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56
058화
퀘스트에 성공했다.
그냥 퀘스트가 아니다.
처음 받았을 때는 유니크 퀘스트였고, 중간에 레전더리 퀘스트로 진화한 초대박 퀘스트!
‘베키와 영주 둘 다 찾아가야겠군.’
퀘스트 보상은 세가지였다.
막대한 경험치, 베키의 보답, 영주의 보상.
경험치는 베키에게 찾아가면 자동으로 정산이 될 테니, 우선 베키에게 먼저 들렀다가 영주를 만나야겠다.
‘영주는…내 쪽에서 찾아갈 수는 없고 핸더슨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겠네.’
이 기다림의 시간은 상당히 힘들 것이다.
도시 귀족인 호르헤른도 통이 그렇게 컸는데, 무려 영주가 내리는 보상 아닌가.
그것도 반역을 미리 막아 준 절대 은인!
그렇기에 영주가 내리는 보상 역시 필시 보통 물건은 아니니라.
언럭키가 군침을 흘리는 것도 당연했다.
‘으음…근데 핸더슨이 나를 오해하고 있는 게 걸리긴 하네.’
그는 자신을 쉐도우 나이트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주를 만난 순간, 쉐도우 나이트는 존재하지 않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언럭키같은 인상착의를 한 자는 없다는 걸 알아차리겠지.
그때가 되면 핸더슨은 뭐라고 할까?
배신자랍시고 처벌을 하려나?
‘설마…검기를 좍좍 뽑아내며 날 죽이려고 하지는 않겠지?’
집사의 거처 1층~5층을 도륙내던 걸 생각해 보면 절로 살이 떨렸다.
그 검기가 자신을 노리는 순간, 죽었다고 봐야한다.
“아니겠지…아닐 거야…. 내가 목숨도 구해주고 포션도 줬는데….”
설마 생명의 은인을 뻥 좀 쳤다고 죽이지는 않으리라.
게다가 명백하게 따져보면 언럭키는 자신이 쉐도우 나이트라고 한 적이 없었다.
핸더슨이 먼저 오해했던 거고, 그는 모른 척 대꾸했을 뿐이지.
‘그래. 내 잘못은 전혀(?) 없다고!’
언럭키는 애써 그렇게 스스로 위로했다.
그 순간이었다.
“저, 실례합니다.”
누가 조심스럽게 5층으로 올라왔다.
언럭키가 그를 쳐다봤다.
“누구십니까?”
“충성! 영주성에서 나왔습니다.”
병사 한 명이 언럭키 앞에서 경례를 했다.
부동자세에 칼 같은 각이 일품이었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영주님께서 쉐도우 나이트님을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혹시 저와 함께 가주실 수 있으십니까?”
“쉐도우 나이트요?”
“예. 이 곳 5층에 검은 갑옷을 입고 계시는 쉐도우 나이트님이 있으실 거라고 전해 듣고 왔습니다.”
“……?”
언럭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지금쯤 진실이 밝혀졌어야 한다.
언럭키가 생각했을 때, 상황이 잘 풀려봤자 영주를 도와준 손님으로서 대우받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나를 쉐도우 나이트라고 하는 거지?’
이유를 추측해 봤지만 모르겠다.
어쨌거나 잘됐다.
“예, 출발하시죠.”
“충성!”
일단 가서 퀘스트 보상부터 받아보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가서 거짓말죄(?)로 처벌을 받던 말던, 일단 보상부터 받아야겠다.
***
언럭키는 병사와 함께 영주성으로 갔다.
도시 귀족들이 지내는 1구역은 호르헤른 덕에 몇 번이나 다녀봤다.
깨끗한 거리에 좋은 저택들이 즐비하는 장소는 귀족의 권세를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영주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기가 영주성….’
언럭키가 감탄한 채 영주성을 바라봤다.
‘이럴 때가 아니지. 이거 영상 담아놔야겠다.’
그가 급하게 카메라를 켰다.
아쉽게도 1인칭 액션캠이었다.
전투 중이 아니니 양 손으로 가상의 카메라를 들 수 있었지만, 지금 그는 영주의 초대로 이 곳에 온 것이었다.
NPC들의 눈에는 카메라가 안보이니 허공에 헛짓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터.
‘미친놈이라고 보상도 안주고 쫓아내버리면 큰일이지.’
퀘스트 보상에 나와 있는 항목이 무시될까 싶었지만, 이건 월드 사가이다.
