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82
084화
“이게 무슨…! 미쳤습니까 사제님!”
해골 병사를 소환한 언럭키.
그를 보며 경비들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사제씩이나 되는 사람이 같은 교단 사람을 적대하다니!
“아, 여기 확인해야 할 게 있으니까 비키세요.”
언럭키가 그런 경비들 앞에서 왕홀을 휙휙 흔들었다.
거침없는 그 태도에 경비 부제들은 열이 받았다.
“이익…. 계속 하시면 더 이상 사제님이라고 해도 참지 않겠습니다.”
“그러던가.”
언럭키가 픽 하고 웃었다. 애초부터 싸우러 온 것이다. 더 이상 얘기를 지속할 필요는 없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대화가 끝났다고 판단한 순간, 해골 병사들이 돌진했다.
언럭키 역시 손을 분주하게 놀렸다.
“쪼그라드는 근육, 체력 약화, 둔화.”
-파앗!
온갖 디버프가 부제들을 뒤덮었다.
당황하는 놈들에게 해골 병사들이 달려들어 칼을 날렸다.
“크윽! 부숴라! 아르만시아 사제님은 죽이지 말고 제압만 해.”
“이단 심판은 반오 사제님께서 돌아오시면 직접 하실 것이다!”
그들은 아르만시아라고 오해하고 있는 언럭키를 향해 검을 빼들었다.
자신들이 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부제들 중에 네크로맨서와 흑마법사는 여럿이라 그 약점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었다.
해골들의 약점은 명백했다. 숫자가 많지만, 각 개체의 위력은 많이 떨어진다는 점.
14구나 되는 해골들이 공격해왔지만 경비 부제들의 숫자도 10명이나 되었다.
아무리 디버프에 당했다지마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직접 맞붙어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왜, 왜 이렇게 잘 싸워?”
“크윽…. 무슨 위력이…!?”
네크로맨서와 ‘네크로 엠페러’의 해골은 그 격이 다르다.
탑재된 전투 인공지능 자체가 수십 단계는 차이 났다.
좀 잘 싸운다 하는 유저들도 같은 스펙의 해골을 상대로 이기기 힘들 것이다.
언럭키가 이 놈들을 이끌고 사냥터를 전전하며 깨달은 것이다.
하물며 지금은 숫자도 해골이 더 많고 언럭키의 디버프까지 당한 상황.
-덜그럭 덜그럭.
뼈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전투 부제들은 공포에 빠졌다.
전투의 결과가 서서히 드러났다.
그때, 언럭키가 훌쩍 움직였다.
부제들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밀려나면서 드러난 입구로 달려간 것이다.
‘시간 없어. 언제 반오 사제가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지금도 많이 지체되었다.
여기서 더 늦었다가는 상황이 어떻게 꼬일지 알 수 없다.
최대한 빨리 결계를 해체해야 한다.
그렇기에 언럭키는 경비들을 다 쓰러트리지 않았는데도 먼저 움직였다.
“자, 잠깐…!”
부제들이 당황하여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해골들을 뿌리칠 수 없었기에 헛된 외침일 뿐이었다.
그들이 애처롭게 바라만 볼 때, 언럭키가 쏙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언럭키가 한참 싸우고 있던 무렵.
결계 바깥으로 출동한 반오 사제와 전투 부제들은 기세등등하게 움직였다.
처음에 반오를 비롯한 사제들은 기세등등하게 호르헤른 가문의 병력들이 숨어있는 곳을 습격했다.
‘형제님이 순찰을 완벽하게 해 주셨군. 아주 훌륭해.’
언럭키야 당연히 헤탄이 어디에 대기하고 있을지 알기에 그 위치를 말해준 것뿐이었지만, 반오는 언럭키에 대한 신뢰가 더욱 올라갔다.
“신의 철퇴를 놈들에게 내려 주어라!”
전투 부제들은 흑마법사, 암흑 사제, 네크로맨서, 암흑 투사, 암흑 검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보다 더 강력한 사제급도 3명이나 된다.
숨어있는 적의 병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보다는 부족할 것이다.
여기에 기습까지 하는데 질 수가 없지!
그런 생각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기, 기사라니!”
“도시의 정예 병력이 어떻게 여기를 알고 왔단 말인가?”
반대편에서 기사들이 검기를 줄줄 뽑으며 다가오자 기겁을 했다.
헤탄과 함께 이 곳에 도착한 병력은 기사 5명에 병사 수십 명이었다.
병사들의 전력은 별거 아니지만 문제는 기사였다.
일당백. 혹은 그 이상의 전력을 자랑하는 기사급이 무려 5명이라니.
한 두 명만 있어도 사제들 전원이 긴장해야 할 상대인데 5명은 절대 이길 수 없었다.
