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86
287화
“열어라.”
그리 말하니 정말로 성문이 열렸다.
“아니 어떻게…?”
제파르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언럭키를 쳐다봤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언럭키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사실은 언럭키가 신호를 보내면 미리 도시에 들어가 있던 크라비의 수하들이 성문을 열어주기로 합의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감탄하는 건 악마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언럭키가 악마들의 앞에 나서는 시점에 맞춰 라이브가 시작되었다.
사전에 공지했던 썸네일이 어그로를 제대로 끌어준 모양이었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잔뜩 기대를 하고 몰려왔다.
그리고 언럭키는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라이브와 동시에 보이는 수많은 악마 군대.
그 사이에서 손짓 한 방으로 성문을 열어버리는 모습까지.
‘이 정도면 최소한 이번 공성전 동안 다른 채널로 시청자 뺏길 걱정은 안에도 되겠군.’
아마 공성전이 벌어지는 다른 채널의 시청자가 역으로 이쪽으로 유입되지 않을까?
한편, 제파르는 빙긋 웃고 있는 언럭키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일단 나머지 이야기는…다녀와서 하지.”
성문은 어디 조그마한 집 문처럼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성문과 연결된 도르래가 잘려 나간 순간, 그걸 고치려면 한참은 걸릴 터.
성벽 위가 어수선한 걸 보니 바리케이트라도 치려는 듯해 보였지만, 그걸 두고 볼 제파르가 아니다.
놈은 휘하 악마들과 빠르게 전속력으로 달려 나간 다음, 빠르게 돌파했다.
-콰앙!
“하핫! 얌전히 무릎 꿇고 항복한다면 살려는 주겠다!”
* * *
악마 군대가 지상에 소환된 후, 제파르의 첫 출전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보다 몸을 많이 회복했다.
게다가 제파르가 직접 출격하면서 직속의 강력한 악마들도 함께 따라온 상황.
도시 빌류르의 기사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겨낼 수 있을 리가 없다.
하물며 믿고 있던 성문마저 열린 상황 아니던가.
악마들은 파죽지세로 내부로 밀고 들어갔다.
학살 같은 건 없었다.
“내, 내성으로 후퇴하라!”
“안에서 항전한다!”
전력차가 명백한 상황.
언럭키는 악마들을 뒤따라 움직였다.
굳이 뭘 열심히 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악마들이 다 해주고 있는 상황. 그저 얌전히 움직이기만 해도 되었다.
그러다 크라비온 길드원들과 우연찮게 눈이 마주쳤다.
언럭키가 엄지를 치켜들어주었다.
그들 역시 가볍게 고개를 숙이더니, 빠르게 전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나중에 크라비온 길드가 원하는 도시 쪽으로 악마들을 보내야 한다.
그러라고 그들이 이 도시를 쉽게 점령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니.
문득 언럭키의 머릿속에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식을 알음알음 퍼트리면, 다른 길드에서도 나한테 지원 요청을 많이 하겠는데?’
아무리 길드의 세력이 강하다고 해도, 도시를 공격할 수는 없다.
1티어 길드들은 그만한 전력은 되겠지만, 점령한다고 쳐도 NPC들이 따르지 않을 것이다.
반란이 계속 일어날 테고 협조도 안 하겠지.
주변 다른 도시에서 공격해올 수도 있었다.
이를 쉽게 말하면,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언럭키의 악마 군대는 그 명분을 채워줄 수 있었다.
악마들에게서 구원한다는 명분이면 얼마든지 도시를 재침공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눈치 빠른 사람들은 벌써 알아챘을지도 모르겠네.’
자신과 크라비온 길드의 관계는 몰라도, 악마들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건 눈치챘겠지.
[혈맹오세요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언럭키님. 혈맹 길드 전략팀입니다. 영상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긴히 말씀드릴 게 있는데, 저희 이메일로 연락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메일 주소는…]…
‘…빠르네.’
