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62
064화
‘아. 그 사람이다.’
광신도들의 마을 앞에서, 벨라는 언럭키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네르센에서 그를 만난 이후로, 벨라는 언럭키의 영상을 꾸준히 챙겨보았다.
가장 최근 영상을 보면 언럭키가 판금 갑옷을 입고 나왔다.
자신이 수리해 주기도 한 갑옷이니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아는 척을 했다.
겨우 인사인데도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
‘나를 환영해 줄까?’
아예 기억을 못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아니면 무시하거나…
조금이나마 친해졌다고 생각해 마음을 연 사람인데 그런 반응이 돌아올 까봐 무서웠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도 그랬고 가족들도 그러지 않았는가.
움직여야 한다고.
그렇기에 두려움을 삼키며 다가갔다.
그리고, 막상 해 보니 괜한 고민이었다.
언럭키는 그녀를 격하게 반가워해 주었다.
-혹시 동행인 안 필요하신가요?
오히려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서 동행까지 해준다고 했다.
갑자기 손을 잡았을 때는 당황했지만, 감동이었다.
자신을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다니.
‘역시 좋은 사람이야.’
***
벨라의 직업은 대장장이이다.
그것도 그냥 대장장이가 아니라, 무려 레전더리 대장장이였다.
그녀에게 레벨업을 하는데 필요한건 몬스터 사냥이 아니었다.
더 좋은 아이템을 만들고 수리하는 등, 대장장이 일을 할수록 그에 걸맞은 아이템을 얻었다.
그런 그녀가 여기에 왜 왔느냐?
대장장이가 사냥터에 올 일은 하나 뿐이다.
바로, 작업용 재료 수집!
“벨라님. 저희 어서 오시지요.”
번쩍거리는 아이템으로 도배한 남자가 공손한 자세로 벨라에게 다가왔다.
“저희 길드에서 12시간동안 이 사냥터를 빌려놨습니다. 길드원들이 주변을 봉쇄할 테니 편하게 작업하시면 되겠습니다.”
“…….”
벨라는 남자에게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친절하게 말했음에도 대답조차 안하는 모습에 기분 나쁠 만도 하건만,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한층 더 공손한 자세로 벨라를 대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언럭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 성격 좋은 사람이군.’
현실에서도 저런 태도면 분위기가 나빠질 법한데, 여긴 가상 세계다.
수틀리면 PK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남자의 시선이 언럭키에게로 향했다.
“그나저나 이 분은?”
언럭키가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언럭키라고 합니다. 벨라님과는 지인인데 우연찮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빅드래곤 길드의 길드장인 로버트라고 합니다.”
그의 말에 언럭키는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다잡기 위해 애썼다.
‘이름 한번 촌스럽군.’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커다란 용이라는 뜻이지만, 영어로 바꾸니 느낌이 별로 오지 않았다.
‘큰 용이라니. 차라리 대룡…대룡?’
대룡이라고 하니 바로 떠오르는 게 있었다.
한국에서 순위에 꼽히는 거대기업체의 이름이 대룡(大龍) 아니던가.
‘설마 대룡그룹과 무슨 연관이….’
그렇게 생각하다말고 언럭키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우연이겠지. 그럴 리가 있겠는가.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벨라님과 동행할 수 있을까요? 제가 이 분이랑 진짜 친하거든요. 그런데 사냥터에 가신다는데 걱정이 너무나 되어서 말이죠.”
언럭키가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벨라와는 이번에 겨우 두 번째로 보는 거였지만 지금만큼은 십년지기였다.
가까이 붙는 언럭키의 모습에 벨라의 귓가가 살짝 붉어졌다.
그의 표정 연기가 통한 걸까.
“으음. 벨라님의 지인이시라고요.”
“예!”
로버트는 살짝 고민하더니 곧이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 제가 함께 다니는 NPC 한 명이 있는데 그 분도 어떻게 같이 안 될까요?”
“…….”
“그 NPC도 벨라님이랑 친해요!”
로버트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언럭키를 바라봤다.
그러나 언럭키는 뻔뻔하게 나갔다.
어차피 벨라가 어지간해서 입을 여는 경우는 없으니, 그냥 우겨볼 생각이었다.
***
“길드장님. 어째서 저 분도 함께 데려오신 겁니까?”
길드원 한 명이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빅드래곤 길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룡기업의 후원을 받아 만들어진 길드였다.
심지어 길드장인 로버트는 재벌가의 일원이었다.
무려 회장의 직계 손자!
