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316
317화
“올마스터를 소환한다니…그는 오래 전에 죽은 자 아닙니까?”
추기경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초월자를 같은 초월자로 막는다.
말이야 좋은 방법이다. 할 수만 있다면.
초월자들이 마지막으로 등장했던 때는 리바 델 레이의 신이 생존해있던 때와 같다.
대륙의 모든 초월자가 그들의 신과 같이 공멸했으며, 극소수의 초월자만이 생을 부지한 채 봉인되었을 뿐이다.
“혹시 그 올마스터 초월자도 엘프 같은 수명이 긴 이종족입니까?”
“아뇨. 제가 알기로는 인간입니다.”
“음…그러면 설사 죽지 않고 봉인되었다고 하더라도 못 써먹을 것 같습니다만….”
아무리 초월자라고 해도 태생이 인간이라면 수명의 한계가 있었다.
기껏해야 300년 정도로 수명이 늘어나는 게 고작인데, 봉인이 풀리자마자 죽음을 맞이할 터였다.
“아마 그렇겠지요. 게다가 그 가정은 틀렸습니다. 기록서에 보면 올마스터 초월자는 대전쟁 때 죽었다고 하거든요.”
“……?”
추기경은 교황의 말에 더더욱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초월자를 부른단 말인가?
“많이 궁금하신 모양이시군요. 후후. 잠시 지켜보십시오.”
교황은 빙긋 웃더니 책장 옆에 있는 조그마한 의식용 그릇을 매만졌다.
돌로 만들어진 두꺼운 그릇이었는데, 그 안에는 새빨간 핏물이 가득 차있었다.
교황은 그릇을 양 손으로 매만지며 자그맣게 입술을 달싹였다.
음산한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추기경은 고개를 푹 숙였다.
리바 델 레이의 교황이 되는 데에는 필수 조건이 있다.
바로, 영혼을 다루는 혼령술의 마스터일 것.
리바 델 레이의 지상 목표가 악신의 부활인 만큼, 혼령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언젠가 악신의 육체 파편을 한데 모아 다시 부활시키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었던 것이다.
이번 대의 교황 역시 마찬가지.
실제로 지금의 교황은 악마들 덕분에 전쟁을 벌이면서 악신의 육체를 꽤 많이 모았으며, 부활 준비에 들어가 있었다.
꽤 오랫동안 주문을 외던 교황이 그릇에서 손을 떼었다.
“이런 식으로 제 힘을 써버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덕분에 신의 부활이 조금 더 늦어지겠군요.”
“괜히 저 때문에…면목 없습니다 성하.”
“아니에요. 이게 어찌 추기경님의 잘못이겠습니까. 우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초월자의 봉인을 푼 쥐새끼들의 탓이지요.”
교황은 허허롭게 웃었지만 속으로는 어쩔 수 없이 화가 나긴 했다.
오랜 숙원 사업을 해내고 있는 와중에 이런 거슬리는 일이 일어나다니.
“도굴꾼들이 하필 제가 없는 타이밍에 맞춰 오다니…. 제가 있었으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오랫동안 가지고 놀아줬을 텐데. 그게 아쉽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얼굴을 봤습니다. 비록 갑작스레 난입한 초월자 때문에 처리는 못했습니다만, 나중에 바쁜 일이 끝나고 나면 제가 직접 대륙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찾아내겠습니다.”
“그러시면 부디 살려서 데려오시지요. 얌전히 죽여주기에는 지은 죄가 많으니까요.”
“예. 성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둘이 그러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릇 속의 피가 펄펄 끓기 시작했다.
한참을 부글거리던 핏물은 곧, 그 위에 희끄무레한 형체 하나를 만들어냈다.
[나를 부르는 자가…누구냐.]“허허. 부름에 응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황이 나타난 유령을 보며 공손히 인사했다.
“올마스터 비칼렌이시여.”
* * *
비칼렌은 언럭키 파티가 추기경의 군대에 둘러싸였을 때에 헤어졌다.
원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언럭키가 또 하나의 비기를 획득한 이후, 비칼렌은 내심 자신이 올마스터의 비기를 얻는걸 포기했다.
