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95
296화
헤탄은 한 때 언럭키의 성장에 90% 이상 공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리바 델 레이의 세력을 쫓으며 여러 가지 임무를 내리고, 그 보답으로 후한 보상을 퍼줬던 것이다.
아무리 언럭키가 행운의 무지개 능력을 가지고 있었어도, 헤탄이 없었다면 절대 지금 같은 위치에 이렇게 빨리 도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건강한 것 같아 반갑구먼. 으허헛.”
“헤탄님이야말로 정정하십니다.”
“나야 한참 현역이지. 늙은이 취급할 생각은 하지도 말게.”
헤탄이 껄껄거리며 웃었다.
로브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근육질의 신체는, 헤탄이 여전히 강자라는걸 말해주고 있었다.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맞네.”
“제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요?”
지금 그들이 만난 장소는 도시가 아니고 드넓은 황야의 한복판이었다.
심지어 계속 이동 중이었다.
미리 말해줘도 만나기 쉽지 않을 텐데, 콕 집어 찾아오다니.
“호르헤른 가문의 정보력을 얕보면 안 되지. 오랫동안 리바 델 레이를 추격하던 우리 아닌가. 무력은 몰라도 정보력 면에서 우리 가문보다 더 뛰어난 가문은 그리 많지 않을 걸세.”
도시를 지배하는 영주 가문들은 모두 강력하지만, 그중에서도 더 특색있는 분야가 있었다.
어떤 가문은 강력한 기사단을 보유했을 수도 있고, 역사에 나오는 무기나 희귀한 비전 스킬을 가지고 있는 곳도 있겠지.
호르헤른 가문은 정보력으로 유명했다.
세계 곳곳에 퍼진 정보원들이 리바 델 레이를 추격하기 위해 애쓰면서, 온갖 정보들이 모이는 것이다.
“그렇군요. 확실히 호르헤른 가문이 대단하네요.”
“그렇지.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아주 잘 알죠. 가주님은 잘 계시죠?”
“그럴걸세. 나도 못 뵌 지 꽤 오래됐어. 인사치레는 이쯤 하고, 본론으로 넘어가도 될까? 시간이 많지 않거든.”
“얼마든지요.”
언럭키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헤탄이 내려주는 호르헤른 가문의 퀘스트는 그 무엇이 됐던 애매했던 게 없었다.
전부 다 뛰어난 보상을 내려주는, 꿀단지 퀘스트들로 가득했던 것이다.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만, 악마들 때문에 세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어. 잘 통치하던 여러 가문의 주인이 바뀌고, 여기저기 전운(戰運)이 감돌고 있네.”
“그렇죠.”
“그리고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리바 델 레이도 활동을 시작했네. 지금처럼 음지에서 수작만 부리는 게 아니고, 아예 본단이 움직일 생각인 모양이더군.”
헤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는 뜻일세. 본단의 정확한 위치는 물론이고 거길 지키는 결계에도 변고가 발생하겠지. 어쩌면 꽁꽁 숨겨져 있던 본단을 아예 공격해 들어가 불태울 수 있을지도 모르네!”
열변을 토하던 헤탄이 언럭키를 바라봤다.
“그러니 자네가 도와주게. 오랜만이긴 하지만 자네는 그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군. 자네만 한 강자는 리바 델 레이에도 그리 많지 않을걸세. 예전부터 놈들은 우리의 적이었고 자네의 적이기도 했지. 그러니 놈들을 뿌리 뽑는 데 함께해주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는데 누가 들을지 몰라서 일부러 황야까지 찾아왔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퀘스트 : 리바 델 레이 본단 공격.]-퀘스트 등급 : 레전더리.
-퀘스트 설명 : 세상이 혼란에 빠지며 리바 델 레이 역시 본격적으로 야욕을 드러냈습니다. 본단이 열리고 오래된 악(惡)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입니다. 호르헤른 가문과 함께 악을 뿌리 뽑으십시오.
-퀘스트 보상 : 적정량의 경험치, 헤탄의 보답.
-퀘스트 성공 시, 연계 퀘스트 수행 가능.
오랜만에 받은 레전더리 퀘스트였다.