“여기는 벨라님을 위해 12시간동안 전세 낸 사냥터이지 않습니까.”
대장장이는 때로는 직접 재료를 수집해야 할 때도 있었는데, 전투력이 떨어지는지라 그럴 때면 곤란을 겪었다.
벨라가 필요로 하는 재료는 광신도들의 마을 근처에 있었다.
빅드래곤 길드는 그런 그녀를 돕기 위해 아예 사냥터를 통째로 전세 낸 것이고.
“한 명 더 껴봤자 별 문제 없잖아. 그리 큰 금액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만….”
로버트의 말에 길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한 사냥터를 그렇게 오래 독점 대여하려면 최소 몇천만원이라는 돈이 든다.
하지만 대룡그룹의 후원을 받는 빅드래곤 길드에게는 그리 큰 금액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작정 함께 온 것도 아니다. 나는 저 남자도 보통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된다.”
로버트가 며칠 전 일을 떠올렸다.
대장장이 벨라.
빅드래곤 길드가 그녀를 발견한건 우연이었다.
아이템 수리를 맡길 겸 대장간에 갔는데, 그 곳의 NPC가 그녀에게 사정하고 있었다.
-오오! 스승님이 보이셨던 그 전설적인 망치질이라니…. 내 평생 이걸 다시 볼 줄이야….
대장간의 주인은 벨라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언럭키도 한 번 봤었던 바로 그 모습이다.
로버트는 그녀가 범상치 않다는 걸 바로 알아보았다.
‘대장장이 직업. 그것도 최소 유니크다!’
NPC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그것밖에 없었다.
그 때부터 로버트는 그녀의 환심을 얻기 위해 애썼다.
억지로 통성명을 나눠 인연을 시작했고.
-필요한 것이 있으시다면 말씀만 해 주십시오. 무엇이든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
-재료요? 흑철이 필요하시다면…알겠습니다. 바로 구해오죠.
로버트는 벨라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는 단순히 유희로서 월드 사가를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월드 사가는 조만간 모든 기업을 아우를 것이다.”
앞쪽에서 걸어가는 벨라와 언럭키를 보며 로버트가 중얼거렸다.
단순히 기업 가치만 따지는 게 아니다.
지금도 월드 사가의 개발사는 주가로만 따지만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었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 기술 수준의 얘기였다.
월드 사가의 가상 현실은 초월적이었다. 벌써 10억이 넘는 가입자를 받아들인 게 그 증거였다.
대룡을 포함한 다른 기업들 역시 어떻게든 따라가 보려 했지만 연구원들의 답변은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외계인을 부대 단위로 납치해도 이런 건 못 만들 겁니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안에서 잡아먹자!
월드 사가 내부에서 최고가 되는 게 그 목표였다.
그걸 위해 조금 늦었지만, 무려 회장의 셋째 손자가 직접 뛰어들었다.
든든한 자본금을 바탕으로 그는 유니크 직업을 손에 넣었다.
사실 레전더리 직업까지 얻고 싶었지만, 무작정 더 돈을 투입하기에는 은근 부담이었다.
캐릭터를 10번만 다시 만들어도 억 단위가 넘어가는 돈이 들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레전더리 직업까지는 필요 없어. 어차피 정말 중요한건 내가 좋은 직업을 갖는 게 아니라, 그만한 인재를 길드로 끌어들이는 거니까.’
어디서나 사람이 중요하다.
혼자서 강해봤자 랭커가 되고 말겠지. 길드가 성장하려면 뛰어난 수준의 인재를 여럿 모집해야 했다.
로버트가 벨라를 극진하게 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디서나 귀한 대접을 받는 생산직 유저.
심지어 NPC의 반응을 보면 최소 유니크 이상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니 열과 성을 대할 수밖에.
헌데 그런 그녀가 지인이랍시고 다른 유저를 데려왔다.
심지어 평소에는 그렇게 냉랭한 눈빛을 보이던 벨라가, 언럭키에게만은 따스했다.
이유가 뭐겠는가.
“그녀가 범상치 않은 것처럼, 저 남자도 평범한 유저는 아니라는 거겠지.”
로버트가 중얼거렸다.
사람을 보는 눈을 갖춰라. 할아버지께서 매일 하시던 말씀이다.
끼리끼리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벨라와 친할 정도면, 저 남자 역시 보통 이상일 터.
때문에 그는 벨라가 데려온 언럭키도 흔쾌히 사냥터로 받아 주었다.
동시에, 부하를 시켜 그에 대한 조사를 명했다.
