지 진출하면 좋겠습니다. 그럼 우리 길드가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데, 그리하면 예상되는 대비 효과가…”
…
“이건 제가 언럭키님께 따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악마들의 군세를 통제할 수 있는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도 물어보죠.”
전략 연구실에서 길드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에 대해 설명하고, 중간 중간 정신찬이 추가로 말을 덧붙였다.
그걸 들을 때마다 이세린은 감탄했다.
확실히 언럭키는 대단한 사내였다.
“아. 그리고 아세린님.”
“네?”
한창 회의가 진행되던 중간에, 정신찬이 갑자기 이세린을 불렀다.
그녀는 있는 듯 없는 듯 듣기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렸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언럭키님이 이 다음에 어떻게 움직이신답니까? 그걸 알아야 저희도 그에 맞춰서 전략을 조금 수정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음…. 그건 곧 아실 수 있을 거예요.”
“네?”
“자세한 건 비밀을 지켜달라고 해서… 조금만 지켜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
* * *
“어느 도시를 공격하러 갈지는, 혹시 내 의견을 말해줘도 될까?”
언럭키가 제파르를 보며 말했다.
“얼마든지. 인간 출신인 네가 우리보다 훨씬 더 이 곳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 경청하겠다.”
제파르는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
과격하긴 하지만 독선적인 스타일은 아니었다.
“인간 출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아아. 그렇지만 지옥의 악마들에게는 인간 출신 군주로 인식되어서 말이야.”
“그럴 수도 있겠군. 어쨌거나, 내가 추천하는 곳은 도시 ‘빌류르’다.”
언럭키가 지도 한쪽에 표시된 도시를 찍었다.
제파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
월드 사가의 대륙은 크게 보면 길쭉한 타원형의 형태였다.
악마들은 이 중간계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
그렇기에 일단 대륙 동쪽 구석에 있는 도시들부터 점령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세력이 많이 부족하니 일정 영역을 확보하고 바다를 등진 채 확고히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빌류르는 내륙 쪽에 가까운 도시.
악마들이 진격하기에는 썩 좋은 위치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언럭키가 추천한 이유는 당연히…
‘여기가 내가 쓸만한 사냥터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렇지.’
현재 언럭키의 레벨은 260이었다.
도시 빌류르의 추천 레벨은 레벨 280 이상.
그러나 워낙 스펙이 올라간 언럭키였기에, 280 이상의 몬스터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사냥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유저들이 사냥하기 좋은 지형의 사냥터가 여럿 있는 것으로 소문난 도시이기도 했고.
“좋다. 네게 뭔 생각이 있겠지.”
제파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라지에의 뒤통수도 훌륭하게 때려버린 게 언럭키 아니던가.
그 기억이 인상적이었기에 제파르는 언럭키를 믿었다.
“그래. 날 좀 믿어보라고.”
언럭키가 활짝 웃었다.
* * *
미튜브가 등장하면서 한 때는 청소년들의 되고 싶은 직업 1위가 크리에이터이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동시에 큰 수입까지 얻으니 말이다.
특히 월드 사가가 떠오르면서 월드 사가만 전문으로 방송하는 미튜버들이 정말 많아졌다.
그리고 당연히, 이쪽에서 승자 독식 구조가 벌어진다.
인기 있는 몇몇 미튜버들의 라이브 시간대에는 시청자들이 다 거기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나 이번에는 더욱 그러했다.
[속보!] [킹스 로드 길드에서 도시 알렉드리아 재점령 라이브 예고] [공성전 풀 라이브 진행!] [드림 캐쳐 길드에서도 도시 누브고스트 재점령 라이브 진행 예정] [길드장이 직접 지휘하는 장면 시청 가능!].
.
.
전쟁은 돈 먹는 하마다.
아무리 후원을 받고 준비가 잘 된 길드라 하더라도, 길드장들은 돈 나올 구석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그 가장 큰 분야 중 하나가 미튜브였다.
월드 사가에서 최초로 발생한 초대형 이벤트.
거기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도시 공격을 라이브로 진행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최소 수백만 명 이상의 라이브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막대한 양의 후원금은 덤이겠고.
아니면 얼마 전 언럭키가 보여줬던 것처럼 유료 방송을 진행해도 된다.
이번 공성전은 그런 식으로 진행해도 평균 시청자 수는 오히려 올라갈 것이다.
컨텐츠만 좋다면 시청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다.
당장 얼마 전에 언럭키가 지옥 라이브에서 보여 주지 않았던가.
다른 누구도 못 보여 주는 컨텐츠를 독점해 순식간에 ‘스트리머 언럭키’라는 채널을 키워버렸다.
구독자는 어느새 200만을 돌파했으며, 지금도 실시간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이제는 절대 어디 가서 부족하지 않을 만한 대형 스트리머가 되었다.
그게 다른 길드 관계자들에게는 굉장히 인상 깊게 보였다.
초대형 길드들 사이에서 공성전 라이브 전쟁이 펼쳐졌다.
그리고 거기에, 언럭키도 이름을 올렸다.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서 라이브가 시작됩니다.]“어? 언럭키 라이브 시작하네?”
“음…. 지옥에서 나왔다던데. 타이밍 별로 안 좋은 거 아냐?”
언럭키는 자신의 채널 공지에 지옥을 빠져나왔다고, 지금까지 라이브를 시청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올렸다.
마지막 지옥 라이브가 레라지에의 영토에서 도망칠 때였으니, 성공적인 마무리라고 본 것이다.
“지옥 벗어났으면 그냥 일반 도시에서 사냥하는 콘텐츠일 텐데… 너무 안일한 거 아닌가?”
“진짜 찐팬 아니면 이번엔 다들 공성전 보러 갈 것 같은데.”
컨텐츠로 성공하긴 했지만, 그다음 일상 라이브도 사람들이 그만큼 봐줄까?
시청자는 냉정하다.
재미없으면 귀신같이 떠나기 마련이다.
여러 길드 관계자는 물론, 시청자들 역시 이번에는 언럭키의 실패를 점쳤다.
아니. 실패도 아니다.
수많은 공성전 라이브에 밀려, 무관심 속에서 한동안 사라지겠지.
그러다 좋은 컨텐츠가 있으면 다시 복귀하는 거고, 아니면 그대로 묻힐 수도 있다.
그렇게 사라져간 크리에이터가 한 둘이겠는가.
[제목 : 악마들 데리고 빌류르 침공합니다]그러나 알림과 함께 썸네일이 공개되자 분위기가 확 뒤바뀌었다.
진군하는 악마들 선두에서 해골 케르베로스를 타고 있는 언럭키의 모습.
최초로 악마를 상대로 싸우는 게 아닌, 악마의 편에서 인간들의 도시로 진격하는 라이브 영상이 예고되어 있었다.
[라이브 시작까지 남은 시간 : 3시간]그 썸네일 공개만으로도 수많은 사람이 채팅창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