언럭키가 혀를 내둘렀다.
혈맹 길드를 시작으로 이름 한 번씩 들어봤던 유명한 길드들이 후원금을 보내기 시작했다.
* * *
공성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끝났다.
내성으로 들어간 영주와 기사들은 최대한 버티려고 애썼지만, 제파르가 직접 나서자 금세 처리했다.
언럭키가 한 것은 사실 처음 앞으로 나서서 ‘열려라’라고 말한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게 컸다.
그 행동으로 도시 측은 사기가 박살이 나고, 내성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후후. 네 덕분이다. 악마들의 피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야.”
제파르는 병력 손실 없이 이 거대한 도시를 점령했다는 것에 기쁜 표정이었다.
“말로만?”
“명예도 생기지 않았나. 바깥의 악마들이 널 칭송하는 소리가 안 들리나?”
그들은 과거 영주의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영주의 집무실이라 벽과 문이 두꺼웠다.
그 두꺼운 문을 뚫고 바깥에서 연신 악마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제 수장인 제파르에 대한 찬양, 영토가 넓어지는 것에 대한 환호, 아무 피해가 없도록 한 언럭키를 칭송하는 등.
그중에서 언럭키의 칭송 소리가 가장 컸다.
자신들의 군주를 찬양하는 것보다 더 크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무척 기쁘긴 하지만 다른 건 뭐 없나?”
언럭키가 하나도 안 기쁜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제파르가 혀를 찼다.
“쯧. 그러고 보니 너는 참 실용적인 놈이었지.”
좋게 말하면 자기 걸 잘 챙긴다고 해야 할까.
세상에. 전우에게 전투가 끝나자마자 빨리 보상을 내놓으라고 칼을 들이미는 놈은 처음 봤다.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더 믿을 만하긴 하지만.’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절대 배신하지 않을 군주가 언럭키다.
제파르는 그걸 눈치챘다.
“네게 줄 보상도 당연히 있다.”
“오. 뭔데?”
“너도 마음에 들 거라 생각한다.”
“!”
언럭키가 눈을 반짝였다.
이제 많이 성장했기에 눈이 많이 높아졌다.
예전의 자신이 아니다.
어지간한 유니크 아이템으로는 눈 하나 깜짝 안 할 자신이 있었다.
“이곳을 점령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내부를 샅샅이 뒤지는 것이었다. 악마들을 시켜서 영주성 전체를 뒤엎으라고 명령했지.”
제파르는 영주의 집무실 한쪽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었지만 일단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지하에서 놀라운 걸 발견했다.”
“지하?”
“그래. 신기한 걸 숨겨두고 있었더군. 나조차도 짐작이 불가능할 만큼 오래된 유적이 존재했다.”
-덜컹
한참을 구석에서 뭘 하던 놈이 몸을 일으키자 구석의 벽이 빙글 회전하더니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드러났다.
“이건…?”
“신기하지?”
제파르가 히죽 웃더니 먼저 내려갔다.
언럭키는 뒤따라가면서 안쪽을 구경했다.
계단은 보수가 오랫동안 안됐는지 굉장히 낡았다.
그 끝으로 내려가자 문이 하나 있었는데, 문 주변에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천사와 악마가 싸우는 벽화였다.
계단보다도 더 낡은 그 벽화를 살짝 쓰다듬자,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최초로 ‘역사 속 히든 던전’을 발견하셨습니다.] [역사 속 히든 던전 : 168번째 영주성 지하] [역사 속 히든 던전은 최초 입장자에 한해 48시간 동안 경험치와 골드 획득량이 + 300% 증가합니다.]“!!????”
언럭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이놈의 월드 사가…파도 파도 뭐가 계속 끝없이 나오네. 이런 것도 있었어?’
그냥 발견한 최초의 던전은 언럭키도 많았지만, 이런 식으로 특별한 수식어가 붙어있는 던전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단순히 이름만 다른 것도 아니다.
