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336
행운빨로 레벨업-336화(336/340)
#336화
“올 게 왔구만. 이거 갈 거지?”
“아. 언제 오셨어요?”
상념에 잠겨있었던 백현이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박세훈의 목소리에 깨어났다.
그는 (주)머니앤캐시의 감옥을 벗어난 직후부터 바쁜 삶을 살았다.
예전에 알았지만 연락이 끊어졌던 업계 사람들과 다시 만나고 다니며 정보를 듣고 실제로 발품을 팔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동향 같은 걸 들었다.
그걸 토대로 백현의 자산 관리를 도와주고 있었다.
하이 랭커가 되면서 미튜브 수입이 한층 더 급증했고 광고비나 기업의 후원도 들어오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굴릴지가 한층 중요해졌다.
그런 면에서 박세훈은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조금 전에. 그런데 또 나가봐야 해. 하…어디 한적한 바다 같은데 가서 쉬고 싶다.”
“쉬는 건 나중에 쉬어도 되잖아요.”
“그렇지. 그 지옥에서 벗어났는데 빡세게 삶을 살아야지. 한적하게 살기엔 내가 버린 몇 년이 너무 아깝다.”
박세훈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하여간에. 이 초대장. 이거 갈 거야?”
“예. 당연히 가야죠. 궁금하잖아요.”
두 가지 의미였다.
하나는 월드 사가 그 자체.
월드 사가는 직장이자 현시점에서 그의 삶의 모든 것이 되었다.
앞으로 그 미래가 어찌 갈지 이야기하는 장이라는데 무조건 참석해서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되게 중요한 정보가 나올 수도 있어요. 월드 사가의 하이 랭커들은 멤버가 잘 안 바뀌잖아요. 정보 독식 때문일지도 모르죠.”
한 번 하이 랭커가 되면 어지간해서는 밀려나는 일이 없다.
계속해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가 혜성처럼 등장하는 신인이 한 번 등장할 뿐이다.
그들이 실력과 운이 좋은 걸수도 있지만 어쩌면 숨겨진 정보를 알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것가지 따지면 월드 사가의 초대는 무조건 가야만 했다.
‘그리고…그 놈의 소식도 물어봐야 하니까.’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 김성재.
보육원의 유년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정말 모든걸 나눈 녀석이었다.
사실 이제는 옛 추억처럼 느껴지고 원한도 크지 않다.
5억의 빚이 그 때는 아찔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한 달에도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었다.
다만 그저 이유가 궁금할 뿐이었다.
왜 성재가 갑자기 뒤통수를 치고 잠적했는지. 그걸 꼭 물어보고 싶었다.
“월드 사가 본사에 가면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거. 확실하죠?”
“글쎄. 성 팀장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더라. 백현씨도 그 자식 성격 알잖아. 더럽게 철두철미한 거. 그럴 정도면 분명 제대로 된 소스가 있다는 거 아니겠어?”
“그렇군요. 그럼 더더욱 꼭 가봐야죠. 가면 베일에 싸인 CEO도 만날 수 있다니까 얼굴 한 번 보고 올게요. 아, 비밀 유지 서약 써야 해서 만나고 와도 얘기해주면 안되려나?”
“몰래 몰래 말해줘. 알잖아. 나 입 무겁다. 아 그리고 이건 진짜 중요한 건데…”
박세훈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백현은 살짝 긴장해서 침을 삼켰다.
매번 장난기 넘치던 이 남자가 한 번씩 이런 식으로 무게를 잡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정말 중요한 내용이 나오곤 했다.
‘뭐지? 월드 사가에 알려지지 않은 소식인가? 아니면 성 팀장이 다시 우리 잡으러 뛰쳐나왔다는 얘기? 그것도 아니면 아예 머니앤캐시의 대표가…’
“월드 사가 CEO 만나면 제발 주식 조금만 팔아달라고 해봐. 어지간히 상권 좋은 곳에 위치한 건물 살 바엔 그거 사는 게 훨씬 이득이다? 비상장 기업이라 개인 거래 밖에 안 돼서 그림의 떡이여서 그렇지. 내가 진짜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했는데 매물이 씨가 말랐다. 시장에 풀린 게 단 한 주도 없어.”
“음…될 진 모르겠지만 한번 말해볼게요.”
“꼭 말해봐야 해! CEO쯤 되면 주식도 많을 거 아냐. 몇억 아니, 몇십억 어치 파는 것쯤은 문제도 없겠지!”
