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89
290화
분명 호야가 알이었던 시절에, 혼돈 속성이었었다.
부화한 호야 역시 같았다.
[혼돈 신수 ‘백호’]-현재 상태 : 아기.
-이제 막 부화한 신수종 ‘백호’. 신성력만 받아서 부화하지만 이 개체는 오랜 시간 순수한 마기에도 노출되어 있었기에 ‘혼돈’ 속성을 갖게 되었다.
-다양하고 많은 경험이 축적되면 성체로 성장한다.
혼돈 속성의 신수, 백호.
입만 열면 ‘뀨우’ 거리지만 호야는 그 태생부터 굉장했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에토가 호야가 갑자기 떠났다고 했지.’
원래는 호야와 이아손을 에토에게 보냈었다.
지옥에 가야 했는데 둘을 데려갈 수는 없었는데, 에토가 자기가 하는 일에 그 둘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리바 델 레이를 상대로 이중 첩자 역할을 하는 에토에게, 그 둘은 많은 도움이 됐을 터.
다만 어느 날 호야가 갑자기 어딘가로 날아갔다고 했다.
에토의 추측으로는 진화를 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언럭키는 호야가 똑똑하다 보니 언젠가 돌아올 거라 믿고 크게 생각한 적 없었다.
그러나 정수를 얻게 된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일단 호야부터 찾아야겠네.’
고대 혼돈의 정수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언럭키 역시 파티원들처럼 던전을 빠져나간 후 로그아웃했다.
* * *
48시간 연속 던전 탐사.
파티원들 전원 레벨이 몇 개씩이나 오를 만큼 효율적이었다.
단, 그러다 보니 체력이 방전되어, 하루를 아예 통으로 휴식을 부여했다.
“…우와. 습관이 무섭네.”
이세린은 침대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깜짝 놀랐다.
언럭키는 항상 아침 7시에 접속해서 만남을 가진다.
자기 습관이 그렇다나.
프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루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파티원들에게도 그렇게 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다 보니 많이 피곤한 상태였음에도, 아침 6시가 되니 눈이 번쩍 떠졌다.
다시 눈을 감아봤지만 한번 깼기에 잠도 잘 안 온다.
피곤은 한데 잠은 오지 않고.
그렇다고 가만히 누워있기에는 심심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도중, 스마트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익숙한 사람이었다.
[언럭키님 : 세린님. 아직 주무세요?]무슨 일이지?
순간 오늘이 쉬는 날이 아니고 출근날인가 싶어 마음이 철렁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확인해봐도, 오늘은 쉬는 날이 맞았다.
이세린이 픽 웃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회사 상사가 휴일에 같이 헬스 하자고 하는 게 말이 안 된다.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린다면 당장 퇴사하라는 댓글이 빗발치겠지.
‘근데 왜 괜찮게 느껴지냐 하하….’
언럭키와 함께 운동하면 확실히 잘된다.
근육이 탈탈 털리는 느낌이랄까.
그때 문득 재밌는 생각이 났다.
[세린 : 그럼 벨라님도 부르는 걸로 하죠?] [언럭키님 : 받고 거기에 컵라면님까지 부르죠. 오늘은 넷이서 운동 한 3시간쯤 조져봐요.]이세린이 활짝 웃었다.
고인물 둘에 뉴비 둘이 함께하는 헬스라니?
군침이 싹 돌았다.
피곤한 기운이 사라지며 이세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단 좀 이따 할 운동을 대비해서 스트레칭부터 해놓자.
* * *
사람의 습관이란 참 무서운 법이다.
이세린뿐만 아니고 벨라와 컵라면 역시 이른 아침인데도 일어나 있었다.
백현이 같이 운동하자고 연락하니 두 사람 역시 동의했다.
컵라면은 바로 알겠다고 했고, 벨라는 설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벨라 : 지난번 같은 운동인가요?] [백현 : 아닙니다. 지난번엔 하체였지만 오늘은 등이에요.] [벨라 : ……? 제 말은 그만큼 힘드냐고 거였어요.] [백현 : 글쎄요. 그때보단 덜 힘들지 않을까요?]원래 운동이란 게 처음 할 때가 가장 힘든 법이다.
벨라. 김화영은 집 밖으로 몇 년 만에 나와서 운동한 거라고 하니, 당연히 그 후에 엄청나게 힘들었겠지.
듣기로는 그 당일엔 집 가서 쓰러져서 자고, 거의 일주일 가까이 근육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번엔 그때만큼은 안 힘들겠지.’
원래 하체는 가장 큰 근육이라 운동 중에서 제일 힘든 법이다.
물론 등 운동도 화영에게는 처음이니까, 알이 많이 배기고 힘들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래도 하체 때보다는 덜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난 거짓말한 게 아니야.’
백현이 빙긋 웃었다.
그로부터 1시간 정도 지난 후, 백현의 사무실 건물 지하 헬스장에 네 사람이 모였다.
김화영, 이세린, 이한영, 백현까지.
“혹시 몰라서 카메라 챙겨왔는데, 오늘도 라이브 방송하시나요?”
이한영이 카메라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음….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사람이 넷이니까 번갈아 가면서 찍으면 괜찮을 것 같네요.”
원래는 딱히 라이브 생각이 없었다.
괜히 운동하는데 집중만 깨질까봐 싶은 것이다.
아마 세린과 둘이서만 했다면 그냥 운동만 했겠지.
하지만 사람이 넷이나 모이니, 같은 루틴으로 한다면 숨 고르는 시간이 조금 길 것이다.
