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50
052화
도시 네르센의 사냥터는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폐광산 같이 지형이 특이한 곳은 유저가 별로 없지만, 그 외에는 바글바글하다.
당연히 대부분은 이전 도시들처럼 줄 서서 이용해야 한다.
경비병 NPC들이 새치기 하는 유저들을 관리해 주는 식으로 질서를 유지했다.
다만, 특이하게 몇 사냥터는 줄을 거의 서지 않았다.
.
도시 네르센의 남쪽 늪지대에 있는 사냥터로써, 레벨 45 언저리의 머드 골렘이 등장하는 사냥터였다.
특징은 간단했는데, 굉장히 넓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받아들일 수 있는 유저 숫자가 굉장히 컸다.
“탱커 구합니다! 아이템이랑 골드 분배 2배로 해 드릴 수 있습니다. ”
“저희는 2.5배까지 가능합니다. 실력 있는 탱커분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머드 골렘의 영토 앞에서 유저들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내용은 거의 대동소이했다.
탱커 구하기.
머드 골렘은 그 특성상 체력이 많고 방어력이 뛰어나다.
공략법은 탱커가 앞에서 단단하게 버텨줄 때, 다른 파티원들이 딜을 때려넣어 잡는 것이다.
사냥법은 별로 어렵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면 탱커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머드 골렘의 영토는 진흙밭이기에 기동력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우직하게 정면 대결로 붙어야 하는데, 보통 파티원들은 그러면 다 죽는다.
앞에서 지켜 줄 탱커가 필요했다.
1파티 1탱커.
이 곳 머드 골렘의 영토에서는 공식처럼 사용되는 말이다.
“오시면 바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체력 포션 지원도 해 드립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탱커분 안 계세요?”
다만 쉽지는 않았다.
탱커는 원래 어디가든 환영받는 직업군이다.
파티의 전방을 책임져 주는 든든하고 실력 있는 탱커를 찾기가 어려울 뿐이지.
-[
한참 소리를 치던 파티장은, 자신의 옆에 있는 다른 파티의 파티장과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문득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같은 처지이기에 서로가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그 쪽도 탱커 구하기가 영 빡센가보죠?”
“어휴. 말도 마세요.”
파티장 한 명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괜찮은 탱커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니까요? 그렇다고 허접해 보이는 사람 데려가자니 파티가 전멸할 까봐 무섭고….”
“그렇죠.”
다른 파티장은 그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듯 마주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럴 거면 그냥 제가 탱커 할 걸 그랬어요.”
“어디 그게 쉽나요? 원하는 직업 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건 그렇긴 하죠.”
괜히 빌어먹을 월드 사가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직업을 카드 뽑기로 골라주는 게임이라니.
원하는 직업을 할 수도 없다.
그리고 탱커는 은근히 인기가 없는 직업군이다.
마조히스트도 아니고 방패든 채 앞에서 얻어맞기만 하는 직업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파티를 지킨다는 명예가 있긴 하지만, 영 재미가 없었다.
그 결과 많은 탱커 유저들이 새로운 직업을 고르기도 했다.
“에효. 얼마나 더 여기서 구인하고 있어야 하는지….”
“어? 저기 사람 하나 오는데요?”
그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머드 골렘의 영토 쪽으로 걸어오는 남자에게 가서 닿았다.
둘의 눈동자가 번뜩이며 전신을 0.1초 만에 스캔했다.
‘판금 갑옷?’
‘탱커…!?’
가죽 갑옷도 아니고 판금 갑옷을 입은 탱커라니.
돈 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월드 사가에서 자본력이 받쳐주면 어지간히 바보가 아닌 이상 1인분 이상은 무조건 한다.
두 파티장이 서로를 보며 살기를 흘렸다.
조금 전까지는 같은 처지를 한탄하는 관계였다면, 지금은 경쟁자였다.
어떻게든 우리 쪽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저 혹시 우리 파티에….”
“저 말은 듣지 마세요. 저희는 분배금을 3배로….”
그러나 말을 하며 다가가던 두 파티장은 순간 입을 딱 다물었다.
판금 갑옷 때문에 보지 못했던 상대의 무장을 봤기 때문이다.
‘단검? 탱커가 왜 단검을 차고 있어? 메이스라면 모를까.’
‘게다가 갑옷만 입고 왜 방패는 없지?’
