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304
305화
비칼렌의 반항을 가볍게 찍어 눌러준 후, 언럭키 파티는 천사들의 뒤를 따라 출발했다.
언럭키는 천사들의 대장. 포타테스가 있는 쪽이었다.
따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천사들이 함정을 돌파해주는걸 뒤에서 얌전히 지켜만 볼 뿐.
중간 중간 응원을 해주기는 했다.
“이야. 역시 대단하신 천사님들입니다. 이 어려운 함정들을 이렇게 쉽게 통과하시다니!”
“…….”
쉽게 통과하진 않았다.
천사들이 몸으로 다 때우면서 다치고 부상 받는 과정을 계속 겪었다.
“방금 전 함정은 정말 위험했겠군요! 그걸 이 정도 피해로 돌파하시다니!”
“아닛!? 과연 천사들이군요. 합격진을 펼쳐 함정의 피해도 분산시키는…”
“좀 조용히 좀 해주겠나?”
보다 못한 포타테스가 말했다.
언럭키의 응원은 응원이 아니라 무언가 기분 나쁘게 들렸던 것이다.
“듣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가기가 싫어지는데….”
“조용히 있겠습니다. 포타테스님.”
언럭키는 자신의 응원이 통하지 않아 아쉽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쏠쏠한 게 많았다.
‘교황이 지내던 성이라더니. 확실히 여기저기 보석들이 널려있군.’
전쟁을 펼치면 엄청난 군비가 필요하다.
당연히 지금 지상으로 나간 리바 델 레이도 마찬가지.
하지만 오랫동안 지하에서 부를 축적한 모양인지, 복도에 장식된 보석이나 금붙이들은 하나도 가져가지 않았다.
천사들도 그런 것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기에 언럭키만이 열심히 손을 놀려 인벤토리로 집어넣을 뿐이었다.
‘참 마음에 드는 놈들이야.’
말도 안 되는 난이도의 함정들을 깔아놨을 때는 그렇게 욕을 했지만, 지금은 정말 좋은 자들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포타테스님. 심상치 않아 보이는 방입니다.”
“음. 입구에 또 어떤 강력한 함정이 있을지 모른다. 조심하면서 들어가라.”
천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지금까지 지나온 복도와 달리, 지금 찾은 방은 입구부터가 굉장히 고풍스러웠다.
커다란 석문에 세상을 정화하는 초월자의 모습이 음각되어 있었던 것이다.
천사들은 두드려도 보고 만져도 보고 공격도 해본 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경계한 게 무색하게 방문에 함정은 없었다.
그 대신 안에는 주술사 비슷한 자가 머물렀던 모양인지, 의식에 쓰는 물건들이 다수 있었다.
반지르르한 해골, 염소의 머리, 피로 그려진 오망성,
“보기만 해도 음침하다. 내 손이 덜덜 떨리는 것 같은 기분이구나!”
포타테스와 휘하 천사들은 분노했다.
어둠의 에너지를 듬뿍 내뿜는 이런 물건들은 그들이 학을 떼게 만드는 것들이다.
“전부 파괴하라!”
“저도 돕겠습니다!”
언럭키도 천사들 틈에 슬쩍 끼어들었다.
천사들은 언럭키 역시 이런 걸 두고 보지 못할 만큼 역겨워하여 동참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언럭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진짜 다 의식용 물건들뿐인가? 뭐 괜찮은 거 없어??’
얼핏 보기엔 별 의미 없는 잡동사니들이었다.
가까이 있는 물건 몇 개를 집어 확인해보니 전부 노멀 아이템.
의식용일 뿐, 실전성은 전혀 없었다.
그런 것들은 가차없이 깨부쉈다.
“에잇! 이런 사악한 물건들이! 에잇 에잇!!”
으깨고 마구 발로 밟았다.
“흠. 혼돈 신수의 주인이라 그런가, 확실히 정의감은 투철하군.”
그 모습이 포타테스에게 흐뭇하게 비춰졌다.
그렇게 언럭키는 열심히 사악한 물건들을 부수는 척, 이것저것 살폈다.
눈이 빠져라 쳐다보는 순간, 방구석에서 그에게만 보이는 보랏빛이 번쩍였다.
화들짝 놀란 언럭키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수색하고 부수는 척, 그 빛이 보이는 곳으로 갔다.
“이런 쓰레기 같은 것들이 있다니! 용서할 수 없군요. 싹 다 가루로 만들겠습니다!”