“놈들을 처리하라!”
헤탄이 가장 앞에서 방패를 든 채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서 쾅! 하고 들고 있던 방패로 부제 한 명을 내리쳤다.
놈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껄껄 웃은 헤탄이 앞장서고, 그 뒤를 기사들이 검기를 마구 휘둘러댔다.
마치 양 떼에 뛰어든 사자처럼, 부제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쓰러져갔다.
“후, 후퇴하라!”
반오 사제는 다급히 명령을 내렸다.
리바 델 레이 측은 다급히 물러섰다.
원래 이런 전투에서 가장 큰 피해는 후퇴할 때 생긴다.
정신없이 도망치는 와중에 뒤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막거나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텅!
-터텅!
대결계.
리바 델 레이 분타를 숨겨주고 지켜주던 결계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약간의 피해만으로 추격을 뿌리치고 그들은 결계 안쪽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바깥에서 기사들이 검기로 결계를 두들겨봤지만 결계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기사들은 입맛을 쩝 다시며 아쉽다는 눈빛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사제님. 괜찮으십니까?”
“…….”
다른 사제 한 명이 반오에게 다가왔다.
그는 어깨를 부여잡고 있었는데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흘끗 본 반오가 입을 열었다.
“다치셨군요 형제님.”
“면목이 없습니다.”
“아닙니다. 저들이 너무 강했으니 어쩔 수 없지요.”
그렇게 말하는 반오 사제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흘러갔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기사가 5명이나 차출되어 왔을 정도면 영주가 토벌령을 내렸을 것이다.
기사라는 전력은 그만큼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리바 델 레이 분타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제대로 알려진 것도 없는데 토벌 허가가 날 수가 있나?
의문가는 것 투성이었다.
허나 지금 당장은 해결할 수 없는 의문이다.
“사제님. 일단 분타로 다시 돌아가서 정비를 하시겠습니까? 어차피 저 놈들도 대결계를 뚫고 들어오지는 못할 겁니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됩니다.”
어느 사제의 말에 반오 사제가 고개를 저었다.
“놈들이 돌아가면 다음번에는 더 강력한 병력이 되어 돌아올거에요.”
이 대결계로 도시에 자신들의 위험성이 알려졌다.
그들은 계속해서 공격해 올 것이고 병력 수준도 높아질 터.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믿고 있던 결계가 부서질지도 몰랐다.
“기사급이 어째서 5명이나 되는지는 몰라도, 전체 숫자는 얼마 안 됩니다. 조금 특이한 정찰 병력이라고 볼 수 있죠. 여기서 전멸시켜 버려야 합니다.”
기사가 5명이나 되는 정찰대가 전멸하면 경각심은 갖겠지만 그 위치를 특정할 수가 없다.
리바 델 레이가 위험에 빠질 일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저 놈들을 이기기는…힘들어 보입니다.”
“그냥 싸우면 그렇지요. 이제부터는 차륜전으로 가겠습니다.”
원래 이런 어둠 계열 직업군들이 잘 하는 건 정면 대결이 아니다.
암흑 투기를 사용하는 암흑 기사 정도나 되어야 정면 대결로 기사급과 자웅을 겨룰 수 있지,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디버프, 언데드 소환, 저주, 독,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합니다.”
마치 수성전을 벌이는 것처럼, 결계 안쪽에서 사제와 부제들이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력이었다.
“그러다 도망치면 어떡합니까?”
“그럴 일은 없습니다.”
반오 사제가 피식 웃었다.
그는 기사들의 자긍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 자존심 강한 기사가 5명이나 되는데 다 잡은 것처럼 느껴지는 우리를 두고 갈 리가 있나요.”
***
“헤탄 경. 저 놈들이 귀찮은 방법으로 나오는데, 어떡하죠?”
기사 알프레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헤탄에게 다가왔다.
처음 붙었을 때 깨달았다. 싸우면 1시간도 안 돼서 전멸시킬 자신이 있었다. 어디까지나 정면 대결이었으면 말이다.
적들도 그걸 알았는지 결계 뒤로 피신한 다음 비겁한 짓만 일삼고 있었다.
-푸쉬이이!
대결계 뒤편에서부터 녹색 연기가 살포되어 주변을 뿌옇게 만들었다.
베놈 포그. 암흑 사제들이 사용하는 스킬이었다.
기사들이야 마나를 둘러막으면 된다 해도 일반 병사들에게는 노출되어 있으면 꽤 큰 피해이다.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웅!
-꾸우우웅!
갑작스레 몸이 무거워지는 기분에 헤탄과 알프레드가 눈살을 찌푸렸다.
“또 디버프군요.”
“질리지도 않나보군. 이 개자식들.”
