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308
309화
새로 올마스터의 비기를 얻게 되며 이제 언럭키는 동시에 4개의 직업을 보유하게 되었다.
‘검왕’, ‘사신’, ‘네크로 엠페러’, ‘신궁’.
사실 신궁은 앞으로의 전투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은 직업이다.
활 들고 적을 후려칠 것도 아니고, 근접전에서 싸우는게 보통인 언럭키에게 신궁이 추가된다고 뭐가 많이 좋아질까?
보스 몬스터 가고일을 잡을 때는 분명 좋았지만, 그렇게 멀리서 화살만 날리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그러나 막상 실전에 투입하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저기 또 온다.]비칼렌이 둥실 뜬 채 날아오며 말했다.
비기를 언럭키가 획득한 이후, 비칼렌은 망연자실했지만 포기하면 편하다는 선조들의 지혜를 써먹었다.
그냥 언럭키를 보며 대리만족이나 느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렇기에 언럭키의 파티에 함께하며 정찰과 유인을 해주고 있었는데, 그런 비칼렌의 신호에 언럭키가 활을 들었다.
-끼리릭
활시위가 쭉 당겨지고 저 멀리서 몬스터들의 괴성이 들린다.
제대로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초인을 넘어선 언럭키의 감각은 소리만 듣고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피피피피핑!
시위를 놓음과 동시에 화살통에서 새 화살을 꺼내어 다시 쏘고 또 쏘고…
그 과정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반복되었다.
거의 동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연사된 화살이 어둠 속 저 멀리까지 날아갔다.
-푹! 푹! 푹!
소리는 잠시 후에 들렸는데, 그 직후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적을…]…
‘비대면 사냥이 이렇게 편했다니.’
가까이 붙어서 칼로 썰어버리는 건 그 나름의 맛이 있지만, 효율 면에서는 어쩌면 신궁이 최강인 것 같다.
가까이 접근하기도 전에 활로 다 처리해버리기에 걸음이 멈춰지지가 않는다.
물론 활로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도 나온다.
브라흐마스트라가 아무리 레전더리 아이템이라지만 이제는 레벨 제한이 많이 낮다.
공격력은 한정되어있고, 고레벨 던전에는 화살 한 방 정도는 충분히 버티는 놈도 많았다.
그런 놈이 달려들면, 그때는 언럭키도 활을 집어넣고 검을 꺼냈다.
-우웅!
진정한 올마스터로서의 힘. 오러를 꺼내든 채 날뛰고 주변에서 파티원들이 보조했다.
순식간에 일련의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일행은 계속 나아갔다.
저 멀리 추가로 몬스터들이 다가오면 다시 활을 꺼내고, 화살비에 죽지 않은 몬스터들은 근접적으로 처치하길 반복.
-띠링!
[레벨업!]약간의 시간 차이가 있었을 뿐, 일행 전원의 몸에서 빛이 번쩍이고 지나갔다.
“속도가 훨씬 빨라졌네요. 이러면 예상했던 것보다 성장 시간을 훨씬 더 단축시킬 수 있겠어요.”
언럭키가 활짝 웃었다.
같은 던전을 돌아도 빠르게 돌면 그 훨씬 효율이 좋아지는 법.
“그러면 우리… 잠잘 시간도 생기나요?”
“아뇨? 효율이 좋아졌는데 잠을 왜 자요? 그러면 기껏 효율 좋아진게 쓸모가 없잖아요.”
“…….”
벨라의 기대감을 무참히 짓밞은 언럭키가 앞을 가리켰다.
“다시 출발하죠!”
“후. 지옥의 일정…가보죠.”
“각오하고 있습니다!”
일행들이 나름 어금니를 앙 물며 견딜 각오를 했다.
많이 힘들겠지만 버텨보리라!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얼굴에서 독기가 빠졌다.
1주…2주…3주….
리바 델 레이의 군대는 3주 동안이나 본거지로 돌아오지 않았고, 인간인 이상 잠은 자야한다.
일행들은 게임 하다가 기절한다는 걸 몇 번씩 경험하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전화로 깨워줬고(대부분 언럭키였다), 나중에는 아예 언럭키의 사무실로 불러서 합숙 훈련식으로 진행했다.
자금에 여유가 많아졌기에 사무실에 추가 캡슐을 구매할 여력은 충분했다.
그렇게 3주 동안 지옥 같은 일정을 겪으며, 가장 먼저 언럭키가 300레벨에 도달했다.
