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339
행운빨로 레벨업-339화(339/340)
#339화
하루의 시간이 생기고 게임 속에 접속했을 때, 언럭키는 살짝 후회도 했다.
‘그냥 하루 말고 아예 일주일쯤 달라고 할 걸 그랬나?’
길튼과 얘기하다 보니 흥분해서 하루면 된다고 말하긴 했는데, 막상 하루 만에 불완전한 악신을 처치해야 한다니 막막했다.
하물며 지금은 미호도 없지 않던가.
차라리 좀 침착하게 생각을 할 걸.
다만 이제 와서 다시 미호님도 좀 데려와도 되냐고 물어보는 건 모양이 빠진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그때 불러야겠다.’
지금 부르나 나중에 부르나 창피한건 똑같다.
언럭키는 해볼 때까지 해볼 생각이었다.
그나마 에토가 가끔씩 도와주었다.
다른 대주교가 언제 올지 몰라 정찰하면서 시간이 나는 대로 언럭키 옆에 붙었던 것이다.
그렇게 가장 강력한 스킬부터 때려 박고 놈을 후려친 지 몇 시간이 흘렀을까.
“어? 언럭키님? 지금 월드 사가 본사 간 거 아니셨어요?”
아세린이 접속했다.
그녀는 설마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 놀라워했다.
월드 사가 회의 동안은 잠시 휴식이었다.
언럭키와 미호 둘 다 없기에 레이드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다만 아세린, 벨라, 컵라면은 회의에 가지 않기에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언럭키 파티에게는 좀처럼 있기 힘든 휴식이었는데, 아세린은 왠지 불안해서 한 번 접속했다.
보스몹 체력을 거의 다 빼놨는데 혹시 누가 채가면 어떡하나, 네리즈가 갑자기 달려와서 공격하면 어떡하나 등의 걱정이었다.
운동도 다녀왔겠다 할 것도 없으니 보초나 서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언럭키가 있었다.
“아세린님! 잘 오셨어요!”
“어…아니…왜 여기에…”
“자, 자. 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니까 일단 무기부터 드시고. 도와주세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시간이 없었다.
아세린은 아직 하이 랭커가 아니지만 레벨은 거의 근접해 있었다.
게다가 아이템이나 게임 센스만 보자면 하위권 하이 랭커들과 비슷하거나 좀 더 뛰어난 수준이었다.
원래부터 유망주 소리를 들은 데다가 언럭키와 같은 파티로 지내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다.
게다가 파티원 중에는 벨라가 있지 않던가.
-이거…써요.
-와! 정말 저 주는 거예요? 공짜로??
-같은 파티원…돈은 필요…없어요….
-우와!! 그럼 대신에 다음에 같이 운동할 때 제가 제대로 PT 시켜 드릴게요! 완전 빡세게!
-…….
언럭키는 어디서 그렇게 좋은 아이템을 쏙쏙 골라먹었는지 몰라도 아이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 않았다.
반면에 아세린은 아무리 뒤에 대기업 길드가 버티고 있다고 해도 힘들었다.
그런 그녀를 도와준 게 벨라였다.
물론 아세린이 보답이랍시고 한 말에 질색하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아세린까지 합류해주니 사냥 속도가 월등히 빨라졌다.
이제는 성황의 힘까지 쓸 수 있는 언럭키였기에 옆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강력한 버프도 걸어줄 수 있었다.
1+1이 2가 아니라 5나 10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왔다. 대주교다.”
“아 제길. 아세린님. 잠깐 다녀올게요.”
“빨리 오셔야 돼요. 시간 없다면서요.”
“물론이죠.”
한 번씩 찾아오는 대주교들을 에토와 같이 사기 쳐서 잡아냈다.
하나같이 강력한 보스몹이라서 경험치가 빵빵했는데, 지금 수준의 언럭키임에도 몇 번의 레벨업을 할 정도였다.
기초 스펙이 워낙 강한 언럭키이기에 레벨이 올라가면서 상승되는 능력치가 무시할 수 없어졌다.
그렇게 계속 강해진 결과 아슬아슬하게 24시간이 되었을 때…
“돼, 됐다!”
[보스 몬스터 : 불완전한 악신]-HP : 0%
미세하게 남아있던 놈의 체력이 바닥났다.
샌드백처럼 얻어맞기만 하던 악신은 마지막의 순간에서야 고개를 돌려 언럭키를 쳐다봤다.
“…….”
이글거리는 그 눈동자에는 원통함과 한이 가득 맺혀있었다.
잠시 후 입을 쩍 벌린 놈은 세상이 떠나갈 듯한 귀곡성을 내뱉은 뒤 그대로 가루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띠링!