로그아웃 한지 한 시간도 안 되었는데 부하가 재접속해 다가왔다.
“길드장님. 알아왔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왔군?”
“예. 알아보니 최근에 꽤 유명한 자더군요. 미튜브를 운영하고 있는데 아름아름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네르센의 인스턴트 던전 1위 기록을 차지했고요.”
“!?”
로버트는 이때만큼은 진심으로 놀랐다.
“인스턴트 던전 1위? 그건 나도 들은 적이 있는데.”
어떤 유저가 피바라기 광전사의 기록을 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가 미튜브도 운영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워낙 바빠서 미뤄두고 있었지만 조만간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저 사람이라고?
“네! 유저 언럭키. 틀림없습니다.”
“호오….”
로버트의 눈이 반짝였다.
그가 먹이를 노리는 사냥감처럼 언럭키를 바라봤다.
***
광신도들의 마을은 굉장히 유명한 사냥터 중에 하나였다.
언럭키는 도대체 그 이유가 뭔지, 몸으로 직접 깨닫고 있었다.
“크. 죽여주네 진짜.”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눈앞의 메시지들을 옆으로 보내며 언럭키가 웃었다.
한바탕 적들을 처치했는데도 또 어디선가 나타난 놈들이 언럭키를 에워쌌다.
“이단이다! 이단을 처치하라!”
“회개할 때까지 저 놈을 마구 쳐라!”
언럭키의 주변을 광신도들이 에워쌌다.
체력이 낮고 공격력이 약한 게 놈들의 특징이다.
그 대신 숫자가 많았다.
적게는 7~8명에서 많으면 수십 명이 뭉쳐 다녔다.
유저 입장에서는 최고였다.
광신도들의 레벨은 50~55 사이.
처치하면 그에 걸맞은 경험치를 준다.
그래. 약한데 경험치는 많이 주면서 숫자도 많다.
유저 입장에서 이만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빅드래곤 길드라고? 엄청 착하네.’
빅드래곤 길드는 아직 만들어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레벨은 60~70 전후.
그러니까 텔르흐렌에 있는 거겠지.
허나 그들은 레벨 차이가 너무 났기에 광신도들을 잡아봤자 거의 경험치를 얻지 못했다.
대신에 벨라가 조금 더 쉽게 작업을 할 수 있게끔 주변을 통제하는데 힘을 썼다.
좋다고 사냥하는 건 언럭키 뿐이었다.
“그 놈들 다 잡을 필요 있나? 어서 가지.”
“잠시만요. 어떻게 이 아까운 것들을 두고 갑니까.”
헤탄이 혀를 차며 재촉했지만 언럭키를 말리지는 못했다.
퀘스트에 시간제한 같은 건 없었으니, 아예 여기서 뽕을 뽑을 기세였다.
광신도들의 마을 옆에는 자그마한 산이 있었다.
이 산에는 특이하게도 철처럼 단단한 나무인 ‘철목’이 자랐다.
벨라의 목표는 바로 그 철목.
빅드래곤 길드가 주변에 다가오는 광신도들을 막아서는 동안 그녀는 열심히 나무를 캤다.
“좀 도와드릴까요?”
낑낑거리며 도끼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언럭키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게 전부 직업과 연관된 일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해야 했다.
그런 사정까지는 몰랐지만 언럭키는 그러려니 하면서 물러났다.
사실 한 번 물어본 것일 뿐, 그의 관심사는 아까부터 다른 데에 있었다.
‘프하하핫! 경험치가 길가에 돌아다닌다!’
빅드래곤 길드원들이 통제하는 곳 바깥으로 나가서 신나게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다닌 것이다.
쉴 새 없이 올라가는 경험치바를 보니 없던 힘도 솟아난다.
그렇게 몇 시간을 날뛴 후에야, 그는 간신히 이성을 되찾았다.
그제서야 퀘스트 생각이 났다.
‘그나저나 퀘스트는 어떻게 해야 하나….’
광신도들의 마을이 꽤 넓던데.
혼자 가서 하나하나 수색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헤탄님은 하는 것도 없는데. 혼자서 돌아다녀보시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빅드래곤 길드에게 수색 협조를 요청해?
아니. 그건 안 될 말이다. 퀘스트는 반드시 독점해야 했다.
그렇게 언럭키가 고민에 빠져있던 순간이었다.
-파앗!
“!?”
언럭키의 눈에, 산 중턱 한 곳에서 초록색 빛이 퍼져나오는 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