* * *
레벨 300을 달성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언럭키와 파티원들도 그걸 느끼고 있었지만, 외부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거의 대부분 경악이었다.
300의 전당에 언럭키의 이름이 올라오다니!
-언럭키가 게임 시작한게 언제였지? 300렙을 이렇게 빨리 달성하는 게 말이 돼?
-기록 아님? 지금까지 어떤 유저도 이런 속도로 300찍은 사람은 없었던 것 같은데.
-가서 한 번 봐야겠음. 무슨 버그라도 쓴 거 아닌가?
-월드 사가 아니고 다른 게임이었다면 진짜 버그라고 의심했을 듯.
때아닌 언럭키의 미튜브 채널이 호황이었다.
최근 영상이 아닌, 예전 영상이 말이다.
초창기 영상을 보면 언럭키가 초보자인 시절부터 미튜브에 잘 담겨 있었다.
최신 댓글을 보면 의견은 두 개로 갈려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300렙을 찍을 수 있었든 건가!
초보자 때부터 떡잎이 보였다. 플레이하는 걸 보면 그럴 만하다.
이 두 가지로 말이다.
구독자가 되어도 초중급자 시절의 영상까지 찾아보지는 않는데, 예전 영상들로 창출되는 수익이 많아졌다.
그리고 살펴본 유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럭키라면 그럴 만하네.
-개사기 직업들로 계속 바뀌고 본인 센스도 장난 아니고 운도 좋고…진짜 300레벨 이렇게 빨리 찍을 만하다.
-근데 좀 빡치는 게 옛날 영상엔 왜 이렇게 자꾸 본인이 본인 보고 운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네.
-ㅇㅇ 동감하는 부분. 운이 좋다 못해 넘치는데 자꾸 운 없다고 해. 뒤질라고.
* * *
하이엘프 초월자 유디스는 빠른 속도로 땅을 박차고 이동했다.
정확한 지리는 모르지만 자신의 영혼이 갇혀 있던 곳은 감각적으로 어딘지 알고 있었다.
초월자의 감각이란 건 단순한 본능 정도가 아니다.
미래 예지급의 예언인 법.
그녀는 정확히 리바 델 레이의 본거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땅을 접듯이 달리는 와중, 그녀는 일련의 군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원래라면 그리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놈들이군.”
그러나 군대에서 풍기는 기운이 그녀의 발걸음을 멈췄다.
자신의 봉인석을 관리하던 놈들.
순도는 낮지만 똑같은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유디스가 자신의 허리춤에 매어져있는 검을 쓰다듬었다.
세계수로 만들어진 신목검(神木劍)이다.
저들에게 원한은 크지 않았다.
초월자라는 건 세상의 이치에서 반쯤 벗어나 있기에 사소한 원한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를 봉인한 건 악신이었지 리바 델 레이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자신의 영혼이 풀려나지 않도록 영혼석을 지킨 건 좀 괘씸하지만…
고민하던 그녀는 검을 빼 들었다.
크지 않은 원한이기에 가벼운 훈계 정도만 내릴 생각이었다.
멀찍이 있는 군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반월 모양의 참격이 날아가면서 점점 거대해졌다.
종국에는 길이가 킬로미터 단위로 커져, 군대 전체를 덮치는 일격이 되었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모래가 치솟고 비명이 터졌다.
절반 이상이 죽거나 다친 참상.
굳이 마무리까지는 하지 않고 검을 집어넣었다. 그때 그녀의 눈에 하늘을 밟고 날아가는 새하얀 신수가 보였다.
밝은 털을 지닌 집채만 한 호랑이.
‘쟤는…얼핏 본 것 같아.’
영혼석에서 풀려나기 직전. 은인과 함께 있던 일행에 저런 신수가 있었던 것 같다.
눈을 반짝인 그녀가 호야가 날아간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길은 봐놨으니 놀라지 않게 천천히 따라갈 심산이었다.
* * *
“에이. 아쉽네. 하필 지금 회군한다고 해가지고.”
언럭키 일행은 리바 델 레이의 근거지를 벗어날 결정을 했다.
리바 델 레이의 병력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나타난 적에 의해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고.
호야가 다급히 와서 전해준 말에 후퇴 결정을 내렸다.
피해를 입은 군대는 당연히 본거지인 여기로 돌아올 테니 말이다.
“크릉. 크릉.”
