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44
046화
언럭키는 폐광산을 벗어났다.
워낙 깊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나오는데도 한참이나 걸렸다.
심지어 혼자 나온 것도 아니다.
보스몹이었던 부제를 한 쪽에 낀 상태였다.
“야. 똑바로 걸어. 여기 대충 던져두고 가는 수가 있다?”
사람 한 명을 데리고 걷는 건 쉽지 않다.
하물며 좁은 폐광산 내부를,
언럭키의 스탯이 높지 않았다면 정말 쉽지 않았겠지.
“…….”
부제는 짐짝처럼 딸려왔다.
놈을 처치했을 때, 녀석은 죽지 않았다.
치명상을 입고 기절했을 뿐이다.
퀘스트를 완료하려면 놈을 데리고 가야한다.
때문에 언럭키는 귀찮지만 놈을 데리고 폐광을 나가고 있었다.
아까부터 삶을 포기했는지 반항하거나 하는 건 없었다.
아니면 상처 때문일 수도 있고.
다만 그래서 잘 걷지도 못했는데, 언럭키가 질질 끌어서 데려갔다.
강해진 힘 덕분에 그리 무겁지는 않지만, 거치적거려서 움직이기 불편했다.
심지어 그 와중에 폐광산의 몬스터들까지 달려들었다.
“캬악! 캬악!”
원래라면 경험치들이라고 좋아했겠지만, 지금은 거슬리기만 했다.
한시라도 빨리 도시로 돌아가야 하건만.
“비켜 이 자식들아.”
언럭키는 사신극검을 계속해서 던져댔다.
[특수 스킬 ‘비검’이 발동합니다.]-쐐액!
부제 급의 보스몬스터도 아니고, 폐광산의 일반몹은 치명타가 안 뜨더라도 한 방이다.
-푹!
쓰러진 놈을 뒤로한 채 손을 뻗자 단검이 휘리릭 날아 돌아왔다.
언럭키는 다시 한 번 느꼈다.
‘레전더리 아이템의 성능은 진짜 끝장난단 말이지.’
비검 스킬은 공격력은 물론이고 회수까지 붙어있는 게 사기적이다.
과연 레전더리 아이템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인벤토리 속에서 잠자고 있는 갑옷.
지금은 영혼 빠진 얼굴로 멍하니 끌려오고 있는 부제가 그토록 집착하던 갑옷이다.
지금은 손상되어 못 쓰지만 수리한다면 과연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둘은 폐광산 밖으로 나왔다.
계속 어두운 곳에 있다가 쨍한 햇빛을 보니 눈을 뜨기 힘들었다.
“크으윽.”
특히나 부제는 오랜 기간 폐광산에서 머물렀기에 훨씬 더 힘들었다.
“엄살 부리지 말고 따라와.”
언럭키는 강제로 그를 끌고 갔다.
다행히 여기서부터 도시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언럭키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게 될 정도였다.
“어?”
그리고 그런 언럭키를 뒤에서 몇몇 유저들이 발견했다.
폐광산으로 들어가는 공동의 입구는 여러 개였는데, 다른 공동에서 나오던 유저들이 언럭키를 본 것이다.
“…저 사람 혹시 그때 그 암살자 유저 아냐?”
“맞아. 봤던 것 같아.”
유저들 일부가 언럭키를 알아보았다.
폐광산 특성상 파티를 구하기 힘든데다가 기피하는 암살자 유저라 기억이 났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도 단검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치 챈 것이다.
혹시나 자기들 파티에 들어오고 싶다고 할까 봐 열심히 눈을 피했었는데…
“뭐야? 왜 공동에서 나오지? 옆에서 질질 끌려 나오는 사람은 누구고?”
“음…혹시 암살자랑 파티해서 같이 폐광산으로 들어간 불쌍한 유저 아닐까? 뭣도 모르고 말이지.”
순간 유저들이 눈빛에 딱한 감정이 맴돌았다.
그런 사람이 있다.
폐광산이 경쟁도 별로 안심하고 경험치도 많이 줘서 도전하러 온 이들.
다만 사전 조사가 부족하다면 아무나 붙잡고 파티를 했을 수도 있다.
저 혼이 빠진 얼굴을 보라.
‘암살자 유저랑 같이 들어갔다가 어지간히 고생했나 보군.’
‘거의 영혼이 탈곡된 느낌이야.’
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나 그 때 눈을 피하길 잘했다.
저런 유저가 자신들에게 들러붙었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
“…굉장하시군요.”
베키는 감탄했다.
