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300
301화
“후우….”
[사, 살려주게…제발….]비칼렌이 엉망인 된 꼴로 말했다.
언럭키 파티원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그는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았다.
올마스터가 된 이후로 이렇게 얻어맞은 적이 있던가.
그러나 지금은 그 대단한 능력도 크게 소용이 없었다.
언럭키 파티는 다들 하이 랭커를 목전에 둔 강자들.
벨라가 단단하게 앞에서 버티고 언럭키와 아세린이 딜을 넣는 구조는, 혼자서 버티기 어려웠다.
그 강하던 보스몹들도 손쉽게 격파했지 않던가.
하물며 비칼렌은 죽어 유령이 된 후, 생전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
당장 언럭키를 1대1로 이기기도 힘든 것이다.
유령의 신체적 장점을 얻은 대가로 잃은 것도 많았다.
“하. 이제야 좀 스트레스 풀리네.”
언럭키가 손을 탁탁 털며 말했다.
파티원들 역시 동의했다.
지난 며칠 동안,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사냥만 했던 그들이다.
아무리 경험치가 좋고 레벨업이 좋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다.
그런 상황에서 샌드백이 되어주는 비칼렌은 잠깐이나마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몬스터를 패는 것과는 손맛도 전혀 달랐고.
“안 죽이나요?”
“죽이진 않을 겁니다.”
벨라의 물음에 언럭키가 고개를 저었다.
그가 단순히 선배 올마스터여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런 감성적인 이유로 살려주기엔, 언럭키는 너무 사회에 찌들었다.
물론 선배이니 살려주면 언젠가 또 써먹을 데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당장 쓸모가 있는 곳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여기서 비칼렌을 만났을 때, 유령처럼 휙휙 돌아다니는 그를 보며 떠올린 방법이 있었다.
* * *
[오른쪽으로 30m. 거기로 가면 이 벽 뒤로 들어가는 통로가 나온다. 거기에 몰려있는 적들이 12마리다.]“오케이. 이제 뒤로 빠져.”
벽을 뚫고 둥실 떠서 나타난 비칼렌의 말에 언럭키 파티가 빠르게 움직였다.
재빨리 통로를 타고 움직여, 갈림길을 지나쳐 쭉 나아갔다.
벽이 끝나며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장소가 나왔다.
언럭키가 훌쩍 뛰어 그 사이로 파고든 다음 검을 휘둘렀다.
오러가 춤을 추듯 휘저어지며 놈들의 HP를 마구 깎아냈다.
뒤따라온 아세린과 벨라가 한 손씩 거드니 전멸시키는 건 금방이었다.
-띠링!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적을 처치…]…
던전이 어떤 구조를 띨지는 랜덤이다.
다만 꽤 많은 던전들이 좁은 통로를 지닌 미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던전은 여러모로 불편했다.
언데드 최고 전력이라 할 수 있는 해골 케르베로스를 쓰지 못 하는 건 물론이고, 일단 몬스터를 찾는 것부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몬스터 밀집도가 그리 좋지 않은데 던전이 복잡하고 찾기 어렵다면, 길 찾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심지어 전투 도중에는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기도 쉽다.
잘못하면 왔었던 길을 또 오고 또 오는 식으로 헛되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아무리 최초 발견 던전 보너스가 있으면 뭐 하겠나.
48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중에서 절반을 헤매다 보내면, 열이 확 받기 마련이다.
물론 언럭키 일행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비칼렌이 합류하면서 속도가 이전에 비해 말도 안 되게 빨라졌다.
“뭐 하세요. 다시 출발 안 하고?”
[끄응…알겠다.]비칼렌을 임시 동료로 받아들이며 언럭키는 다시 그에게 존대를 해주었다.
비칼렌은 다시 벽을 뚫고 날아갔다.
던전 여기저기를 빠르게 움직이며 몬스터의 위치를 파악, 거기까지 가는 최단 거리를 찾아내 언럭키 일행에게 전해주길 반복했다.
‘…내가 지금 이게 뭐 하는 건지 모르겠군.’
그러는 와중에도 자괴감이 크게 들었다.
생전에는 위대한 올마스터였으며, 한때는 신들이 자신을 견제하기까지 했었다.