백 번 양보해서 무기가 없는 것까지는 이해해 볼 수 있다.
어떤 탱커는 방패만 2개 들기도 한다니까.
단검을 들고 다니는 이상한 탱커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방패가 없는 탱커라니?
그럼 뭘로 방어하겠다는 말인가?
‘설마 저게 무슨 레전더리 등급도 아닐 테고, 갑옷만으로 탱킹은 못할 건데.’
‘그러고 보니 단검이 한 자루가 아니네?’
그들은 상대가 가까워질수록 조금 더 자세한 무장이 보였다.
허리춤에 단검 한 개. 뿐만 아니라 허벅지에도 단검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설마…탱커가 아니라 암살자류 계열인가?’
‘판금갑옷을 입었는데?’
두 사람의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워졌다.
저건 암살자로 봐야 하는가 탱커로 봐야 하는가?
고민되었지만 곧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저건 암살자다.
한 자루면 모를까, 저렇게 주렁주렁 단검을 달고 다닐 정도면 확실했다.
‘아니. 암살자가 왜 판금 갑옷을 입고 다녀?’
‘보아하니 암살자도 입을 수 있게 옵션 들어간 갑옷 같은데…에이 씨. 헷갈릴 뻔 했네.’
괜히 탱커로 오해해서 파티로 데려왔다가는 경을 칠 뻔했다.
두 사람은 다가서려던 발걸음을 훌쩍 물러났다.
암살자는 딜러로써 꽤 괜찮지만, 지금 그들 파티에 자리는 다 찼다.
유일하게 필요한 건 탱커였으니 더 이상 관심을 줄 필요가 없었다.
“흐흠~.”
그런 두 사람을 지나쳐, 언럭키가 머드 골렘의 영토로 발을 디뎠다.
***
“크. 공기 좋고.”
머드 골렘의 영토에 온 언럭키가 히죽 웃었다.
“사람이 아무리 많이 들어가도 괜찮은 사냥터라니. 이전 도시들에도 이런 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기분이 좋았다.
사냥터에 쉽게 온 것도 그렇고, 레전더리 갑옷까지 입지 않았나.
현재 착용한 레전더리 아이템은 단검과 갑옷. 무려 2개나 된다.
주 무장과 방어구 하나가 레전더리였다.
이러니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벨라는 뜻밖의 선물을 더 주었다.
허벅지에 맬 수 있는 단검집이었다.
노멀 아이템이긴 했지만 언럭키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다.
전투 중에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는 것보다, 허벅지에서 뽑아 쓰는 게 조금이나마 시간 단축이 가능하니까 말이다.
‘말 수는 없어도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네.’
마지막까지 고개만 살짝 까딱이는 걸로 인사를 대체한 벨라.
편하게 레벨업 하는 것 같고 앞으로 미래가 창창해 보여서 질투가 났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잘 해줬으니 그런 마음을 다 털어냈다.
사실 뭐. 어차피 앞으로 안 볼 사람이라서 신경을 안 쓰는 편에 가까웠다.
어쨌거나 언럭키는 그 후에 머드 골렘의 영토로 왔다.
줄 서서 기다리는 사냥터는 질색이었기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는 나랑 상성상 꽤나 괜찮을 거야.’
언럭키 역시 머드 골렘의 영토가 어떤지 사전 조사를 하고 왔다.
이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직업이다.
그것도 한 발이라도 삐끗하면 낭떨어지로 떨어지는, 무지막지한 직업.
당연히 철저한 사전 조사는 필수였다.
때문에 언럭키는 이미 도시와 사냥터의 정보가 어느 정도 머릿속에 쌓여 있었다.
머드 골렘의 영토는 많은 경우의 수를 두고 최적의 선택을 택한 장소였다.
40까지 남은 2개의 레벨을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
언럭키가 생각했을 때 여기만한 곳이 없었다.
파티를 구하는 입구의 유저들을 뒤로한 채, 그는 사냥터 내부로 들어갔다.
-철퍽. 철퍽.
걸을수록 진흙의 뻘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다리를 움직이는 게 굉장히 힘들다.
이런 곳에서는 암살자 특유의 기동성이 많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어어어-!”
그 순간, 진흙 사이에서 2m 정도 되는 크기의 골렘이 솟아올랐다.