“…….”
* * *
요즘 월드 사가에 접속한 뒤 언럭키의 일과는 항상 똑같았다.
“오셨어요?”
“예. 또 시작 한 번 해봅시다.”
아세린의 인사에 화답해주며 무기를 꺼내들었다.
눈앞에 불완전한 악신이 있었다.
[보스 몬스터 : 불완전한 악신.]-HP : 26%.
“하아. 일주일이나 후려쳤는데 아직도 26%라니. 이거 도대체 어떻게 잡으라고 만들어놓은 놈이에요?”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악신은 잡지 못했다.
잡기는커녕 아직도 체력이 5분의 1 이상 남아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숫자는 적다지만 언럭키 파티의 공격력은 내로라할 수준이었다.
언럭키와 미호만 봐도 하이 랭커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공격력을 자랑했고 아세린도 일반 랭커 중에서는 탑티어였다.
아쉽게도 보스몹은 커다란 샌드백일 뿐이어서 벨라는 별 활약하지 못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아직까지 보스몹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놈은 HP가 줄어들수록 방어력이 계속 상승하는 패턴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이제 몇 시간을 때려도 1% 닳을 정도로 괴상망측한 방어력을 자랑했다.
‘아주 지겨워 죽겠군.’
그냥 쉴 새 없이 스킬만 쓰고 공격하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나.
할 수만 있다면 아는 사람들 다 데려와서 도와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그 사이에 레벨은 쏠쏠하게 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지.’
랭킹 998위의 하이 랭커라는 위치는 사실 좀 위험하다.
탈락된 전 하이 랭커들이 다시 하이 랭커가 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 않던가.
그들에게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달릴 필요가 있었다.
다만 보스몹에 다리가 묶여서 문제였는데, 여기서 에토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또 왔다. 이번에는 나르키소스다.
-걔는 어떤 대주교지?
-방어 능력에 특화된 놈인데, 내가 먼저 기습하고 네가 공격하면 별 문제 없이 잡을 수 있을 거다.
악신에게 문제가 생겼기에 대주교들이 하나씩 찾아왔다.
그들이 군대를 이끌고 오거나 단체로 찾아왔다면 문제가 많았겠지만, 다행히 한 명씩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일단 본인들의 힘을 믿었고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지옥의 악마들과 손잡은 대륙 연합군은 리바 델 레이를 파죽지세로 몰아쳤다.
이러다가는 악신이 부활하기도 전에 자기들이 전멸할 판이었다.
때문에 타이밍을 봐서 간신히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었다.
대주교쯤 되면 무력에도 자신이 있기에 혼자서 다니는 것에 그리 겁먹지도 않았다.
-에토 대주교.
-나르키소스 대주교님! 크흐흑. 죽여주십시오!
-…일단 일어나시게. 대주교씩이나 되어서 어찌 무릎을 그리 쉽게 꿇나.
대주교라는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정도인데 같은 대주교가 무릎을 꿇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일단 들어보지. 아 그리고 전에 비쇼프가 왔었을 텐데. 그는 어디 있나?
-예. 가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말이죠…
-크헉!
나리크소스는 비쇼프가 당했던 것과 정확히 똑같은 과정을 밟았다.
그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식으로 처리한 대주교가 무려 4명이나 되었다.
이제 7인의 대주교 중 에토를 제외하면 살아남은 자는 고작 둘 밖에 안 된다.
‘아주 쏠쏠해.’
대주교들은 하나같이 레벨 300 후반대의 보스몹이었다.
원래라면 길드 단위로 레이드를 뛰어서 잡아야 하는 놈들.
사실 최상급의 하이 랭커가 포진되어 있는 공략대가 아니라면 잡기도 힘들다.
레벨대가 높아질수록 경험치도 많이 주지만 그만큼 공략 난이도는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언럭키는 에토 덕에 그런 보스몹들을 4마리나 쉽게 처치했다.
경험치를 나눌 필요도 없이 혼자 독식했기에 몇 번의 레벨업을 더 거쳤다.
아마 괜찮은 던전들을 돌아다녔어도 이런 속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언럭키님. 광신도 몇 무리가 옵니다.”
“네. 제가 막을게요.”
뒤에서 영상을 찍는 겸 주변을 정찰해 주던 컵라면이 말하자 언럭키가 몸을 뺐다.