월벤에 가보면 지금도 욕이 수두룩 빽빽하다.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영주성 내부는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원래라면 정숙하고 엄중한 분위기였을 것 같은데, 지금은 병사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중이었다.
그 중에는 중갑에 롱소드를 패용한 기사까지도 있었다.
집사를 사로잡았으니 아마 그 뒤처리를 하는 거겠지.
“이 쪽으로 오시지요. 들어가시면 영주님께서 계실 겁니다.”
병사는 언럭키를 영주성 3층의 고풍스러운 문 앞으로 안내했다.
“안내해 줘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명예로운 쉐도우 나이트님을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럼 이만. 충성!”
병사는 처음 봤을 때처럼 절도 있는 동작으로 경례를 하더니 물러났다.
명색이 기사인데 공손하게 대우해주니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언럭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영주성에서 일하는 병사이니 나름 병사 중에서도 급이 높을 것이다.
이렇게 친해져 두면 나중에 도움이 되겠지.
‘아니. 이것도 내가 구라쟁이로 판명나면 끝장이려나?’
후.
언럭키가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똑똑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시오.
목소리가 들리자 언럭키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끼익.
***
영주의 집무실에 있는 건 두 사람이었다.
한 명은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던 핸더슨.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저 사람이 영주인가.’
금발을 멋있게 뒤로 넘겨놓은 소년이었다.
인상은 서글서글했는데 눈꼬리가 살짝 쳐져있어 자칫하면 유약하다는 느낌까지 줄 정도였다.
“오. 그대가 쉐도우 나이트인가?”
“…….”
언럭키는 순간 말문을 잃고 머뭇거렸다.
영주가 왜 이렇게 묻는 거지?
자신이 쉐도우 나이트가 아니라는 걸 지금쯤 알았을 텐데?
‘눈치껏 알아서 자백하라는 건가?’
그렇기에 언럭키는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머리를 박아야 되나?
언럭키가 우물쭈물 하고 있을 때, 영주가 성큼 다가왔다.
“인사가 늦었소. 네르센의 영주인 딜런 네르센이오.”
그런 언럭키의 혼란스러운 반응과 달리, 영주는 웃는 낯으로 환대하고 있었다.
언럭키는 그제서야 의문을 느꼈다.
아무리 자수할 기회를 줬다고 해도 너무 호의적이다.
저 표정이나 눈빛을 보면 거짓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너무나 따뜻했다.
‘뭐지?’
영주가 말했다.
“아버님께서 급사하시고 영주직에 올랐을 때만 해도 걱정이 많았소. 숙부님의 압박을 버텨낼 자신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쉐도우 나이트가 남아 있었다니. 하핫. 아버지께서 생전에 그 이름은 꺼내지도 말라고 호통만 치셨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게 되니 너무 기쁘오.”
“……!”
언럭키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설마…영주도 내 진위 여부를 정확하게 모르는 건가?’
쉐도우 나이트란 영주만이 다루는 비밀스런 자들.
전대 영주가 급사했고 그 비밀을 전해 듣지 못했다면, 현 영주가 모르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기회다!’
언럭키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잘만 하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언럭키는 전에 봤던 핸더슨의 인사를 따라했다.
오른 주먹을 가슴에 댄 채,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오오…!”
영주는 감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하면 다 포기했소.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여겼지. 기사들은 중립을 지키고 내게 남은 건 감찰 기사들밖에 없었는데…”
영주는 한이 많았는지 주절주절 넋두리를 계속 늘어놓았다.
요약하자면 시시각각 뻗어오는 집사의 마수를 견디기 힘들었다는 거였다.
“으음. 많이 힘드셨겠군요.”
“…말이라도 그렇게 해 주니 정말 고맙소.”
언럭키가 어색한 표정으로 위로를 건네자 영주는 굉장히 감동받은 눈치였다.
“이런. 내가 바쁜 사람을 너무 붙잡고 있었군. 아무리 그대가 쉐도우 나이트라고 해도 공적은 제대로 치하해야지. 그대를 위한 물건을 준비했소.”
영주가 언럭키를 부른 이유.
그건 보상을 주기 위해서였다.
***
‘으음….’
영주와의 만남은 금방 끝냈다.
아무리 속여 넘겼다고는 하지만 오래 얘기하다보면 진실이 드러날 수도 있는 법.
언럭키는 빠르게 자리를 파하고 싶었다.
마침, 영주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집사를 사로잡았지만 아직 그를 따르는 기사들은 건재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들이 미친척하고 반기를 들면 어쩌겠는가.