뚝뚝 떨어지는 진흙은 매단 머드 골렘.
놈은 언럭키를 보며 서서히 다가왔다.
걸어오는 것도, 공격하려고 팔을 들어 올리는 것도 느렸다.
문제는, 그걸 피하려는 언럭키의 발도 느리다는 점이다.
그래서 피하지 않았다.
-콰앙!
“크흠.”
머드 골렘의 주먹이 언럭키의 가슴팍에 정통으로 들어갔다.
언럭키는 놈의 손목을 붙잡은 채 불편한 신음을 냈다.
HP가 주르륵 닳았다.
그럼에도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따끔하네?”
그래. 암살자가 골렘의 주먹을 정면으로 맞았는데 따끔하다.
무려 방어력이 +91짜리 레전더리 갑옷 덕분이었다.
“이 게임 이거 아주 그냥. 갓겜이구만.”
아이템과 스킬, 능력치만 받쳐준다면 암살자도 탱커가 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게임이다.
언럭키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어느새 그의 오른손에는 사신극검이 들려 있었다.
-푹! 푹! 푹!
머드 골렘은 느리고 두꺼운 대신, 빈틈이 훤하게 드러나 있는 몬스터였다.
그만큼 피통도 컸지만 그의 단검은 동레벨 대의 무기 중 공격력 면에서 최강 아니던가.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데미지 300% 상승!]게다가 직업 ‘사신’ 덕분에 치명타가 300%로 들어갔다.
“그어어어어-!”
머드 골렘은 괴로운 지 다시금 주먹을 휘둘렀다.
“느려.”
-푹! 푹!
그 사이에 언럭키는 자신의 공격을 두 방이나 꽂아 넣었다.
-콰앙!
그리고 내려쳐진 머드 골렘의 주먹을 또다시 몸통으로 방어.
언럭키의 단검이 다시금 춤을 췄다.
-콰직! 서걱!
-푹! 퍼억!
놈의 몸통에 있는 진흙이 패여 튀기고 몸이 흔들렸다.
그 결과 잠시 후.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머드 골렘은 주르륵 무너지더니 진흙으로 변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후우.”
언럭키가 가볍게 한숨을 내뱉었다.
처음으로 만난 놈이었는데, 예상보다 더 잘 싸웠다.
경험치 역시 쏠쏠했다.
애초에 파티 단위로 사냥해야 하는 몬스터이다.
그만큼 피통도 크고 방어력도 높았으며, 경험치도 많이 줬다.
그걸 혼자서 사냥했으니 언럭키조차 살짝 놀랄 정도로 경험치 통이 많이 차올랐다.
‘이거. 생각보다 더 쏠쏠한데?’
이 정도면 폐광산에서 몬스터 학살하던 시절보다 오히려 더 좋다.
게다가 그는 아직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다.
이번에는 시험을 위해서 정면으로 맞섰을 뿐, 암살자의 능력은 전혀 안 부리지 않았던가.
기동력은 죽었어도 단검 투척이나 은신 후 기습 같은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르르르르…!”
실제로 언럭키는 그 다음 머드 골렘은 그렇게 잡았다.
-휙!
우선 사신극검을 던졌다.
[특수 스킬 ‘비검’이 발동합니다.]머드 골렘은 평상시에는 진흙 안쪽에 있었기에 일반 단검의 투척으로는 데미지를 주기 어렵다.
비검 정도의 스킬로 진흙을 뚫고 들어가야 놈의 몸체에 박힐 수 있는 것이다.
-푹!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데미지 300% 상승!]“크어어어!”
가만히 있다가 봉변을 당한 머드 골렘이 진흙 속에서 뛰쳐나왔다.
그때 언럭키가 달려가듯 놈을 덮쳤다.
-푹! 푹!
첫 번째 놈을 상대했을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무작정 정면 대결이 아니라, 미리 선빵 몇 번 날리고 전투에 들어갔다.
그냥 싸워도 이기는데 이렇게까지 된 순간, 전투는 맥없이 끝났다.
놈은 팔 몇 번 휘둘러보지도 못한 채 무너진 것이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또다시 꽤 큰 폭으로 올라가는 경험치 바를 보며 언럭키는 확신했다.
‘사냥터 한 번 제대로 골랐다!’
유저 입장에서 너무나도 행복한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