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326
327화
언럭키는 지존칼을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봤다.
그 모습에 같은 파티원들이 어색함을 느낄 정도였다.
‘원래 두 분이 아는 사이셨나?’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언럭키는 평소에 다른 누군가와 친하게 지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파티원들이나 업무적으로 엮인 빅드래곤 길드장 정도가 연락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언럭키는 그 어느 때보다 눈빛을 빛내며 지존칼을 보고 있었다.
사실 현생 살기 바빴던 언럭키는 딱히 스타에 관심이 없었다.
축구, 야구, 농구 등. 온갖 스포츠 스타들이 팬을 몰고 다니지만 그런 곳에 관심을 쏟을 시간이 없었다.
하루하루 먹고사는데 집중해야 할 뿐.
하지만 월드 사가를 시작한 후에는, 내심 최상위권 유저들을 자주 찾아보게 되었다.
이 업계의 정점에 있는 자들이었고, 사실 찾지 않아도 그들의 이름은 게임을 하는 내내 들려왔다.
검왕 지존칼, 하늘 궁수 미호, 피바라기 광전사 네리즈 등.
예전에도 최상위권이던 그들은 지금도 같은 위치에 있었다.
오히려 자신들의 입지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본인의 랭킹은 항상 탑10 안에 들면서 길드 역시 강하게 키워냈다.
특히나 지존칼은 개인 인터뷰 같은 걸 많이 했는데, 잘생긴 게임 속 모습과 달리 현실은 배 나온 아저씨였다.
허허 웃는 50대 아저씨이지만 강남에 열 채가 넘는 빌딩을 가지고 있는 주인.
‘한 때 미친 듯이 부러웠었지.’
언럭키는 본인도 그렇게 풍족한 삶이 되면 저렇게 허허 웃고 다닐 수 있겠다 싶었다.
어쨌거나 미디어에서만 듣던 지존칼이 눈앞에 있으니까 신기했다.
“팬이라니. 반갑군요. 그리고 그쪽. 아까는 이런 데 있을지 몰라서 못 알아봤는데, 언럭키 님이시죠?”
“절 아십니까?”
“그럼요. 경쟁 상대가 될만한 자들은 꼬박꼬박 찾아보는걸요. 그리고 얼마 전에 우리 길드와 거래 하나 하지 않았습니까.”
지존칼이 훗 하고 웃었다.
언럭키가 악마들의 진격 루트를 판매했던 길드 중에는 지존칼의 엑스 길드도 있었다.
당시 전략 운용 팀장이라는 사람과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었는데, 그게 지존칼에게까지 보고가 갔던 모양이다.
‘하긴. 몇억이 왔다 갔다 하니 길드장에게 보고해야 할 일이긴 하지.’
지존칼의 말을 듣고 놀란 건 파티원들이었다.
그 지존칼이 경쟁 상대라고 직접 말해주다니?
항상 함께 다니며 감탄했던 언럭키지만, 이렇게 인정받는 모습을 보니 한층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여기는 어쩐 일이신지…?”
언럭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엑스 길드는 명실상부 1티어 중에서도 손에 꼽히며, 지존칼은 검사 유저들 중 최고였다.
당연히 좋은 도시에서 사냥터 하나 잡고 레벨업에 집중할 줄 알았는데,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이곳은 딱히 특별한 것 없이 황량한 초원일 뿐이었다.
“음…특별한 퀘스트 하나를 받아서요. 찾는 게 있어서 돌아다니다 보니 여기에 오게 되었습니다.”
“…….”
지존칼은 교황의 은신처 입구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는데, 언럭키의 입매가 살짝 굳었다.
‘나 말고도 리바 델 레이의 퀘스트를 수행하는 유저가 있었나?’
그렇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리바 델 레이는 역사가 오래됐다.
음지의 조직이지만 호르헤른만 그 뒤를 쫓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귀족 NPC나 거부 NPC 중에서는 리바 델 레이에 원한을 품을만한 자들도 많았다.
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교황 같은 보스몹은 한 번 사망하면 두 번 다시 부활하지 않는다.