미리 대응하고 후처리를 하는 등,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그 덕에 언럭키는 무사히 호랑이굴(영주성)을 빠져나왔다.
-다음에 또 볼 수 있겠소?
-…크흠. 전대 영주님께서 맡기신 임무가 있어서 멀리 가봐야 합니다.
-아버지께서 맡기신 임무라. 그게 뭔지 얘기해줄 수 있나?
-그건….
-아아. 곤란하다면 묻지 않겠소. 아버지의 명예를 존중해드려야 하니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반드시 돌아와 주시오. 그대를 위한 자리를 남겨두겠소.
-…….
영주는 언럭키의 말을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말하던 언럭키가 양심이 콕콕 찔릴 정도였다.
심지어 떠나는 그에게 활동 자금으로 쓰라며 이것저것 챙겨 주었다.
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유저인 그에게 중요한 건 그 후에 받았으니까.
-띠링!
[네르센의 영주의 감사 인사를 받았습니다.] [믿을 수 없는 성과!] [업적이 주어집니다.] [‘영주의 은인(유니크)’ 업적을 획득합니다.]우선 업적.
월드 사가에서 업적이란 일종의 보너스였다.
장비 창처럼 착용할 수 있는 한계도 없고, 스킬처럼 따로 돈 주고 사서 배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얻기만 하면 아무런 조건 없이 스펙을 올려주는 꿀 같은 것이다.
심지어 유니크 업적이었다.
[업적 : 영주의 은인]-업적 등급 : 유니크.
-유저로서 영주의 은인이 되었습니다.
-명예 수치 + 11 상승.
-마력 능력치 + 12 상승.
효과는 명예와 마력 상승.
영주와 관련된 일이니 명예의 상승은 어느 정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력 수치를 보고는 언럭키조차 상당히 놀랐다.
‘마력 수치가 12나 오른다고?’
전사건 마법사건 안정적으로 전투를 하기 위해서는 마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 계산으로는 레벨2개가 넘는 수치였지만, 실상은 그 이상이다.
마법사 직군이 아닌 이상에야 마력은 어쩔 수 없이 부가적인 스탯이 될 수밖에 없는 법.
그런데 마력만 높여주는 업적을 얻었다.
올마스터인 언럭키에게도 가뭄의 단비와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하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언럭키가 한숨과 함께 인벤토리에서 책 하나를 꺼냈다.
-할아버지 때부터 저희 가문에 내려오던 물건이오. 잘 써주면 고맙겠소.
따지고 보면 업적은 곁다리였다.
어린 영주가 내린 진짜 보상은 바로 이 책이었다.
-아이템 등급 : 유니크.
-아이템 효과 : 랜덤 스킬북을 사용할 시, 본인의 직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유니크 등급의 스킬을 획득한다.
유니크 등급의 스킬을 얻을 수 있는 스킬북이었다.
랜덤이라는 점이 조금 걸리지만, 본인의 직업과 가장 잘 맞는걸 준다니 믿고 써 볼만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아이템을 사용하려고 하니 경고창이 나타났다.
-띠링!
[직업이 ‘올마스터(레전더리)’로 확인됩니다.] [해당 아이템을 사용하실 경우 현재 선택하고 있는 직업에 걸맞은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현재 선택중인 직업 – 사신(레전더리)]그래. 이게 문제였다.
유니크 등급 스킬을 얻는 건 좋은데, 어느 직업의 스킬을 얻어야 할지 모르겠다.
올마스터는 한 달에 한 번씩 직업을 바꿀 수가 있다.
앞으로 몇 주가 지나면 다시 직업 선택의 기회가 온다.
그러면 이 스킬은 언제 써야할까?
지금 쓰면 암살자의 스킬이 나올 텐데, 당장 다음번에 검왕으로 다시 돌아갈지도 모른다.
혹은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도 있었고.
그렇기에 함부로 쓰기가 애매했다.
“후우. 모르겠군.”
결국 언럭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분명 좋은 보상을 얻은 건데 머리가 더 아파왔다.
“어서 오십시오. 언럭키님.”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상념에 잠겨 움직이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은발의 귀공녀같은 여자, 베키가 문 앞까지 나와 그를 반겨 주었다.
그래. 일단.
“예. 전에 의뢰하셨던 집사의 폐광산 후원 증거 자료를 찾아왔습니다.”
-띠링!
[퀘스트 성공.]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업!]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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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수 있는 보상부터 다 받고나서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