“분명 부탁을 한 건 저였습니다만, 정말로 해내실 줄은 몰랐습니다.”
호르헤른에게 언럭키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결과로 보니 놀랍기만 했다.
지금껏 몇 번이고 폐광산에 정보원들을 보냈는데 실패했다.
헌데 자신을 만나자마자 감시자를 잡아내더니, 7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적의 수괴를 사로잡아왔다.
[퀘스트 : 악의 정체]-퀘스트 등급 : 레전더리.
-퀘스트 설명 : 악의 조직을 쫓아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라. 호르헤른은 그간에 조금씩 정보를 수집했고, 그들의 흔적이 도시 네르센으로 이어져 있다는 걸 확인했다.
-퀘스트 보상 : 호르헤른의 보답(레전더리 아이템)
-퀘스트 제한 시간 : 72시간.
-퀘스트 성공 시, 연계 퀘스트 수행 가능.
-띠링!
[퀘스트에 성공하셨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업!] [레벨업!]언럭키의 몸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것도 무려 두 번이나!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크으. 이 맛에 퀘스트 하는 거지.’
과연 레전더리 퀘스트. 보상만 레전더리인 게 아니라 경험치도 시원하게 퍼준다.
심지어 언럭키는 보스몹을 잡고 레벨업을 한 번 한 직후였다.
그런데도 경험치바를 두 번이나 끝까지 채워줬으니.
레벨업 난이도가 극악인 월드 사가였기에, 다른 유저들이 들으면 기겁을 할 터였다.
“이 놈은 제가 심문하도록 하겠습니다. 녀석이 발설하는 정보를 정리하는 대로 언럭키님에게도 바로 말씀드리죠.”
“네.”
베키가 손을 까딱이자 문이 살짝 열리더니 남자 몇 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여전히 멍한 부제를 데리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 싸늘한 분위기를 보면 아마 머릿속에 든 걸 탈탈 털 때까지 고문을 당하겠지.
‘퀘스트는 이제 됐고. 문제는 이 다음인데…’
언럭키는 슬쩍 베키의 눈치를 봤다.
부제를 쓰러트리면서 얻은 갑옷.
이걸 그녀에게 말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수도 없이 고민했다.
의뢰를 한 건 베키였으니, 어쩌면 이것도 달라고 할 수도 있었다.
부제의 은신처에 있던 거니 자신들이 관리하겠다며.
그렇다고 얘기를 안 할 수도 없었다.
이미 부제는 고문실로(?) 끌려간 상황. 곧 알고 있는 정보를 술술 불 것이다.
몰래 꿀꺽했다가 들키는 건 시간 문제였다.
‘믿자. 그 분을 믿어 보자.’
언럭키는 호르헤른을 떠올렸다.
그 넉넉한 인품의 귀족께서 다스리는 가문이 그런 쪼잔한 짓을 할 리가 없다!
그렇기에 눈 딱 감고 인벤토리에서 갑옷을 꺼냈다.
“그리고 베키님.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폐광산 밑, 은신처에서 녀석이 발굴하고 있던 물건입니다.”
“이건….”
베키는 눈빛이 변하더니 갑옷에 머리를 가까이 들이밀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예. 물론 됩니다.”
언럭키는 조마조마한 심정을 감추며 말했다.
사실 지금도 살짝 불안하기는 했다.
혹시나 진짜로 이걸 가져가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의뢰 보상으로 단검을 선지급받았으니 갑옷을 내놓으라고 하면?
베키는 곧 시선을 떼고 언럭키를 쳐다봤다.
“언럭키님.”
“예.”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곧 베키의 입술이 열렸다.
“실례가 안 된다면, 이걸 저희 쪽에서 연구해보고 싶습니다만?”
“…….”
언럭키는 순간 표정 관리에 실패할 뻔 했다.
그렇게 믿고 있었건만!
속으로 베키와 호르헤른 가문에 대한 욕을 잔뜩 내뱉었다.
말이 연구를 위해서지, 그냥 달라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하하…예. 그렇게 하십시오.”
그러나 언럭키는 억지로 미소 지었다.
대국적으로 봐야 한다.
이전에 받았던 퀘스트 내용 마지막에 보면, 연계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고 나온다.
선지급 받은 퀘스트 보상이 레전더리 단검이었고, 경험치도 많이 얻었는데 앞으로 또 어떤 퀘스트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
레전더리 갑옷은 눈 딱 감고 포기하자.
눈 딱…감고.
언럭키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때 베키가 말했다.
“아 물론 연구를 한 뒤에는 다시 언럭키님에게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이건 언럭키님의 전리품이니까요.”