그때 한 명씩 카메라를 잡아주면서 찍으면, 충분히 운동에 지장 없이 라이브가 가능하지 않을까?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서 라이브가 시작되었습니다.] [제목 : 현실 운동 라이브 – 두 번째]마음을 먹자마자 바로 라이브를 켰다.
별다른 공지도 없이 일단 켜버렸다.
오전 8시. 우연찮게 오늘은 토요일이긴 했지만, 일반 사람들은 주말에 보통 늦잠을 자기 마련이다.
백현도 솔직히 별 기대는 안 했다.
조금의 시청자라도 모이면, 약간의 후원금이라도 들어올 테니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는군?’
그러나 백현의 예상외로, 라이브 시청자는 많았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백현이야 워낙 빠르게 겪어서 체감이 안 되었겠지만, 최근에 구독자 수가 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옥 라이브와 공성전 라이브.
두 라이브가 2연타 홈런을 쳐버리며,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때문에 비주류 시간대에도 시청자가 많이 모였다.
그렇게 들어온 시청자의 숫자가 무려 1만 명!
“모두 반갑습니다. 오늘은 저번에 한 번 했었던, 일상 헬스 방송입니다. 평소에는 혼자 하는데, 오늘은 파티원들이 다들 함께 운동하자고 흔쾌히 해주셔서 방송을 켰습니다.”
백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한영이 잽싸게 카메라로 백현, 화영, 세린 순으로 담았다가 줌 아웃하며 크게 잡았다.
셋 다 예쁜 운동복을 입고 탄탄한 몸매를 보유하고 있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외모에서 오는 이점은 무시할 수 없다.
인간은 원래 잘생기고 예쁜 걸 좋아하는 법.
백현의 성공 배경에는, 일행 전부가 현실에서도 상위 1%의 뛰어난 외모를 지녔다는 것도 있으리라.
물론 이한영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외모였지만, 카메라를 들고 있어 화면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다들 말없이 운동하기 시작했다.
오디오를 채우는 건 온통 숫자 세주는 소리뿐이었다.
채팅창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백현은 오직 운동에만 신경을 다 쏟았다.
방송에 소홀히 한다고 보여질 수도 있지만,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가끔씩 언럭키가 입술을 깨물며 인상을 찡그리거나 하면 후원금이 터지기도 했다.
물론 질투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자자. 딱 세 개만 더하죠.”
“벨라님 지금 너무 잘하고 계세요!”
화영이 운동을 할 때마다 옆에서 백현과 이세린이 열심히 도와줬다.
백현은 숫자를 세주거나 자세를 말로 풀어주고, 이세린은 자극점을 제대로 짚어주는 식이었다.
‘성별이 같은 사람이 있으니 괜히 민망할 상황 연출될 필요 없고 좋네.’
백현이 빙긋 웃었다.
이세린 역시 오늘 운동이 제대로 되고 있어서 연신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반대로, 김화영은 죽을상을 짓고 있었다.
그녀가 배신당했단 표정을 지으며 백현을 바라봤다.
“오늘은…괜찮을 거라면서요.”
“네. 저번보다는 분명 괜찮을 겁니다. 실제로 훨씬 잘 따라오고 계시는데요?”
“…팔뚝이 너무 아파요.”
“아. 익숙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전완근이 먼저 털리기 마련이죠. 제 스트랩 드릴게요. 쓰세요.”
“…….”
기다렸다는 듯 스트랩을 내미는 이세린을, 김화영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뭔가…마치 뭔가 세상이 그녀만 가지고 노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깊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쉴 시간이 없습니다. 넷이서 운동하려면 빠르게 본인 타임 끝내야 해요. 다시 들어가십다. 고!”
백현이 그리 말하자 결국 김화영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바벨을 잡았다.
그날 운동 시간은 총 3시간 30분.
김화영은 팔을 못 들어 올릴 정도가 되어 돌아갔다.
돌아갈 때 원망의 눈길을 줄기줄기 흘리면서.
* * *
라이브가 끝난 뒤, 파티원들은 쉬겠다며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
백현은 위층의 사무실로 돌아와 씻고 의자에 앉았다.
딱히 할 게 있는 건 아니었고, 오랜만에 미튜브 댓글이나 볼 생각이었다.
라이브 영상은 올라오는 채팅들과 소통을 잘하는 편이지만, 요즘엔 바빠서 업로드된 영상들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용승이 어련히 잘하고 있겠거니 믿을 뿐.
살짝 시선을 돌려 꽉 닫혀있는 이용승의 집무실을 봤다.
어제도 늦게까지 편집에 열중한 건지, 자신이 온 줄도 모르고 자고 있었다.
‘다음엔 용승씨도 같이 운동 방송하면 좋겠군.’
건물 지하의 헬스장이 24시간 오픈되어 있어서 꾸준히 운동은 하는 것 같은데.
진정한 운동 고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용승과 함께라면, 본인을 포함한 파티원들에게 더 유익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댓글들을 살피고(거의 좋은 내용만 달려있어 기분이 좋았다) 영상들도 확인했다.
분명 자신이 보낸 영상들인데 편집이 기가 막히게 되어 있어 다시 보면서도 정말 재미있었다.
‘새삼 편집자 하나는 잘 구했단 말이지.’
그러다가 습관처럼 메일함도 확인해봤는데, 백현의 손이 우뚝 멈췄다.
“어…?”
[안녕하세요 언럭키님. 혈맹 길드 전략기획팀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악마 군대 침공에 관하여 미팅하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일단 저희가 원하는 도시로 침공해 주시면 10억 원 정도의 협조금을 낼 의향이 있으며…(중략)…]백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얼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