역사에 몇 번 등장하지 않을만한 재능을 가진 존재가 바로 그였는데, 이름 모를 던전에서 탐색꾼이나 하고 있다니.
그것도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협박으로!
“어어? 눈초리가 불순한데…혹시 딴생각하는 거 아니시죠?”
[…그럴 리가 있나. 내 눈은 순수하다.]“흠. 조심하세요. 다음번에는 진짜로 소멸시킬 겁니다. 더 이상 봐주는 건 없어요.”
언럭키가 경고하자 비칼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올마스터의 비기를 얻고 싶은 거지 소멸당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죽음에 미련이 많았다.
없었다면 유령이 되어서까지 삶을 연장하고 있지 않았겠지.
그렇기에 언럭키의 말을 얌전히 따랐다.
‘지금은 일단 신뢰를 회복하는 게 먼저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옆에 붙어서 기회를 노리자.
그러다 보면 비기를 강탈할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비칼렌의 속내는 뻔히 보인지라 언럭키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꿈도 크네.’
비칼렌은 유령이 되어 오랫동안 동굴 속에서 혼자 지냈다.
애초의 그전에도 사교성이 많은 편이 아니라, 홀로 다닌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 힘도 강하니, 표정 관리에 능숙할 리가 없었다.
인생에서 표정을 관리할 일 자체가 없는 것이다.
반면에 언럭키는 고아 출신인 데다가 사회생활까지 자극적인 맛으로 다양하게 경험해 본 몸.
비칼렌의 속마음 은쯤은 훤히 꿰뚫어 보였다.
‘뭐. 열심히 나서서 도와준다니 모르는 척하고 있어야지.’
비칼렌이 몬스터 위치를 잘 찾아주면 이쪽도 좋다.
[찾았다. 이번에는 저쪽이다. 그리고 나도 도우마. 비록 내가 패배했다지만 내가 도와주면 훨씬 더 속도가 빨라질 거야.]비칼렌이 정찰 후에 몬스터들에게 안내하며 그렇게 말했다.
겸사겸사 자신의 무력을 뽐내어 조금이나마 선배 대우를 더 받아보기 위함이었다.
완전히 파티의 일원으로 녹아들어가자!
그러나 언럭키가 그를 후려쳤다.
-빠악!
[크헉….]“가만있어요! 내 경험치 탐내지 말고!”
[??]비칼렌은 어안이 벙벙해 보였지만 언럭키는 단호했다.
어딜 내 경험치를 노리려고!
* * *
비칼렌과 함께 또 며칠을 더 사냥에 매진했다.
“더는…못 버티겠어요.”
“저도….”
잠이 쏟아져서 반쯤 눈 감고 다니던 파티원들이 마침내 항복했다.
전투에 참여 안 해서 상대적으로 체력이 우위에 있던 컵라면조차 걸으면서 자고 있었으니 말 다 했다.
언럭키도 비슷한 상태인 건 마찬가지.
“하루 푹 자고 오죠. 우리.”
하루의 휴가를 가진 그들은 휴식을 취했다.
휴식이라고 해 봤자 잠자기였다.
파티원 전원이 아무런 연락도 없이 24시간 동안 잠만 잔 것이다.
다시 접속한 다음, 아세린이 어처구니없어하며 말했다.
“아니 저 원래 푹 자고 일어나서 오랜만에 운동도 하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못 했어요.”
그녀는 같은 헬창이라 공감해주길 바라며 언럭키를 쳐다봤다.
그 역시 고난의 사냥 행군을 보내며 운동을 못한 건 매한가지였다.
당연히 근육 빠지는 기분이 들 테고 그건 참을 수 없을 터.
“저도 이렇게 오래 잘 줄은 몰랐네요. 마음 같아서는 저번처럼 헬스 방송이라도 한번 하고 오자고 하고 싶은데…”
“전 괜찮아요. 하루 더 쉴게요.”
벨라가 이때다 싶어 말했다.
언럭키가 신기하다는 듯 그녀를 쳐다봤다.
“그렇게 빨리 말씀하실 수도 있었군요?”
“…….”
“하여간, 아쉽게도 헬스 방송은 어렵겠습니다. 우편이 도착했거든요.”
언럭키가 손을 까딱였다.
그의 손에는 편지 하나가 들려있었다.
에토가 보낸 편지였다.