그 대신, 오랫동안 꿨던 꿈을 후배가 이뤄주길 바랬다.
진정한 올마스터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
그거라면 유령이 되어서까지 연장하던 삶에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다만 그건 평온할 때의 이야기였다.
리바 델 레이의 군대에 둘러쌓인 순간, 비칼렌은 마음이 변했다.
‘진정한 올마스터의 탄생을 보지도 못한 채 죽을 수는 없다.’
승산이 없다는 걸 알아챈 순간, 그는 들키지 않게 꽁무니를 뺐다.
추기경을 비롯한 군대의 시선이 언럭키에게 쏠려 있었고, 유령인 점을 최대한 살렸던지라 가능했다.
어차피 언럭키를 비롯한 파티원들은 모험가라서 죽어봤자 일정 시간 후에 부활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반면에 자신은 잡혀서 죽는다면 그대로 끝.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이게 맞았다.
그렇기에 무사히 도망치는데 성공하게 되었다.
아니. 성공한 줄 알았다.
‘저 놈…!?’
갑작스레 자신을 부르는 힘에 저항하지 못하고 끌려오게 되어 어찌나 놀랐던가.
게다가 온 곳에는 자신을 도망치게 만들었던 리바 델 레이의 추기경이 있었다.
그를 보니 맥이 탁 풀렸다.
‘나는 못 알아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단 말인가.’
보아하니 언럭키 파티를 전멸시키고, 그것도 모자라서 도망친 자신까지 마법을 써서 불러낸 모양이었다.
실로 흉악한 수법이었다.
“과거의 명성 높은 올마스터, 비칼렌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반갑군.]비칼렌은 예상과 다른 예의바른 말투에 흠칫 놀랐지만 티 내지 않고 자연스레 대꾸했다.
언럭키 일행과 함께하며 제 자신을 숨기는 모습을 나름 배웠다.
교황은 비칼렌의 한 박자 느린 반응을 보고도 별달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갑작스레 소환되어서 상황이 얼떨떨 한가보다 싶었을 뿐.
“예전부터 비칼레님의 명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언제 한 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왔군요.”
교황의 말은 진심이었다.
역대 교황들은 역사서를 달달 외우다 시피 했으며, 자연스레 자신들의 신에게 가장 위협적인 초월자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초월자 올마스터.
후대의 올마스터들도 시대를 거듭하며 등장하긴 했지만, 그 누구도 다시 초월자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교황은 우연찮게 비칼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역대 올마스터 중에서도 극히 소수만이 비기를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비칼렌님은 야망이 있으셔서 그 이상을 바라기에 유령이 되어서까지 삶을 연명하고 계시는 거지요?”
[……. 놀랍군. 내 마음 속에 들어와 본 것처럼 잘 알고 있어.]비칼렌은 깜짝 놀랐다.
처음 보는 자가 자신에 대해 저렇게 자세히 파악하고 있다니?
교황은 빙긋 웃어 보일 뿐, 더 말을 잇지는 않았다.
올마스터 초월자의 탄생을 경계해 정보를 수집하다가 우연찮게 비칼렌에 대해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지요. 저는 비칼렌님의 염원을 이루어 드릴 수 있습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쉽게 말하지 마라.]비칼렌이 얼굴을 굳히며 정색했다.
그건 그리 쉽게 입에 담을만한 말이 아니었다.
“저는 리바 델 레이라는 종교를 이끄는 교황입니다.”
[…….]이걸 들었을 때, 비칼렌은 놀란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 애써야했다.
얼마 전까지 언럭키 파티와 열심히 같이 털어먹던 성의 주인 아니던가!
“무례하게 들렸을 수도 있지만, 제 말은 진실입니다. 실제로 저는 올마스터의 비기를 하나 보유하고 있지요.”
비기를 하나 얻고 그 너머를 꿈꾸기에 유령이 된 자.
비칼렌이라면 이 말에 혹 할 수밖에 없었다.
‘…? 반응이 시큰둥한데?’
그러나 비칼렌은 별 관심 없어보였다.
그도 그럴게, 교황의 성에 있던 비기는 이미 언럭키가 먹었다.
본인도 그걸 노렸었고 먹는 모습을 눈앞에서 봤으니, 당연히 흥미가 없을 수밖에.