원래 악신을 공격하면 도시에 가득한 광신도들이 몰려와야 정상이다.
다만 네리즈가 그런 광신도 전원을 어그로 끌어주고 있었다.
최상위권 랭커답게 역시라고 해야 할까.
네리즈는 원래도 솔플을 지향하고 혼자서 여기저기 싸돌아다녔다고 한다.
피바라기 광전사 라는 직업은 혼자서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고 질기도록 설계되었기에 가능했는데, 싸우면 싸울수록 오히려 버프받고 강해진다.
유저 본인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으면 이론상 계속 싸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폐허더미 지형은 네리즈에게 최고였고, 일주일 가까이 모든 광신도들을 마크해주었다.
-또 레벨업! 아주 좋구나!!
저 멀리서 네리즈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언럭키와 경쟁심에 불탔는데 나중에는 이 곳 자체에 빠졌다.
끊임없이 몬스터가 몰려오는데 유저는 나 혼자?
다른 유저라면 진작에 죽었겠지만 네리즈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외부를 떠돌아다니기에 유명세에 비해 가끔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릴 때도 있는 네리즈였는데, 지금 확실히 복구하고 있었다.
다만 아무리 네리즈라도 어그로가 가끔 풀릴 때가 있었다.
몬스터가 너무 많아서였는데, 그런 경우에는 언럭키가 다가오는 광신도들을 처리했다.
대주교 보스몹을 잡고 이런 소소한 경험치가 확보하면서 레벨은 나름 올렸다.
하지만…
‘도대체 이 놈은 언제까지 때려야 되는 거야.’
금방 광신도들을 처치하고 복귀한 언럭키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보스몹을 잡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지겹다는 점이었다.
마치 정신과 시간의 방에 갇힌 것처럼, 언럭키는 멍하니 계속해서 칼질을 해댔다.
“언럭키님! 조, 조심해주세요!”
“아. 미안합니다.”
실수로 날린 오러가 미호를 스치자 그녀가 깜짝 놀랐다.
온전히 자신의 실수였기에 언럭키는 깔끔하게 사과했다.
아무리 레이드가 쉽다고 해도 너무 정신을 놨다.
오러 같은 기술은 같은 파티원이라도 스치면 데미지를 입기에 조심해야했다.
“……”
다만 미호는 화가 난다기 보다는 자기를 스쳐간 언럭키의 공격 그 자체에 놀랐다.
‘뭔 공격력이….’
월드 사가는 가상 현실이다 보니 데미지가 숫자로 눈에 보이게 표시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간과했는데, 평타 한 방에 자신의 HP가 푹 깎였다.
전에 지존칼과 함께 사냥 다닐 때보다도 훨씬 더 강해졌다.
‘그간 레벨업 몇 번을 더 했다고 들었는데 겨우 그걸로…?’
고작 레벨 몇 개로 강해질 만큼 월드 사가는 만만한 게임이 아니지만, 그게 가능했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언럭키의 기초 스텟과 업적들, 아이템에 붙어있는 계수들이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그러니 레벨업 몇 번으로 조금 강해져도 그게 증폭되어 큰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이겠지.
‘지금도 이 정도인데 나중에 나랑 비슷한 레벨까지 올라오면…말도 안되겠네.’
미호가 조심스럽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자기 삼촌인 지존칼이 왜 이렇게 언럭키에게 친근하게 굴고 잘해주나 싶었는데, 그 이유를 방금 전에 몸으로 깨달은 느낌이었다.
* * *
결국 월드 사가 초대날까지 악신을 잡는 데에는 실패했다.
‘8% 남았는데. 철야로 달리면 잘하면 하루 만에 잡을 수도 있을 법했는데, 아쉽네 진짜.’
월드 사가 놈들은 왜 하필이면 일정을 이 날로 잡아가지고.
백현은 괜히 분풀이하듯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그렇다고 오늘 빠질 수는 없었다.
간단하게 준비하고 자리가 자리이다 보니 새로 맞춘 캐주얼 정장까지 입었다.
오랜만에 꾸민 모습을 거울로 보니 확실히 어색했다.
미튜브에서 잘생겼다는 소리를 많이 듣긴 했지만 매일 추레한 거울만 보다가 이렇게 꾸미니…
‘…확실히 내가 봐도 나쁘지는 않네.’
가볍게 밖으로 나간 백현이 택시를 불러 월드 사가 본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