“그래? 엄청 센 적이었다고? 머리가 길고… 여자란 건가? 흠. 리바 델 레이가 워낙 음흉한 놈들이라 적이 많긴 하겠지.”
호야가 열심히 발짓으로 묘사하는 걸 보며 언럭키는 그럴 수 있겠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호르헤른 가문같이 리바 델 레이에 원한을 품고 있는 자들이 이 대륙에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 자들도 끊임없이 리바 델 레이를 쫓고 있을 테니 적이 나타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혼자서 군대를 처치했다니. 엄청 강한가 보네.’
지금의 언럭키조차 군대를 상대로 이겨보라고 하면 자신이 없었다.
어중이떠중이도 아니고 리바 델 레이의 군대 아닌가.
강력한 어둠의 힘으로 강화된 병사들과, 그들을 이끄는 고수들이 있을 터.
“다행이다 호야. 무사히 도망쳐서. 어디 다친 덴 없지?”
“크릉! 크르릉!”
“그래 그래. 고생했어. 푹 쉬어. 간식 줄까?”
인벤토리에서 고깃덩이를 꺼내자 호야가 신나서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 그 존재가 자신을 살려서 보내준 것 같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녀만 한 강자라면 자신이 도망치는 것도 뻔히 다 보고 있었을 텐데, 일부로 놓아준 느낌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신수로서 느낀 감각에 의하면, 상대는 정말 강했지만 자신에게 호의를 품고 있었다.
분명히 처음 보는 존재였는데 왜 그런 건지….
이걸 말해주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언럭키와의 의사소통은 일방통행이었다.
언럭키의 말을 알아듣는 거라면 모를까, 호야의 말은 발짓과 눈치만으로 이해해야 했기에 복잡한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반쯤 간식에 정신이 팔려서 차마 계속 발짓으로 설명하지 못하기도 했고.
“진짜 아쉽네요. 미안해서 어쩌죠? 다 같이 고생했는데 저만 300찍고 끝나버리다니….”
언럭키가 미안한 마음을 갖고 파티원들을 쳐다봤다.
반대 입장이었다면 속이 꽤 많이 쓰렸을 것이다.
열심히 동고동락하면서 개고생을 했는데 한 명만 300레벨을 달성하고 끝나다니?
“아뇨. 저희는 괜찮아요. 정말로요. 그렇죠?”
“네, 네. 300 달성 안하면 누가 죽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하면 됩니다. 천천히.”
아세린과 컵라면이 전력을 다해 손을 내저었다.
그들은 언럭키와 생각이 달랐다.
‘드디어 쉴 수 있게 됐네.’
‘리바 델 레이 놈들은 뭐 그렇게 해먹을 게 많다고 밖에만 돌아다닌 거야?’
3주 동안 죽을 고비를(몬스터 때문은 아니다) 몇 번이나 넘기면서 얼마나 그들을 그리워 했던가.
리바 델 레이가 회군하면 어쩔 수 없이 여길 나가야 하기에, 언제 회군 소식이 들릴까 손꼽아 기다렸다.
처음엔 1주일이면 되겠거니 싶었는데, 설마 3주나 걸릴 줄이야!
게으름뱅이들이라고 수없이 욕도 했었다.
그러나 고생의 시간은 끝났고, 이제는 다시 좀 정상적인 패턴으로 돌아오게 될 터였다.
“자. 어서 가죠!”
아세린을 비롯한 파티원들이 언럭키를 잡아끌듯이 하며 왔던 길을 통해 지하를 빠져나갔다.
그들이 온 곳은 황무지에 있던 버섯 형태의 바위 지하였다.
거기만 유일하게 결계가 없었기에 뚫고 들어온 장소였다.
-쿠르릉!
움직이는 바위틈 너머로 빛이 들어온다.
“햇빛이 그리웠다고요 진짜!”
지하의 인공적인 빛과는 따스함부터 다르다.
아세린이 활짝 웃으며 밖으로 나갔는데, 곧 정적이 흘렀다.
“왜 그러세요? 호들갑 떨 것처럼 하더니.”
언럭키가 뒤따라가며 물었다.
소리라도 한바탕 지를 것처럼 하더니 왜 저렇게 조용하지?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
“…….”
버섯 바위 앞은 원래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군대가 빽빽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너희는 뭐냐? 왜 거기서 나오는 거지?”
[보스 몬스터 : 추기경 ‘옥토스컬렛’]-레벨 : 391.
레벨 391짜리 보스몹이 그렇게 물어오는데, 언럭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할 말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