교황을 처치하라는 퀘스트를 받았는데 이 던전을 양보해버리면, 영원히 퀘스트는 미해결로 남는다.
‘싸워서 쫓아내?’
언럭키가 슬쩍 눈동자만 굴려 주변을 살폈다.
지존칼은 혼자였다.
아무리 그가 최고의 하이 랭커라고 하지만 언럭키 역시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물며 이쪽은 파티 단위 아니던가.
“무슨 일이야?”
“!!”
그때 지존칼의 옆으로 누군가가 훌쩍 착지했다.
푸른빛 장발을 흩날리는 미녀였는데, 언럭키 일행은 깜짝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지존칼만큼 그녀 역시 엄청난 유명인사였다.
“하, 하늘 궁수 미호?”
신궁 직업을 가진 유저로서, 지존칼과 거의 비슷한 랭킹을 유지하고 있는 하이 랭커였다.
언럭키는 그 즉시 싸우겠단 마음을 접었다.
지존칼 혼자여도 고민이 많이 될 텐데, 미호까지 있다면 이건 이길 수 없다.
아직은 레벨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꺄아악!! 미호님. 정말 팬이에요!!!”
아세린이 호들갑을 떨며 미호에게 달려들며 사인해달라고 하는 통에, 하던 얘기는 잠시 접어둬야 했다.
* * *
미호는 여성 유저 중에서 최고라 불리고 있기에 여성 팬층도 두꺼웠다.
아세린 역시 마찬가지.
가까이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한지 그녀는 생전 처음 보는 환한 웃음을 연신 짓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내버려 두며 언럭키는 지존칼에게 말을 걸었다.
“지존칼님. 제가 정말 중요한 퀘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던전에 꼭 들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양보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싸워서 쫓아내는 건 무리. 그렇기에 정면으로 돌파하는 걸 택했다.
지존칼은 특유의 호쾌함과 대인배적인 성격으로 유명했다.
‘아무리 대인배라도 최초 발견 던전을 양보할 리는 없지만…그래도 말은 해봐야지.’
“미안하지만 그건 안 돼.”
말을 한 건 지존칼이 아니라 아세린이 들러붙었던 미호였다.
그녀는 이쪽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칼 같이 끼어들었다.
“삼촌. 나랑 한 약속 잊은 거 아니지?”
“으음…. 물론 아니지.”
미호는 무서운 눈빛으로 지존칼을 쏘아봤다.
그러자 그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미안하지만 안 되겠습니다. 사실 나 혼자 있었다면 양보해 줄 만도 한데, 여기 미호까지 걸려있는 문제거든요.”
“도대체 무슨 퀘스트이길래 그러십니까?”
이쯤 되니 언럭키는 퀘스트 자체가 궁금해졌다.
랭킹 10위 안에 들어가는 최강자들 둘이 동시에 매달리는 퀘스트라니.
월드 사가에 그런 퀘스트도 있단 말인가?
“아 혹시 퀘스트 내용이 비밀이라 말씀해주시기 어렵다면…”
“그건 아닙니다. 아마 언럭키님도 곧 받을 퀘스트에요.”
“네? 제가요?”
어깨를 으쓱인 지존칼이 말을 이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검의 초월자의 흔적을 찾는 것. 검왕으로 레벨 350을 찍은 후에 낭인 NPC가 찾아와서 그런 퀘스트를 줬습니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돌아다니고 있지요. 여기 있는 미호도 비슷한 퀘스트를 받았고요. 그녀는 활의 초월자라는 게 다르긴 하지만요.”
“어….”
“뜬금없죠? 하하. 놀랄만합니다. 초월자라니. 그리고 이게 조건이 참 까다로워요. 퀘스트를 받은 자가 아니라면 절대 그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어서요. 그래서 저랑 미호랑 같이 시간 날 때마다 최대한 흔적을 쫓아다니고 있죠. 여기 있는 던전도 어떤 촌장 NPC 한테 이름 모를 수상한 조직의 은신처라는 걸 듣고 뭔가 있을까 싶어 와본 거예요.”
레벨 350을 넘은 유저는 하이 랭커 중에서도 채 20명이 안 된다.
