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99
300화
컵라면의 제사에서 하얀빛이 나왔다.
“이거…언럭키님이 찾는 그 결과 맞죠?”
“맞아요!”
언럭키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레라지에의 성에 숨겨져있던 비기를 찾을 때도 똑같은 빛이 나왔었다.
하얀색 빛.
에픽 등급을 뜻하는, 월드 사가 최고 존엄 아이템 아니던가!
“다행히 비기가 던전에 보관되어있는 모양이네요.”
그리고 최고의 던전 탐색가인 컵라면은, 언럭키가 원하는 던전이라면 어떤 것이든 추적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언럭키는 조금 안도했다.
위치를 특정한 것만으로도 마냥 뒤처지지는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비칼렌이 나처럼 정확한 던전 위치를 알고 있을까?’
언럭키는 회의적이라고 봤다.
리바 델 레이가 괜히 역사의 뒤편에 존재하던 놈들이 아니다.
그런 놈들이 가진 보물의 종류를 알아내는 것부터가 반쯤 불가능한 일인데, 심지어 그 보물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미리 알고 들어오다니.
대주교인 에토도 불가능한 일이다.
냉정함을 되찾은 언럭키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비칼렌이 눈앞에 안 보여 불안했지만, 아마 놈은 올마스터의 비기가 어디 있을지 몰라 여기저기 열심히 뒤지고 다닐 터.
‘그렇다면 내가 먼저 가서 찾으면 그만이다!’
* * *
올마스터의 비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던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일행은 그리 오래 움직이지 못했다.
“엇? 던전이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 던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초 발견 던전이었다.
던전 앞에서 언럭키는 갈팡질팡했다.
원래 같으면 이 내부를 잔뜩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거 다 즐긴 다음에 온갖 뽕이란 뽑은 다 뽑아야 하건만.
지금은 비칼렌보다 먼저 비기를 획득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젠장. 비칼렌 이 인생에 도움 안 되는 놈 같으니라고….’
눈물을 머금고 던전을 지나쳐갔다.
그러나 언럭키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척후를 보던 아세린이 다시금 손을 저었던 것이다.
“또 던전이에요.”
“…….”
“어? 저기도 던전인데요?”
“커헉!”
“…괜찮으세요?”
아세린의 물음에 언럭키는 도저히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몸은 멀쩡할지언정 정신이 멀쩡하지 않았다.
이 던전들을 두고 움직이려고 하니 도저히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한 걸음씩 옮겨야 했달까.
“비칼렌! 이 복수는 반드시 해주겠다!”
그 대신 원한만 사무치게 생겨났다.
* * *
고난(?)의 던전 밭을 뚫고, 언럭키 일행은 원했던 장소 근처까지 왔다.
지하를 뻥 뚫어 만든 리바 델 레이의 본단은 내부에 여러 건물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메인으로 분류될만한 큰 것들이 몇 채 있었다.
마치 지상의 영주성 같은 것들이었는데, 언럭키 일행은 그중 하나의 앞에서 멈춰 섰다.
“던전이 이 안에 있나 봅니다.”
청동 화로를 들고 안내자 역할을 하던 컵라면이 그렇게 말했다.
불꽃이 안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더 갈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결계네요.”
-툭툭.
아세린이 성 전체를 뒤덮은 반투명한 구형의 결계를 손으로 건드렸다.
건드릴 때마다 물방울이 출렁이듯 결계가 눈에 보였다.
“때려 부수는 건 안 되겠죠?”
“안 됩니다. 우리가 여기 몰래 들어온 거라는걸 잊어서는 안 돼요.”
리바 델 레이 본단의 전부가 지금 지상으로 나갔다.
그들 입장에서는 본진이 감히 공격받을 거란 걱정도 없었을 테고, 수천 년만의 지상 행일 테니 나간 것일 터.
텅 빈 본단의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큰 기회인데, 함부로 날뛸 수는 없었다.
이런 결계는 잘못 건드렸다가는 외부로 나간 인원들에게 신호가 갈지도 모른다.
언럭키는 한참을 더 결계를 관찰했다.
혹시 뚫고 들어갈 빈틈이 있을지, 약한 부분이 있는지 등.
