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331
행운빨로 레벨업-331화(331/340)
#331화
사실 지존칼은 언럭키를 도와주면서도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초월자가 언젠가 찾아올 거라는데, 그게 도대체 언제인데?
지존칼이 언럭키와 단순히 같이 다닌 것뿐만 아니라 던전까지 제공해 주고 레벨업을 도와준 건 이유가 있었다.
‘직업이 다섯 개. 전부 다 레전더리 등급이야.’
그는 언럭키와 함께하면서 언럭키의 힘을 거의 완벽하게 파악했다.
다닌 던전들의 수준이 높았기에 언럭키는 모든 실력을 끌어 쓸 수밖에 없었고, 지존칼은 언럭키의 직업을 대충 유추했다.
‘웨폰 마스터? 아니. 무기만 바뀌는 게 아니니 올마스터 같은 건가. 하여간 너무 사기군. 레전더리 등급의 직업을 다섯 개나 다룰 수 있다니.’
자신은 검왕이었고 미호는 신궁이다.
본인의 노력이 있긴 했지만, 직업 덕에 이렇게 됐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값비싼 캐릭터 재생성 값을 지불하면서도 직업 뽑기를 해대는 거 아닌가.
선택받은 극소수의 레전더리 유저. 그게 자신이었고 실력도 있었기에 최고가 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저 직업이었다면 장담하건대 초창기 이후로 랭킹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을 거다.’
심지어 언럭키의 게임 센스도 탁월했다.
지금까지 뭘 하고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자신보다 레벨대가 훨씬 높은 몬스터도 무리 없이 잡아냈다.
아무리 직업이 대단해도 마나량과 기본 스탯이 받쳐줘야만 효율을 끌어낼 수 있다.
겉모습이 슈퍼카여도 엔진이 별로면 소용없는 법.
그런 면에서 언럭키는 완벽에 가까웠다.
스타팅 멤버였던 지존칼조차 다시 키우라고 해도 저렇게 키울 자신이 없을 정도로.
언럭키를 도와준 건 그런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
‘늦든 빠르든 랭킹 1위는 무조건 바뀐다.’
같이 조금 지내보자마자 확신이 들었다.
지금은 랭킹 5위권. 혹은 10위권 이내의 유저끼리 피 터지는 경쟁을 하고 있었다.
누가 랭킹 1위를 반짝 찍었다고 그 후에는 금방 바뀌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언럭키가 이 수준까지 올라온다면 랭킹 1위 자리는 고정일 것이다.
왕좌는 사라지고 그 밑에서 치열한 다툼이 이어지겠지.
그러한 미래가 훤히 보였다.
그렇기에 지존칼은 언럭키에게 줄을 대는 것을 선택했다.
자신이 도와주든 안 도와주든 시간문제다.
언젠가 언럭키는 랭킹 1위를 찍을 게 분명했다.
미호 역시 자존심 때문에 말은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바뀔 1위라면, 지금부턴 친하게 지내두는 게 좋지.’
그리고 그런 줄의 대가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얼른!!
그가 다급하게 언럭키의 옆구리를 찌르며 속삭였다.
뜬금없이 찾아온 초월자.
자신이 퀘스트 때문에 그렇게 찾아다닐 때는 안 보이더만, 정말로 언럭키 옆에 붙어 있다 보니 나타났다.
유디스를 보자마자 눈이 돌아갔다.
그녀가 용건만 간단히 끝내고 휙 돌아섰을 때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여기서 놓치면 언제 또 보게 될지 모른다.
“저, 유디스님. 잠시만요.”
“왜 그러지?”
“그…이분이 할 얘기가 있다고 하셔서요. 잠시 말씀 좀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언럭키가 붙잡자, 유디스의 시선이 그제야 지존칼에게로 향했다.
그전까지는 마치 공기마냥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슬쩍 위아래로 그를 훑어본 유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검사군.”
세계 최고 수준의 유저에게 한 것 치고는 말도 안 되는 평가였다.
하지만 유디스가 볼 때는 딱 볼만한 수준의 검사였을 뿐이다.
지존칼도 그걸 알기에 별말 않았다.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초월자님. 혹시 제가 초월자님께 한 수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레벨 350을 달성한 유저들은 어떤 식으로든 초월자를 찾으라는 퀘스트를 받는다.