한동안은 사냥에 집중하면서 퀘스트를 수행하지 않았는데, 좋은 기회였다.
“나는 사실 지금 전쟁을 하고 다니는 악마 군대도 그 악신의 교단 놈들이 불러낸 걸 수도 있겠다 싶네.”
“어…그건 아닐 겁니다.”
언럭키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그러나 헤탄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왜? 아직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심증은 이미 그놈들의 짓이라고 확신하고 있어. 아니면 세상에 그 어떤 사악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자가 저만한 악마 군대를 소환할 수 있겠나. 잡졸 따위가 아니라 진정 거대한 악(惡)만이 저런 짓을 할 수 있을 텐데, 생각만 해도 절로 소름이…”
“잠깐. 잠깐만요. 그거 접니다.”
“뭐?”
“악마 군대를 소환한 건 제가 한 겁니다.”
“…….”
헤탄의 입이 딱 다물렸다.
언럭키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채앵!
“놈! 지금까지 우리 호르헤른 가문을 속이고 있었구나! 귀신같은 가면이었다!”
“자, 잠깐만요 헤탄님! 무기 집어넣어요!”
“시끄럽다! 이 자리에서 처치해주마!”
“아니…좀 들어보시라니까요??”
헤탄을 진정시킨 건 한참 동안이나 도망치면서 그를 설득시킨 후였다.
* * *
“하아….”
“헛험. 미안하네. 빨리 말하지 그랬나.”
“바로 달려들었으면서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크험험.”
헤탄이 민망한지 연신 헛기침을 했다.
그러나 할 말은 많았다.
“세상 그 누구에게 가서 말해봐도 나를 이해할 걸세. 악마 군대를 자네가 불러냈다니. 리바 델 레이도 하지 못한 짓 아닌가.”
“음….”
이것에 대해선 언럭키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나저나, 걱정 하나는 덜었군. 최소한 악마 군대가 리바 델 레이 놈들이 불러낸 건 아니니, 그 둘이 힘을 합칠 리는 없겠어.”
“그럴 겁니다.”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는 제파르는 혼자서 다 깨부수고 다니면 다녔지, 음흉한 놈들과 힘을 합칠만한 자는 아니었다.
지옥의 여포가 있다면 제파르 같은 군주 아닐까 싶다.
그 순간,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까… 제파르의 군대를 아예 리바 델 레이 본단으로 보내면 어떻게 되는 거지?’
원래 하던 고민은 큰 금액을 제시한 길드들의 제안을 고민하고, 그에 맞춰 악마 군대를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퀘스트에 도움 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단 헤탄이 합류한 언럭키 일행은 제파르가 있는 빌류르로 향했다.
도시 내부는 분주했다.
악마들이 점령했던 그때로부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기에, 전쟁의 피해는 많이 복구되었다.
도시도 슬슬 제 기능을 찾았다.
“사람들이 많군?”
헤탄이 놀랍다는 듯 주변을 보며 말했다.
거리에는 악마들보다 오히려 인간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
장사하는 NPC, 사냥터와 던전을 찾아가는 유저를 가리지 않았다.
“어찌 이럴 수가…. 공성전을 펼치면서 인간들은 다 죽였을 줄 알았는데?”
“제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제파르는 언럭키에게 큰 신뢰를 갖고 있었다.
어지간한 조언은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정도로 말이다.
당연히 언럭키가 인간들을 학살하지 말라고 조언했음은 물론이고, 제파르 역시 굳이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의 목적은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지, 인간을 말살해야겠다거나 하는 건 없었다.
오히려 악마들이 인정을 받으려면 인간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는 생각마저 있었다.
“여러모로 예상을 벗어나는군.”
언럭키의 설명을 들은 헤탄이 떨떠름한 어조로 말했다.
악신의 교단인 리바 델 레이와 싸우다 보니, 당연히 악마들은 매우 사악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언럭키는 일행들과 함께 영주성으로 향했다.
악마들이 분주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복도에서 갑옷 차림의 제파르와 마주쳤다.
“오. 자네 왔군?”
“성에 있었네?”
“조금 전에 복귀했다.”
제파르는 그답지 않게 피곤한 모습이었다.