다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에둘러서 변명했다.
[당장 눈앞에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내게 무슨 흥미를 바라는가.]“허허….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하나 보여드리지요.”
[?]대충 던진 말에 교황이 고개를 끄덕이자 반대로 비칼렌이 당황했다.
보여준다니? 뭐를?
교황은 허리춤에 매고 있던 주머니를 꺼내 내부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작았지만 아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있어 매우 큰 주머니였다.
한참을 뒤지더니 그는 작은 팬던트를 꺼냈다.
“자. 어떱니까.”
교황은 아까와는 조금 다른,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오랫동안 위협적인 초월자라고 생각했던 만큼, 역대 교황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올마스터의 비기를 찾곤 했었다.
그 시간이 몇백 년이 넘도록 이어졌기에 무려 2개나 되는 비기를 발견했다.
다만 그 후로도 워낙 쓸데가 없어서 대충 방치하게 되었는데, 하나는 교황의 아공간에서 잠자고 있었다.
“이것과 제 성에 하나의 비기가 더 있습니다. 당신이 생전에 얻은 비기를 포함하면 3개. 딱 하나의 비기만 더 모으면 완전해 질 수 있겠죠. 그것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제 휘하 군대의 도움을 받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
교황이 거기까지 말하자 뒤에서 듣고 있던 추기경은 그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느 세월에 초월자를 만들어 써먹을까 싶었는데, 거의 다 준비가 된 상황이었다.
들어보니 비기는 총 4개인 것 같은데, 그 중 3개가 확보 완료 된 것 같았다.
하나만 더 얻으면 저 유령도 초월자가 될 수 있을테고, 은혜를 갚으라며 유디스를 물리치게 시키면 된다.
‘그리고 그 후의 처리도 쉽지. 강력한 초월자건 뭐건간에 본질은 유령이니까.’
교황은 혼령술의 대가.
어디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비칼렌을 여기로 부른 것처럼, 아예 승천하도록 퇴마 의식을 치를 수도 있을 것이다.
‘역시 성하께서는 굉장하시다. 내가 고민을 털어놓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최선의 수를 두셨어.’
추기경은 새삼 교황의 능력에 한 번 더 감탄했다.
[…….]비칼렌은 입을 꾹 다문 채 여전히 교황의 손에 있는 팬던트를 빤히 바라봤다.
정확히 감정할 수는 없지만, 그 안쪽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힘을 보면 확실했다.
영혼이 요동치는 듯한 느낌. 이건 틀림없이 올마스터의 비기였다.
[내가…만져봐도 되나?]“얼마든지요.”
교황은 순순히 팬던트를 넘겨주었다.
비칼렌은 조심스레 매만지더니 둥실 날아올랐다.
[…다른 비기는 어디에 있지?]“그건 가져오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 동안 잠시 기다리고 계시지요.”
[위치를 알려주면 내가 직접 가겠다. 그게 훨씬 빨라. 그것까지 확인하면…네 제안을 따르도록 하지.]“후후. 도저히 못 기다리겠나보죠? 이해합니다. 유령이 되어서도 꿈꾸었다고 하니.”
교황은 슬쩍 웃더니 순순히 자신의 성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어차피 비기 하나를 더 얻으려면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설사 도망치더라도 혼령술로 다시 부르면 그만이었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돌아오겠다.]비칼렌은 훌쩍 하늘을 날아 사라졌다.
* * *
언럭키는 사기꾼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눈앞에 둥실 떠있는 비칼렌을 바라봤다.
“갑자기 없어졌다가 뜬금없이 나타나서는. 이게 올마스터의 비기라고요?”
[맞다니까! 진짜야!]어느 순간 사라지더니 갑자기 돌아와서는 이게 비기라고 하며 써보란다.
다급해 보이는 저 얼굴을 보아하니 신뢰가 하나도 안갔다.
“초짜 사기꾼도 이런 식으로는 안할 텐데. 솔직히 말해 봐요. 뭐 이상한 물건 들고 와서 나 속여먹으려고 한 거예요?”
[아니…진짜라고! 속고만 살았나! 나 늦으면 잡혀갈 수도 있어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