그 보상이 뭔지는 몰랐었는데, 방금 막 지존칼의 눈앞에 기존 퀘스트가 성공하고 자동으로 새로 갱신되었다.
그녀에게 초월기를 배우라는 내용이었다.
언럭키가 가끔씩 보스몹에게 펼치는 걸 보여줬었기에 지존칼도 초월기가 뭔지는 알고 있었다.
레벨 차이가 50 넘게 나는 와중에도 단일 공격으로는 자신을 뛰어넘었던 말도 안 되는 스킬.
‘그걸 나도 배울 수 있단 말이지?’
지존칼의 마음속에 흥분이 들어찼다.
“내가 왜?”
“…예?”
“처음 보는 사람에게 기술을 전수해달라고 하다니. 염치없는 자로군. 내 은인이 부른 게 아니었다면 팔 하나는 잘라갔을 것이다.”
“…….”
유디스는 기분 나쁘다는 듯 고운 얼굴을 찌푸렸다.
고대 시절부터 살아온 그녀에게 기술은 목숨을 걸고 연마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남의 기술은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정당하게 죽일 자격이 부여될 정도였다.
“멀쩡히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기도록.”
“…….”
더 이상 말 걸면 베겠다는 분위기라서 지존칼은 꼼짝도 못 했다.
“유디스님. 제가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언럭키가 나선 건 그때였다.
옆에서 불쌍한 표정으로 축 처진 지존칼을 지켜보기가 영 껄끄러웠다.
‘지난 두 달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옆에서 도와줬는데, 갚아줘야지.’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부탁?”
“예.”
“말하라. 날 봉인에서 풀어준 대가는 크다. 원래 이놈은 네가 직접 처리하게 두고 싶었으나 그러지도 못했으니 아직 은혜가 좀 남았다고 할 수 있지.”
“그러면 여기 있는 지존칼님이 원하는 기술을 하나 전수해 주십시오.”
“그게 네가 원하는 것인가? 내 기술의 값은 크다. 그리되면 더 이상 빚은 없는 거다.”
“예. 충분합니다.”
“알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지존칼이 당황해서 언럭키를 붙잡았다.
“아니 언럭키님….”
“다행이네요. 원하시던 거 얻게 되셨어요.”
언럭키가 슬쩍 웃자 지존칼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어떻게든 남을 끌어내리려고 하는 차가운 랭커들의 세계에 이렇게 마음 따뜻한 사람이 존재하다니?
물론 언럭키는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것이었다.
‘초월기는 하나면 충분해.’
유디스에게는 이미 초월기를 하나 배웠다.
그것도 마나 소모량과 쿨타임 때문에 제대로 못 쓰는데, 더 많이 배워봐야 얼마나 도움이 될까.
무엇보다 더 배울 수 있는 게 있는지도 모른다.
그럴 바에는 지존칼에게 이런식으로 빚을 지워놓는 게 낫다.
지존칼 본인도 그렇고 엑스 길드도 그렇고. 친하게 지내두면 어떤 도움을 받을지 모른다.
당장 지금까지 다녔던 좋은 던전들이 다 엑스 길드의 독점 던전들 아니었던가.
“제가 신의가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언럭키님. 현실에서 주소가 어떻게 되십니까?”
“…예?”
다짜고짜 물어오는 지존칼의 말에 언럭키는 살짝 당황했다.
갑자기 현실의 정보는 왜 물어온단 말인가?
“당장 제가 갚아드릴 만한 게 별로 없습니다. 기껏해야 돈이죠. 이런 거로 갚는 게 죄송할 뿐입니다만, 강남역 부근에 제가 가진 작은 건물이 한 채 있습니다. 그걸 드릴게요.”
“!!!!”
언럭키는 너무 놀라 입을 쩍 벌렸다.
* * *
충격받을 시간은 잠시였다.
유디스는 빨리 가자며 지존칼을 다그쳤고, 두 사람은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서 기술을 전수하기로 했다.
-조만간 중개인이랑 같이 연락드릴게요!
지존칼은 그 말을 끝으로 급하게 유디스를 따라갔다.
“허 참. 예사롭지 않은 분이라고 생각은 들었는데, 저분이 자네가 영주들의 회의에서 말했다는 초월자였구먼.”
헤탄은 유디스가 떠난 방향을 보며 놀라워했다.