언럭키 일행은 성의 결계에 막힌 뒤, 에토에게 연락을 보냈다.
물리적으로 뚫기엔 부담스러우니 해결책을 달라는 연락이었다.
“호야. 고생했어.”
“왕! 왕!”
호야는 별것 아니었다는 듯 언럭키의 어깨에 머리를 비볐다.
직접 쓴 편지를 물고 호야가 열심히 날아갔다가, 답장을 들고 돌아왔다.
진화 한 호야는 한층 더 크고 빨라졌는데, 전투에는 아직 활용을 많이 안 해봤지만 이런 면에서 좋았다.
-연락은 잘 받았다. 내 부대는 계속 움직이고 있는데 정확히 날 찾아오더군. 못 본 사이에 호야가 훨씬 더 똑똑해진 것 같다.
편지의 첫 문장이었다.
언럭키가 살짝 놀라 호야를 쳐다봤다.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고 심지어 계속 움직이는 에토를 정확히 찾아서 편지를 전해주다니.
“똑똑해 똑똑해.”
“왕왕!!”
한 번 더 호야를 쓰다듬어 주고는 편지를 계속 읽었다.
-네가 말해준 성에 대한 묘사를 볼 때, 거긴 아마 메인으로 삼는 교황의 성일 거다. 다른 두 성이 더 있는데 거긴 지금은 부재중인 두 명의 추기경의 성이지.
교황, 추기경 둘, 일곱 대주교.
이렇게 열 명이 리바 델 레이의 핵심 간부들이었다.
-문제는 군대가 출발할 때만 해도 교황의 성에 결계 같은 건 없었다는 점이다. 있었으면 그에 대한 대비책도 내가 미리 알려줬을 텐데. 그래서 확신이 들었다. 교황놈. 본진을 비우면서 자기 성에 무언가 중요한걸 두고 온 게 분명해.
‘결계가 원래는 없었다고?’
그런 걸 일부러 특정한 장소에만 씌웠다는 건, 안에 뭔가가 있다는 게 틀림없었다.
언럭키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행운의 무지개 능력은 발동하지 않았지만,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대박의 냄새가 솔솔 난다!
-편지에 내 인장을 붙여 보낸다. 거기 처음 들어갈 때처럼 결계에 갖다 대봐라. 아마 어지간한 결계라면 대주교의 인장으로 충분히 해제될 텐데, 교황이 특별히 걸어둔 거라면 또 모르겠군.
편지는 그 말을 끝으로 보랏빛으로 빛나는 인장과 함께 끝나 있었다.
처음 이 본단에 내려올 때, 버섯 모양 바위 입구를 열 때 썼던 그것과 같았다.
“출발해봅시다.”
언럭키가 일행을 데리고 전에 봤던 성의 결계로 향했다.
여전히 성은 물샐틈없이 결계로 둘러싸여 있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에토의 편지에 있는 인장을 갖다 댔다.
‘이걸로 안 열리면 이제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지금까지는 에토를 믿고 편하게 사냥하면서 기다렸다.
그러나 에토의 인장까지도 작동을 안 한다면, 저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따로 찾아봐야 한다.
그건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골머리가 썩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결계는 인장을 갖다 댄 직후 깔끔하게 사라졌다.
“열렸어요!”
“이제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나 봐요!”
파티원들이 환호하며 결계에 막혔던 공간 쪽으로 들어갔다.
성문을 가볍게 부수고 움직이는데, 얼마 못 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크르르르….
-커흥!
성문을 지나쳐 내성과 연결된 뜰에는 최소 천 마리가 넘어갈 정도의 빽빽하리만치 많은 마수가 있었던 것이다.
흉악한 기세를 내뿜는 마수들은 그 기세와 숫자가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될 정도였다.
[마수들이 이렇게 많다니…. 결계에 특별한 함정이 없었던 대신, 파수꾼들을 이런 식으로 배치해놓았군. 어지간한 강자가 와도 대비할 수 있게끔.]올마스터인 비칼렌조차 위기의식을 느낄만한 적들의 숫자였다.
그가 힐끔 언럭키를 쳐다봤다.
이런 상황에서는 싸가지 없는 저놈도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는 못 배길…
[???]그러나 비칼렌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럴 수가!!??”
언럭키가 환하게 웃으며 마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