결론은 그런 건 없다였다.
“부수지 않고는 못 들어가겠어요.”
“에토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네요. 우리끼리 푸는 건 무립니다.”
버섯 모양 바위 입구를 열어줬던 것처럼, 에토가 또다시 무언가 도움을 줘야 했다.
“그러면 그때까지 뭐하죠?”
“뭐하긴요. 사냥해야죠.”
언럭키가 웃었다.
이제 완전히 여유를 되찾았다.
결계가 있어서 못 들어간다고?
상관없다.
비칼렌도 못 들어갈 게 분명하니까.
아무리 유령이라도 결계까지 막 뚫을 정도였다면 비칼렌과 자신이 버섯 바위의 지하 통로에서 마주칠 리가 없었다.
그 역시 결계가 없는 곳을 찾아 헤매다가 그곳으로 왔던 거였을 터.
에토에게서 뭐 새로운 방법을 듣기 전에는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렇게 언럭키 일행은 왔던 길로 돌아온 다음, 그냥 지나쳤던 던전으로 향했다.
-띠링!
[전투 괴물 연구소 던전을 발견하셨습니다.] [최초로 발견한 던전입니다.] [48시간 동안 던전 내에서의 경험치 획득량과 골드 획득량이 +150% 상승합니다.]리바 델 레이의 연구 시설 중 하나가 던전화 된 모양이었다.
안에 들어가자 괴상하게 생긴 몬스터들이 그들을 반겨주었다.
이런저런 실험을 통해 탄생했는지, 역겨운 수준의 외모였다.
팔이 3개, 다리가 4개 달린 놈들도 있었고, 배에서 이상한 촉수 다발이 흐느적거리기도 했다.
[악신의 전투 생명체]-레벨 : 297
접근하기도 꺼려질 만한 외관이었지만 언럭키는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이뻐 보였다.
“이리 와. 이 경험치 덩어리들아.”
쌍검을 뽑아 든 언럭키가 서서히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의 옆으로 해골들이 몸을 일으켰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일반 해골들은 본단의 함정들을 대신 밟아주느라 거의 다 죽고 없었지만, 정예 해골들은 대부분이 살아있었다.
연구소는 공간이 넓어서 해골 케르베로스까지 불러낼 수 있었다.
데스 나이트들이 해골 케르베로스를 타고, 해골 기사와 데빌 키메라가 그 옆을 보좌했다.
거대 괴수들이 몸으로 때우자 전투 생명체들의 시선 대부분이 그쪽으로 쏠렸다.
언럭키와 아세린은 그 틈으로 검을 휘두르고 다녔다.
각각 두 자루씩 총 네 자루의 검이 오러를 휘감은 채 여기저기 뻗어나간다.
툭툭 내지르는 검이었는데 결과는 굉장했다.
몬스터들이 별 반항도 못 해보고 픽픽 죽어 나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언럭키의 몸에서 빛이 번쩍였다.
-띠링!
[레벨업!]집중하고 있던 언럭키가 놀라서 움찔했다.
‘벌써?’
원래 쌓여있던 경험치가 많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벌써 레벨업이라니?
이제 언럭키도 레벨이 270대였다.
랭커 중위권도 벗어났다. 명백히 상위권.
조금만 더 나아가면 하이 랭커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이 구간에서는 경험치가 죽어라 안 쌓여야 정상인데…
‘여기 던전 놈들이 레벨에 비해 경험치를 많이 주는 모양인데?’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언럭키는 조금 더 진지한 표정으로 검을 고쳐 쥐었다.
“아세린님.”
“네?”
“우리가 봤던 던전들이 3개였나 4개였나 그랬죠?”
“4개였어요. 왜요?”
“그럼 하나당 최초 발견 보너스 48시간씩이니까, 총 8일. 8일 동안 철야할 수 있겠어요?”
“…….”
할 수 있겠냐?
아세린은 절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가리기 위해 애써야했다.
“어…사람이 잠도 자야 하는데 좀 무리이지 않을까요?”
“8일 동안 안자고 나중에 몰아서 자도 비슷할 것에요.”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더 이상 언럭키에게 말은 통하지 않았다.