“아주 훌륭하오!”
온갖 것들을 다 부수면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시야가 살짝 가리는 틈에 언럭키는 보라색 빛이 흘러나오는 물건을 귀신같은 손놀림으로 품속에 넣었다.
천사들도 각자 분노를 토해내며 열심히 부숴대고 있었기에 시선을 피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챙긴 물건은 책자였다.
손에 잡자마자 바로 정보가 보였다.
[스킬북 : 아포피스의 은총]제목만 본 언럭키가 흠칫거렸다.
‘아포피스?’
익숙한 이름이었다. 그리고 잊을 수가 없었다.
언럭키가 이미 보유한 스킬이었고, 지금까지 정말 잘 쓰고 있지 않았던가.
[스킬북 : 아포피스의 축복]-스킬 등급 : 레전더리.
-스킬 효과 : 언데드 소환 계열 스킬 중 하나의 소환 가능한 언데드의 숫자를 +1 증가시킨다. 레전더리 등급 이하의 언데드 소환 스킬만 가능하다.
-스킬 사용 제한 : 네크로맨서.
레전더리 등급 이하의 언데드 하나를 +1 증가시켜주는 사기급 스킬.
지금은 이걸로 해골 케르베로스를 증가시켜 두 마리로 만든 다음, 데스 나이트들에게 각각 한 마리씩 탈 것으로 준 상태였다.
‘설마 이름이 비슷한 거면 효과도 비슷한 건가?’
언럭키가 두근거리는 심정을 누르며 정보를 확인했다.
[스킬북 : 아포피스의 은총]-스킬 등급 : 레전더리.
-스킬 효과 : 언데드 소환 계열 스킬 중 하나의 소환 가능한 언데드의 숫자를 +1 증가시킨다. 레전더리 등급 이하의 언데드 소환 스킬만 가능하다.
-스킬 사용 제한 : 네크로맨서.
설명이 토씨 하나 없이 똑같았다.
레전더리 등급은 딱 하나씩만 존재하기에, 이름만 다른 스킬북인 모양이다.
이미 보유한 스킬을 하나 더 얻은 거였지만 언럭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별거 아닌 스킬도 아니고, 중복 적용되는 아포피스 계열 스킬이라니!
‘혹시 여기 더 돌아다니다 보면 비슷한 거 더 얻는 거 아냐?’
이걸로 데스 나이트나 해골 케르베로스를 증가시키면 전력이 또 한층 증가할 것이다.
아쉽게도 데빌 키메라는 해골이 아닌 키메라라서 불가능하겠지만…
“포타테스님. 여기 금화와 보석이 있습니다. 이전처럼 내버려 둘까요?”
“아니. 이 방은 사악한 공기가 떠돌던 곳인데. 금화라고 멀쩡하진 않을 것 같다. 가루로 만들어버려라.”
“알겠습…”
“잠깐만요! 잠깐 잠깐!!”
미소를 짓고 있던 언럭키가 여유도 없이 벼락같이 끼어들었다.
포타테스와 그 휘하 천사의 대화가 절대 그냥 듣고 넘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제가 들고 가서 정화하겠습니다!”
“자네가?”
“예. 사실 제 직업이 올마스터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성황이 될 수도 있지요. 그 때가 되면 축문을 비롯한 신성한 기도문을 욀 수 있는데, 그 때까지 보관하고 있다가 정화하겠습니다.”
“올마스터…시대에 한 번씩 나타난다는 그 천재였군. 하긴 그러니까 혼돈 신수의 주인이 될 수도 있었던거였겠지. 이제 이해가 되는군. 그런데 굳이 금화를 가져갈 필요가 있나? 여기서 없애면 그만이지.”
“아닙니다! 금이나 보석은 단단해서 완전히는 못 없애고 가루로 만들 뿐 아닙니까. 그럴 바에는 제가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완전히 정화해보겠습니다.
“우리와 같은 천사라면 모를까. 이런걸 들고 다니다가는 자네가 오염 될 수도 있네.”
“괜찮습니다. 이미 이 지하에 들어온 순간부터 감내한 일입니다.”
“음!”
포타테스는 감격했다. 성자라고 불리는 아닐진대 이렇게 인성이 훌륭할 줄이야!
이 정도까지 말했는데 위험하다고 계속 반대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하게.”