그렇기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350을 찍는 순간 모두 다 공통으로 초월자를 찾으라는 퀘스트를 받게 된다.
지존칼이나 미호는 원래부터 친했기에 함께 힘을 합치게 되었다.
“이 던전에서 혹시 단서를 발견할지도 모르기에 양보는 좀 어렵겠네요.”
“검의 초월자라면 제가 압니다.”
“…예?”
“유디스라고. 하이엘프 NPC입니다. 직접 만난 적도 있어요.”
“!!!????”
언럭키가 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지존칼은 처음으로 웃음을 잃고 입을 떡 벌렸다.
“지, 진짜요?”
“예. 여기 있는 파티원들도 다 같이 만난 걸요. 그렇죠?”
끄덕-
파티원들이 확실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처음에는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이는 태도나 이름을 말한 걸 보면 신뢰가 갔다.
무엇보다 그의 직감이 언럭키의 말은 진실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한 때는 랭킹 1위를 한 적도 있고 현실에서도 성공한 투자자인 그의 직감은 절대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 그게 진짜라면 혹시 초월자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위치는 저도 모르겠어요. 무슨 공간이동 스킬이라도 있는지 워낙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더라고요. 하지만 다음에 한 번 더 만나러 올 것처럼 말해주긴 했으니,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언럭키님. 부디 그때까지 함께하게 해주십시오.”
지존칼이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한참을 이 퀘스트에 매달려왔던 지존칼이기에 꼭 이걸 깨고 싶었다.
하지만 망망대해에서 사람 찾기도 아니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지금처럼 해서는 아무리 시간이 오래 지나도 끝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동아줄이 내려왔기에 당연히 붙잡아야 했다.
“뭘 하든 제가 도움이 될 겁니다.”
“그거야 당연한데…정말 괜찮으시겠어요? 파티장은 접니다.”
“물론이죠. 미호도 별 불만 없을 겁니다. 그렇지?”
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허송세월을 보내는 듯한 이 퀘스트에 지쳐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언럭키는 기뻐서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참으려 애써야 했다.
세상에. 지존칼과 미호가 파티원으로 들어오게 된다니?
“아, 근데 아까 미호님이 삼촌이라고 하셨는데 무슨 관계신지…?”
“아. 미호는 제 형님의 딸이에요. 아무래도 가족이 제일 믿을만하잖아요. 그래서 같이하고 있었죠. 이건 비밀입니다. 하핫.”
“!!”
* * *
지존칼과 미호가 임시로 파티에 들어오게 되었다.
갑자기 파티 전체의 전력이 기존보다 3배 이상 상승하게 되었다.
언럭키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던전에 입장했다.
-띠링!
[교황의 은신처에 입장하셨습니다.] [48시간 동안 던전 내에서의 경험치 획득량과 골드 획득량이 +150% 상승합니다.]영혼을 탈출시키면서 교황은 324로 레벨이 줄었다.
그래도 강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지만, 언럭키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내 뒤에 지존칼 있다. 미호도 있다!’
기존의 파티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저 두 사람이 함께한다고 하니 든든함이 차원이 다르다.
-샤아아아!!
던전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나 타건 집채만 한 크기의 벤시였다.
벤시는 여성의 형태를 띤 유령 몬스터로, 4개의 팔에서 여러 마법을 쏘아내기에 잡몹 치고 상당히 까다로웠다.
일단 유령이라 그냥 물리 공격으로는 안 통하는데 시간을 줬다가는 귀찮은 마법들에 당하게 되는 것이다.
언럭키는 빠르게 처치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미호가 더 빨랐다.
-쐐액!
번쩍하며 귀 옆으로 화살들이 쏘아졌다.
어느새 미호가 활을 쏜 것이다.
화살이 벤시의 몸에 수두룩하게 꽂히더니 놈은 그대로 몸이 터지며 사라졌다.
-띠링!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잠깐만.’
들어온 경험치를 보며 언럭키의 표정이 굳어졌다.
한 게 없기에 기여도도 없었고, 자연스레 경험치도 극소량으로 들어왔다.
최초 발견 던전이라는 것에 무색하게, 경험치 칸은 개미 눈물만큼 차올랐다.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