[불완전한 악신이 원통한 귀곡성을 흘리며 소멸됩니다.] [악신의 부활이 저지되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업적!] [‘대륙의 구원자’ 업적을 획득합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하, 하아….”
아세린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24시간을 쉬지도 못하고 계속 공격하는 건 노가다보다도 더 힘든 일이었다.
차라리 던전에서의 사냥이었다면 몬스터를 새로 만날 때까지 쉴 수라도 있지, 이건 정말 말 그대로 한 순간도 수가 없었다.
끝나자마자 스르륵 무너져 내린 건 당연했다.
“이, 이젠 더는 못해요.”
그녀 역시 도대체 몇 번이나 레벨업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몸에서 쉴 새 없이 빛이 번쩍였다.
“고생…하셨어요.”
언럭키도 힘들어서 말이 잘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 나중에 축하 파티 따로 하고, 지금은 바빠서 나가보겠습니다. 연락드릴게요!”
빠르게 얘기한 뒤 언럭키는 일단 로그아웃부터 했다.
* * *
“야. 일어나 이제. 언제까지 잘 건데. 다 끝났잖아.”
백현은 그 어느 때보다 원망하는 눈빛으로 반투명한 캡슐 안에 누워있는 김성재를 쳐다봤다.
이 자식이 뒤통수를 친 거면 친 거지, 이딴 고생까지 시키다니.
옆에서 길튼이 놀라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막는 것도 잠시, 가만히 누워있던 김성재의 눈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떠졌다.
-푸슉
내부의 사람이 깨어나면 자동으로 열리도록 설계되었기에 캡슐은 김성재가 눈을 뜨자마자 자동으로 열렸다.
“아니…!?”
길튼은 오랫동안 누워있던 김성재가 몸을 일으키자 경악했는데, 백현은 그런 놈을 묵묵히 쳐다봤다.
“여긴….”
환자복 상태의 김성재는 아직 정신이 없는지 상체만 일으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백현은 그에게 다가갔다.
“나 알아보겠냐?”
“…너…현이냐?”
“머리는 멀쩡한가보네.”
백현이 고개를 끄덕인 뒤 길튼을 쳐다봤다.
“대표님. 이 녀석 오래 누워있었다는데 몸은 괜찮은 거예요?”
“네? 아, 네. 최신 캡슐 공학 기술이 들어가 있어서 신체적인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지금 시중에 배포된 가장 고등급 캡슐에도 없는 프로토 타입들이 다수 있거든요. 아니 근데 도대체 어떻게 일어난…”
“그럼 됐네요.”
백현이 주먹을 꽉 쥔 뒤 그대로 김성재의 얼굴을 후려쳤다.
“억…!?”
“일단 좀 맞고 시작하자 개자식아.”
“아니 현아 잠깐만…말로…컥!”
놀란 김성재가 허우적거렸지만 방금 막 가사상태에서 깨어난 자가 무슨 반항을 할 수 있겠는가.
몸도 건강하다니 백현은 마음 놓고 놈을 흠씬 패줬다.
좀 맞다보니 정신을 차리고 반항하려 했지만 될 리가 없다.
맨날 방구석에서 코딩이나 하던 성재의 피지컬은 잘 봐줘도 좋다고 할 수가 없다.
하물며 오랫동안 누워있으면서 있던 근육도 다 빠졌다.
반면에 백현은 어떤가.
매일같이 게임에 빠져서 간과하기 쉽지만 그의 취미는 헬스였다.
심지어 헬스에 재미를 붙여서 헬창이라고 불릴 만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김성재가 깨어난 후 백현을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린 건 그의 몸이 기억보다 훨씬 더 커졌기 때문도 있었다.
“미, 미안…미안…. 내가 진짜 미안….”
“후. 이제야 좀 기분이 풀리네. 내가 피곤해서 이쯤에서 마무리한다 알겠냐?”
“…….”
김성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백현을 쳐다봤다.
다 때려놓고 저건 무슨 말인가.
백현이 고개를 돌려 길튼을 쳐다봤다.
“후…그러고 보니 대표님. 회의 하루 미뤄달라는 게 꽤 무리한 부탁이었죠?”
“그걸 이제 아셨습니까?”
“그때는 제가 눈이 돌아가서…그런데 사람들이 잘 미뤄주던가요?”
하이 랭커들은 다들 바쁜 사람들이다.
월드 사가 본사는 벌어들이는 그 큰돈으로 사옥을 굉장히 넓게 확장했기에 그들을 전부 재울만한 공간은 충분했다.
다만 그들이 순순히 받아들이냐가 문제였는데…
“이럴 때를 대비한 건 아니지만, 마침 적당히 공개할 만한 게 있었습니다. 성재씨한테 적용하던 캡슐 기술의 양산에 성공해서 곧 오픈할 예정이었는데, 그걸 어제 보여줬죠.”