계속해서 뭐가 뿌려진다.
대응할 방법은 없었다.
결계는 단단했고 기사들의 검기로도 손톱만한 틈도 생기지 않았으니까.
그게 벌써 1시간째였다.
“지금은 괜찮지만 더 지속되면 위험합니다. 후퇴…할까요?”
기사 알프레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존심을 다 버려두고 오직 병사들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일개 의견일 뿐. 결정권자는 그가 아니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헤탄 경.”
“저도 알프레드 경이 걱정하는 게 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럭키님이 지금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분을 믿어 보고 싶군요.”
“으음….”
헤탄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알프레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헤탄이 비록 병사 출신이었지만 전장에서 수십 년 넘게 지낸 배테랑이다.
게다가 지금 작전의 대장은 그였다. 의견을 존중하는 건 당연했다.
‘언럭키님이라. 얼마나 대단한 사내인거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주군인 호르헤른님이나 헤탄 경 같은 사람이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모습을 봤다.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런단 말인가?
알프레드는 호기심이 불쑥 치솟는 것을 느꼈다.
***
“사제님 말씀대로 놈들이 꾸역꾸역 제자리를 지키고 있군요.”
“기사들 생각하는 게 뻔하지요 뭐.”
반오 사제가 비릿하게 웃었다.
마나가 되는대로 계속해서 디버프와 독, 저주 등을 뿌려대고 있는데 적들을 후퇴하지 않았다.
기사라면 몰라도 병사들은 계속해서 피해가 누적되고 있을 텐데, 참 바보 같은 짓이다.
“이제 머지않았습니다. 놈들이 조금 더 약화되면 그 때는 다시 출진해서 공격할 겁니다.”
한 번에 이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멀찍이서 공격 좀 당했다고 쓰러질 만큼 기사는 약하지 않다.
하지만 차륜전이라면 어떨까.
공격을 나갔다가 불리해지면 다시 되돌아와서 또 야금야금 괴롭히고.
그러다가 틈을 봐서 다시 출전하고.
이런 식으로 싸운다면 질 수가 없다. 전적으로 대결계의 힘에 기댄 전략이지만 효과는 굉장하다.
“좋은 것 같습니다. 부제들을 출전 준비시키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두 명의 사제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는 동안, 반오 사제는 슬쩍 웃었다.
‘역시 대결계는 굉장하군.’
이걸 보고 있으니 리바 델 레이에 대한 믿음이 충만해진다.
이 대결계야말로 그 분이 내린 권능이었다.
기사들은 한 번 씩 결계에 검기를 날려댔지만 소리만 요란했을 뿐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백날 해 봐라. 결계는 구슬이 파괴되지 않는 한 절대 부서지지 않으니까.’
대결계를 유지하는 보주(寶珠)는 경비 병력들이 지키는 건물 안에 얌전히 모셔져 있었다.
심지어 도난을 대비하기 위해 똑같이 생긴 모양의 구슬들을 근처에 잔뜩 배치해 놓았고, 그 앞을 지키는 경비도 다수였다.
절대 문제 생길 일은 없었다.
반오 사제는 그렇게 확신했다.
***
그 시각.
“이건가?”
언럭키는 한참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퍽!
언럭키의 손에 구슬 한 개가 박살났다.
잠시 주변 분위기를 느껴봤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에이씨. 이건 아니네.”
살짝 짜증낸 그가 다음 구슬을 들어올렸다.
바깥의 경비들을 해골들로 묶어놓은 뒤 이 방에 들어왔다.
안에는 구슬들이 잔뜩 있었는데, 그걸 보자마자 퀘스트가 나타났다.
-띠링!
[사이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사이드 퀘스트 : 보주 찾기.]-퀘스트 등급 : X.
-퀘스트 설명 : 수백 개의 구슬들 중에 대결계를 유지하는 보주는 딱 한 개이다. 그걸 찾아서 파괴시켜라.
-퀘스트 보상 : 적정량의 경험치, 대결계 해제.
이 구슬들 중에 단 하나가 결계를 유지하는 매개체이다.
그래서 언럭키는 눈 앞에 보이는 것 하나를 집어 내던졌다.
-파각!
그러나 반응은 없었다.
한 개 더 바닥에 집어 던졌지만 여전히 주위는 조용했다.
퀘스트 성공 메시지도 없었고.
“그냥 다 부숴버리면 되겠지.”
결국 언럭키는 방법을 바꿨다.
어차피 부숴야 하는 보주이다. 뭐하러 하나씩 잡아서 확인하고 있나.
그가 양 손으로 선반을 잡더니 그대로 마구 흔들었다.
-와장창!
-콰창! 콰장창!
-파가가각!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수백 개의 구슬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져나갔다.