“!”
언럭키의 표정이 확 뒤바뀌었다.
순식간에 화색이 돌았다.
‘역시! 갓 호르헤른님의 가문! 갓 베키님이 그럴 리가 없지!’
짧게나마 그녀를 도둑으로 생각했다는 게 어찌나 미안한지 모르겠다.
언럭키가 히죽 웃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모른 채, 베키는 갑옷에 집중했다.
“흐음. 그런데 이것. 한 눈에 봐도 손상이 많이 가있군요.”
유저인 언럭키의 눈으로도 손상되어서 아이템 정보가 제대로 안 나온다.
베키에게도 별 방법이 없었다.
“언럭키님.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예.”
“그 자가 오랫동안 폐광산에 머물면서 발굴한 물건이라면 중요한 것일 텐데.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뭔지 모르겠네요. 그러니 수리를 좀 부탁하겠습니다.”
-띠링!
[연계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퀘스트를 수행하시겠습니까?] [Y/N]말해 무엇 하나.
언럭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퀘스트 : 갑옷 수리.]-퀘스트 설명 : 폐광산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악의 조직을 소탕하고 그 수장을 사로잡았다. 그가 소중하게 발굴하던 갑옷의 정체를 알기 위해 갑옷을 복구하라.
-퀘스트 보상 : 베키의 보답.
-퀘스트 성공 시, 연계 퀘스트 수행 가능.
이전과 같이 레전더리 등급의 퀘스트는 아니었지만 언럭키는 활짝 미소 지었다.
‘개꿀인데?’
어차피 해야 했던 갑옷 수리인데, 이렇게 퀘스트로 내어 주다니.
공짜로 경험치까지 더 얻을 수 있다는 뜻 아닌가.
“최대한 갑옷을 완벽하게 복구해 오겠습니다!”
연구가 끝나면 자신이 써야 할 갑옷이니 당연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언럭키에게 베키가 주머니 하나를 건넸다.
“이것도 받아가세요.”
“뭔가요 이건?”
“많지는 않지만 골드를 조금 넣었습니다. 제가 의뢰를 하는 건데 갑옷의 수리 비용을 언러키님에게만 부담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
언럭키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사람을 이렇게 배려해 주다니.
호른헤른 가문에 대한 충성심이 한층 더 높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보니 월드 사가가 갓갓 게임이었네!’
***
보통 도시 내에는 상업 지구가 따로 존재한다.
거기에는 도제들이 모여 지내는 곳도 있었다.
대장장이, 봉재장인, 갑옷 공방, 잡화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업을 하는 곳이었다.
언럭키는 그 곳으로 이동했다.
어디로 찾아가야 할지는 미리 알아봤다.
-저, 경비병님?
-음? 명예로운 분이시군요. 저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호르헤른의 퀘스트를 완료하며 높여놓은 명예 수치.
그건 도시 네르센에서도 충분히 통했다.
일반 유저가 말 걸면 대놓고 무시하는 경비병 NPC들이 언럭키의 질문에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도시 최고의 대장장이가 누구냐고요? 그건 헤사루 영감을 찾아가시면 될 겁니다. 공방의 크기는 별로 크지 않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영주님도 인정하실 정도로 최고이지요.
장인 헤사루.
무려 영주에게 물건을 납품할 정도라고 하니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언럭키는 경비에게 들은 헤사루 공방의 위치를 떠올리며 움직였다.
‘여기인가.’
역시 명예 수치는 높여두고 볼 일이다.
헤사루 공방은 과연 그리 눈에 띄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여기 왔으면 더 크고 화려한 상점으로 들어갔겠지.
‘저 사람인가보군.’
언럭키는 공방 바깥쪽에서 금방 원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노인네.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한데 몸은 어지간한 청년보다 더 정정해 보였다.
경비병이 설명해 준 그대로였다.
-다만 헤사루 영감이 조금 괴팍합니다. 콧대가 높아서 어지간해서는 말을 들으려고도 안할 테니, 그에게 의뢰를 부탁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경비병은 헤사루가 장인다운 고집이 있는 사람이라고 그랬다.
그런데…
“제, 제발. 제발 내게 대장장이 기술을 배워주게! 부탁일세!”
그는 백발을 길게 기른 웬 여자 앞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표정이 차갑긴 했지만 굉장한 미녀였는데,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볼 정도였다.
물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언럭키는 꽤나 당황했다.
‘저게 뭐하는 거야?’
자존심 빼면 시체라는 영감이, 자기 딸 뻘도 안 되는 사람 앞에서 저게 뭐하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