격렬한 전투를 잔뜩 치르고 온 모양새였다.
“안 그래도 할 얘기가 있었다. 이번에 도시 하나를 추가로 정복하고 왔는데, 오는 길에 웃긴 놈들을 만났거든.”
“웃긴 놈들?”
“자기네들이 악신을 모시는 교단인데, 힘을 합치자더군. 나보고 자기네들 교황과 대등한 권력을 주겠다고 한다.”
“!!!”
옆에서 헤탄이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리바 델 레이! 설마 그 제안을 받았나!?”
“넌 뭐냐?”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헤탄을 제파르가 불쾌하단 눈빛으로 쳐다봤다.
지옥의 군주들끼리의 대화에 한낱 인간이 끼어들다니.
“내 은사님이시다. 예전부터 나를 많이 도와주셨지.”
“흠. 그런가. 그렇다면 말을 나눌 자격이 있군.”
언럭키가 중재하자 제파르도 눈빛이 바뀌었다.
헤탄이 살짝 감격한 눈빛으로 언럭키를 힐끔거렸다.
그런 식으로 말해주다니!
제파르가 말을 이었다.
“그놈들의 제안을 받았냐고 물었나? 당연히 받지 않았다. 웃기지도 않는 제안이었지. 받지 않았을 뿐인가. 감히 그딴 제안을 한 놈들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그가 콧김을 내뿜었다.
“감히 누구를 본 적도 없는 교황이란 놈이랑 동급으로 놓는단 말인지. 더 고통스럽게 죽이지 않아 아쉽군.”
제파르는 분노했지만 그 반응에 헤탄은 화색이었다.
본인이 생각하던 최악의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제파르가 언럭키를 쳐다봤다.
“그래서 말인데. 다음 공격할 도시는 내가 임의로 정할 생각이다.”
“어…그래?”
언럭키는 애써 아쉬운 마음을 감추며 되물었다.
“어디로 가려고?”
“그놈들을 죽이기 전에 대충 말을 섞으면서 물어봤다. 너희들의 교황은 어디로 가야 볼 수 있냐고. 그랬더니 도시 ‘사마라’로 오라고 하더군. 일단 거기로 갈 생각이다.”
제파르가 히죽 웃었다.
“그놈이 내 대검 앞에서도 머리통이 찢어지지 않는다면, 그때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겠지.”
“…….”
언럭키는 침묵했다.
머릿속이 바쁘게 회전하는 느낌이었다.
‘도시 사마라? 잠깐만….’
일이 이렇게 풀릴 수도 있나?
“언제 출발할 생각이지?”
“내일. 함께하겠나?”
“좋아. 다만 지금은 먼저 준비할 게 있어서, 어디 좀 다녀오겠다.”
그렇게 말한 언럭키가 급하게 안전한 장소를 찾아 로그아웃했다.
* * *
“왔다! 연락 왔어요!”
혈맹 길드의 전략팀 직원 중 한 명이 소리치며 팀장을 바라봤다.
최근엔 공성전 이슈 때문에 길드 전체가 비상이라도 걸린 듯 조심스러웠는데, 이런 소란을 피우다니.
팀장은 질책부터 하고 싶었지만, 애써 참으며 한 번 물어봤다.
“무슨 중요한 연락이 왔길래 그러는 겁니까?”
“언럭키님이요! 우리 길드 제안 받아주겠대요! 도시 ‘사마라’를 공격해주겠다는데요?”
“뭐!!???”
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려 10억을 제시했지만, 답이 오지 않아 불안했었다.
다른 1티어 길드들도 대충 사정을 눈치챘기에 비슷한 제안을 했으리란 건 당연히 추측할 수 있었다.
솔직히 10억 정도면 혈맹 길드도 한 번에 제안할 수 있는 금액 치고 무리했다.
다른 길드들이 추가 옵션을 걸었을지언정, 이것보다 더 큰 금액을 주지는 못할 것 같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왔구나! 구체적으로 뭐라고 합니까?”
“입금하면 내일 당장이라도 출발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근데 빨리 입금 안 하면 다른 길드의 제안을 받을 거라고…”
“해요! 당장! 더 지체하지 말고!”
일단은 입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