최초 발견 던전의 보너스 경험치나 금화는 150%인데, 여긴 그 두 배인 300%까지 증가한다.
내부 지형에 따라, 어쩌면 효율이 몇 배 이상 치솟을 수도 있는 것이다.
‘168번째 영주성 지하…. 그러면 이런 던전이 다른 영주성에도 있다는 뜻인데.’
당연히 유저들이 모를 수밖에 없었다.
영주의 집무실. 그중에서도 비밀 통로를 발견해서 안으로 들어가야 보이는 장소이니 말이다.
“어떤가?”
“최고야. 너는 들어가 봤어?”
언럭키의 물음에 제파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발견만 하고 놔두었다. 미리 악마들 시켜서 뭐가 있는지 살펴볼 걸 그랬나?”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직접 하는 게 훨씬 낫지.”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 놈들이 들어갔다가 던전에 뭔가 변경이 생기면 어떡하겠는가.
“내 파티원들 좀 불러주겠어?”
“알았다.”
* * *
원래부터 언럭키가 도시 빌류르로 악마들을 이끈 목적은, 이 도시를 점령하고 도시의 사냥터들을 혼자 다 해 처먹기 위함이었다.
빌류르에는 레벨 280대 이상의 유저들이 가기 좋은 사냥터와 던전이 많았다.
심지어 효율 좋기로 유명한 몇몇 사냥터는, 이렇게 레벨대가 높은 도시임에도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이런 곳을 악마들로 점령했으니, 한동안 사냥터에 눌러앉아 빡세게 레벨을 올릴 계획이었다.
이 던전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와. 입구부터 웅장하네요. 딱 봐도 뭔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요.”
“그렇죠? 보상도 짭짤합니다.”
언럭키, 벨라, 아세린, 컵라면이 모였다.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인간 파티원들만 모인 멤버.
벨키서스와 칼리스먼은 어차피 경험치가 필요 없는 존재들이었기에 제파르를 도와주라고 보냈다.
“빨리 들어가 보죠.”
언럭키가 입구에 손을 얹었다.
천사와 악마가 그려진 벽화가 움직이더니, 문이 열리며 포탈이 생겨났다.
환한 빛이 터지고 난 뒤, 일행이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어두컴컴한 석벽이었다.
던전 내부.
들어오자마자 창을 든 천사 한 명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감정이 없는지 무기질적인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고대의 천사]-레벨 : 290.
무려 레벨 290의 일반몹이다.
언럭키의 레벨이 260 정도였기에 차이가 좀 났지만, 딱 좋았다.
어느새 뽑아 든 두 자루의 검이 그의 손에 들렸다.
이젠 제약이 사라져서 한 손에는 유스티아의 강화된 성검.
또 다른 한 손에는 빙혈용검.
-우웅!
각각의 검에서 붉고 푸른 오러가 넘실거리며 솟구친다.
그 상태로 땅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일반몹이라고 해도 레벨이 거의 300에 가까운지라, 천사는 언럭키의 움직임을 정확히 캐치하고 창을 내질렀다.
언럭키의 두 손이 물 흐르듯 움직였다.
빙혈용검으로 창을 쳐내고, 성검으로 천사를 베고 지나갔다.
오러가 치명타로 들어간 상황.
-푸확!
천사가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최초로 발견한 역사 속 히든 던전 효과로 경험치 획득량이 +300% 상승합니다.]“이야.”
언럭키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지옥은 필드 자체에 경험치 보너스 버프가 있었지만, 여긴 그딴 거 없어도 차오르는 경험치 양이 말도 안 됐다.
“여러분. 최근에 우리가 좀 널널하게 했죠? 쉬는 시간도 자주 가졌고요.”
언럭키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얘기하는 그의 눈동자는 반쯤 뒤집혀 있었다.
“지금부터 48시간 동안은 야근입니다. 레벨 한번 빡세게 올려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