호르헤른의 측근이기에 회의의 내용은 그도 전해 들었다.
리바 델 레이를 괴롭히는 고대 초월자의 존재는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예. 지존칼님이 정말 놀랍긴 하네요.”
“음? 자네 옆에 있던 사내 말인가? 물론 그도 뛰어난 실력의 검객 같았지만, 초월자님에 비하면…”
“아뇨. 빛이 날 정도로 대단하신 분이었어요.”
언럭키가 단호하게 말했다.
후광이 비쳐서 감히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굉장한 사람이었다.
‘왜 사람들이 지존칼 지존칼 하는지 알겠어. 대인배에 잘생긴 얼굴, 뛰어난 실력…완벽한 사람이로군!’
언럭키의 머릿속에서 지존칼은 성인군자와 동급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세상에 날름 받아먹기만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가.
그는 쓸 때 쓰는 남자였다.
초월기를 전수받게 되었다고 건물로 갚아주다니!
“아. 이럴 때가 아니네. 자네에게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
헤탄이 화제를 전환했다.
호르헤른을 필두로 한 영주들은 리바 델 레이의 병력을 대륙 각지에서 상대하고 있었다.
교황이 죽으면서 그들은 구심점을 잃었다.
아직 추기경 한 명과 일곱의 대주교가 남아있긴 했지만, 교황이 살아있을 때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언럭키에게 추가 임무가 내려오지 않은 것도, 대륙 연합군이 수월하게 승전보를 울려댔기 때문이다.
온통 소란스러운 덕에 언럭키는 얌전히 던전에 틀어박혀 사냥에만 집중했다.
“원래라면 나도 지금쯤 전장 어딘가에 있어야 했지만… 며칠 전에 북쪽에서 연합군 일부 부대가 전멸했네.”
“전멸이라면…거기에 간부급이 있던 건가요?”
“아니. 다른 간부들의 위치는 전부 확인하고 있었기에 특이한 일이었지. 심지어 근처에 있던 도시 하나도 멸망해 버렸더군.”
도시가 망할 정도면 숨겨져 있는 병력이 엄청 크다고 봐야 했다.
그런데 막상 추가 조사를 해보니 병력은 없었다.
그 대신 거대 괴수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거대 괴수…라고 보고가 들어왔지만 우리는 알 수 있었네. 사실 그건 괴수 같은 게 아니었어.”
괴수 주변에 가까이 있던 일반 병사들은 미쳐버렸다.
눈빛이 돌아서 갑자기 이상한 신에 대한 찬양을 하기 시작했으며 스스로 제 심장을 꺼내 받치기까지 했다.
“그건 설마…”
“그래. 악신이 부활한 거네. 도대체 무슨 방법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고대 악신의 부활.
그 때문에 리바 델 레이를 몰아쳐 가던 연합군의 진격이 뚝 끊겼다.
“그럼, 큰일 난 것 아닙니까?”
“다만 아직 완벽하게 부활한 건 아닌 것 같네. 놈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더군. 외모도 좀 흉측하고. 멀쩡한 상태는 아닌 모양이야.”
언럭키는 그럴 만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헛고생은 아니었군.’
기껏 교황까지 잡아놨는데 멀쩡하게 신이 부활했다면 어이없을 뻔했다.
“조금 전에 유디스님 보고 도와달라고 할 걸 그랬습니다.”
“그런 분께 어찌 쉽게 부탁하겠나. 자네가 특이한 거야.”
반신의 경지에 접어든 초월자에게 함부로 이런저런 부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게 가능했다면 근처 신전에 가서 천상의 신보고 현신해서 적을 좀 처치해달라고 해도 되는 것이다.
“저도 이제 부탁 못 합니다. 다 썼어요.”
“상관없네. 초월자의 힘까지도 필요 없어. 멀쩡하지 못한 신 따위는 우리 힘으로도 충분히 처치할 수 있네.”
-띠링!
[퀘스트가 새롭게 갱신됩니다.] [불완전한 악신 처치.] [퀘스트 등급 : 에픽]기존에 완료하지 못했던 퀘스트가 새롭게 갱신되었다.
무려 에픽 등급의 퀘스트.
“언럭키 공. 연합군에 들어와서 놈을 처치하는 것을 도와주게.”
“물론입니다!”
헤탄의 말이 끝나자마자 언럭키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