이미 눈이 반쯤 풀려서 돌아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 * *
[도대체 여기는 어떻게 들어가는 거야!]언럭키 일행이 열심히 경험치를 쌓는 동안, 비칼렌은 광활한 본단 내부를 돌아다녔다.
유령이라 속도와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은 수색을 용이하게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아주 수상해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딱 봐도 뭐가 있어 보이는 성.
그러나 반구형의 결계가 둘러싸여 있어서 도저히 들어가질 못했다.
며칠 동안 개고생해서 발견한 곳이고, 또 거의 하루 넘게 들어갈 방법을 찾아봤지만…
[포기. 그냥은 못 들어가겠다.]비칼렌은 자신의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대신, 왔던 길로 되돌아왔다.
본단 어딘가에 결계를 뚫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데.
[헛…!?]문득 지상에 있는 인간들과 마주쳤다.
여기 있는 인간은 언럭키 일행뿐이었다.
며칠간 던전에서 사냥하며 지내느라 퀭하고 초췌한 표정의 언럭키 일행.
새로운 48시간이 지나며 다른 던전으로 옮기기 위해 밖으로 나온 그들이었는데, 그때 타이밍 맞게 딱 마주친 것이다.
언럭키는 비칼렌을 보고 눈에서 불꽃을 튀겼다.
“비칼렌!!”
이제 선배니 뭐니 하는 예우도 없어졌다.
며칠 전에 비칼렌 때문에 마음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그딴 예의를 어떻게 차리겠는가.
비칼렌은 화들짝 놀라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 멀어져갔다.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언럭키가 땅을 박차고 비칼렌에게 뛰어갔다.
어느새 그의 몸이 어둠 속으로 스르륵 사라졌다.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신’의 능력이지만, 단거리 스피드와 추적에 있어서는 굉장히 유용했다.
언럭키는 순식간에 비칼렌의 뒤편에서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쾅!
[크윽…!]튕겨 나간 비칼렌이 바닥에 내려섰다.
-덜그럭 덜그럭
그 주위로 해골들이 포위하듯 소환되었고 파티원들이 합류했다.
“도망 못 친다.”
“너 때문에 우리가 지금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데!”
뒷말은 벨라가 한 말이었다.
며칠째 잠도 못 자고 사냥만 하고 있어서 눈이 핏발선 그녀는, 평소의 과묵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버럭 소리치고 있었다.
비칼렌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나는 돌아가라고 말했는데 왜 나보고 지랄이냐?]며칠 만에 만난 것도 이상했는데 만나자마자 화를 내다니.
사실 이 고난의 레벨업 과정은 언럭키가 벌인 일이지만, 파티원들은 그를 원망할 수 없었다.
그 대신 그가 계속 욕하던 비칼렌을 함께 욕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비칼렌. 항복해라.”
언럭키도 다가와 검을 들이밀며 말했다.
처음엔 워낙 갑작스러워서 놓쳤지만, 두 번씩이나 도망치게 놔둘 만큼 그는 만만하지 않았다.
어느새 비칼렌의 주위로 해골들과 파티원들로 이루어진 포위망이 완성되었다.
공중으로 도망쳐도 조금 전처럼 언럭키가 따라붙어 공격할 터.
[…그래. 항복한다.]비칼렌이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바닥을 쳐다보고 있는 그의 두 눈은 음험하게 빛났다.
당장은 탈출의 각이 안보이지만 항복한 척하다가 기회를 엿봐 도망칠 생각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까이 와라 이 자식들.’
근접해지면 기습으로 몇 명을 처리하고 틈을 만들어봐야지.
비칼렌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때, 언럭키 파티원들이 다가왔다.
-퍽!
-콰득!
[???]그러고는 다짜고짜 주먹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검을 검집에 넣은 상태로 휘두르고 방패로 후려치는 등, 구타가 이어졌다.
[억! 어억…자, 잠깐만!]“우리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 잠깐은 무슨!”
“죽어! 그냥 뒤져버려!”
반쯤 잠에 취한 상태로 그들은 몬스터 때려잡듯 비칼렌을 후드려 팼다.
오러를 실어도 쉽게 죽지 않는 비칼렌이다.
화풀이용 샌드백으로 이만한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