‘휴우. 설득이 통해서 다행이군.’
금화와 보석을 지킨 언럭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크릉! 크릉!”
[알겠다. 이 녀석아. 알겠으니까 자꾸 그렇게 겁주지 마라!]비칼렌이 확 짜증을 냈다.
호야가 옆에서 두툼한 앞 발로 그를 툭툭 쳤기 때문이다.
물론 그냥 친 건 아니었다.
비칼렌은 언럭키의 지시대로 천사들의 뒤를 따르면서 그들이 버리고 가는 전리품들을 회수했지만, 동시에 자신의 탈출 루트도 한 번씩 살펴보고 있었다.
이 쪽으로 가면 괜찮을까? 아니면 여기로 가면 놈들을 따돌릴 수 있나? 등.
혹은 리바 델 레이의 보물들 중에 자신이 써먹을 수 있는게 있나 연구도 해봤다.
문제는 호야였다.
이놈의 호랑이는 무슨 눈치가 그렇게 빠른지, 비칼렌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싶으면 한 번씩 제제를 가했던 것이다.
반항할 수도 없는 게, 호야는 두 번의 진화를 거쳐 성체가 되면서 너무나 강해졌다.
한 번의 발구름으로 수 킬로미터를 격하고 뻗어나갈 수 있으며, 그 속도는 눈으로 잡지 못할 정도였다.
육체를 잃고 유령이 되면서 전성기의 힘을 많이 잃은 비칼렌은 호야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
이긴다고 해도 문제다.
호야와 싸우면 시간이 꽤 많이 들 텐데.
그러면 앞에서 함정을 돌파하고 있는 천사들이 몰려와 합세할 것이다.
감히 혼돈 신수를 공격한 자신에게 눈이 뒤집혀 달려들겠지.
“끄응….”
비칼렌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툭 툭
[알았다 이 녀석아. 챙길 테니까 그렇게 치지 말라고.]비칼렌이 불평하느라 금화 하나를 놓치자 호야가 그걸 눈치채고 엉덩이를 쳤다.
나이 먹어 죽은 뒤 유령까지 되어서 이런 처량한 신세라니.
어쨌거나 천사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한 중간 즈음까지는 꽤나 지루했다.
그때쯤 언럭키 쪽은 레전더리 스킬북 하나를 얻었고 다른 쪽으로 따라간 파티원들도 하나씩 성과가 있었지만, 비칼렌 쪽은 유독 조용했던 것이다.
유령에게 금은보화가 무슨 소용일까.
자신에게는 필요도 없는 것을 협박에 굴복해 모으고 있다니.
‘이럴 시간이 없는데…올마스터의 비기를 찾아 성 전체를 샅샅이 뒤져도 모자랄 판에!’
아무리 성 내부의 함정이 강력하다지만, 비칼렌은 벽을 뚫고 다닐 수 있었다.
본인의 무력도 한가락 했고, 조심한다면 함정을 전혀 밟지 않고 다닐 수 있다.
도망칠 약간의 틈만 있으면 되는데…
“크릉!”
[아 딴 생각 안 했다니까! 정말로 사람 아니, 유령 말을 믿지를 않는구나!]호야가 귀신같이 움직여오자 비칼렌이 변명하기 급급했다.
무슨 영문인지 딴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저리 반응하니 뭘 할 수가 없었다.
날아서 도망치려 해도 호야가 더 빨리 달려들 테니, 그 조그만 틈이 안 생겼다.
결국 꼼짝없이 천사들을 쫓아다니며 금은보화를 주워 호야의 입 속 창고에다 넣어주고 있었는데…
[어…!??]비칼렌이 일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듯 움찔거렸다.
전신의 연기가 일렁거렸다.
‘비, 비, 비…비기다!!!’
어찌 저걸 몰라볼 수가 있을까.
얼핏 보기엔 복도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는 낡고 오래된 장식 같아 보인다.
그러나 비칼렌은 거기에서 느껴지는, 오직 올마스터만이 느낄 수 있는 힘을 알아챘다.
하지만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지금은 저걸 손쉽게 취할 때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지나가다가, 누구보다 빠르게 챙겨서 꿀꺽 삼킬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는 한 걸음 움직였다.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걸음이었다.
그때 호야가 번개처럼 뛰어오르더니 장식품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는 꿀꺽 집어삼켰다.
[!!!!]비칼렌의 두 눈이 충격으로 부릅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