새로운 기술이 들어간 캡슐.
하이 랭커 전원이 눈 돌아갈 만한 일이었다.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하는 공간이 더 진화했다는데 관심이 없으면 더 이상한 법.
새로운 캡슐은 신체 보존 능력과 치료 면에서 전보다 더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게다가 뇌파를 읽고 처리하는 속도가 전보다 20% 이상 향상되었는데, 그건 예민한 사람이라면 인게임에서도 충분히 느낄 정도였다.
전보다 더 몸이 부드럽게 움직이고 반응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당연히 하이 랭커들은 눈이 돌아갔다.
캡슐 가격은 신기술이 적용되다보니 억대를 가뿐히 넘겼지만 그들이 그런 걸 신경 쓸 리가 없었다.
새 캡슐을 소개하고 체험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며 하루의 시간을 벌었고, 하이 랭커들은 오기 잘했다며 오히려 만족했다.
“그나저나…친구끼리 회포는 이제 다 푼 겁니까?”
“아뇨. 이제부터 시작이죠. 할 말이 많아요.”
“하하….”
백현이 어깨동무를 하자 김성재가 몸을 움츠렸다.
도와달라는 듯 길튼을 쳐다봤지만 그는 밖으로 몸을 뺐다.
“저는 다른 하이 랭커분들 좀 만나 뵈러 다녀오겠습니다.”
“예. 천천히 다녀오세요.”
* * *
길튼이 자리를 비켜주고 백현과 김성재가 서로를 마주보았다.
“야.”
“으, 으응.”
“나한테 할말 없냐?”
“그, 그만 때려 줄래…?”
“아니 그거 말고. 네가 내 뒤통수 쳤잖아.”
“뒤통수?”
“5억 이 자식아.”
“…아.”
“너 설마 까먹고 있었냐?”
“…….”
김성재는 그제서야 생각났다는 듯 멍하니 입을 벌렸다.
백현을 보증인으로 세워 빌린 돈으로 AI 개발의 밑천을 삼았다.
원래 코딩이나 하는 프리랜서였기에 빠른 대출이 쉽지 않아 그런 대부업체를 이용한 것이었는데, 그 후로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혁신적인 AI를 개발하고 발전시켜가는 과정에 푹 빠져 완전히 잊어버린 것이다.
“그, 그거 꼭 갚으려고 했어. 그런데 갑자기 AI가 폭주해서 그거 막느라고 이렇게 된 거야.”
갑작스레 사고가 터져 그걸 처리하기 위해 김성재는 집을 떠나 합숙 철야를 달렸다.
워낙 급해서 쪽지도 대충 남겨놓고 그레고녹 AI를 상대하다가 아예 가사상태에까지 들어간 것이다.
“그 놈 내가 처치했어.”
“…알아. 네가 언럭키지?”
“알고 있었냐?”
“내가 폼으로 저기 누워있던 게 아냐. NPC들한테 신탁이나 사고 조작 등의 형식으로 용사 키우고 연합군 결성하게 만들었는데, 그러다 너도 봤어.”
반쯤 무의식의 상태였지만 가상과 현실의 모습이 똑같은 백현이었기에 김성재는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때문에 알게 모르게 조금씩 도움을 주었다.
“NPC 호르헤른이 주는 퀘스트가 거의 다 레전더리 등급에 보상도 빵빵했잖아. 악명 높은 월드 사가에서 그런 일이 왜 쉽게 일어났는지 모르겠냐?”
“…설마 네가?”
“그렇지! 그런데 넌 은인도 몰라보고 패기나 하고 말이야.”
김성재는 어디 이런 배은망덕한 놈을 보겠냐면서 백현을 노려…보지는 못했다.
주먹 쥔 백현의 전완근이 자신의 팔뚝보다 더 큰 걸 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미친놈이 나 없는 사이에 뭔 짓을 한 거야.’
보육원 때부터 발생했던 수백 번의 형제의 난이 있었지만 지금껏 승률은 비슷했는데, 아무래도 앞으로 형제의 난은 벌이면 안될 것 같다.
“그래. 일단 5억부터 줘.”
“5억?”
“네가 진 빚 내가 대신 갚았잖아. 사실 이자까지 치면 그것보다 훨씬 큰데 원금으로 봐주는 거야. 친구끼리라도 돈 계산은 확실히 해야 하니까 일단 그것부터 갚아.”
“없는데? 나 이제껏 누워있다 깨어났는데 무슨 돈이 있어.”
“…….”
백현은 말없이 다시금 주먹으로 성재를 후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